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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4 SEASONS, FOR US

  • 승인 2021-10-12 10: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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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지도 못한 첫 재택근무. 그리고 그 즈음, 우리는 작은 조단이를 만났다.

 

  평소 동물을 워낙 좋아했던 우리 부부지만,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었다. 사료는 어떤 걸 줘야 하지? 간식은? 아플 땐? 하나부터 열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서점에 가서 책도 사서 보고 각종 영상, 인터넷 사이트도 찾아보면서 ‘집사로서 준비되었는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시간이 지나 마침내 조단이와 만나게 됐다. 잔뜩 긴장됐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조단이는 아무 거리낌 없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녀석이 고양이가 맞는가 싶을 정도였다. 정말 아무 데서나 먹고, 자고, 놀고, 빨빨거리며 돌아다녀서 검은색 러그 위에 엎드린 조단이를 보지 못하고 그만 밟을 뻔했던 아찔한 상황도 몇 번 있었다. 몸무게 500g.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았던 우리 아가. 그리고 지금, 처음 만났을 때 성격 그대로 잘 먹고 잘 자고 응가도 잘해서 결국 6kg에 이르는 건강한 성묘가 된 우리 아가, 조단.


여름

  한 번은 강원도 홍천에서 1박을 해야했던 적이 있다. 고민이 됐지만 지난번 차 안에서도, 병원에서도 편안히 잘 있던 것을 생각하니 함께 데리고 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약간의 걱정을 안고 우리는 조단이 짐을 한 아름 챙겨 첫여행길에 나섰다. 모래, 화장실 박스, 이동장, 밥그릇, 물그릇 등등…. 오 마이 갓! 아이들과 나가려면 짐이 트렁크에 한가득 꽉 찬다는 말이 그때서야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

  자동차 뒷좌석 트렁크 쪽은 조단이 전용석. 창문을 살짝 열어주니 조단이는 코를 킁킁거리며 바람 냄새를 맡고 경치를 구경했다. 그러다 잠이 오면 세상 편하게 쿨쿨 낮잠도 자고, 출출하면 츄르도 냠냠. 잠시 들른 카페나 음식점에서도 조단이는 ‘나 신경 쓰지 말아요’ 하듯 이동장 안에서 우리를 잠잠히 기다려줬다. 마지막으로 숙소! 탁 트인 방 안에 발을 사뿐히 디딘 조단이는 이곳저곳 냄새를 맡으며 활동 구역을 파악했다. 그러더니 이내 밥도 먹고 쉬야도 멋지게 하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다.

  사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낯선 곳에서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는 말이 있어 걱정을 했다. 하지만 역시 조단이는 조단이였달까? 낯선 공간임에도 마치 처음 만났던 날처럼 단숨에 완벽 적응을 마친 녀석. 2020년 여름, 우리들의 첫 여행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가을

  두 번째 재택근무가 시작됐다. 동시에 우리 부부에게 고민이 생겼다. 조단이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그해 광복절, 진한 호박색 눈동자를 지닌 조니는 우리에게 왔다. 이동장 안에 있던 울보 조니는 빽빽거리며 울어댔고, 난생처음 동생을 마주한 조단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단이는 천천히 조니를 동생으로 받아들여 주기 시작했고, 형제가 많은 곳에서 막둥이로 태어난 조니 역시 조단이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전생에 착한 일을 많이 한 덕분일까? 그토록 어렵다는 합사는 너무나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하나부터 열까지 동생에게 다 양보하는 멋진 형, 조단! 하지만 다른 건 다 양보해도 밥만큼은 양보가 안 되나 보다. 반면 조니는 사료보다 장난감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취향이 달라서 정말 다행이다. 허허. 

 

겨울, 그리고 또

  누군가를 제대로 알려면 사계절을 함께 지내봐야 한다고 하던가? 2020년 시작된 우리의 동거. 조단, 조니 덕분의 우리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풍성해졌다. 매일이 행복하고 기쁘다.

  조단이와 조니에게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다. 먼저 조단이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준다. 조단이를 안고 있으면 그 누구라도 금세 마음이 따뜻해진다. 저도 그걸 아는지, 조단이는 그 누구에게도 이빨도 발톱도 세우지 않는다. 그저 순둥순둥 복슬복슬한 곰인형처럼 사람들에게 몸을 맡긴다. 다만 아주 약간의 무거움은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할 것.

  또 조니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엉뚱하고 놀아줄 맛이 나는 고양이라고나 할까. 어디선가 방울 소리만 들리면 우다다다 달려와 낮은 포복 자세로 딱 준비를 한다. 낚싯대를 흔드는 순간 조니의 눈빛은 날카롭게 변하고, 우리는 긴장을 해야 한다. 조니 고양이님을 기쁘게 해드려야하기 때문이다. 손목 스냅도 중요하다. 어떻게 흔드냐에 따라 조니의 몸짓이 달라진다. 빠르지만 천천히 긴장감을 주어야만 조니는 즐거워한다.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조니는 내 팔 사이에 자리를 잡고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 부담스럽게….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눈동자도 휙휙 재빨리 움직인다. 재미있나 보다.

  오늘도, 내일도, 함께 보낼 새로운 사계절도 조단 조니가 있어 늘 따스한 행복이 가득하길.

글·사진 조원석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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