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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너의 모든 날이 빛나도록

  • 승인 2021-08-30 08: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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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처음은 특별한 법.

로지를 처음 사진으로 만났을 때, 
나는 그 작은 갈색 털북숭이의 
파란 눈동자로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나의 작은 꽃 로지

  베들링턴테리어를 입양하기로 결심한 뒤 온갖 공부를 하며 준비하기를 꼬박 일 년 하고도 반. 드디어 우리의 작은 꽃, 로지를 만날 수 있었다. 견주라면 으레 그렇듯 나 역시 로지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로지와 함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주변 강아지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소위 ‘잇 템(it item)’으로 소문난 것이라면 다소 비싸더라도 망설임 없이 구매하곤 했었다.

 

  로지가 3살이 되던 해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잘 뛰어놀던 로지인데 열이 오르더니 구토 증세를 보이며 아파하기 시작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로지를 업고 병원으로 향했다. 요새 유행하는 장염이나 감기인가 싶었는데, 의사 선생님은 내가 상상조차 못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염증 증세가 있네요. 그건 약 먹으면 금방 괜찮아져요.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 있어요. 아이의 신장이 보통과 조금 다른 듯합니다. 정밀 검사를 해 보시죠.”

 

  마침 건강검진을 한 번 받아보려고 생각하던 참이라, 로지의 컨디션이 회복되자마자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보니 예쁜 콩팥에 동그랗게 종양이 붙어 있는 게 보였다. 드문 케이스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때 내 머릿속에는 온통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My  Little Rozy

 

 

NO DAY BUT TODAY

  큰 수술이었지만 다행히 잘 마무리됐고, 회복도 빨랐다. 지금도 우리는 달마다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추적 검사를 통해 로지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다들 막연하게 헤어짐을 상상한다. 우리 또한 그랬다. 한 20년 정도를 우리와 함께 지내다 무지개다리를 건너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받은 그날, 나와 남편의 가치관은 완전히 달라졌다. 좋은 옷, 좋은 소품, 좋은 간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보다는 좋은 재료로 손수 만든 간식을 먹이고, 행복해하는 로지의 얼굴을 보며 마주 웃고, 지금 이 시간 행복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다짐을 더 했다. 금세 흘러가 버리는 ‘현재’를 사진으로 남기자고. 참 신기한 일이다. 로지가 곁에 있다고 생각하니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들도 슈퍼 파워가 생긴 것처럼 해낼 수 있게 되고, 새로운 곳, 새로운 것에 도전하다 보니 보물 같은 추억들이 방울방울 쌓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그 추억들을 머릿속에만 담기가 아까워 사진을 찍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앨범을 뒤적거리다 로지와 우리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사진을 발견할 때면 그저 행복할 뿐이다.

 

  나의 예쁘고 작은 꽃, 로지야.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웃을 수 있게 해 줄게. 우리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행복으로 가득하도록, 너의 모든 날이 빛나도록.

 

글 백재은
사진 위드정우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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