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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터뷰] 고양이도 우리 민족이었어! ‘코리안 쇼트헤어’

  • 승인 2021-08-17 0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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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강아지와 고양이는 정말 다양한 종이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개성과 매력이 있죠. 그들에게 어떤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를 위해 '견묘백과 펫터뷰'에서 다양한 강아지, 고양이를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담는 인터뷰 콘텐츠를 준비했습니다.

 

펫터뷰의 네 번째 주인공은 길에서

어쩌면 오늘도 길에서 만났을

고양이 ‘코리안 쇼트헤어’입니다.

‘코리안’이라는 말이 친근하면서도 낯선데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들어볼까요?

 

Q. 가장 친근하면서도 자랑스러운 이름을 가지고 계신 분이네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제가 더 일찍 인터뷰하려고 했는데, 요즘 올림픽 기간이라 정신이 없었어요. 이름 탓인지 한국 선수를 응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제가 경기에 나간 것처럼 이입하고 봤다니까요! 이야기가 길어젔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코리안 쇼트헤어’라고 합니다.


  사실 언제부터 ‘코리안 쇼트헤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지는 확실하지 않은데요. 고양이를 사랑하는 분들이 ‘아메리칸 쇼트헤어’라는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요. 이름처럼 저는 우리나라의 첫 번째이자 가장 오래된 고양이라고 할 수 있죠. 저희 조상들이 삼국시대부터 살았으니 1,000년 넘게 한국에서 살고 있답니다. 그 덕에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고양이이기도 해요. 오늘 아침 길에서도 절 보셨을걸요?

 

Q. 맞아요. 인터뷰 오는 길에도 만났는데! 옛날이야기를 조금 더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역사 시간이 될 것 같은데, 졸지 말고 잘 들어주세요. 저희 조상의 흔적은 여러 유물과 기록에 남아 있어요. 5~6세기경 가야 토기에 저희 조상이 그려져 있었고, 9세기경 신라 왕궁 근처 우물에서 조상들의 뼈가 발견되기도 했죠. 이런 점들을 근거로 삼국시대부터 살았다는 추측이 가장 유력해요. 불교가 들어올 때 경전을 갉아 먹는 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건너왔다고들 하죠.

 

Q. 역사가 기억하는 특별한 분도 있을까요? 

A. 저희 조상을 모셨던 집사 중 가장 계급이 높았던 분은 임금님이에요. 조선의 19대 왕이셨던 숙종의 고양이 사랑은 정말 유명하죠.


  현종의 능에 가던 길에 굶주린 노란 고양이를 발견한 숙종은 그 고양이에게 ‘금덕’이라 이름을 붙여 주시고 따뜻하게 보살피셨다고 해요. 하지만 그 고양이는 새끼를 낳고 금방 세상을 떠나버렸고, 숙종은 그 새끼를 ‘금손’이라 부르며 더 정성을 들이셨죠.

 

  임금님이 ‘금손’이란 고양이를 얼마나 아끼셨냐면, 같이 밥을 먹을 정도였다고 해요. 직접 고기반찬을 주실 정도였죠. 여러분 조상님 중에 임금님과 함께 밥을 먹어본 분이 많지 않을걸요? 그리고 일을 하실 때도 항상 곁에 두셨다고 합니다. 나중에 임금님이 세상을 떠나셨을 때는 ‘금손’도 삼일을 통곡하다 임금을 따라갔다고 해요. 이를 가엽게 생각하신 인원황후께서 임금 묘소 옆 길가에 고양이를 묻어주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죠. 



Q. 한국에 오랜 시간 있으셨던 만큼 인기도 많으시겠어요.

A. 이미 길에서 저를 많이 보셨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정확한 숫자로 저의 인기를 알려드릴 테니 집중해주세요. 올해 한 기관에서 발표한 ‘2021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전체 가구의 약 30%가 강아지나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고 해요. 604만 가구, 1,448명, 엄청난 숫자죠?


