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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너희는 나의 별들이란다

  • 승인 2021-11-09 1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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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에는 두 마리의 강아지가 살고 있어요. 보드라운 베이지색 털과 커다랗고 예쁜 갈색 눈동자를 가진 믹스견 도담이, 그리고 초콜릿색의 뽀글뽀글한 털에 밝은 호박색 눈동자를 가진 푸들 초비랍니다. 

 

우주 최강 겁쟁이와 용감한 수호견
  음, 도담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얌전한 천사 애교쟁이랄까요? 하지만 누가 초비를 괴롭히면 무섭게 돌변해 초비 앞에 딱 버티고 서서 보호해 준답니다. 그때 도담이는 그 어떤 강아지보다도 사나워져요. 반면 초비는 정말 우주최강 겁쟁이예요. 처음 집에 왔을 때는 멀리서 택배 상자 뜯는 소리도 무섭다며 자지러지더라고요. 못 믿으시겠다고요? 비닐봉지도, 심지어 간식 통도 무섭다며 몸을 웅크리고는 화장실 변기 뒤에 쏙 숨어 버린다니까요. 그래도 둘이 함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도담이는 초비를 제 새끼처럼, 초비는 도담이를 엄마처럼 여기고 있거든요. 다둥이네는 ‘아이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게 가장 큰 복’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웃음) 

 

도담, 서로에게 행운인 사이

  도담이는 유기견이었어요. 주인에게 버려져 보호 사이트에 올라와 있었죠. 이젠 별이 된 제 첫 번째 강아지 ‘얼짱이’와 쏙 빼닮은 모습에 저는 그만 두 눈을 빼앗기고 말았고, 꼭 데려와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어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밤 도담이는 그렇게 제 가족이 되었답니다. 도담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고 여렸어요. 더구나 만삭이었고요. 소중히 안아서 조심조심 집에 왔는데, 너무 순하고 착했죠. ‘이 아이가 조금만 늦었어도 뱃속 아기들이랑 안락사를 당할 뻔했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만삭의 몸이지만 몸무게는 불과 4킬로그램. 뼈만 앙상한 작은 아이가 부디 우리 집에서 건강하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담’1)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도담이가 제게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선물을 준 거 있죠? 정말 운명이라는 게 실제로 있는 건지, 10월 4일, 그러니까 제 스물여섯 생일날에 딱 맞춰 새끼들이 태어난 거예요. 원래 출산 예정일은 10월 중순이었는데요. 아가들이 하나같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또 귀하던지, 천사들이 따로 없었다니까요. 도담이는 그동안 제가 알지 못했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 줬어요. 우리가 가족이 된 건 제게도 무척 큰 행운이었지요. 

 

초비, 깨발랄 수줍음쟁이

  초비의 눈망울에 반했어요. 반짝이는 호박색 두 눈동자. 곰팡이성 피부병으로 얼굴의 털은 죄 빠져 있었고, 몸에서는 각질이 우수수 떨어졌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가족이 되는 데에는요.

  손바닥만 한 공간 구석에, 머리를 박고 웅크려 있던 아이. 도담이도 작았는데, 초비는 도담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았어요. 고작 400그램밖에 나가지 않던 새끼 강아지였거든요. 이렇게 어린 강아지는 처음이라 너무 겁이 났었는데, 병원에서 예방주사도 맞고 약도 챙겨 먹이니까 금세 얼굴에 뽀송뽀송하게 새 털이 올라오더라고요. 예쁜 초콜릿색 털을 가진 이 아이는 ‘초비’라는 이름을 얻었답니다. 어린 초비는 장난감도 갖고 놀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온종일 시간을 보냈어요. 얼짱이도, 도담이도 얌전한 아이였는데, 에너지 넘치는 새끼 강아지가 오니 집안이 금세 시끌벅적해지더라고요. 아, 이게 개 키우는 거구나 싶었지요.

  “초비야~” 하고 부르면 초비는 제게 쪼르르 달려와 폭 안겨요. 제가 누워 있으면 목에 기대 눕고, 앉아 있으면 등에 몸을 딱 붙이죠. 그 작은 온기가 참 기분이 좋아요. 산책을 나가면 항상 제 옆이나 뒤로 붙어 다니고요. 얼마나 제 껌딱지인지 애정이 많이 가요. 때론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많이 하고 에너지도 넘쳐서 맞춰주기 힘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 집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비타민이랍니다. 

 

가장 빛나는 별들

  아침에 눈을 뜨면, 도담이와 초비는 항상 제 곁에 누워 있어요. 이름을 부르면, 손을 내밀면 깡총거리며 뛰어오죠. 함께 덮고 잔 이불에서 풍기는 꼬순내, 촉촉한 코, 마주 짓는 행복한 미소. 너무나도 당연한 이 모든 것들에는 끝이 있다는 걸 이젠 알고 있어요. 첫째 얼짱이를 떠나보내며 뼈저리게 느꼈거든요. 하지만 우리에게 시간이 주어져 있는 한, 저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보게 해 주고 싶어요. 그래서 휴일이면 늘 여기저기 함께 여행을 다니곤 하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강아지 운동장이나 애견 캠핑장에 가서 친구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여름엔 계곡에 가서 함께 물놀이도 하고, 겨울에는 함께 바다를 보며 새로운 다짐도 하고요.

  집에 있을 때면 누워서 휴식을 즐기는 도담이와 장난감 물고 놀기 좋아하는 초비. 산책할 땐 냄새 맡고 뛰는 걸 너무 좋아하는 도담이와 엄마 옆에서 총총 걷는 초비. 부디 아이들의 짧은 시간이 매 순간 행복으로만 가득 찼으면 좋겠어요. 올 한 해에도 도담이와 초비의 모든 날이 늘 빛나기를.

글·사진 최서연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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