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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연(緣), 마음 한편을 내어주세요

  • 승인 2021-08-24 08: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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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을 구해주세요

  지난 6월 말 강원도 화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온 연락. 몇 달 전부터 학교 뒷산에 고양이 세 마리가 나타나 학생들이 돌봐주고 있었다고. 어쩌면, 유기된 고양이들이 아닐까 하는 것이 학생들의 추측이었다. 그들 중 대다수였던 3학년 학생들은 졸업하기 전에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다고 했다. 처음엔 강원도, 그것도 굳이 학교에까지 찾아가서 고양이를 버리고 갔다 생각하니 화가 났다.

  실제로 고양이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화천군에 방문했다. 전화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실제로 보게 된 개체 수는 네 마리. 통화했던 학생은 처음에 분명 고양이가 총 세 마리라고 했다. 개체가 늘어난 것으로 보아 아마 본디 학교 근처 마을에살고 있던 고 양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서는 길고양이라고만 하지만, 사실 모든 길고양이가 유기묘인 것은 아니다. 영미권에서는 보통 길고양이를 ‘stray cat’과 ‘feral cat’으로 구분한다. stray는 사람 손을 탄 고양이를 말하고 feral은 야생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양이를 말한다. 처음 전화를 받고 약 3~4개월 정도 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세 마리 였던 고양이가 여섯 마리가 된 점, 최근 코로나로 인해 해당 지역엔 국내 여행객조차 줄어든 점과 한눈에 보기에도 어린 친구라는 점 등을 생각해 보니 원래 그 부근에서 사는 고양이들 같다는 생각을 굳혔다. 


지키고자 하는 사람, 해하고자 하는 사람

  유기된 고양이인지, 원래부터 그곳에 살고 있던 고양이인지 여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문제다. 첫째로, 프로젝트의 범위를 결정한다. 마을에 살던 개체일 경우 더 많은 고양이가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학생들이 밥을 계속 주는 이상 개체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안타깝게도 몇 마리의 중성화와 접종,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캠페인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둘째로, 입양이 적합한지 생각해볼 수 있다. 사람 손을 잘 타지 않는 친구의 경우 입양을 함부로 보내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학생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던 친구들이라 그런지 사람을 경계하거나 공격하지는 않았다.

  곧 이어진 학생들과의 이야기 시간. 학생들은 자신들이 졸업했을 때, 이 친구들이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었다. 실제로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주말이면 마을에서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물어뜯는 고양이들이 있고, 그 친구들을 해하려고 약을 타 놓는 마을 어르신들도 있다고 했다. 학생들보다 고양이와 공존한 시간이 오래되셨을 텐데, 눈앞이 아득해졌다. 다행히 문제점을 알고 고양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급하게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함께, 다 같이, 더불어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한 건 5천 년도 훌쩍 넘었단다. 초기 농경사회이던 때, 당시 고양이 뼈를 분석해보면 고양이들은 쥐뿐만 아니라 사람이 주는 곡물도 먹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우연히 고양이가 사람에게 온 게 아니라, 사람이 야생 고양이를 길들여가며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증거겠다. 5천 년 전에도 고양이는 항아리를 깨고, 식탁 위로 올라와 생선을 훔쳐먹었을 터다. 먼저 손 내민 인간과 그런 인간에게 길든 고양이. 그리고 지금, 손 내미는 고양이와 해치고자 하는 사람. 아이러니하다.

  2020년 9월 중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인천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고양이 뼈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온다. 항간에는 일부러 살점이 붙은 뼈를 두고 가 근처 고양이들이 먹게끔 유도했다는 소문도 있다. 뉴스에 나온 것이 처음이지, 이런 일은 전부터 꾸준히 있었다.

  물론 나라고 해서 흠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길을 걷다 비둘기가 다가올 때면 반사적으로 피하게 되고, 쓰레기나 토사물을 헤집는 모습을 볼 때면 거북한 감정도 든다. 그래서 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의 감정 자체를 부정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비둘기에게 돌을 던진 적도 없고,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단연코 더욱 없다. 누군가는 현 사회가 ‘반려동물 세상’이라는데, 지금도 이 땅 어딘가에서 수많은 동물들이 죄 없이 버림받고 죽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오천 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어쩌면 우린 다른 생명과 어울려 사는 방법을 조금씩 잊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어제는 여섯 마리가 되었다는 전화가 왔다.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참 빨리도 늘어간다.


글 박찬우
사진 박흥배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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