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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나의 쉼표

  • 승인 2021-09-23 16: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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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고양이를 좋아하다 보니, 어느새 내 주변은 자연스레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시간은 또 흘러 그들은 육아와 육묘를 함께 겪는 나의 소중한 동지가 되었다.


  출산 전에는 그들도 나처럼 고양이와 아기를 함께 키우는 데 있어 기대보다는 걱정을 더 했었다. 하지만 출산을 겪은 후, 그들은 “육아 육묘, 직접 해보니 어때요?”라는 나의 질문에 “육아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요, 그런데 고양이가 없었다면 정말 버티기 힘들었을 거예요”라고 답한다. 신기하다. 내가 느꼈던 감정과 이렇게나 똑같다니. 

 

엄마, 잠깐 쉬어도 괜찮아 

  육아는 내 상상 속 모습과는 참 거리가 멀었다. 종일 바쁘게 움직이지만 세수조차 못 하고 보내는 도돌 이표 같은 일상에 지치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고양이들은 나에게 쉼표가 되어주었다. “나도 예 뻐해 줘, 나도 관심이 필요해”가 아니라 “울 엄마 고생하네, 잠깐이라도 나 쓰다듬으면서 쉬어. 엄마 마음 편해지게 내가 골골송도 불러 줄게”라는 듯 푹신한 엉덩이를 들이밀며 온기를 나눠주었다. 꾹, 꾹, 서비스 안마까지 제공하면서.

  발 동동거리며 하나라도 더 챙겨주는 엄마보다는 넓은 마음으로 함께 눈 맞추며 웃어주는 엄마가 더 좋은 엄마라는 걸 알면서도, 아직 부족한 나는 자주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때마다 나에게 쉼을 선물해 주는 네 아이- 용복이, 또복이, 행복이, 금복이는 진정한 나의 육아 스승님들이다.

 

금복이 이리 와바

  한참 뛰놀아야 할 나이에 코로나로 어린이집도 못 가고 밖에도 못 나가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곧 잘 버틸 수 있는 건 흔쾌히 아기 집사 때때의 친구가 되어주는 금복이의 덕이 크다. 때때는 자동차가 잔뜩 나오는 ‘타요’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참 좋아하는데, 그중 타요와 친구들이 우주 해적으로부터 공주를 지키는 장면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상황극을 하며 그 장면을 따라 하는 때때. 자신은 우주 해적, 금복이는 타요와 친구들, 엄마는 공주님으로 역할도 야무지게 정해주었다. 우주 해적 때때가 공주님인 엄마를 괴롭히면 나는 ‘금복아, 도와줘!’를 외치면 된다. 거듭되는 구조 요청에 지친 금복이가 캣폴로 도망가면 ‘굼보이 인니 와봐앙(금복이 이리 와봐)’하며 금복이를 쫓아 캣폴에 올라간다.

  막상 때때가 찾지 않으면 금복이가 먼저 다가와 솜방망이를 툭툭 날리며 장난을 걸기도 한다. 우리 셋은 소파에서 한 몸이 되어 뽀로로를 보고, 또 다 같이 누워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또 서로 장난을 치며 하루를 보낸다. 다정한 오누이는 아니지만 현실 남매 냄새가 폴폴 나는 귀여운 금복이와 때때다. 

 

육아 육묘가 가장 쉬웠어요
  육아 육묘의 난이도를 상, 중, 하로 나눈다면 지금은 ‘하’쯤에 해당하는 시기인 것 같다. 이제 때때는 고양이 모래로 장난을 치지도, 고양이 사료를 과자처럼 몰래 훔쳐 먹지도, 손에 잔뜩 묻은 털을 입에 가져가지도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설프지만 밤새 나온 털과 모래를 함께 정리하고, 내가 화장실을 정리하고 있으면 옆에 쪼르르 와서 코를 막고 “똥 냄새나?”라고 물으며 말동무를 해 주기도 한다. 손에 묻은 털은 쿨하게 옷에 쓱쓱 문질러 떼어내고, 시키지 않아도 고양이들에게 먼저 장난감을 흔들어준다.

  고양이 형, 누나, 동생 어떠냐는 나의 질문에 때때는 또또 (또복이)형아는 좋고, 행복이 누나는 멋있고, 금복이는 귀엽고, 용복이 형아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꼰대 성향(?)이 다분한 용복이는 고양이에게도 아기 집사에게도 인기가 참 없다.

  발바닥을 만지며 ‘딸기 젤리 맛있다 냠냠’ 하며 놀아도 가만히 있어 주는 또또 형아를 좋아하고, 멋있는 행복이 누나 앞에서는 부끄러워 몸이 배배 꼬인다. 금복이만 보면 괜히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 때때는 2년 6개월이라는 제 나이만큼의 시간 동안 고양이 형제들의 성향에 맞춰 나름의 규칙과 선을 만든 듯했다.

  출산 후 회복되지 않은 몸, 널뛰기하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동요만 들어도 눈물이 나던 시기도 지났고, 털과의 전쟁을 벌여야 했던 기어 다니는 시기도, 걷기 시작하며 종일 사고 치던 시기도 잘 지났다. 때로는 겨우겨우 버티는 게 고작이었건만, 시간은 결국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또 어떤 일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까, 펼쳐질 일상이 더욱 기대된다. 육아 육묘는 시간이 지난 수록 더 좋아요. 추천 꾸욱. 

 

글·사진 강은영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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