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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DEAR, MY DIARY

  • 승인 2021-11-08 09: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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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일기장아. 내 소개를 할게. 내 이름은 김꿀빵! 이름은 꿀빵, 성은 김씨야.

그러려니 하고 살아요
  처음에 내 이름이 ‘귀여워’인 줄 알았어. 진짜라니까? 나만 보면 다들 “귀여워~ 귀여워~” 하길래 정말 난 그런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더라고. 뒷모습이 마치 통영의 명물 ‘꿀빵’같이 오동통하고 먹음직스럽게(?) 생겨서 꿀빵이라고 지었다나. 멋들어진 이름도 참 많았을 텐데 정말 이게 최선이었나 싶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뭐, 어느새 나도 모르게 “꿀빵~!” 소리에 꼬리를 흔들며 반응하고 있더라. 자존심은 쬐끔 상하지만 주변에서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해줘서 그러려니 하고 살아.

나도 고구마 다이어트나 해볼까?
  누나가 요즘 다이어트인가 뭔가 한다고 만날 고구마를 한가득 삶아놓고 먹고 있어. 참 노력이 가상하지. 그런데 있지, 문제는 고구마를 그 자리에서 왕 커다란 걸로 다섯 개나 먹어 치운다는 거야. 가끔은 더 먹을 때도 있고. 내가 보기엔 저 인간 이번 생은 글렀어. 쯧쯧. 누나야 정신차려! 난 뚱뚱해도 귀엽지만 누나는 아니야. 그러니까 그 고구마 당장 내 입에 버리라구! 

 

말티즈 여친 구함 

  오늘도 어김없이 누나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어. 날씨가 좀 춥긴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움직여야한다구. 누나가 “이불 밖은 위험해!”라면서 꼼짝도 안 하려 하길래 겨우 어르고 달래서 운동 데리고 나온 거야.

  하, 이 상쾌한 공기! 간만에 더듬이에 힘 좀 빡 주고 나왔는데, 왜 꼭 이런 날은 예쁜 말티즈 누 나들이 안 보이는거야? 하, 외롭다… 나랑 같이 자연산 우드스틱 씹을 암컷 어디 없나?

나는 누나의 애착 강아지
  다른 강아지 녀석들, 다들 애착 인형 하나씩 있지? 나도 하나 있어. 그런데 누나에겐 내가 애착 인형 같은 건가 봐. 아주 하루 종일 물고 빨고 그냥… 나 없으면 어떻게 살까 싶다. 거의 뭐 주인이 분리 불안이랄까? 밤엔 꼭 내 꼬순내를 맡아야 심신이 안정되면서 잠이 솔솔 온다나 뭐라나. 아휴 피곤해.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인간이야. 어이, 주인! 침대 따뜻하게 데워놨어. 얼른 누워 자!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우리 누나도 회사에 다녀. 다른 인간들이랑 비슷하지. 누나는 아침마다 내 견생이 부럽다고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면서 출근을 해. 그럴 땐 좀 섭섭하다? 나도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쁜 몸이라고! 꽉 찬 내 하루 일정표 들어볼래?

  첫 번째, 나는 그 누구보다 빨리 일어나야 해. 이른 아침 출근하는 엄마를 배웅해 줘야 하거든. 솔직히 말하면 너무 이른 시간이라 가끔 못 일어날 때도 있긴 하지만. 댕댕이가 완벽하면 재미없잖아? 어느 한 군데는 허술해야 그게 또 매력이지.

  다음은 아빠 차례야. 먼저 화장실에서 물 트는 소리가 들림과 동 시에 큰 방 침대 위로 재빨리 호다닥 올라가야 해. 잠시 뒤 아빠가 화장실에서 나오시면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세상 아련한 눈빛으로 아빠를 빤히 쳐다봐줘. 그래야 간식 몇 개 얻어 먹을 수 있거든. 일찍 일어난 개가 간식을 먹는다는 옛말도 있잖아. 마지막으로 가장 요란스러운 누나까지 달래서 출근시키면 나의 오전 업무는 비로소 끝이 나지. 이제야 한숨 돌리는가 싶지만 아니야. 가족들이 돌아올 때까지 이 쪼그만 몸으로 이 큰 집을 혼자 지켜내야 해. 아주 막중한 임무지. 가족들 퇴근 시간도 다 달라서 시간 맞춰 칼같이 현관문 앞에서 호들갑 떨며 반겨줄 준비도 해야 한다고.

  하루 종일 귀여운 건 정말 고단하지만, 이 정도는 해줘야 내 간식의 질이 달라지걸랑. 앗, 쓰다 보니 누나 퇴근 시간이 다가왔네. 오늘은 여기까지 써야겠다. 정말,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글·사진 김한지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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