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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꿀빵이는 못말려

  • 승인 2021-08-24 09: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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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대스타 막둥이 김꿀빵

  꿀빵이가 오기 전, 우리 가족은 시츄 세 마리를 길렀었다. ‘피추’라는 이름의 모견과 두 딸, ‘배추’와 ‘상추’였다. 그리고 재작년 배추를 마지막으로 세 아이 모두 먼 소풍을 떠났다. 적막감이 감도는 집엔 차가운 바람마저 부는 듯했고, 가족 간의 대화도 현저히 줄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아파  울다 잠드는 밤이 얼마나 많았는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오랜만에 본가에 놀러 온 언니가 가족들을 향해 조심스레 입을 뗐다. 우리 한번 다시 잘 키워보는 게 어떠냐고. 한번 준 정 다시 떼기가 무서워 지인의 반려견을 잠시 봐주는 것조차 거절했던 엄마, 피추만한 강아지가 없다고, 피추 말고는 다 싫다던 아빠.

  그랬던 부모님인데 이제 슬쩍 언니의 말에 긍정적인 마음을 내비친다.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맞이한 우리 집 막내, 바로바로 김꿀빵 되시겠다! 물론 지금은 나보다 우리 부모님이 더 꿀빵이에게 안달 난 편(특히나 아빠). 그럼 그렇지, 이렇게 귀여운데 안 예뻐하고 배기냐구요! 


부캐1) 키우기: 나는야 꿀빵맘

  꿀빵이가 우리 가족이 된 후 지인들의 안부 인사도 바뀌었다. “꿀빵맘~ 잘 지내?”, “나도 꿀빵이 보고 싶어”, “꿀빵이도 데리고 나와~” 등등. 친구들 사이에서는 아예 ‘꿀빵맘’이라 불릴 정도로 나의 꿀빵맘 부캐 활동(?)은 요즘 아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꿀빵이 사진을 혼자만 보기 아까워 별도로 SNS 계정도 만들었는데, 꿀빵이의 매력을 알아주시는 분이 많아 감사한 요즘이다. 반면 내 SNS 계정에 올라온 게시글은 작년 크리스마스 때가 마지막이더라. 이런 게 바로 개엄마의 삶인가. (씁쓸) 

1) 온라인 게임에서 유래된 말로, 원래 사용하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副) 캐릭터를 이르는 말. 

 

꿀빵이 당기는 계절

  함께여서 좋은 점이야 많고 많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덕분에 사계절을 골고루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봄에는 예쁜 벚나무가 양옆으로 늘어선 길을 누가 꽃인지 모를 정도로 귀여운 꿀빵이와 함께 걷고, 여름에는 풀 내음 가득한 공원을 따라 산책하며 새삼 그늘이 주는 고마움을 느낀다.

  또 가을엔 청명하고 높다란 가을 하늘 아래 바삭바삭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를 함께 들을 수도 있다. 특히 나는 꿀빵이랑 함께하는 겨울이 가장 좋다. 군고구마 하나면 온갖 애교와 충성을 다하는 꿀빵이를 볼 수 있으니까. 또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자연스레 내 품을 파고들며 잠을 청하는 꿀빵이를 쓰다듬으며 잘 수 있으니까.

  아무리 지치고 피곤해도 그때만큼은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달까?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내 옆에 동그랗게 똬리를 틀고 쿨쿨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으윽, 심장어택. 정말이지 건강에 좋지 않다. 그럴 땐 최소 뽀뽀 백만 번은 날려 줘야 조금이나마 충격이 풀린다. 꿀빵이가 누운 이부자리에서 폴폴 풍기는 꼬순내는 덤! 

 

고슴도치 개 엄마의 하루
  오늘도 어김없이 산책을 나왔다. “야, 넌 어쩜 매일이 화보냐?”, “꿀빵아, 그렇게 귀여우면 우주 대스타밖에 못 해!” 온갖 주접 멘트가 난무하는 산책. 아마 모든 견주들이 공감할 거다.

  사실 원래 나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처음 보는 사람과 말을 섞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런데 꿀빵이의 사회화 교육을 위해 날마다 산책하러 나가다 보니 내 성격까지도 참 많이 달라졌다.

  마주치는 털북숭이 강아지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도 건네보고, “귀여워~” 하며 너스레도 떨어본다. 그렇게 견주들과도 한두 마디씩 나누다 보면 물 흐르듯 대화가 이어진다. 가끔 이런 생각도 든다. ‘아니, 대체 누굴 위한 사회화 교육인가?’

  이젠 제법 나도 산책이 익숙해졌는지 오며 가며 꿀빵이 자랑도 은근히 늘어놓곤 한다. 이렇게 오늘도 내 핸드폰 사진첩엔 꿀빵이 사진들이 알차게 한 장 두 장 차곡차곡 적립된다. 이러다간 얼마 안 가 저장 공간이 꽉 차버릴 것이 분명하지만 어쩔 수 없다. 찍지 않고선 배길 수가 없는걸. 에휴, 나 고슴도치 개 엄마 다 됐다!

 

글·사진 김한지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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