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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삶, 고양이, 스며들다

  • 승인 2021-09-28 09: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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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남편은 패브릭과 가구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을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고양이와 전혀 상관없어 보일지 모르나, 실제로는 전부 다 고양이와 무척이나 깊게 맞닿아 있는 제품들이다. 

 

작은 식탁에서 시작된 큰 꿈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 나는 오랫동안 해 오던 일을 그만두었다. 그리곤 잠시 숨을 돌리며 그간 하고 싶었던 일들을 조금씩 시작해보기로 했다. 목공을 배워서 나무 그릇 만들기, 고양이들에게 밥그릇 받침대, 이른바 ‘맞춤 식탁’ 만들어주기 등등. 당시에는 다묘 가정을 위한 식탁이 흔치 않았고, 그마저도 100% 원목이 아닌 가벼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툭하면 엎어지고 ‘우다다’에 휘청거리는 가벼운 식탁뿐. 그래서 나는 ‘언젠가는 꼭 아이들을 위한 식탁을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묵직하고 밀리지 않으며 밥그릇 사이 간격이 넓은 식탁. 그래서 여러 마리가 함께 밥을 먹어도 서로 다닥다닥 붙지 않아도 되는 식탁 말이다.

  그 취미생활이 일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나는 정말로 즐겁게 그 작업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개인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고양이 식탁에 이어서 평소 만들고 싶었던 사람용 원목 식기도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소하게 나무를 다듬으며 지내다가 가구를 디자인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된 것. 그리고 지금 우리는 결혼 후 각자의 브랜드를 합쳐 함께 운영 중이다.


사람이 쓰고, 고양이가 쓰고

브랜드에는 스툴, 테이블, 월 유닛, 여름 침구, 겨울 침구 등 사람 제품이 월등히 많다. 고양이 제품은 식탁 하나뿐이다. 하지만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 중 고양이와 개를 반려하는 분들의 비중이 제법 높다. 아마도 ‘고양이가 써도 말짱해요. 강아지가 좋아해요’와 같은 후기가 많아서 그런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분들이 자주 찾아주시는 것 같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들은 모두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일 년의 테스트 기간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는 늘 고양이가 개입한다. 제품에 털을 묻히고 정전기를 일으키고 스크래치를 내는 여섯 마리의 직원들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쳐야만 비로소 판매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이로운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정말로,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닌데 말이다. 사실 고양이 여섯 마리와 함께 살다 보니 작은 부분이라도 동물들에게 해롭지는 않을지, 제품을 만들 때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나와 남편과 내 고양이들이 함께 부대끼며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제품이 탄생하는 셈. 

 

어쩔 수 없는 고양이 팔불출

  제품 사진을 찍을 때도 늘 고양이 직원들이 여기저기 끼어든다. 그래서 우리의 제품 컷에는 늘 고양이들이 묻어있다. 가끔은 제품을 찍는 건지 고양이를 찍는 건지 헷갈릴 정도라 ‘일할 때는 공과 사를 구별하자!’가 요즘 우리 부부의 모토. 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마치 팔불출 부모가 자식 자랑을 하듯이, 제품이 잘 나온 사진보다도 고양이들이 또렷하게 나온 사진을 고르고 있는 나와 남편.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고양이 예쁜 사진이 최고인 것을.

  재작년에는 수유 임시 보호를 맡았던 검은색 새끼 고양이(지금은 시가의 둘째 고양이가 되었다) 밤이를 캐릭터화시켜서 패브릭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으로 차용했다. 손님들에게 나눠줄 스티커로도 만들고 말이다. 그리고 올해는 우리 집 막내 삼색이, 박하의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 패키지로 만들었다. 딱히 고양이 제품은 아니지만. 고양이 팔불출들이 만드는 제품이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런 일련의 작업이 우리 부부에게 소소하지만 큰 즐거움을 전해주기에, 우리 부부는 앞으로도 제품의 여러 부분에 우리의 고양이들을 슬며시 끼워 넣을 계획이다. 요즘에는 쇼룸 창가에 고양이 캐릭터 간판을 세우고 싶다며 나를 설득하는 남편을 말리고는 있는데… 아마 조만간 쇼룸 앞에서 삼색 고양이 간판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의 여섯 마리 고양이들, 우리 부부의 곁에서 오래오래 지금처럼 성실한 직원으로 남아주기를. 직원 복지만큼은 최고로 제공할 테니 말이다.

 

글·사진 장경아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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