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귀여움 요소
핫! 지금 하니가 내 품속으로 파고들어 골골거리며 쉬고 있다. 딱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겨울이 오면 나는 껴입기 좋도록 크고 통이 넓은 니트를 많이 입는 편이다. 사람 품이 제일 안락하고 따뜻하다는 걸 알아버린 영리한 하니는 무릎도 성에 차지 않는지 이젠 아예 옷 속을 파고든다. 사실 처음 하니의 파고듦을 당(?)했을 때, 순간적으로 민망함이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품속에 들어온 아이의 편안한 골골 소리와 보드라움, 따뜻함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그 뒤로는 하니가 무릎 위에 올라오면 오히려 내가 먼저 옷을 벌려서 쏙 감싸버리는 쪽으로 바뀌었다. 실은 글을 쓰 고 있는 지금도 그렇지만, 으하하!
고양이의 귀여움이야 사시사철 변함이 없지만, 그 진가가 톡톡히 발휘되는 계절은 단연코 겨울이라 주장하고 싶다. 이불 파고들기(살짝 들췄을 때 보이는 보름달처럼 꽉 찬 눈동자와 ‘왜?’라고 묻는듯한 표정)나 무릎에 올라오기(방광이 터질 것 같지만 행복하다), 살 꼭 붙이고 자기(지각 당첨인 걸 알면서도 못 일어난다) 그리고 무방비 상태로 뜨끈한 온돌 위에 대자로 드러눕기(평소에 잘 허락하지 않으시는 뱃살과 젤리 조물거리기가 가능한 순간) 등등…. 또한 털도 방한용으로 길고 두꺼워지는데 특히 단모종인 우리 폴리와 하니의 경우 뭐랄까, 털이 더벅더벅하게 자라서 식빵을 굽는 바로 그 모습이 내겐 견딜 수 없이 귀여워 보인다. 무엇보다 털이 쪄서 군데군데 가르마처럼 쩍쩍 갈라진 사이로 ‘핑크빛 속살’이 살짝 보이는 게 가장 큰 매력 포인트! 너무 나만 아는 모습일까? 여름철에는 털이 솜털처럼 가볍고 빽빽해서 절대 볼 수 없기에, 그런 숨은 매력이 특히 희귀한 보물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모전냥전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양이도 잠이 많아지고 활동량이 줄어드는 계절, 겨울. 원래도 천성이 게으른 나는 겨울 특유의 처지는 분위기를 싫어한다. 오히려 일조량이 풍부해서 쨍하고 밝은 날을 훨씬 좋아하는 편이다. 눈 내리는 창밖을 보며 ‘핫초코 한잔~’ 같은 상상까지는 좋지만, 현실의 춥고 흐리기만 한 겨울은 내게 결코 로맨틱하지 않다. 신기하게도 세상 까불이였던 폴리 하니도 겨울에는 특유의 극성스러움이 조금 줄어든다. 나이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계절의 영향도 클 것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양이들도 햇볕을 적게 쬐면 활동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바, 따라서 겨울철엔 아이들의 활동성이 최대한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특히 써주는 게 중요하다. 그에 대한 나의 방법은 ‘매일 일정 시간을 채워 놀아주는 것’이다. 한 번 처지면 끝이 없는 내게 정반대 성향의 뱅갈 고양이가 온 것은 신이 보낸 최고의 선물이라며, 그동안 철썩같이 믿어왔다. 그런데 만약 그런 아이들이 나를 닮게 된다면? 정말 싫다.
주인님의 행복권
그런 이유로 놀이 시간은 가급적 지켜주려고 꽤 노력하는 편이다. 폴리 하니는 사냥 놀이를 너무 좋아해서 보통 30분은 거뜬하게 붕붕 날고뛰며 잘 놀아준다. 그러다 아이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으면, 잠깐 멈추고 내 할 일을 하기도 한다. 가끔은 아주 곡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놀아주느라 허리가 아플 때도 있지만, 하니는 기본 1시간은 놀아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라서 어쩔 수 없다. 힘은 들지만 하니 덕분에 나도 함께 운동한 것 같아서 내심 스스로 뿌듯할 때도 많다.
다 놀았다~ 싶으면 서열이 높은 폴리는 캣타워의 가장 높고 안락한 곳에 먼저 자리를 잡고, 하니는 만족스러웠다는 듯 크게 골골골 노래를 부르며 내게 다가온다. 우리 아이들을 보며, 고양이도 놀면 놀수록 흥미가 붙어서 더 열심히 놀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고양이에게도 “운동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철칙은 통하는 것 같다. 물론 건강상의 이유만이 아니더라도, 고양이의 본성을 최대한 잃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집사인 내가 지켜드려야 할 ‘주인님 행복권’ 중 하나라 생각한다.
존재 자체로 복덩이들
신나게 놀고 제일 좋아하는 동결 간식까지 맛있게 먹은 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꼭 미소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나까지 행복해진다. 너무 열심히 놀아서 귀 끝까지 붉어진 내 작고 소중한 아이들. 그래, 추울수록 가만히 웅크리고 있기보다는 힘을 내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몸이 따뜻해지고 기운이 나는구나! 오늘도 우리 복덩이들 덕분에 사소하고도 중요한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글·사진 장보영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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