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라쿤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쓰레기통을 뒤엎어 거리를 더럽게 만들기도 하고,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사료를 훔쳐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레이시 와그(Gracie Wagg)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 날 농양, 탈수와 기생충 감염으로 고통받는 아기 라쿤을 발견하고서 곧장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라쿤 로키(Loki)는 그렇게 따뜻한 품으로 환대받으며 삶을 시작했다.
그레이시와 가족들은 젖병을 이용해 로키에게 필요한 영양을 제공하고, 따뜻한 곳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정성껏 돌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제든 로키가 떠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로키가 야외로 나갈 수 있는 강아지 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웃들은 그레이시 가족들에게 ‘라쿤이 성장하면서 곧 공격성을 드러낼 것’이라며 염려하는 의견을 건넸다. 하지만 그레이시 가족들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성장하는 로키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생명체였고, 이유 없이 누군가를 해칠 악의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로키는 그 문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도 집을 떠나지 않았다.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그 곳이 영원한 집이며, 자신과 함께하는 이들이 영원한 가족이라는 것을 안 것이다.
로키(Loki)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말썽쟁이 신의 이름을 가진 것처럼 열심히 사고를 치고 다녔다. 하지만 그만큼 로키는 가족들에게 좋은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이웃들도 이제는 두 눈을 빛내며 활짝 웃는 얼굴을 하는 로키가 가족이 아니라 해로운 동물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경이로운 삶은 오래 가지 않았다. 로키가 한 살이 된 무렵, 어느 백신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된 것이다.
그레이시 가족들은 “몇 년이 지났지만 상처는 여전하다”며 “내 마음 속의 구멍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로키가 알려준 아름다운 삶, 축복받은 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영상으로 로키와의 순간을 남겼다.
영상 속에는 가족과 함께 걸음마를 하고, 어디든 갈 수 있음에도 아빠의 뒤를 쫓아다니는 사랑스러운 로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함께 감상하자.
CREDIT
글 김나연 객원기자
사진 Kat Wag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