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동구는 우리나라에서 입양 가기 힘든 최악의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믹스견에 나이가 있는 편이고, 아픈 곳이 많았으며 공격성도 심한 강아지를 반겨주는 곳은 우리나라엔 잘 없기 때문이다.
운명은 아닐지라도
동글동글 살아보자
입양하기로 마음을 정한 뒤, 나는 트라우마 있는 강아지와 친해지는 방법을 공부하고 돈을 모았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내가 동구를 데려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입양을 준비하면서도 ‘나보다 훨씬 좋은 가족이 나타났으면’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입양자는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여름에 처음 만난 우리는 겨울 초입에 다다랐을 무렵 가족이 되었다. 5월에 구조돼 ‘오군이’로 불렸던 아이에게 나는 ‘동그랗게 살아보자’라는 뜻을 담아 새이름도 지어주었다. 바로 ‘동구’였다.
“너 어디 한 번 해보자. 이래도 넘어오지 않을 거야?”
오기로 만든 온기
물론 상처투성이인 아이의 마음을 여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유기견이라는 편견, 공격성이 있는 강아지는 가정집에서 사랑받으며 지낼 수 없다는 편견 때문에라도 나는 동구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만 했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내겐 포기하고 싶은 마음보다도 동구의 마음을 열고 말겠다는 오기가 더 커졌다.
네가 누려야 할 세상
사실 전부터 동구와 함께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여태까지 짧은 목줄로 반경 몇 미터, 혹은 보호소의 작은 방이 세상 전부였을 테니까. 다행히 동구가 대중교통이나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덕분에 우리는 자주 여행을 다녔다. 하지만 너무 들뜬 나머지 어쩔 줄 모르는 동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던 것도 사실이다.
편견없이 사랑해주세요
나는 훈련사도, 수의사도 아니다. 동구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교육으로 점차 믿음을 주었다. 동구가 어떤 상황, 몸짓, 어조를 싫어하는지 관찰하고 내 행동을 돌아보며 동구가 나를 안전한 사람으로 인식하게끔 하면서 말이다. ‘유기견’. 이 세 글자로 판단해서 섣불리 입양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강아지가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은 버리고 학대한 사람의 잘못이지, 버림받은 아이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