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직전까지 내몰렸던 고양이 '소룡이'의 따뜻한 사연이 소개됐다.
어느날 반려인 지희 씨가 일하는 곳으로 갑자기 구조되어 온 아기 고양이. 앙상하게 마른 몸과 흙과 먼지, 오물들이 달라붙어 더러워진 털, 미미하게 들리는 숨소리를 보니 죽지 않고 숨이 붙어 있는 게 오히려 기적 같았다. 한쪽으로 쓰러져 일어서지 못하고 네 다리를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이의 왼쪽 귀 안에서는 끊임없이 누런 농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좀 더 살펴보니 뭔가 이상했다. 계속 누워 움직이지 못하는 데다 고개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으니 뇌 손상에서 온 마비 증상을 의심했고 교통사고보다는 학대로 인한 결과라고 의견이 쏠렸다. 돌에 맞거나, 아예 누군가가 직접 돌을 내리친 것 같다는 추정도 함께였다.
자연스레 안락사 얘기가 오갔다. 막대한 치료비와 온전한 몸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수의사의 소견에 지희 씨는 울며 마음 아파했지만 달리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
그러나 망설임은 잠시였다. 사료를 갈아 넣은 주사기를 힘차게 빨며 곧게 자신을 쳐다보는 아기 고양이의 맑은 눈동자에서 지희 씨는 삶을 향한 강한 의지를 엿보았다. 고양이는 '소룡이'라는 이름을 얻고, 안락사 대신 큰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용케 살아났다.
물론 소룡이는 오랜 회복 기간 후에도 완전한 정상 상태로 돌아오진 못했다. 귀 안쪽의 상처가 깊어 뇌쪽 신경에도 영향을 미쳤기에 여전히 부자유스러운 움직임이다.
그래도 지희 씨는 마사지책까지 찾아 읽으며 소룡이의 재활을 전심으로 돕고 있다. 여기저기 부딪히며 걷긴 하지만 자기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씩씩함을 회복한 소룡이다.
지희 씨 집에 있던 성묘들과도 잘 뛰어 놀며 애정 표현도 숨김 없이 한다는 소룡이. 1kg의 몸무게로 큰 수술을 견뎌내고 무사히 가정묘로 적응한 소룡이를 보며, 지희 씨는 “더 이상 바라는 건 없어요”라며 잔잔하게 웃었다.
소룡이와 지희 씨의 이야기는 고양이 감성 잡지 '매거진C'의 '묘생 2막' 코너에서 소개됐다.
CREDIT
글 장수연
사진 엄기태
에디터 김기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