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MAGAZINE P. WELCOME HOME, SWEETY

  • 승인 2021-08-24 09: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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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아침이 기다려지는 기분 좋은 태동, 침대 머리맡에서 들리는 쿤이의 골골 송. 거실에서 들려오는 아직도 한창 꿈나라에 있는 듯한 구찌의 드르렁드르렁 코골이 소리. 결혼한 지 6년, 드디어 우리 부부에게도 아이가 생겼다. 


둥지 본능

  ‘둥지 본능’, 새로 태어날 새끼를 위해 집을 단장하고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출산 준비 과정에서 강아지들은 새끼를 눕힐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고, 고양이들은 부드러운 천 조각을 모은다는 말이있다. 나 역시 예정일에 가까워지면서 집안을 열심히 비우고 채우고 또 쓸고 닦으며 아기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집안 살림뿐만 아니라 구찌와 쿤이가 안 쓰는 용품마저도 전부. 얼마나 열심이었냐면, 하루는 남편이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여보, 이러다가 나까지 버리는 거 아니야?”


  물론 집 청소뿐만 아니라 아이들 케어에도 평소보다 더욱 신경을 썼다. 아무래도 아기가 집에 오면 털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당분간은 아이들 미용을 시켜 주기로 했다. 또 혹시라도 나중에 내가 육아에 집중한 나머지, 아이들의 건강 이상을 눈치채지 못할까 봐 종합 건강검진까지도 마쳤다. 훗날 태어날 아기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구찌 쿤이와 함께 자라게 된다니….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우아한 클래식이나 동화책보다도 구찌와 산책하고 쿤이와 교감하는 것이 내게는 최고의 태교였다. 

 

엄마 다녀올게!

  어느덧 임신한 지 35주, 혈압이 오르고 온몸이 점점 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36주 6일째가 되어 정기검진을 받던 날, 나는 의사 선생님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통보를 받고 말았다. 짐은 남편에게 가져와 달라고 해도 되니, 지금 당장이라도 입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 안 돼요, 선생님. 내일 입원하면 안 될까요?”


  간절한 나의 부탁에 입원은 결국 다음 날로 미뤄졌다. 급하게 집으로 와 짐을 챙기면서도, 앞으로 3주 동안 구찌와 쿤이를 못 본다는 사실이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9년을 함께 하면서 이렇게 오래 떨어져 본 적이 없었기에 벌써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했다. 일주일만 떨어져 있어도 보고 싶어 죽겠는데 3주라니…. 앞으로 혼자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남편을 위해 메모를 적어 냉장고에 빼곡히 붙여놓았다. 사료부터 간식과 영양제 급여 방법부터 배변과 청소, 그리고 산책 방법,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얘들아, 밥 잘 먹고 있어. 엄마 다녀올게!”라는 인사까지.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3주 전 집을 떠났던 그날처럼.

 

첫 육아의 서막이 오르다

  드디어, 10개월 동안 내 뱃속에 있던 아이를 품에 안았다. 과연 아이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조리원에 있는 동안 나는 구찌, 쿤이에게 아기를 어떻게 소개해주면 좋을지 고민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인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 검색도 해본 결과, 생각보다 다양한 방법들이 있었다. 아이를 싸고 있던 속싸개를 미리 반려동물에게 주고 냄새를 맡게 하거나, 안전을 위해 처음부터 격리하는 방법 등등. 3주가 지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아기와 구찌, 쿤이의 첫 만남은 어떨까? 반가워할까, 아니면 무관심할까?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버선발로 달려 나와 반겨주 었다. 언니 왔어!


  나보다 10달은 더 기다린 것 같은 구찌는 예상대로 포대기 속 아기를 보자마자 정신없이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이들이 눈앞에 있는데도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드디어 구찌 언니, 나의 첫 육아가 시작되었다.


글·사진 전소영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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