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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SEASONS OF LOVE

  • 승인 2021-09-14 09: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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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여름

  두 손에 쏘옥 들어올 정도로 조그맣던 너. 언제면 자랄까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 시절은 기억조차 희미해졌구나.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한참을 고민하다 정해진 이름, 제이. 이제는 네 이름을 부르면 자다가도 두 귀가 쫑긋, 고개는 갸우뚱,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곤 하지.

  우리의 첫 여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지만 그때의 작은 빛은 더욱 커져 우리 집을 더욱 풍성하게 해 주고 있어. 만약 네가 없었더라면, 레이도, 써니도 만날 수 없었겠지? 그래서일까, 우리가 함께 보냈던 첫 여름은 내겐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과도 같아.

 

두 번째 여름

  제주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이곳에서의 생활 역시 너와의 인연 덕분이 아닌가 싶구나. 처음으로 제주도에 갔던 때를 기억하니? 네가 난생처음으로 자그만 종이상자에 한 시간을 갇혀 부산에서부터 제주까지 비행기를 탔던 그해 여름, 나는 캐리어 가득 널 위한 옷들을 가득 채웠었지.

  제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오직 너만을 위한 화보도 찍고. 물론 목이 터져라 “간식!”을 외쳐대긴 했지만. (웃음)

  그 뒤론 틈만 나면 주말마다 얼마나 부산과 제주도를 오갔었는지. 그땐 우리가 여기 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는데 말이야. 물론 ‘제주에 살면 참 좋겠다’고 잠깐 스쳐 가는 꿈을 꾸긴 했었지. 그리고 꿈이 이뤄진 지금, 이곳에서의 행복은 우리의 두 번째 여름이 가져다준 선물이 아닐까 싶어.

 

계속되는 사랑의 계절

  우리의 시간은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어. 물론 나의 시간보다 너의 시간이 훨씬 더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게 가끔은 걱정되고 두려울 때도 있지. 그렇지만, 그건 그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 걸.

  결코 바꿀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하며 웅크리고만 있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까운 행복, 서로의 눈빛이 스칠 때마다 새어 나오는 미소와 기쁨, 내일은 또 어딜 가서 자연을 누릴까? 이런 소박한 고민거리들을 떠올리면서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자.


  끝이 언제가 됐든 늘 건강하게 서로를 바라보며, 앞으로 다가올 사계절을 언제 나 웃으며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

 

글 김윤정
사진 이성훈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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