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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고양이와 함께 태교하기

  • 승인 2021-07-20 08: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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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그리고 여섯 마리 고양이


  2021년 2월.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나의 여섯 마리 고양이들에게 조카가 생긴다. 유산으로 힘들었던 기억도 잠시 또다시 기적처럼 찾아온 아기 천사 덕분에 귀엽고도 따뜻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도 고양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나의 태교를 도와준다.

  고양이 여섯 마리가 있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고양이 말고 애를 낳아서 키워야지’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던 나와 남편은 양가 부모님께 우리 부부의 생각을 말씀드렸고, 다행히 우리의 결정을 존중해 주셨다. 아기를 갖는 일에 대해 머뭇거렸던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아기가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또 내가 아기 를 행복하고 풍족하게 키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고양이였다. 아기를 돌보느라 나의 고양이들에게 소홀해지면 어쩌나 하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아팠다. 분명 아기에게 시간을 더 쏟게 될 텐데 결코 나이가 적지 않은 나의 고양이들은 이제 더욱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할 터였다. 

작은 존재들의 소중함

  그러는 동안 나와 남편은 젖먹이 고양이 수유 임시 보호를 하게 되었다. 눈도 못 뜬 고양이들을 품에 안고 분유를 먹이고 대소변을 받아내며 엄마 고양이가 해줘야 할 일을 밤낮으로 부지런히 대신했다. 젖먹이 고양이들은 좋은 가정을 찾아 입양을 갔고, 입양 보내기 어려운 아이들은 우리가 품기로 하면서 차츰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사랑하는 존재가 하나 더 늘어난다고 해서 나누어 받을 사랑의 몫이 줄어드는 것은 아님을, 오히려 사랑의 크기는 그만큼 더 커진다는 것을.

  고양이들을 돌보며 집안일 까지 기꺼이 함께하고, 나와 고양이들을 끔찍하게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다정한 남 편과의 하루하루가 너무나 행복했다. 그런 우리가 다시 아기 생각을 하게 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부터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아기가 생긴다면 고양이들의 영역을 아기가 침범하게 될 텐데, 고양이들의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공간 분리가 필요했다. 평소에 고양이들 출입이 금지 되었던, 주로 창고와 소품을 보관하던 작지만 따뜻한 방을 아기방으로 정했다. 원래 고양이들의 영역이 아니었으니 당분간 아기가 지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고양이의 털은 사람의 기관지에 들어가지 않고 배변 활동으로 배출된다지만 그래도 걱정이 많으신 부모님들을 위해 청소를 두 세배 열심히 하기로 했다. 로봇 청소기도 들이고 식기세척기도 들이고.

  하지만 뭐랄까, 아기를 걱정하기보다는 할 일이 늘어난 우리 부부를 걱정해 주시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조리원을 예약할 때나 임신 소식을 주변에 나눌 때 ‘고양이를 보내야지’라거나  ‘아기가 생겼으니 고양이는 그만 키우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내 임신과 출산, 육아의 전 과정에서 이런 이야기를 오백 번은 더 듣게 되리라 생각하며 흘려듣는 연습을 하는 중인데도 꽤 속상하고 괴롭다.

  내가 유산으로 힘들어할 때 보송보송한 털과 작은 발로 나를 위로하며 곁을 지켜주었던 이 작은 존재들의 소중함을 그들은 모르기에 하는 말이리라. 그들에게는 내 고양이들이 반려동물도 아닌 애완동물로 보일 뿐이겠지. 여섯 마리와 함께하는 내가 그들 눈엔 유별나 보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위로하고 있다.

  아기 때문에 고양이들이 힘들어하진 않을까. 요즘 내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역시 그런 것들이다. 소리에 예민한 고양이들이 아기 울음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지, 매일 열 번은 안아줄 것을 다섯 번밖에 안아주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보통 그런 것에 대한 걱정들. 우리가 다 같이 따뜻하고 행복한 꿈을 꾸듯 배 속의 아기도 작은 생명을 아끼고 동물과 함께 공존하는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삼색이 태몽을 가진 나의 작은 아가야. 너는 고양이 이모 삼촌들이 많단다. 엄마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따뜻하고 다정한 존재들이야. 너에게도 이 사랑을 가르쳐줄게. 엄마 아빠, 그리고 고양이 이모 삼촌들과 함께 널 맞이할 준비를 해둘 거야. 따뜻한 봄날, 우리 건강히 만나자. 

 

글·사진 장경아 

에디터 조문주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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