  이 반려 가구 중 25%가 고양이와 함께하고 있고, 그중 가장 많은 고양이가 코리안 쇼트헤어라고 해요. 제 뒤로는 ‘러시안 블루’, ‘페르시안’ 등이 있죠. 간단히 말해, 제가 한국에서 가장 사랑을 받는 고양이입니다! 역시 한국에선 한국 고양이가 대세인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Q. 정말 다양한 무늬를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코리안 쇼트헤어’하면 정말 다양한 고양이를 상상할 것 같은데요?

A. 관찰력이 뛰어나시네요! ‘코리안 쇼트헤어’는 팔색조의 매력을 가지고 있죠. 저희는 오랜 시간 한국 곳곳에서 지내다 보니 혼혈이 많아요. 그래서 무늬를 하나로 정의하기도 힘들죠. 하나씩 소개해들리게요. 주황색 줄무늬를 가진 ‘치즈 태비’, 흰 바탕에 회색과 검은색 줄무늬를 가진 ‘고등어’, 온몸이 새까만 ‘올 블랙’, 검은 바탕에 턱, 가슴, 배 부분이 흰색인 ‘턱시도’, 반대로 흰 바탕에 검은색 무늬가 있는 ‘젖소’, 하나의 색 바탕에 두 색깔의 반점이 찍힌 ‘삼색이’, 불규칙한 색과 무늬를 가진 ‘카오스’ 등이 있어요.


  이렇게 색상으로 구분하는 것 외에도 생김새에 따라 개성 있는 별명도 있답니다. 입가에 짜장 양념이 묻은 것처럼 보이는 ‘짜장’, 고양이 발 패드를 딴 ‘젤리’, 다리 부분에 경계가 있을 땐 ‘양말’ 등 센스 있는 애칭들이 많아요. 역시 한국인들의 센스란!



Q. 한국에서 오래 있으셨으니, 우리와 잘 맞는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성격은 어떠신가요?

A. 한국에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 편이에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지만, 예전엔 ‘도둑고양이’라고 저를 안 좋게 보는 분들이 많았어요. 너무 흔하다는 인식 탓인지, 저를 귀찮게 생각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그땐 정말 서운했는데, 지금은 많은 분의 도움 덕에 이런 인식도 사라지고 있어요. 이제는 ‘길고양이’라는 말이 표준어가 되었답니다.


  많은 유전자가 섞인 탓에 ‘코리안 쇼트헤어’는 활발한 성격을 가진 친구들이 많아요. 그리고 길 위에서의 생활이 잦아서 그런지 야생성이 무척 강하죠. 그래서 사냥본능도 엄청난데요. 쥐나 다람쥐, 새를 사냥하기도 해요. 아,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분들이 이건 꼭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길에 쥐가 없는 데엔 저희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말이죠.

 

  이런 야생성 탓에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도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까칠하다는 인상도 있죠. 하지만 그 경계심만 허물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답니다. 강아지처럼 경계심이 약해 ‘개냥이’라고 불리는 친구들이 있는데, 종종 만나 보셨죠? 이런 점 덕분에 가장 인기 있는 고양이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저희를 집고양이로 길들인다면, 집사에게 표현하는 애교를 자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Q. 유독 한국을 사랑하시는 것 같아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반려인들에게 바라는 점을 들어보면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A. 제가 밖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많이 보셔서 그런지 굉장히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이미지와는 반대로 고양이 백혈병, 전염성 복막염, 면역 결핍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빈도가 꽤 높은 편이랍니다. 이건 치사율이 높아서 무시무시한 병들인데요. 예방접종도 해주시고, 건강검진도 자주 받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길고양이 싫어하시는 분들께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저희도 이 도시에 도움이 되는 일을 고민하고 있으니, 너무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 너무 가까이 오시면 무서워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나쁜 마음은 없으니 섭섭해 마시고요. 여러분 옆에서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한 가족 같은 존재라는 걸 한 번 더 생각해주세요. 저도 한국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같은 민족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CREDIT
에디터 HI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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