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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 골목대장 '나비'에게 바친 한 끼

  • 승인 2017-05-23 11: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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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인파로 북적이는 망원동. 역에서 시장 쪽으로 걷다보면 오른 편에 큰 정육점이 보이는데 그 앞은 삼색이 길고양이 '나비'의 출몰지다.

나비는 태어난 지 몇 개월되지 않은 아주 작은 체구의 고양이다. 하지만 이미 그 골목은 나비가 점령했다.

골목을 오가면서 계속 눈에 밟혔던 나비. 나비는 정육점 앞에 앞발을 접고 인파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 날은 주머니에 잔돈이 있어 근처 애견용품 숍에서 급히 통조림 하나를 사 나왔다.

다행히 나비는 계속 거기에 있었다. 이제 보니 여유로운 모습이 '행인이여 알아서 밥을 바쳐라'라는 유세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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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을 까자마자 나비는 기다렸다는 듯 먹이를 먹어치웠다. 덩치가 두 배쯤 돼 보이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왔지만 나비의 눈짓 한 번, 하악질 한 번에 우회해서 돌아갔다.

야금야금 야무지게 통조림을 터는(?) 나비의 뒤통수가 너무 귀여워 조심스레 손을 가져대자 나비의 오른발이 잽싸게 날아들었다. 손에는 길쭉한 상처가 났다. 이 자식이...

그래도 길고양이로 살아 남으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새삼스런 대견함을 느끼고 돌아서는 길. 뒤를 잠깐 돌아가보니 배를 채운 나비는 자리에 없었고 빈 통조림을 예의 그 검은 고양이가 낼름낼름 핥고 있었다. 아무래도 다음에 올 땐 캔을 하나 더 사와야겠다.


CREDIT

에디터 김기웅

사진 우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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