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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먹고, 놀고, 사랑하라

  • 승인 2021-10-19 08: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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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귀여움 요소 

  핫! 지금 하니가 내 품속으로 파고들어 골골거리며 쉬고 있다. 딱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겨울이 오면 나는 껴입기 좋도록 크고 통이 넓은 니트를 많이 입는 편이다. 사람 품이 제일 안락하고 따뜻하다는 걸 알아버린 영리한 하니는 무릎도 성에 차지 않는지 이젠 아예 옷 속을 파고든다. 사실 처음 하니의 파고듦을 당(?)했을 때, 순간적으로 민망함이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품속에 들어온 아이의 편안한 골골 소리와 보드라움, 따뜻함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그 뒤로는 하니가 무릎 위에 올라오면 오히려 내가 먼저 옷을 벌려서 쏙 감싸버리는 쪽으로 바뀌었다. 실은 글을 쓰 고 있는 지금도 그렇지만, 으하하!

  고양이의 귀여움이야 사시사철 변함이 없지만, 그 진가가 톡톡히 발휘되는 계절은 단연코 겨울이라 주장하고 싶다. 이불 파고들기(살짝 들췄을 때 보이는 보름달처럼 꽉 찬 눈동자와 ‘왜?’라고 묻는듯한 표정)나 무릎에 올라오기(방광이 터질 것 같지만 행복하다), 살 꼭 붙이고 자기(지각 당첨인 걸 알면서도 못 일어난다) 그리고 무방비 상태로 뜨끈한 온돌 위에 대자로 드러눕기(평소에 잘 허락하지 않으시는 뱃살과 젤리 조물거리기가 가능한 순간) 등등…. 또한 털도 방한용으로 길고 두꺼워지는데 특히 단모종인 우리 폴리와 하니의 경우 뭐랄까, 털이 더벅더벅하게 자라서 식빵을 굽는 바로 그 모습이 내겐 견딜 수 없이 귀여워 보인다. 무엇보다 털이 쪄서 군데군데 가르마처럼 쩍쩍 갈라진 사이로 ‘핑크빛 속살’이 살짝 보이는 게 가장 큰 매력 포인트! 너무 나만 아는 모습일까? 여름철에는 털이 솜털처럼 가볍고 빽빽해서 절대 볼 수 없기에, 그런 숨은 매력이 특히 희귀한 보물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모전냥전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양이도 잠이 많아지고 활동량이 줄어드는 계절, 겨울. 원래도 천성이 게으른 나는 겨울 특유의 처지는 분위기를 싫어한다. 오히려 일조량이 풍부해서 쨍하고 밝은 날을 훨씬 좋아하는 편이다. 눈 내리는 창밖을 보며 ‘핫초코 한잔~’ 같은 상상까지는 좋지만, 현실의 춥고 흐리기만 한 겨울은 내게 결코 로맨틱하지 않다. 신기하게도 세상 까불이였던 폴리 하니도 겨울에는 특유의 극성스러움이 조금 줄어든다. 나이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계절의 영향도 클 것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양이들도 햇볕을 적게 쬐면 활동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바, 따라서 겨울철엔 아이들의 활동성이 최대한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특히 써주는 게 중요하다. 그에 대한 나의 방법은 ‘매일 일정 시간을 채워 놀아주는 것’이다. 한 번 처지면 끝이 없는 내게 정반대 성향의 뱅갈 고양이가 온 것은 신이 보낸 최고의 선물이라며, 그동안 철썩같이 믿어왔다. 그런데 만약 그런 아이들이 나를 닮게 된다면? 정말 싫다.

주인님의 행복권
  그런 이유로 놀이 시간은 가급적 지켜주려고 꽤 노력하는 편이다. 폴리 하니는 사냥 놀이를 너무 좋아해서 보통 30분은 거뜬하게 붕붕 날고뛰며 잘 놀아준다. 그러다 아이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으면, 잠깐 멈추고 내 할 일을 하기도 한다. 가끔은 아주 곡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놀아주느라 허리가 아플 때도 있지만, 하니는 기본 1시간은 놀아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라서 어쩔 수 없다. 힘은 들지만 하니 덕분에 나도 함께 운동한 것 같아서 내심 스스로 뿌듯할 때도 많다.

  다 놀았다~ 싶으면 서열이 높은 폴리는 캣타워의 가장 높고 안락한 곳에 먼저 자리를 잡고, 하니는 만족스러웠다는 듯 크게 골골골 노래를 부르며 내게 다가온다. 우리 아이들을 보며, 고양이도 놀면 놀수록 흥미가 붙어서 더 열심히 놀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고양이에게도 “운동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철칙은 통하는 것 같다. 물론 건강상의 이유만이 아니더라도, 고양이의 본성을 최대한 잃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집사인 내가 지켜드려야 할 ‘주인님 행복권’ 중 하나라 생각한다. 

 

존재 자체로 복덩이들

  신나게 놀고 제일 좋아하는 동결 간식까지 맛있게 먹은 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꼭 미소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나까지 행복해진다. 너무 열심히 놀아서 귀 끝까지 붉어진 내 작고 소중한 아이들. 그래, 추울수록 가만히 웅크리고 있기보다는 힘을 내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몸이 따뜻해지고 기운이 나는구나! 오늘도 우리 복덩이들 덕분에 사소하고도 중요한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글·사진 장보영
에디터 한소원


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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