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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느리게 즐기는 하룻밤, 강천섬 캠핑 1박 2일

  • 승인 2021-09-23 09: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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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 되니 따뜻한 오후 햇살이 좋아 강아지들과의 실외 활동이 많아졌다. 더 추워지기 전에 단풍 구경도 할 겸, 주말을 맞이해 댕댕이를 키우는 지인들과 함께 강천섬으로 향했다. 이름하여 ‘개친소’(개 친구를 소개해주는) 모임이다. 강아지와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든 환영! [주소 : 경기 여주시 강천면 강천리길 76-14] 

 

강천섬은 어디? 

  강물이 불어날 때만 섬으로 변했던 이곳은 4대강 사업 이후로 완전한 섬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강천리교와 굴암리교를 건너야만 진입할 수 있다. 3년 전 처음 이곳을 알았을 때만 해도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오랜만에 찾은 강천섬은 단풍 시즌이 가까워져서인지 역대 최고의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강천섬은 노지 캠핑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아 주말 백패킹 명소로 유명하다. 강변을 따라 트래킹 코스가 있고 텐트를 칠 수 있는 곳이 많아 쉬고 싶을 때 어느 곳에서든 편하게 쉴 수도 있다.

 

햇살, 바람, 웃음, 그리고 강아지

  삼삼오오 정해둔 장소로 도착한다. 오늘 모일 강아지는 모두 4마리다. 하지만 강아지들은 모두 성격이 너무 달랐고 사회성이 부족했다. 갑자기 한자리에 모이면 겁을 먹거나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모임 사람들과 캠핑 장소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산책을 하며 경계심을 풀어주기로 했다

  ‘메리’라는 강아지는 가족 구성원 중 유독 엄마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고 한다. 가족들이 모두 예뻐해 줘도 엄마가 없으면 얼음이 되고, 있으면 엄마를 지키느라 계속 짖는다고. 그런 메리가 갑자기 다른 강아지와 맞닥뜨리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안으로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라임이와 함께 산책하며 서로 탐색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넓은 잔디밭에서 보호자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걸으며 대화를 주고받는다. 하하호호 견주들의 웃는 소리에 강아지들의 경계도 조금씩 풀어지는 듯하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편해졌을 즈음 이미 지나온 길을 되짚으며 걸어간다. 다른 강아지의 냄새를 맡게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30분 정도 반복해주니 메리의 경계가 처음보다 많이 풀렸다. 해가 넘어가는 역광의 햇살이 예뻐 보여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었다. 오랜만에 나오니 강아지들도 표정이 밝다. 카메라로 그 표정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웃음이 난다. 아, 좋다.

 

캠핑의 꽃, 저녁 만찬

  해가 떨어지니 슬슬 배도 고파지고 추워진다. 준비해 간 패딩을 한 겹 두 겹 껴입는다.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따뜻하게 몸을 감싸 체온을 유지해주면 오랜 시간 외부에 있어도 버틸 만하다. 

  강아지들에게도 패딩을 입혀 담요에 돌돌 감싼 후, 핫팩까지 하나씩 붙여 주니 가만히 누워 잠을 잔다. 이제 준비해간 음식들을 꺼내어 저녁 만찬을 즐길 시간이다. 강천섬에서는 화기를 사용할 수 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맛있는 저녁을 준비한다.

  일정을 늦게 끝낸 사람들도 속속 도착한다. 밤늦도록 추위도 잊은 채 수다가 이어진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빛이 쏟아질 것 같다. 삼각대를 가져와야 했는데…. 뒤늦게 후회가 됐지만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마음에 실컷 담아가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캠핑을 올 땐 내가 꼭 먹을 만큼만 가져와 함께 나눠 먹는다. 불필요한 쓰레기 배출을 막기 위해서 식기와 도구들은 가능하면 일회용은 쓰지 않는다. 개인 접시, 개인 수저, 개인 컵은 모두 각자 챙겨야 할 몫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즐기며 나눠 먹는 문화가 백패킹이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든다. 새벽이 될 때까지 강아지 이야기, 여행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눈 뜨자마자 함께하는 주말

  다음 날 아침은 생각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따뜻한 모닝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아이들 산책을 준비한다. 텐트를 열고 나가면 바로 잔디밭이라 아이들이 놀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간밤엔 추웠는데 해가 뜨니 따뜻해서 활동하기 좋은 온도가 됐다.

  강아지들끼리 간밤에 많이 친해진 듯하다. 내 강아지, 네 강아지 할 것 없이 함께 산책하러 나가기도 하고 뛰어놀기도 하며 오전 나절을 햇빛 아래서 보냈다. 어느 한 사람은 요리를 준비하고, 누구는 다시 낮잠을 자기도 하며 자연 속 한가로운 주말을 보낸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노즈워크 산책 대신 강천섬 한 바퀴를 강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았다. 바람 냄새도 맡고 다른 장소에 가서 탐색도 하는 모습을 보니 잘 데려왔다 싶다. 늘 언제까지나 이렇게 함께 다니자. 

 

캠핑 마무리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함께 먹고 놀던 자리를 깨끗이 정리한다. 쓰레기 하나 남은 것 없이 모두 집으로 가져가서 버려야 한다. 함께한 시간을 기억하고자 단체 사진을 찍으며 마무리를 한다.

  이번 캠핑에 처음으로 함께한 나의 오랜 친구는 헤어지며 ‘게임기만 맨날 보던 아이가 여기 와서 게임기 없이도 잘 노는 모습 보니 너무 좋았어, 고마워’라고 말한다. 친구의 진심이 가득 담긴 말 한마디에 되려 고마운 마음이 든다.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는 주말 캠핑이 된 듯하다.


글·사진 신채민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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