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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반려견과 함께, 첫 미술관 나들이

  • 승인 2021-09-23 08: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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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산책은 더 이상 단순한 의미의 ‘산책’이 아니게 됐다. 동네 골목길이나 공원을 찾아 돌아다니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거의 데이트 같은 느낌으로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책하다 출출해지면 강아지와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있는 식당도 있고, 가끔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커피숍도 있다. 반려동물 문화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펫 프렌들리(Pet friendly) 공간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어, 반려견과 반려인이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치열한 예약 전쟁

  반려견 출입이 가능한 멀티플렉스(multiplex) 공간이나 국립 공원. 밤바와 요다를 키우던 초반에 차마 갈 엄두도 내지 못했고 갈 생각도 못 했던 곳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뉴스 보도가 내 관심을 끌었다.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반려견과 함께 관람이 가능한 전시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예술 공간이 문을 닫고 있던 참이었고, 내가 점 찍어뒀던 전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조금 완화되면서 전시가 재개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검색해 보니 반려견과 함께 관람 가능한 전시는 소수 인원으로 진행되며, 온라인 예약과 현장 안내에 따라 예약을 받는다고 되어 있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특별한 전시라는 설명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온라인 예약 오픈 당일 컴퓨터 앞에서 대기했다. 신청이 시작되자 주말 날짜 예약은 순식간에 마감되기 시작했다. 휴, 침착하자. 떨리는 손으로 차근차근 요일을 선택한 후에 예약 완료 버튼을 눌렀다. 결과는 다행히도 성공!

 

DRESS CODE?

  「반려견 동반 전시회 예약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문자가 핸드폰으로 도착하고 나서야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원하는 날짜, 원하는 시간에 예약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반려견과 함께 미술 전시회에 간다니! 기대감에 가슴이 쿵쿵 뛰었다. 아직 날짜가 많이 남아 있었지만 ‘밤바, 요다에게 무슨 옷을 입히지? 드레스 코드는 뭘로 정하지?’ 하며 행복한 고민도 하고 전시 내용도 미리 예습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가 예약한 당일이 됐다.


  반려견과 함께 산이고 바다고 뛰어다니며 여행 다니는 걸 즐기는 나와 남편. 평소의 편한 옷차림에서 벗어나 멀끔히 차려입은 우리 부부, 그리고 그와는 대조적으로 장난꾸러기 같은 차림새의 밤바와 요다를 보니 마음이 흐뭇해져 웃음이 나왔다.

 

온몸으로 느끼는 전시

  신나는 마음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미술관으로 향했다. 경복궁 근처에 위치한 국립 현대 미술관은 주말이어서인지 꽤나 북적거렸다. 차를 몰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는데, 안내하시던 분이 우리가 반려견과 함께인 걸 보시곤 친절하게 주차 구역을 설명해 주셨다. 사실 반려견 동반 전시는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도 처음이라고 들어 행여 직원의 안내가 부족하지는 않을지, 덩치 큰 아이들이라고 퉁명스러운 대우를 받지는 않을지 걱정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괜한 생각이었나 보다. 우리 부부와 밤바, 요다는 친절한 안내에 감동을 하며 전시관에 입장했다. 야외와 실내, 두 부분으로 이뤄진 전시는 사물의 높이, 소재, 색채, 형태 등 많은 면에서 반려견을 배려하여 구성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반려견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물 위주라, 전시회가 처음인 밤바, 요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누군가는 “그냥 강아지랑 같이 미술관에 입장한 것뿐이잖아”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형견과 대형견이 아무런 차별 없이 보호자와 함께 의젓하게 미술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부부에겐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부디 이 작은 전시를 시작으로 반려견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의 범위도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 최소희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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