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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울보 고양이, 그리고 안녕

  • 승인 2021-08-10 09: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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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때와 다름없던 따사로운 가을날, 집에 새로운 ‘냄새’가 들어왔다. 그 낯선 냄새는 너무 시끄러웠는데도 엄만 그저 그 냄새를 안아 주기 바빴다. 분명 내가 배가 고프다고, 심심하다고 울었는데 말이다. 

 

시끄럽고 이상한 냄새
  ‘내 울음이 들리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즈음. 나는 슬슬 졸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해가 져 있었다. 나는 이미 잘 준비를 끝마쳤는데, 왜 아직 아무도 자리에 눕지 않는 거지? 매일 밤이면 조용히 엄마의 향기를 맡으며 잠들곤 했는데 오늘은 그저 시끄러운 울음소리만 가득하다. 그 소리가 너무 크고 정신이 없어 나는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도, 냄새를 맡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빠는 해님이 고개를 내밀면 나에게 와, 배가 고프냐고 묻고 내가 좋아하는 간식과 사료를 엄마 몰래 주고는 했다. 음, 지금은 이미 해가 중천인 거 같은데. 아빠는 나에게 오기는커녕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인다. 

 

100일 된 사이

  자몽이에게 동생이 생겼다. 그리고 동생이 집에 온 지 어느덧 100일이 다 되어간다. 아기를 집에 들이기 전부터 주변 사람들은 이런저런 걱정을 했다. 신생아를 고양이랑 어떻게 같이 키울 수가 있냐고, 아기한테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다른 곳에 맡기라며 무책임한 소리를 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자몽이가 더 걱정이었다. 자몽이는 호기심이 많고 활발한 편이다. 그런 자몽이에게 아기의 존재가 큰 스트레스가 되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

  처음에는 아기와 자몽이 둘 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혹 서로에게 자극이 될까, 또 한편으론 꿈에서 바라던 귀여운 아기와 귀여운 고양이의 조합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집사’에 이어 ‘부모’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어서일까? 우리의 눈길은 어느새 조금씩 아기에게 쏠리고 있었다. 엄마 아빠를 애타게 찾는 자몽이에게 예전만큼 사랑을 주고 싶었지만, 우리의 체력은 생각보다 금방 바닥을 보이고 말았다.

 

육아=육묘
  나와 남편은 그동안 자몽이의 울음소리와 발걸음에 담긴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요즘은 달랐다. 서로 마음이 통한다고 느꼈던 것은 어쩌면 그땐 우리의 하루가 자몽이 중심으로 돌아갔기 때문은 아닐까. 요즘에는 자몽이가 울어도 달려가지 못하고, 매달려도 안아주지 못한다. 이미 품에는 아기가 안겨 있기 때문이다.

  자몽이는 ‘자몽아 미안해’라며 연신 사과만 하는 엄마가 안쓰러운 건지 아니면 기대가 없어진 건지, 이제 아빠가 집에만 돌아오면 울곤 한다. 눈치 빠른 남편은 나 대신 자몽이를 더 많이 안아주기로 했다. 자몽이도 이제는 그걸 잘 아는지, 내 앞에선 잘 울지 않는다. 대신 아빠만 보면 온종일 운다. 설령 방금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갔다 오고 신나게 논 직후여도 말이다. 자몽이의 아양을 받아줄 사람이 이 집안에 아빠뿐이란 걸 아는 걸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자몽이의 양보로 또 나의 미안함으로, 그렇게 우리의 육아와 육묘는 한 단어가 되어가는 중이다. 

 

다시, 새로운 시작
  연재를 시작한 지 1년 4개월이 지났다. 덕분에 자몽이와 우리에게는 활자로 새겨진 선명한 추억이 생겼다. 신기하게도 잡지를 보고 자몽이와 우리를 알아봐 준 지인도 있었다. 그걸 보면서 ‘우리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신중히 글을 썼다.

  창작의 고통이란 게 이런 걸까? 잡지 속 자몽이 사진이 예쁘게 나와 행복했던 기쁨도 있었고, 보낸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아쉬웠던 기억도 있었다. 짧지 않은, 하지만 그렇게 길지도 않던 자몽이 가족의 이야기는 여기서 잠깐 멈추려 한다. 집사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아직 미숙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더 나은 부모, 더 훌륭한 집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다듬어주신 에디터님, 자몽이의 안부를 물어주던 지인분들 그리고 매거진 C의 작가를 자청하신 모든 집사님, 그리고 독자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다양한 고양이 이야기로 가득한 매거진 C 덕분에 자몽이네 책장에는 행복한 추억이 가득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사진 김성은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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