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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우리 집 고양이, '강아지'

  • 승인 2021-08-10 08: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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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지를 만난 지 벌써 4년이 지났어요.” 아지의 집사가 운을 뗐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근데 꼭 엊그제 같다고, 너무 생생하다고. 우리 아지 앞으로 오래오래 예쁘게 기억할 수 있게 인터뷰 잘 부탁한다고. 

 

서로를 선택한 사이

  2016년 9월 26일. 집사는 그날따라 날씨가 좋아 버스를 타는 대신 걸어서 집에 가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야옹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홀린 듯 다가갔다고. 단지 입구에 다다르니 애처롭게 울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집사의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고양이를 안고 있는 한 아주머니가 있었다.

  두 달 전쯤 나타난 녀석인데, 사람 손을 잘 타고 샴푸 향이 나는 게 어쩐지 주인이 있는 고양이 같아서 수소문했지만 연락이 없다고 했다. 이제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데 걱정이 된다는 말에 집사의 마음속 한구석에서 용기가 샘솟았다. 그렇게 집사는 곧장 동물병원으로 달려가 건강검진을 받고, 집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집사는 아지와 만났다. 내가 아지를 선택한 게 아니라 아지가 나를 선택한 거라며, 집사는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제가 강아지인데요?

  “아지라는 이름이 참 예쁜 것 같아요. 따뜻한 느낌이랄까? 근데 혹시 성이 강은 아니죠?”라는 질문에 호탕하게 웃는 집사. “맞아요! 제가 강 씨거든요. 아지는 제 가족이니까, 제 성을 따라야죠! (웃음)” 아지는 털 빗는 것도 뱃살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아한다며, 이 정도면 강아지보다 순한 거 아니냐고 자랑스러워하는 집사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고양이는 고양이인지라, 집사의 말을 귀찮아하며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단다. “정말 예의 있는 고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입맛이 꽤나 까다로워졌어요. 예전에는 사 오는 건 모두 다 잘 먹어서 기특하고 행복했는데, 요즘은…. 고르고 골라서 사 온 간식들도 매몰차게 무시하곤 한다니까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사실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만난 가족이었기에 처음부터 모든 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아지는 치주염이 있었고, 귀지가 심했으며, 눈병까지 앓고 있었다. 다행히도 귓병과 눈병은 치료를 받고 나았지만 치주염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으로는 치료가 어려워져 결국 발치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고. 집사는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처럼 느껴져 괴로웠단다. 학생 시절에 더 좋은 치료를 충분히 해주지 못했던 탓이라고 말이다.

  수소문 끝에 아지에게 꼭 알맞은 병원을 찾았고, 수술도 무사히 잘 끝나 지금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참 다행이라고 집사는 덧붙였다. 집사는 힘들었던 시간을 겪으며 새삼 ‘가장의 책임감’을 배웠다고 한다. 아무리 아프고 힘든 순간이 닥쳐오더라도, 마지막까지 꼭 곁을 지키겠다는 책임감 말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게

  “꽉 찬 4년이 정말 하루아침에 지나간 것 같아요. 아마 앞으로의 시간도 그렇지 않을까요. 아지와의 만남을 예상하지 못했듯이, 아지와의 이별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가올 수 있겠죠. 그때 아지가 ‘너랑 있어서 꽤나 재미있었다, 집사! 좋은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라고 웃으며 말해주면 좋겠어요. 그 말을 듣기 위해서라도 날마다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사랑해 주고, 놀아주려고 해요. 그러면 아지도 제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요. 우리는 눈빛만으로도 통하니까요.” 


  창가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을 쬐며 등 하교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여유를 아는 고양이 ‘강아지’. 아지의 창문 너머에서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그리고 그 일들을 집사에게 종알종알 이야기하며 따스하고 포근한 겨울을 맞이하기를 바라본다.

글·사진 성예빈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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