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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밀당 좀 할 줄 아는 고양이, 꿍디

  • 승인 2021-10-26 08: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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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꿍디가 집에 온 지 벌써 10개월 가까이 되어갑니다. 낯가림이 심해 창고에서만 지내던 꿍디는 이제 완전히 적응을 했는지 동네를 활보하고 다닙니다. 꿍디가 동네 마실을 다니다가 배가 고파지면 언제든 돌아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우리 집 마당 구석에는 고양이 사료가 항시 구비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옆 동네 고양이들에게까지 소문이 퍼졌는지 사료를 먹으러 우리 동네로 원정을 오거나 아예 정착해버린 녀석들도 많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고양이지만 강아지가 더 좋아
  그동안 외로웠던 꿍디에게 든든한 친구들이 생겼다는 생각에 처음엔 기뻤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착각이 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꿍디의 성격이 얼마나 고상한지 다른 고양이가 먹다 남긴 사료는 입에도 대지 않고 제 집에 다른 고양이가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하면 그곳엔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탓에 꿍디의 집도 벌써 5번 이상 바뀌었지요. 도시에서 살다 왔다고 시골 고양이들을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세상 이렇게 도도한 고양이는 처음 봅니다.

  웃긴 건 좋다고 꿍디 뒤를 쫓아다니던 새끼 고양이들에겐 눈길도 안 주더니, 우리 집 강아지들 중 한 녀석 ‘햇님이’ 뒤는 졸졸 따라다닌다는 겁니다. 자신이 강아지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고양이라니 참 웃긴 녀석이지요. 올겨울 다른 고양이랑 어울리지도 못하는 꿍디가 혼자 외롭게 보내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햇님이가 꿍디의 곁을 지켜줘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꼭 놀아줘야 해!

  자영업자인 저는 보통 아침 8시에 가게에 나가서 밤 9시 이후에 집에 들어옵니다. 집에 오면 도마뱀인 땅콩이와 아몬드를 위해 귀뚜라미를 잡아주고, 샤워 후 노래를 들으며 사진을 보정하는 게 제 일상입니다.

  이 평범한 일상에 언제부턴가 꿍디가 끼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만지면 싫어하고 화를 내던 녀석이 어느 날부터 안 만지면 화내고, 이제는 꼭 날마다 1시간 이상은 놀아줘야 기분이 풀리는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사실 가게가 비교적 한가할 땐 큰 문제가 없지만, 붐비는 날에는 꿍디와 놀아주는 것이 어렵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완전히 녹초가 되어 거의 기절하듯이 잠들어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녀석은 단 하루도 안 놀아주면 화가 나는지 창문을 긁고, 방충망을 뜯으며 심지어 창문을 열고 방에 들어오기까지 합니다. 그러곤 잠든 제 얼굴을 앞발로 툭툭 치고 만져달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애정 결핍, 혹은 집착일까요?(웃음) 

 

산책은 좋지만 걷는 건 싫어 

  가게 브레이크 타임에 엄마와 뒷동산 산책로를 걷고 있으면 햇님이와 꿍디도 저희 모자 뒤를 따라오곤 합니다. 햇님이는 저희를 앞질러 달려가는 반면 꿍디는 저희 뒤를 따라 두세 걸음 걷고 ‘야옹’, 그리고 다시 두세 걸음 걷고 ‘야옹’ 하며 성질을 냅니다. 걷기 힘드니까 안아달라는 신호지요.

  처음 집에 왔을 때는 날씬한 체형에 뜀박질도 잘하는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 살이 찌기 시작하더니 운동도 싫어하는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심기를 거스르면 밤에 또 못 자게 괴롭힐 것만 같아, 눈치를 보며 안아주기로 합니다. 그럼 꿍디는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 골골거리며 품속을 파고들지요. 말 안 듣는 철부지 아이가 생기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네요. 웃긴 건 한 30m 정도 가면 질렸는지 발버둥 치고 품에서 내려온다는 것입니다. 참 변덕도 심한 아이랄까요.


츄르 주는 사람 좋은 사람
  사실 얼마 전 꿍디에게 실망을 했습니다. 평소에 우리 가족들만 따라다니는 꿍디이기에 가족만 사랑해 주는 아이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츄르만 주면 누구나 좋아하는 고양이였습니다. 평소에 길에서 앞집 아주머니를 마주치면 눈길도 안 주고 도망가던 꿍디였는데 아주머니가 츄르로 유혹하니 바로 뛰어가서 재롱을 부리는 겁니다. 역시 사람이나 고양이나 맛있는 걸 잘 주는 사람이 좋은가 봅니다.

  정작 원고를 작성 중인 이 순간에는 내 무릎에 올라와 만져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꿍디. 진정시키기 위해 녀석이 좋아하는 노래, Frank Sinatra의 「My Way」를 들려줘야겠습니다.

글·사진 안진환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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