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에게는 공동 육아의 본능이 있다. 그리고 어느 길고양이는 신뢰하는 인간을 육아 파트너로 정했다.
어여쁜 삼색 고양이는 어느 날 아파트 단지에 나타났다. 고양이는 곧 마음에 드는 인간 남성을 찾았다. 카메론(Cameron)이라는 이름의 남성은 고양이에게 음식과 물을 제공했다. 그들은 친구가 되어 함께 시간을 나누고는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사고를 당한 걸까? 걱정이 됐지만, 카메론은 그녀가 돌아올 것을 의심하지 않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 신뢰에 답하기라도 하는 듯 고양이는 한 달이 조금 지난 후 돌아왔다.
고양이는 혼자가 아니었다. 귀여운 삼색 무늬를 가진 새끼 고양이와 함께였다. 카메론은 이전에 어미 고양이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하지만 고양이가 잠시간 사라졌던 시기를 생각하면, 어딘가 은밀한 곳에서 새끼를 낳고 키우다 살아남은 새끼를 데리고 나타났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했다.
카메론은 두 마리의 고양이를 모두 돌보기 시작했다. 길고양이로서의 삶을 존중해 그들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지는 않았지만, 매일 모녀에게 깨끗한 물과 음식을 제공했다. 카메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도움이었다.
덕분에 어미 고양이는 충분히 먹고 마시면서 육아에 전념할 수 있었다. 사냥을 떠났다가 새끼를 잃어버리거나, 사고를 당해 새끼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길고양이로서의 삶을 생각하면 꽤나 풍족한 환경의 육아였다.
어미 고양이는 카메론이 꽤 믿음직한 육아 파트너이자 인간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어느 날부터인가 새끼를 놔두고 훌쩍훌쩍 밖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며칠 내내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카메론은 꽤 놀랐지만, 곧 어미가 새끼를 자신에게 ‘주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카메론은 곧 어린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그의 아파트로 들어왔다. 새끼 고양이는 곧 카메론의 기쁨이자 인생의 햇살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고 새끼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어미 고양이는 매일 새끼와 카메론을 찾아오며 꼬박꼬박 그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카메론은 매일 찾아오는 어미에게 음식과 물을 계속 제공하는 한편, “우리 집에 들어올래?” 하고 함께 살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어미 고양이는 집고양이로서의 삶을 계속 거절하고 있다. 때문에 카메론은 어미를 위한 작은 집을 만들어 집 밖, 그들이 매일 만나는 장소에 설치했다고 한다.
새끼 고양이는 현재 집안 생활에 만족하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어미 고양이도 다치는 일 없이 매일 카메론의 집에 들려 잘 쉬다 간다고 한다. 모쪼록 카메론과 고양이 모녀의 만남이 다치는 일 없이 유쾌하고 발랄하게 계속되길 바란다.
CREDIT
글 김나연 객원기자
사진 Camer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