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MAGAZINE C. Goodbye, My Darling

  • 승인 2021-07-27 08:35:51
  •  
  • 댓글 0

 

  지난 9월 15일, 자두가 고양이별로 긴긴 여행을 떠났다. 

 
  7월 말부터 자두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늘 머물던 비닐하우스도 자주 비우기 시작했고 새끼들에게 하악질을 하는 빈도도 잦아졌다. 심지어 내가 쓰다듬으려 할 때면 으르렁거리기까지 했다. 하우스에 가끔 나타나 밥만 먹고 사라지는 자두가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우리 가족은 너무 궁금했지만, 따라가 볼 수도 없는 터라 답답하기만 했다. 

자두의 마지막

  혹시 자두가 나타지는 않을까, 자두밭에 갈 때마다 자두를 불러보고 한참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 달이 넘은 어느 날, 자두밭 옆 학교의 학생에게 연락이 왔다. 자두처럼 생긴 고양이가 학교에 나타났는데 조금 아파 보인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곧바로 학교로 향했다.

  학교를 구석구석 둘러보며 자두를 불러봤지만 어디서도 자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날이 밝으면 다시 찾아보기로 마음을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어제 연락 왔던 학생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머리가 하얘졌다. 자두처럼 보이는 아이가 학교에서 죽은 채 발견 됐다는 것이었다. 애써 자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고양이의 꼬리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자두는 꼬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학생으로부터 사진이 도착했다. 아주 짧고 뭉툭한 꼬리. 분명 자두의 꼬리였다. 학교 운동장 한쪽에 고이 누워있는 자두를 부모님과 함께 자두밭으로 데리고 왔다. 외상은 없었다. 푸석해진 자두의 털을 쓰다듬으며 잘 가라고 인사했다. 외롭게 가게 해서 미안하다고, 아픈 거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말 하고 싶었지만 눈물만 하염없이 흘렀다.

  핏기 없이 굳어가고 있는 자두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언니한테 와서 아프다고 징징대기라도 하지. 자기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하우스를 떠난 건지, 마지막 순간에 아이들 없이 자유로이 주변을 여행하다가 떠나려고 한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자두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자두밭에 묻어줄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일까. 먼저 떠난 자두의 아들 홍시 옆에 자두를 묻어주었다.

 

처음 온기를 느꼈던 곳

  자두가 마지막을 맞이한 학교는 자두가 처음으로 사람의 따뜻한 손길을 느낀 곳이다. 자두는 우리를 만나기 전 이 학교 학생들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길고양이인 자두가 초면임에도 우리에게 살갑게 굴었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차가운 길 위에서 지내던 고양이가 처음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느끼고 배를 채울 수 있었던 곳, 자두가 생을 마감하며 떠올린 곳.

  나는 자두의 나이가 많아도 2~3살 정도일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자두를 데리러 갔을 때 학교 직원분께 들은 바로는 자두가 학교에서도 벌써 몇 번이나 출산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자두밭에서의 두 번의 출산이 다가 아니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수많은 새끼를 낳고 기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작년 말, 자두가 이제 남은 삶을 편히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중성화 수술을 해 주었다. 하지만 이미 몸이 많이 망가진 뒤였던 걸까. 자두는 홀몸으로서의 자유를 1년도 채 느끼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려 한다. 자두밭에 잠시 천사가 다녀간 것이라고. 

 

자두밭을 다녀간 천사
  자두와 함께한 기간은 1년 반 남짓이었지만 함께 나눈 추억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 가족에게 처음으로 고양이의 사랑스러움을 알려주었고, 11마리의 귀여운 천사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집안 곳곳에는 자두의 사진이 붙어 있고 핸드폰 배경화면은 온통 자두 사진으로 가득하다. 자두를 만난 이후로 우리 가족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사실 자두는 잠시 외출한 것이고, 아직도 어딘가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 든다. 자두의 몸은 이미 땅에 묻혔다는 것이, 얼마 전 우리가 묻어준 그 고양이가 자두라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항상 집사를 마중 나오고 배웅해 주던, 집사의 발걸음에 맞춰 걸어주던, 집사가 어딜 가든지 따라와 곁을 지켜주던, 무릎에 올려놓으면 따뜻한 눈망울로 날 올려다보던 그 고양이가 참 많이 보고 싶다. 

 

잠시만 안녕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상,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이별 앞에 초연해져야 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별은 언제나 마음이 아프고 되도록이면 영영 피하고 싶다. 특히 우리 가족의 첫 고양이, 자두와의 이별은 더욱더 그렇다.
 
  자두야, 우리 가족 앞에 나타나 주어서 정말 고맙고 행복했어. 한없이 착하고 사랑스러웠던 너를 영원히 기억할게. 이젠 그곳에서 편히 쉬고 행복하게 뛰어 놀기를 바라. 나중에 하늘에서 다시 만나면, 늘 그랬듯 언니를 마중 나와주길. 사랑해, 그때까지 잠시만 안녕.

글·사진 권미소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