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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사랑과 전쟁

  • 승인 2021-07-16 08: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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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에서 빠지면 섭섭한 필수 요소, ‘삼각관계’. 학창시절 나는 달콤한 로맨틱 드라마 속 여주인공을 꿈꾸곤 했다. 두 남자 주인공 사이에서 갈팡질팡 행복한 고민을 하고, 친구들과 모여 누굴 선택할지 심각하게 토론도 하며 지금 돌아보면 참 쓸데없지만 귀여운 10대를 보냈다. 사실 20대까지도…. 

 

엄마는 내 거야

  10대 시절 소망이 뒤늦게 이뤄진 것일까? 나는 지금 삼각관계 를 뛰어넘어 무려 육각관계(?)의 주인공이 되었다. 고양이 네 마리와 사람 아들 하나, 이렇게 다섯이 나를 두고 매일 사랑 싸움을 한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이 치열한 사랑과 전쟁 속 에서 남편은 일개 시청자로 빠져주어 나의 선택지를 줄여 줬다는 것. 드라마 시즌 1. 당시 남자 주인공은 우리 집 장남 고양이 용복이 하나뿐이어서 아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허나 그 뒤로 식구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나를 둘러싼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사람 아들 ‘때때’는 고양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상대다. 이제 꽤 유창하게 언어를 구사할 줄 알게 된 때때는 자주 “엄만 때때 꺼!” 하며 선을 긋는다. 철이 든 어른 고양이들은 때때가 잠들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 나에게 달려오지만, 때때와 정신연령이 비슷한 꼬마 아가씨 금복이는 ‘야옹! 아니, 엄만 내 꺼라옹!’ 하고 때때의 손을 툭툭 쳐낸다. 금복이와 때때는 서로 가장 친하면서도 앙숙이다. 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만약 때때 동생이 태어나면 어떻게 될지 눈앞에 훤히 그려진다. 심술쟁이 때때 오빠의 모습은 금복이만 보는 거로.

 

미워할 수 없는 질투쟁이들

  대부분 귀여운 장난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나의 사랑이 누구 하나에 쏠리면 꼭 심술을 부리는 친구가 생긴다. 특히 질투가 많은 용복이는 내가 다른 녀석을 예뻐하고 있으면 그 아이를 솜방망이로 툭툭 치고 지나간다. 매우 잘생긴 얼굴을 가졌지만, 속이 좁쌀만큼 좁아서인지 용복이 오빠는 여동생들에게 인기가 참 없다.

 

  얼마 전 질투가 빚어낸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안방 문을 여니 방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양이들이 우르르 안방으로 들어왔다. 금복이는 반갑다고 애교를 부리는데, 나는 잠이 덜 깨 울고 있는 때때를 달래느라 금복이의 애교를 받아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금복이는 침대로 폴짝 올라가더니 내 눈을 똑바로 바 라보며 침대 매트리스에 쉬를 해 버리는 게 아닌가! 오 마이 갓, 공주님의 사랑을 무시 한 벌이라고 하기엔 충격이 참 세다. 휴. 넘치는 사랑 속에서 정신을 못 차릴 때면 남편 은 얄밉게 꼭 한마디씩 거든다. “꿈이 이뤄졌네~ 다 너만 바라보고 있어~” 내가 이렇게 넘치는 사랑 속에 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하하하.

 

사랑이 넘치는 나날

 

  자려고 누우면 한쪽 팔엔 때때가, 다른 한쪽 팔엔 금복이가 와서 품속을 파고든다. 그렇게 잠깐 눈을 붙이나 싶으면 행복이가 문을 긁으며 냐앙 냐앙 나를 부른다. 행복이가 좋아하는 공놀이를 같이 해주고 소파에 앉으면 용복이가 내 몸 위에 쿵 하고 올라와(참고로 용복이는 뚱냥이다) 꾹꾹이를 하다 내 품에서 쿨쿨 잠이 든다. 거대한 고양이에게 깔려 불편한 쪽잠을 자다 보면 안방에서 ‘엄마아아앙-’ 하며 때때가 울기 시작한다. 이렇게 거실과 안방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어느새 사랑에 취한 채 밤이 끝나고 햇님이 방긋 떠오른다. 그럼 또 끝난 적 없던 엄마의 하루가 허락도 없이 시작된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이 건넨 휴지로 청순하게 눈물을 닦는 것과는 달리 아이들 뒤를 쫓아다니며 휴지로 대소변을 치우는, 드라마와는 아주아주 괴리감이 있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드라마 속 어느 여주인공이 와도 나보다 사랑을 많이 받는 사람은 찾기 힘들지 않을까. (웃음)

 

글·사진 강은영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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