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직전 구조된 새끼 고양이의 성장담이 누리꾼들에게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조안 보웰(Joan Bowell)은 그리스의 한 작은 섬에서 많은 고양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최근 그녀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다가 누군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아주 작고 미약한, 그러나 틀림없이 도움을 청하는 듯 한 새끼 고양이의 소리였다.
보웰은 약 10m 정도 걷고 난 후, 예상했던 대로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다. 삑삑거리며 울음을 토하는 새끼 고양이 옆에는 이미 죽음을 맞이해 싸늘하게 식어버린 다른 새끼 고양이가 있었다.
살아남은 새끼 고양이의 눈은 감염으로 인해 퉁퉁 붓고 감겨 있었다. 털도 볼품없이 까칠했다. 앙상하게 마른 발 위로 거뭇하게 낀 때는 보웰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심각한 영양 실조 상태에 며칠간 먹은 것도 없어 보였다. 어미가 새끼들을 보살피는 걸 포기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보웰은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눈을 좀 닦아주자 고양이는 간신히 눈을 떴다. 고양이는 동물병원으로 가 눈 치료를 받았고, 몸에 엉겨붙었던 벼룩과도 이별할 수 있었다. 보웰은 고양이에게 몇 번 먹이를 주는 것을 시도해 새끼 고양이가 간신히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했고, 따뜻한 물병으로 채운 상자에 고양이를 넣어 떨어졌던 체온을 정상으로 올렸다.
고양이는 구조 후 14시간 만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있었다. 고양이에게는 곧 칠리(Chili)라는 이름이 붙었다.
칠리가 몸을 좀 회복한 후, 보웰은 그에게 어린 자매 고양이 두 마리를 소개시켜 주었다. 칠리와 마찬가지로 길거리에서 구조한 자매였다. 보웰은 고양이 자매가 칠리의 면역 체계 강화를 돕고, 식욕을 돋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나 보웰의 기대대로 자매는 칠리의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자매 고양이들이 칠리를 만나자마자 한 일은 그를 꼭 껴안는 것이었다. 태어난 시기는 비슷했겠지만 자매들에 비해 너무나 작은 체구를 가졌던 칠리는 자매들의 동생인 양 따뜻한 체온을 나누며 편하게 잠들고는 했다. 자매들은 자신들도 새끼 고양이였건만, 그들보다 더 작은 칠리를 보호하려는 모습을 종종 보여줬다.
칠리가 천천히 몸을 회복하고 성장하는 동안 자매는 늘 칠리와 함께였다. 보웰은 그들의 성장을 찬찬히 지켜보았다. 칠리는 점차 살이 붙었고, 볼품없던 털은 제법 보드라워지기 시작했다. 칠리가 자매들의 체구를 따라잡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칠리는 보웰이 돌보고 있는 고양이들 중 가장 식탐이 많은 고양이로 자랐다. 아마 죽기 직전까지 그를 괴롭혔을 굶주림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고통스러운 과거와는 별개로, 칠리는 이제 식사를 즐기고 포만감을 사랑하며 자매들을 정성껏 그루밍할 줄 아는 고양이다.
보기 좋게, 포동하게 살찐 칠리를 보라. 볼품없이 죽어가던 새끼 고양이의 흔적은 찾을 수 없이 잘생긴 청소년 고양이가 되었다. 칠리는 인간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고, 자매들과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보웰이 구조하는 다른 고양이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한편, 칠리의 소식은 고양이전문매체 러브뮤에서 전했다. 누리꾼들은 “잘 커서 다행이다”, “예쁜 고양이로 자랐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CREDIT
글 김나연 객원기자
사진 God's Little People Cat Resc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