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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가족의 의미

  • 승인 2021-07-30 0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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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부부 역시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계획했던 일들을 잠시 미루어야만 했다. 그게 계기였을까? 올해 초, 우리는 뽀글뽀글 파마 코트를 입은 조단이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됐다.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

  뾰족한 귀 끝에서부터 허리에 이르는 까만 털 부분이 꼭 다크 히어로 ‘배트맨’을 떠오르게 해 ‘배트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꼬불꼬불 배트냥 조단이는 우리 집에 오자마자 적응 기간조차 없이 온 집안을 누비며 개냥이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 후, 조단이는 스튜디오에 방문하는 분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인기 스타가 됐다.

  하지만 창문 밖을 바라보는 조단이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느껴졌다. 혹시 조단이에게 친구가 필요한 건 아닐까? 우리 부부만의 생각일 수도 있기에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그렇게 한 달 뒤, 조단이 동생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 드디어 둘째를 입양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집에 도착한 조니는 우렁찬 목소리로 기선제압에 나섰다. 같은 고양이지만 성격도, 취향도 이렇게나 다르구나 싶었다. 조단이는 첫째답게 의젓하고 듬직한 성격으로 장난감도 동생에게 양보하는 편이고, 둘째 조니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든 것을 독차지하려는 응석받이다. 또 애교도 많고 대범하다. 하지만 조단이에겐 약간의 식탐이 있는지라, 조니가 남긴 사료까지도 싹 해치우는 대식가의 면모를 보이며 날이 갈수록 점점 거묘(!)가 되어가고 있다. 

 

바라만 봐도 좋은 

  날마다 꼭 붙어, 세상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된 조단이와 조니. 설거지할 때면 꼭 옆에 와서 훈수 두는 듯 우두커니 지켜보고, 화장실을 갈 때면 문 앞에서 항상 기다려 주는 너희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너희들의 그릉그릉 소리를 듣고 있으면 수면제도 필요 없이 잠이 솔솔 온다. 너희에게는 우리가 필요하고, 우리에게는 너희가 필요한 그런 묘한 관계.

  새벽에 머리를 콩 들이밀며 내 팔 밑을 파고들고 간식을 흔들면 고양이로서의 자존심도 버린 채 손도 잘 내어준다.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잠든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곁으로 와 꾹꾹이를 해주고 골골송을 불러주고 내 얼굴을 정성껏 핥아줄 때면 조단이와 조니가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 같다는 생각도 든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지금은 그런 편견이 많이 사라졌지만 강아지에 비해 고양이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조금은 낯선 동물인 듯하다. 우리 부부 역시 처음에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이란 어떨지 쉽사리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조단과 조니를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첫 합사, 친해져 가는 둘, 밥을 먹고 장난을 치는 소소한 모습까지.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뿌듯하다. 지금도 우리는 조단이와 조니의 몸짓, 그리고 울음소리에 담긴 의미에 대해 날마다 공부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도 조금씩 ‘민감한’ 집사가 되어가는 중이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언제나 곁을 지켜주는 두 냥이들 덕분에 날마다 행복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누가 처음 말했는지 모를 유명한 문장 하나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고양이는 사랑이에요!”

글·사진 조원석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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