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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THE POWER OF CAT

  • 승인 2021-10-28 08: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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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에 살고 있다 보니 부모님을 비롯해 많은 친구가 겸사겸사 우리 집에 방문하곤 한다. 하지만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인 여동생은 일이 바빠 유럽에 올 만한 장기 휴가를 낼 수가 없었다.


사이버 고양이를 직접 두 눈으로
  다행히 코로나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 2주가량의 휴가를 받은 덕분에 동생은 처음으로 스위스에 놀러 올 수 있었다. 노아와 폼폼을 입양했을 때, 나는 온 가족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여동생에게 아이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만 만질 수는 없는, 왠지 ‘사이버 고양이’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니 귀엽긴 한데 실제로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현실감 없는 존재랄까. 무엇보다 그녀는 원래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강아지파’였다.

  함께 스위스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동생은 ‘노아와 폼폼과 친해지고 싶은데 애들이 날 싫어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 처음 집에 들어갔을 때 절대로 귀엽다고 큰 소리를 내거나 무작정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모른척하며 네게 익숙해질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몇 가지 팁을 알려주었지만 동생은 무척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가장 예쁜 고양이임이 분명해

  드디어 스위스에 도착해 집에 발을 들인 순간, 전형적인 경계심 많은 고양이 노아와 폼폼은 낯선 인간의 출현에 일단 멀찍이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동생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동생 또한 최대한 아이들을 모르는 척하며 자연스럽게 집에 스며들려 노력했다.

  노아는 호기심이 많고 폼폼에 비해 사교적인 편이라 동생과 금방 친해질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민하고 겁 많은 폼폼은 어떨까? 과연 짧은 시간 내에 마음을 열어줄까?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첫날부터 폼폼은 동생에게 가까이 다가가 킁킁 냄새를 맡더니 조금 뒤에는 완전히 마음을 놓고 평소처럼 집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가 보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던 폼폼 특유의 머리 박치기 애교까지 동생에게 해 주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아이들을 동영상, 혹은 사진으로만 접했던 동생은 실제 노아와 폼폼의 매력에 단단히 빠져버렸다. 언니가 보내준 사진이나 영상은 아이들의 실제 매력을 절반도 담지 못했다며 단언하건대 노아와 폼폼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고양이들임이 틀림없다고 했다. 물론 고슴도치 집사인 나는 주관성을 잃은 지 오래이기 때문에 “당연한 사실을 이제 깨달은 것이냐”고 타박했지만.

 

이제는 강아지파 아닌 고양이파 

  고양이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혹여 발톱으로 할큄을 당할까 싶어 껴안는 것은 무서워했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새 장난감으로 아이들과 놀아주며 동생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폼폼이 해주는 머리 박치기 애교에 홀랑 넘어가 버린 듯했다. 오늘은 손을 내밀면 다가오지만 내일은 안 그러면 어떡하냐며, 매일매일 손을 내밀어보고 폼폼이 여전히 애교를 부린 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기뻐했다. 우린 스위스에 머무르며 짧게 프랑스 파리에도 다녀왔는데, 동생은 아이들이 보고 싶다며 어서 스위스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될성부른 극성 집사의 기질을 보이기도 했다.

  2주가량 노아와 폼폼과 함께 지낸 이후로 그녀는 열광적인 ‘랜선 이모’가 되어버렸다. 영상통화를 할 때마다 내 얼굴은 필요 없으니 어서 아이들을 보여달라고 요청하고, 매일 한 장 이상씩 아이들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라고 협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본인 반려묘도 아니면서 맘에 드는 노아와 폼폼의 사진을 본인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으로 쓰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이제 자기는 강아지파보다 고양이파라며, 온종일 고양이 관련 유튜브를 본다고 한다. 확고한 강아지파였던 동생의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고양이는 사람을 바꾼다

  지금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때문에 언제 다시 스위스에 놀러 올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지만, 동생은 극성 이모답게 그때는 장난감을 한 아름 사 가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또한 언젠가는 본인도 꼭 반려묘를 입양하겠다는 다짐까지. 노아와 폼폼은 반려동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극성 집사로 바꾸어 놓더니, 이제는 여동생조차 그 매력에 퐁당 빠져 허우적거리게 만들어버리고야 말았다. 자기들이 많은 사람의 생각을 완전히 바뀌어버렸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까? 고양이에겐 사람을 바꾸는 묘한 힘이 있다고, 나는 100% 확신한다

글·사진  이지혜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1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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