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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군고구마, 유자차, 귤 그리고 망고

  • 승인 2021-10-21 10: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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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보호자들은 비교적 다른 동물보다 고양이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은근하게 정을 주는 모습, 개인적인 성향을 지녔지만 무심한 듯 고양이를 쓰다듬고 장난감을 흔드는 모습. 뜨겁지도 않지만, 차갑지도 않다. 오늘은 내가 아는 고양이 보호자 중 그 이미지에 가장 잘 부합하는 집사와 그의 고양이 ‘망고’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한다.

  내 인터뷰 요청에 그는 정말 많이도 거절했다. “나랑 망고는 뭐 별거 없어”라는 말 한마디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더더욱 독자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게 원래 별거 없지만, 그래서 더 따스하고 몽글한 법이니까.

무심한 듯 따스하게
  “망고는 뭐… 아비시니안치고 얼굴이 조금 뭉툭하고 둥글둥글해. 그래도 살이 잘 안 쪄서 3킬로 후반을 잘 유지하고 있고, 얼굴엔 갈색 줄무늬가 있고, 낯선 사람에게는 하악질도 하고, 목욕도 별로 안 좋아하고, 억지로 하는 스킨십도 안 좋아해. 같이 사는 여동생의 강아지 브라우니도 안 좋아하고.”

  집사 못지않게, 망고도 내가 가진 고양이의 이미지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래, 낯선 사람한테는 조금 까칠해야 고양이지. 집사만 좋아하면 되는 거지 뭐.

  “그래도, 내가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현관에서 야옹거리고 있고! 씻으려고 화장실 들 어가면 계속 그 앞에서 울어. 내가 샤워하는 걸 걱정하는 것 같달까? 음, 확실한 건 나를 좋아한다는 거지.”
 

 

호불호는 확실하게

  “망고는 특정 회사의 캔 사료만 먹어. 츄르, 다른 습식 사료, 캣닙, 마따따비 등 내가 진짜 온갖 간식을 시도해봤는데, 씨알도 안 먹힌다. 오직 그 회사 캔 사료.”

  단조로운 어투로 빠르게 말을 이어가면서도, 망고의 취향까지 세세하게 말해주는 집사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실 호불호가 확실한 건 망고뿐만 아니라 집사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확고한 입맛으로 맛있는 음식점들을 꿰뚫고 있었으며, 소설과 영화에 있어서도 확실한 취향을 보여주곤 했으니까. 성격은 확실하게 닮은 둘이었다.

강아지와 같이 살지만
  망고는 브라우니라는 이름의 강아지와 같이 산다. 갈색 푸들과 갈색 줄무늬 고양이. 함께 누워있는 예쁜 그림을 연상했지만, 전혀 아니란다.

  “망고는 브라우니 안 좋아해. 근데 뭐 그건 브라우니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쩌겠어. 보호자들이 남매라서 같이 살아야 하는데. 그래도 여동생은 망고 좋아해. 하지만 부모님은 항상 그런 건 아냐. 평소에는 예뻐하시는데, 망고는 종종 가구를 스크래쳐 대용으로 사용하니까. 그리고 남동생은 망고 덕에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 망고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만지지는 않아. 그래도 망고가 가족이라는 건 다들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느낌이랄까? 심지어는 서로 앙숙인 브라우니조차 말야. 둘은 마치 남한과 북한의 관계 같아.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사이.”
 

 

극적인 요소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

  소설과 영화, 그리고 사진을 좋아하는 집사는 망고와 앞으로도 조용하고 잔잔하게 지냈으면 좋겠단다. 큰 사건은 처음 망고를 데려왔을 때, 짧고 굵게 지나갔던 허피스 정도면 충분하다고. 망고가 앞으로는 아프지 않고, 먹고 싶은 캔 마음껏 먹으며 집사를 데리고 살아줬으면 좋겠단다. 파격적인 연출은 없지만 주말을 채워주는 독립 영화처럼. 조용하지만 집안을 채워주는 재즈 음악처럼. 겨울날 마음을 따스히 덥혀주는 군고구마와 유자차의 향기처럼. 잘 익은 귤의 새콤달콤함처럼. 잔잔하게, 포근하게, 당연하게, 오래오래 함께하기를.

글·사진 성예빈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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