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라쿤을 알아서 모시는(?) 고양이 부하들이 있다.
어느 라쿤 한 마리가 2009년부터 일리노이 주에 있는 에린(Eryn)의 집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라쿤은 아침 6시~9시 사이에 방문해 에린이 제공하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갔다.
다만 라쿤은 시력에 문제가 좀 있었다. 에린은 "라쿤의 눈은 밝을 때 약간 녹색 빛을 띄었어요. 시력의 일부를 잃었고 거친 바람이나 새, 눈을 두려워 하죠."라고 말했다.
그래도 라쿤은 꽤 오랜 시간 에린과 연을 이어갔다. 그러다 2014년 10월, 라쿤은 음식을 먹기 위해 나타난 두 마리의 작은 검은 고양이들과 조우하게 됐다. 아직 새끼였던 고양이들은 경계심 없이 라쿤을 졸졸 쫓아다녔다.
앞이 보이지 않아 겁이 많은 라쿤은 성가신 고양이들을 공격하지 않고 내버려뒀다. 호기심인지 동정심인지, 고양이들은 그런 라쿤을 볼 때마다 근처를 맴돌더니 점점 라쿤의 보디가드를 자처하기 시작했다.
에린이 포착한 영상을 보면 고양이들은 라쿤의 완전한 '왼팔', '오른팔'이다. 엉금엉금 느리게 걷는 라쿤은 '보스'처럼 보인다. 고양이들은 라쿤이 식사를 마치고 숲으로 들어갈 때면 양 옆을 따라 걸으며 극진히 모셨다.
라쿤은 2015년 여름 세상을 떠났다. 이미 라쿤의 평균 수명을 훌쩍 뛰어넘은 나이였다.
대장을 잃은 고양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에린은 중심 없이 방황하는 고양이들을 거둬 반려를 시작했다. 야성이 짙은 녀석들이었기에 숱한 가구 파손과 몸의 상처를 거쳐 겨우 그들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그리고 에린은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이들이 '꼬리 언어'를 열심히 사용하는 것을 포착했다. 반년 정도 대장으로 모셨던 라쿤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이 소식은 고양이 전문 매체 '러브뮤'에 소개됐다.
CREDIT
에디터 김기웅
사진 에린 (@eryn_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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