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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큰녹고메오름, 롤남매와 함께 제주 눈꽃 트레킹

  • 승인 2021-11-16 16: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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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들은 왜 그렇게도 눈을 좋아하는 걸까? 코르키와 에코는 바다에서도, 산에서도 신나게 뛰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눈밭에서만큼은 그 정도가 조금 남다르다. 세상을 다 가진 어린아이처럼 행복한 얼굴로 폴짝폴짝 뛰며 새하얀 눈을 만끽한다. 펑펑 내리는 눈을 맞는 일은, 겨울을 맞이한 아이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새하얀 눈이 주는 특별함
  평소 제주도에는 눈이 잘 내리지 않는다. 그런데 웬일인지 최근 일주일 내내 많은 눈이 내렸다. 한라산이 있는 중산간뿐만 아니라 오름에도 눈이 덮였다. 그 소식을 듣고 우리는 ‘녹고메오름’으로 향했다. 노꼬메라고 불리기도 하는 녹고메오름은 큰녹고메, 작은녹고메 그리고 궷물오름이 함께 있는 오름이다. 한라산부터 제주시, 산방산까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조망이 확 트인 점이 특징이다. 

 

  트레킹을 시작하며 입구에서 바라본 큰녹고메오름. 맑은 날씨가 아니었음에도 주차장에 꽤 많은 차가 세워져 있었다. 코르키와 에코에게도 트레킹용 리드 줄을 채운 뒤 함께 걷기 시작했다. 올해 처음으로 눈을 접하는 댕댕이들을 위해 초입의 눈밭에서 잠시 자유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리드 줄을 풀자마자 자축행사라도 하듯 눈밭을 전력 질주하는 코르키와 에코. 트레킹을 시작한 지 채 30분이 안 되었는데 코르키와 에코의 얼굴에서 행복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온다. 얘들아, 이제 시작이야! 너무 에너지 빼면 안 돼! 눈이 온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가는 길목에 눈이 녹지 않고 쌓여있었다. 길이 그늘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인 듯했다. 눈길이 익숙하지 않다면 등산화를 신거나 아이젠을 챙기는 것이 좋다. 그간 트레킹 경력이 꽤 쌓인 코르키와 에코는 미끄러운 길도 익숙하게 척척 올라갔다. 이게 네 발의 장점인가? 나는 계속 주르륵주르륵 미끄러지는데. 자랑이라도 하듯 저 멀리 먼저 뛰어가 버리는 에코. 

제주에 담긴 겨울의 참모습 

  제주도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곳곳에 꾸미지 않은 겨 울의 모습이 보인다. 녹고메오름은 많은 사람이 찾는 것에 비하면 자연 그대로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정상까지 가파른 계단이 이어졌다. 다행히 눈이 쌓여 오르막길을 오르듯 편히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눈이 녹았을 땐 다리가 좋지 않은 반려견에게는 벅찬 길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웰시코기 코르키는 곧 7살이 된다. 코르키도 다리가 좋지 않던 시절이 있어 혹시나 다리를 절지는 않을까 계속 지켜보며 쉬엄쉬엄 올라갔다. 간만의 눈꽃 트레킹이라 그런지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어서 다행이었다.

  한 시간 반 정도 걸었을까? 계단이 끝나고 능선이 시작되는 구간에 이르렀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작년에 반려견과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서 알아봤던 적이 있다. SNS 사진 속 광활한 풍경을 꼭 아이들과 함께 눈에 직접 담고 싶어서였다. 허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이상의 풍경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으니까.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앞에는 한라산이, 뒤에는 광활한 바다가 펼쳐졌다. 

 

서로의 시선에 맞춰 

  코르키, 에코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아름다운 광경, 아름다운 순간을 아이들과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강아지가 그걸 어떻게 공감할 수 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매년, 셀 수 없이 많은 곳을 함께 다니다 보면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새로운 곳에 갈 때, 새로운 냄새를 맡을 때 얼마나 행복해하는지를. 또 코르키와 에코는 내가 힘들어하면 속도를 늦춰주고, 내가 풍경에 감동해 말을 잃고 산의 능선이나 지평선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꼭 옆에 앉아 나를 기다려준다. 내가 아이들에게 시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에게 시선을 맞춰 준다.

  한라산은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없어 아쉬웠는데, 깜짝 눈 선물 덕분에 녹고메오름에서 눈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 감사했다. 이번 겨울이 가기 전에 더도 말고 딱 한 번만 더 눈이 펑펑 와서 코르키, 에코와 함께 눈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도 나와 함께 걸어줘서 고마워!

글·사진 서민정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1년 2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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