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에게 정원은 훌륭한 놀이터다. 할 수 있는 놀이가 무궁무진하다.
식사 후 남은 음식을 숨기기도 하고, 잘 자라고 있던 식물을 초토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땅 파기'만큼 신나는 일도 없다.
브라질 상 파울로에 사는 루카스는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털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반려견 판도라(Pandora)가 뒷마당에서 난리를 쳐 놓은 것이다.
오늘의 장난은 땅파기였다. 무얼 묻은 것 같지도 않고 용변을 본 흔적도 없는데, 판도라는 깊은 구덩이를 만들어 놨다.
판도라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집으로 들어온 루카스는 소름이 돋았다. 판도라가 잇몸을 잔뜩 드러내고 음흉한 미소를 발사한 것이다. 자신의 장난에 속수무책 당한 루카스를 놀리려는 심산이었을까.
잠깐, 판도라를 더 가까이 보자. 웃는 모습이 조금 어색하다.
알고 보니 판도라의 잇몸이 아니라, 판도라가 뒷마당의 흙을 파며 발견한 틀니였다. 루카스 가족이 이사오기 전 살았던 노인 부부의 것으로 추정됐다.
루카스는 한바탕 폭소한 후 틀니를 버리기 위해 판도라의 입에서 빼냈다. 그러자 판도라는 정색을 하며 루카스를 바라봤다.
루카스에겐 재미있는 해프닝이었지만, 판도라에겐 반나절 동안 힘껏 땅을 파 얻은 수확이었느니 이해가 간다. ?
틀니를 발견한 판도라의 이야기는 동물 전문 매체 더 도도 등 외신을 통해 소개됐다.
CREDIT
에디터 김기웅
사진 더 도도(the dodo) / 루카스 알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