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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 승인 2021-08-30 08: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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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말 아침, 눈을 떠보면 아이들은 내게 기댄 채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다. 

일상 속 소소한 행복. 하지만 이 작은 온기가 전해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품 안의 작은 온기

  현미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며 보낸다. 잠을 잘 때는 독립적인 공간을 선호하는 편이라, 자기 하우스나 작은방의 가장 구석진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곤 한다. 마치 그 방을 아주 큰 하우스 정도로 생각하는 듯하다. 문이 닫혀 있으면 문 앞에 코를 박고 열어달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반면 클로이는 보통 우리의 곁에 머무르는데, 옆에서 꾸벅꾸벅 졸면서도 편안하게 고개를 떨구는 법이 없다. 푹신한 침대, 포근한 담요를 좋아하고 밤에는 침대 위 우리의 발밑에서 잠을 잔다.

 

  현미와 클로이의 잠자리 영역을 따로 정해둔 건 아니다. 침대에서 함께 잠을 자고 싶어 하면 언제든 환영해 주고, 반면 내가 품 안에 꼭 껴안고 자고 싶어도 아이들이 원치 않으면 꾹 참는다. 어쩌다 아이들이 내 품에 안겨 잠을 자는 날이면, 남편은 그 모습을 되도록이면 사진으로 남겨주려 한다.

 

이 별것 아닌 일상이 

내게는 꽤 소중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기분 좋은 시너지

  현미는 입이 짧은 아이였다. 자기보다 훨씬 작은 강아지들이 먹는 사료만큼도 먹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자율 급식도, 제한 급식도 통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사흘 나흘이 지나도, 공복 토를 하고도 잘 먹지 않아 우리 부부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런 식습관은 조금 나중에 가족이 된 클로이도 마찬가지였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도 사료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아이들이 어느 날부터 서로의 사료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요즘은 이미 한 그릇을 뚝딱한 현미가 클로이의 밥그릇으로 주저 없이 돌진해 두 그릇을 해치우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번 제 밥을 빼앗긴 클로이. 덕분인지 사료도 제법 잘 먹기 시작했다.

 

  서로의 빈 그릇과 먹은 자리를 재차 확인하는 모습, 먼저 다 먹고 뒤에서 남은 사료가 있나 없나 기다리는 모습은 내가 참 좋아하는 일상 속 풍경이다. 

 

평생을 함께할 반려 가족

  산책 스타일도 현미와 클로이는 서로 다르다. 한 데 멈춰 냄새를 맡기보다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즐기며 빠른 보폭으로 걷는 현미, 그리고 구석구석 모든 냄새를 궁금해하는 호기심 많은 클로이. 그러다 보니 현미는 속도를 맞출 수 있는 아빠가 리드하고, 클로이는 비교적 천천히 걷는 엄마가 리드하며 산책한다.

 

  생김새부터 생활 습관, 걷는 속도, 성격까지 모든 것이 다른 남편과 나 그리고 현미와 클로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속도와 성향을 존중하며 행복한 반려 가족으로 쭉 살아가려 한다.

 

글·사진 김한지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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