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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어느 고양이가 사랑을 고백하는 법

  • 승인 2021-09-27 0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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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조니가 뚫어져라 데비를 쳐다보는데, 꼭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엄마, 데비는 참 예뻐요.’

 

 

데비를 향한 눈빛
  우리 부부는 종종 조니와 데비를 보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사랑꾼들이 아닐까?” 그 이유는 첫째로 조니와 데비가 그 자체로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존재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아무런 계산 없이 내보이는 사랑의 몸짓들이 지극히 순수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어릴 적부터 데비는 조니에게, 조니는 데비에게 무척이나 의지했다. 엄마인 내가 채워줄 수 없는 무언가를 서로를 통해 채움으로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이가 됐다. 이 두 아이들은 어딜 가든 항상 붙어 다닌다. 꼬맹이 남매 둘이 손을 꼭 붙잡고 다니는 것처럼.


  서로를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 나는 매일 느낄 수 있는데, 잠을 잘 때는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어느 날은 조니가 데비의 어깨에, 또 어느 날은 데비가 조니의 어깨에 기대어 새근새근 잔다.

 

내가 불편해도 괜찮아요
  얼굴이 짜부라져 불편할지라도 데비가 편한 자세를 찾아 움직일 때면 조니는 가만히 그 자리를 지킨다. 사실 조니는 데비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 곁을 지켜준다. 가장 좋아하는 뜨개 스툴이나, 뜨개 담요가 덮인 해먹에 데비가 머무르길 원하면 기꺼이 자릴 내어준다. 어느 곳에 있든, 무엇을 바라보든 항상 같은 것을 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 두 아이들의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우리에 게도 전달된다.


  꼭 조니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엄마, 데비가 너무 좋아요. 그리고 엄마 고마워요’.

 

데비 공주님 내가 너를 지켜줄게 

  데비는 우리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지알디아’기생충에 감염되어 아팠던 적이 있다. 아마 길고양이인 엄마와 돌아다니며 오염된 물을 마셨던 건 아닐까 싶다. 힘이 없어 축 늘어진 데비는 밥도 먹지 않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울며불며 병원을 세 군데나 돌아다녔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대신 주삿바늘을 꽂느라 아이의 얇은 발목에 핏줄만 터트려 놓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병원에서 원인을 알아냈고, 데비는 3일간 입원을 해야 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 우리 가족은 2주 동안 데비 곁을 떠나지 않고 정성껏 돌봤다. 그 덕분일까? 우리 데비는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다. 데비가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었고 어렵게  복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지금까지도 조니는 살뜰하게 데비를 감싸고 배려한다. 데비는 조니의 소중한 공주님, 조니는 데비의 멋진 왕자님인 것이다. 도담도담 하우스에서 날마다 들려오는 기분 좋은 조니의 사랑 고백.

  ‘데비야. 나는 네가 참 좋아.’ 

 

글·사진 김보미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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