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열렬한 선원인 폴 톰슨(Paul Thompson)은 스카티(Skatty)가 생후 4개월일 때 그를 배에 실었다. 스카티는 약간 긴장한 채 인간 아빠의 무릎 위에 앉았다. 돛이 오르고, 배가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기 시작했을 때 스카티는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스카티와의 어색한 첫 항해는 그렇게 시작했다.
그 후 스카티는 톰슨과 함께 항상 배를 탔다. 물론 위험한 사고도 한 번 있었다. 한 번은 보트 가장자리에 서 있다가 미끄러져 바다에 빠진 것이다. 다행히 스카티를 항상 보고 있던 톰슨이 재빨리 스카티를 바다에서 건져 올려 낼 수 있었다. 스카티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타올로 몸의 물기를 털고 항해를 마저 즐겼다.
톰슨은 스카티와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했다. 우선은 그 스스로 스카티를 항상 눈여겨 보는 것이다. 그리고 배 주변, 가능한 부분에 안전망을 둘렀다. 스카티가 실수로라도 다시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말이다. 밤이면 스카티를 선내로 들이고 문을 잠궜다. 덕분에 스카티는 한 번의 사고 이후 별다른 사고를 겪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새들도 스카티와 톰슨의 항해에 함께한다. 쉬어 갈 곳 없는 바다 위에서 그들의 보트는 머물기 좋은 쉼터다. 스카티는 갑판에서 새들을 쫓으며 놀고, 기진맥진해서는 다시 낮잠을 자고는 했다. 그리고 저녁 때 다시 슬그머니 일어나 보트 위에서 미친 듯이 우다다를 하는 것이 스카티의 일과다.
물론 스카티에게는 놀고, 자고, 뛰는 것 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일과가 있다. 바로 청각 장애인인 아빠인 톰슨의 귀가 되어 주는 것이다.
스카티는 톰슨이 소리를 못 듣는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이해한 듯 했다. 그리고 다른 배가 그들의 보트로 다가올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릴 때, 문자 메시지가 올 때 그 사실을 톰슨에게 몸짓으로 알려주는 역할을 자진했다. 문자 메시지가 오면 휴대 전화 위에 앉거나 화면에 발을 갖다 대는 식으로 말이다.
톰슨은 스카티의 목소리를 못 듣기 때문에 그의 신체 언어를 더 면밀히 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스카티의 몸짓이 그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스카티를 위해서 항해 속도도 늦추고 있다. 톰슨은 스카티의 속도, 스카티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한편, 스카티는 다섯 개의 발가락이 있는 다른 고양이들과 달리 한 개의 발가락을 더 가지고 있다. 톰슨은 스카티의 여섯 개 발가락이 배 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 더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스카티가 ‘항해하지 않는 고양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전했다.
톰슨은 스카티와의 이야기가 알려져 다른 이들도 자신의 모험에 고양이를 동참시킬 것을 희망하고 있다. ‘고양이가 집에 있고 싶어하지 않을 것’ 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고양이 또한 많은 자극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있고 싶어하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톰슨은 고양이와 함께하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양이의 페이스로 일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매우 느릴 수 있지만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수칙이며, 귀찮을 수 있겠지만 작은 단계만 거치면 된다고.
아빠와 함께 항해하는 고양이 스카티의 삶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여기를 방문해보도록 하자. 바다 위에서, 도로 위에서, 그리고 그 어느 곳에서든 씩씩하게 아빠와 함께하고 있는 스카티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CREDIT
글 김나연 객원기자
사진 instagram / straussvonskatteb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