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야말로 결혼!”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씩씩하게 사는 사요코(이치카와 미카코). 슬프게도 그녀는 남자에게 유독 인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고양이에겐 인기가 많은데요. 자신을 따르는 고양이가 정말 많죠. 이런 이유로 사요코는 ‘고양이 렌탈’이라는 특별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건 대체 무슨 사업일까요? 그리고 고양이를 빌리는 사람들에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은 종종 고양이에게 선택받는 꿈을 꾸고는 합니다. 이렇게 고양이에게 선택받는 걸 '간택'이라고도 하죠.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건데요. 그런데 만약, 우리에게 고양이가 필요한 순간 고양이가 직접 걸어 온다면 어떨까요? ‘사요코’는 이런 일을 현실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렌탈’ 이라는 특이한 사업을 통해서 말이죠.
‘고양이를 빌려준다고? 고양이가 물건이야? 이런 의문을 가지거나 불편한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올 초엔 ‘공유 고양이’라는 뉴스가 이슈였는데요. 생명을 거래의 대상으로 이용하려는 행태 앞에서 많은 분이 분노했던 일이죠. 하지만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에서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고양이를 결코 물건처럼 다루지 않았죠.
사요코는 ‘대여’라는 말을 하고 있지만, 인연과 묘연 그 어딘가에서 사람과 고양이의 행복을 바라는 배려심 많은 사장입니다. 사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고양이 렌탈’ 사업이 전혀 현실적인 사업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영화엔 금전적 대가가 강조된 물물교환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에 가격을 매기는 문화를 비판하는 사요코의 비범함을 볼 수 있죠. 사요코의 경제력이 걱정될 정도인데요. 이런 점에서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는 어른들의 동화이자 판타지라 할 수 있습니다.
대신, 영화가 보여주는 사람들의 삶과 표정은 너무도 현실적입니다. 홀로 남은 노년의 삶이 걱정인 할머니, 딸과 오래 떨어져 지내야 했던 쓸쓸한 아버지, 아무도 오지 않는 가게를 홀로 지키는 무료한 직원까지. 카메라는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을 비추며 그들이 가진 고민에 다가갑니다.
사요코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모두가 외로운 존재라는 걸 알게 되는데요. 또한, 이들의 가슴에 ‘외로움’이 만든 커다란 구멍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죠. 거기서 오는 공허함에 슬퍼하고, 지친 이들의 표정을 통해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는 우리에게도 있을지 모르는 상처를 돌아보게 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에서 ‘나’를 발견하게 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죠.
가슴에 구멍이 난 사람들은 밖으로도 그런 흔적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는 공간도 어딘가 비어있다는 인상을 주죠. 영화는 이 구멍을 채워줄 수 있는 게 ‘고양이의 사랑’이라 말합니다. 그냥, 고양이가 거기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삶을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하게 바뀔 수 있는지 느끼게 하죠.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는 많은 갈등과 극적인 사건이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소소한 일상 속,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가 천천히 전개되는 영화죠. 이 느린 영상을 고양이들의 귀여운 표정과 분주한 움직임이 가득 채우고 있는데요. 거기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집니다. 덕분에 우리의 일상을 곱씹으며 힐링을 할 수 있는 영화죠.
우리는 종종 내면의 상처를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말이죠. 외로움에 고개 숙여본 분이 있다면, 혹은 마음속에 뚫린 구멍으로 아파하는 분이 있다면, 오늘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로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CREDIT
에디터 HI
사진 출처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스틸 컷((주) 영화사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