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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집에 가야 돼!

  • 승인 2021-07-28 1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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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라는 공간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함께 지내는 반려동물, 오랜 시간 고민하며 들여놓은 가구, 그곳에 남긴 작은 흠집들까지도 모두 집을 편안하고 아늑하게 만들어 준다. 이렇게 소중하고 편안한 ‘집’. 우리 부부는 우리의 브랜드가 공간을 해치지 않는 자연스러운 브랜드가 되기를 원한다. 

매일 봐도 그리운

  고양이를 키우면서 생긴 말버릇이 하나 있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출근길, 집을 나와서부터 적어도 하루에 수십 번은 읊조리는 말이다. 이건 단순한 투정이 아니라 하몽이와 하양이가 있는 ‘우리 집’에 가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다. 매일 똑같다. 하양이가 그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우다다를 하고 꾹꾹이를 하며 다른 식구들을 깨운다. 그럼 나는 밥을 챙겨주고 잠깐 낚 싯대로 놀아준다.

  정신없이 출근하여 디자인실 내 자리에 앉으면 어김없이 한숨 쉬듯 뱉어내는 그 말. ‘집에 가고 싶다’. 일을 하다가도, 커피를 마시다 가도, 퇴근길에서도 멈출 수 없는 그 대사.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나보다 심각한 ‘귀가병’에 걸린 여 집사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부산 여행 중 내가 프러포즈를 했을 당시, 그녀는 울면서 집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도 하몽 이, 하양이와 함께 그 벅찬 감정을 나누고 싶어서였던 게 아닐까.

집에 가야 돼 프로젝트
  고양이의 시간은 사람보다 5배나 빠르다고 한다. 그래서 함께 해주지 못하는 시간이 더더욱 아깝게 느껴졌다. 결국 몽양이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에 ‘집에 가야 돼’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몽양이의 예쁜 모습을 담은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사진과 영상, 우리만을 위한 신문, 몽양이의 재미있는 모습이 담긴 스티커도 만들었다. 부끄럽지만 그게 ‘집에 가야 돼’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아이들에 대해 더욱 잘 알 수 있었다.

  고양이에게도 저마다 좋아 하는 장소와 놀이가 있는 법. 하양이는 이상하게 내 ‘CONICHIWA BONJOUR’ 브랜드의 가방을 참 좋아했다. 이 가방을 방문에 걸어두면 굳이 그 안에 들어가서 하몽이랑 숨숨놀이를 했다. 이 발견을 아이디어로 지금의 타이벡 방석과 터널이 탄생하게 되었으니, 어쩌면 모든 게 하양이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고양이를 위해, 우리들을 위해
  그렇게 시작된 다음 프로젝트.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말 넓은데, 고양이들에게는 집이 세상 전부라는 게 안타까웠던 우리는 이상한 장난감들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보통 마따따비 나뭇가지가 아니라, 진짜 산에서 캐온 흙 묻은 개다래 나뭇가지를 주는 식으로 말이다.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 이었다. 보릿대로 엮은 여치 집에 캣닢 가루를 넣어 준 적도 있다. 물론 1초 만에 뜯겨 나갔지만.

  이쯤 되자 ‘집에 가야 돼’ 프로젝트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와 취향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고양이 덕질’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몽이와 하양이 가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어 새롭게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바람은 하나였다.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제품들을 다른 집 고양이들, 집사님들이 함께 체험하며 사진을 찍고, 서로 자랑하고 소통하면서 모두가 한마음이 되면 좋겠다고. 집이 온 세상인 고양이를 위해, 그리고 “우리 집 고양이를 보러 집에 가야 돼!”라고 말하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사는 집사님을 위해. 

여 집사에게 집이란

  원래부터도 집순이었지만,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면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더욱 커졌다. 회사에 있는 시간에 두 녀석은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결국엔 홈 캠까지 설치했다. 세상에! 내가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고양이는 정말 대단한 동물임이 틀림없다.

  둘 다 회식이라도 있는 날에는 ‘집에 가서 고양이 밥 주고 응아도 치워야 하는데, 오늘은 뭘 하고 놀아주지?’ 끊임없이 집과 고양이 걱정에 시달린다. 마침내 현관에 도착한 순간, 사랑하는 내 고양이들이 문 앞까지 달려 나와 반겨주는 그 감 동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녀석들의 부드러운 털과 나른한 눈 빛, 따뜻한 발바닥 젤리, 아늑한 우리 집,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 그리고 그 안에서 듣는 ‘갸르릉 테라피’.

  처음에는 고양이의 갸르릉 소리가 그저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안 들리면 섭섭할 정도다. 코 고는 소리도 아닌 것이 심장까지 전해 져 오는 듯한 그 울림에 이상하게도 매번 마음이 편안해진다. 집이라는 단어는 떠올리기만 해도 좋다.
 
  우리의 지난날, 소중한 보물이 가득한 공간, 우리 집. 사랑하는 남 집사와 고양이 들, 따뜻하고 포근한 침대, 추억이 담긴 앨범과 숨겨놓은 비상금,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우리의 시간이 가득한 공간. 나는 앞으로도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함께 이렇게 평범하고 따뜻 한 날들을 이어가고 싶다.

 

글·사진 원승연
에디터 신동혁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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