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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너에게 띄우는 진심

  • 승인 2021-10-13 12: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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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털복숭이들에게
  안녕, 나의 사랑스런 털복숭이들. 나의 일상을 바꿔버린 따뜻한 존재들. 항상 뒤돌아서면 늘 그 자리에 있어주는 나의 고양이 모카, 두부. 드릉드릉 너희의 코 고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발끝을 세워 걷고, 너희에게 폭신한 방석을 기꺼이 내어주며 나는 딱딱한 바닥에 앉곤 하지. 하지만 나는 너희에게는 언제까지나, 그게 어떤 것이든 양보해 줄 거야.

  너희를 만나기 전에 예전 살던 집 건물에서 작은 불이 나서 모두 급히 대피한 적이 있었어. 겨울이라 무지 추웠던 날이었는데, 집에 혼자 있었던 나는 소중한 물건들만 대충 챙겨 허둥지둥 밖으로 나왔지. 배낭 속에는 노트북이나 카메라 같은 장비들-그래, 그 당시 내게 소중한 건 그런 것들이었으니까-만 가득했어. 그런데 말야, 글쎄 꽤 많은 사람들이 수면 바지 차림으로 헐레벌떡 자신의 강아지와 고양이만 급히 데리고 나왔더라구. 난 순간 마음이 울컥할 수 밖에 없었어. 서로 의지하듯 강아지, 고양이를 꼬옥 껴안고 건물을 바라보는 모습은 불안해 보였지만 함께라 든든해 보였거든. 만약 그때 내가 너희와 함께 있었다면, 나도 고민없이 너희 둘을 안고 나왔을 거야. 

  아침에 일어나면 너희의 사료를 먼저 챙겨준 뒤 깨끗한 물로 갈아주고, 곧바로 화장실을 치우며 하루를 시작하지. 혹시 너희에게 무엇인가 부족하지는 않은지 체크하고 또 체크하면서 말이야. 나는, 어느 순간 그렇게 되어 버린 거야. 평화로운 오후, 너희가 낮잠 자는 모습을 구경하고 드릉드릉 코고는 소리에 안심하면서, 가만히 등을 토닥여 더 편히 잘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행복이 되어버렸어. 또 종일 울적했던 기분도 너희의 작은 숨소리와 그르릉 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나아지기도 해. 침대의 가장 좋은 자리를 양보하고 정작 나는 좁게 잠들더라도 아무렴 상관 없어. 언제까지고 우리가 지금처럼 함께하기를 늘 바라고 또 바라. 


  우리 셋, 오롯이 함께 한 달 여의 시간을 보냈던 걸 기억하니? 출장이 길어지는 남편을 대신해 내 곁을 든든하게 지켜줬던 너희 둘. 혼자였다면 정말 외로웠을 거야. 이따금씩 울적해 하는 날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치 내 맘을 안다는 듯 위로해줘서 고마워. 너희를 내가 키운다고 생각했지만, 언젠가부터 오히려 너희가 나를 돌보고 보살펴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응석받이인 울보 캔따개 집사이지만 앞으로도 잘 돌봐 줄 거지? 언제까지고 너희의 든든한 캔따개로 있을게.

 

든든한 언니에게 

  안녕, 나 모카야. 두부 대신 내가 이야기를 전할게.

  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 집사 네가 참 좋았어. 사실 고양이 나이로는 내가 한참 많은데도 자꾸 스스로를 언니라고 하는 너. 나보다 어린 네가 든든한 체를 할 때면 가끔 가소로울 때도 있어. 아, 가끔은 네가 그런 날 눈치 챌 때도 있는 것 같아. 그치만 나도 못 이긴 척 동생이 돼주고 싶어. 내가 더 나이가 들어도 언제까지고 너의 동생으로 남고 싶어. 너와 나의 속도가 너무 달라서, 내 시간이 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빨리 흘러서, 너랑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아쉬워. 매일 실컷 놀고 싶고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싶어. 매일 들여다보는 네모난 창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해. 얼른 끝내고 나랑 놀면 좋은데, 너는 매일 크고 작은 네모 모양만 쳐다보고 있지. 그래도 난 기다릴게. 어디라도 다녀와. 나는 나의 세상에서 너를 기다릴게. 언제든, 네가 뒤돌아보면 그 자리에 늘 있을 테니까.

글 이수현
사진 최상원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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