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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좁은 이부자리에서 꾸는 꿈

  • 승인 2021-08-03 09: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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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이에서 평생 살이로

  모카와 두부와 함께 산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탁묘로 시작해서 한 가족이 되기까지,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함께 하게 되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원래 오빠네(당시 남자친구이자 현재 남편)가 키웠던 아이들이라, 처음 왔을 때부터 이름을 짓고 자라오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키울 상황이 되지 않았던 그때, 작고 앙증맞은 고양이 모카와 두부를 보러 가는 건 내 삶의 큰 기쁨 중 하나였다. 오빠네 가족이 며칠씩 집을 비우게 되면 기꺼이 아이들을 돌보러 오빠 집으로 향하곤 했다. 고백하건대 고양이가 보고 싶어서 오빠 집으로 향한 적도 꽤 많았을 정도.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이따금씩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행복했다. 고양이들은 가끔 한 달씩 우리 집에 ‘한 달 살이’를 하러 오기도 했다. 그럴 때면 하루하루 시간이 가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그렇게 고양이가 예쁘면 한 마리 키우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결코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될 문제였다. 일의 특성상 자주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았고, 예쁘다는 이유만으 로 생명을 들이는 건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집사가 처음이라
  처음엔 한 달, 그다음엔 두 달, 그리고 이젠 아예 우리 집에 살게 된 모카와 두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우린 서로에게 점차 익숙해졌다. 고양이들이 온 뒤부터는 일 때문에 외부에 따로 얻었던 내 작업실도 정리하고, 집 안에 작업실 공간을 만들어 두기로 했다. 거실 한 켠에는 캣타워나 스크래쳐 같은 고양이 용품들이 하나둘씩 늘어났고, 부엌 찬장에는 고양이 간식과 사료, 모래 등을 넉넉히 쟁여 놓았다. 아이들이 찾으면 언제라도 줄 수 있도록 말이다. 또 베란다엔 고양이들이 일광욕을 하며 밖을 내다볼 수 있게 커다랗고 안락한 의자도 준비해두었다. 원래는 내가 책을 볼 때 썼던 의자였지만, 고양이들을 위해 기꺼이 양보한 것. 아니, 양보라기보다는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어주었다고 해야 할까.

  외출할 때면 집에 있는 모카와 두부 생각이 몽실몽실 떠오른다. 하룻밤이라도 자고 올라치면 다음 날 아침에 당연한 듯이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집에서 작고 사랑스러운 생명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자연스레 집순이, 집돌이가 되어버리곤 하는 것. 심지어 잘 때조차 모카와 두부를 위해 침대 한 켠을 그냥 내어주면서, 정작 우리 부부는 끄트머리에서 잘 때도 있었다. 그치만 발 한쪽이라도 우리 곁에 두려고 옹기종기 모여드는 이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바라보면 내 한 몸 좁게 자면 어떠리- 한없이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익숙해진다는 것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과 함께 사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우리도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야 하고, 고양이도 우리에 대해 알아가야 한다. 조금씩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렇게 서로에게 물들어가듯 우린 가족이 되었다.

  아침이면 원두를 직접 갈아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곤 한다. 그런데 드르르륵 전동 핸드밀의 소리가 고양이들에겐 무섭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처음엔 소스라치게 놀라던 아이들도 이젠 익숙한 듯 원두 향을 맡으러 옆으로 온다. 알람보다도 빨리 깨워주는 고양이 덕분에 아침을 조금 더 일찍 시작하고, 내 식사보다 고양이들의 사료를 먼저 챙기는 일과. 조용하던 일상이 고양이 두 마리로 인해 조금은 소란하고 분주해졌다. 오히려 우리의 마음은 더 깊고 너그러워졌다. 오래오래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되기를.

글 이수현
사진 최상원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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