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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3-26 11: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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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3-26 11: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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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3-25 12: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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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3-25 12: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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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3-19 14: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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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3-11 14: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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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2-18 13: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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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마음
- 꽃 개 네 트 워 크보이지 않는 마음 명절. 아내가 아들을 데리고 친정에 갔다. 꽃개와 단둘이 남겨진 집은 동굴처럼 아늑하다.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청소도 마쳤고, 딱히 할 일도 없다. 꽃개와 나, 둘만의 명절 소파에 누워 TV를 본다. 가장 게으른 자세로. 무덤처럼 완만하게 솟은 아랫배에 한 팔을 걸쳐놓고 리모컨을 누른다. 안 봐도 그만인 영상이 망막에 맺혔다 사라진다. 바둑TV. 내가 좋아하는 김지석이 세계 랭킹 1위인 커제와 만났 다. 농심 신라면배 결승. 몇 달 전 시합을 재방송하는 걸로 보아 김지석 선수가 이긴 것 같다. 아내는 정지 화면을 왜 보는지 모르 겠다고 투덜거렸다. 수읽기는 보이지 않으니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역전극이었다. 오후 3시. 꽃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간다. 소형견을 데리고 나온 중년 남자들이 눈에 띈다. 목줄을 쥔 채 담배를 피우고 스마트폰을 하는 모습이 바다를 표류하는 뗏목 같다.꽃개는 나를 계단으로 이끌었다. 그대로 내려가면 지하주차장이 나온다. 차를 타고 가자는 뜻이다. 엄마와 형이 있는 데로. 적막 속의 기다림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개 껌을 준다. 녀석은 살만 발라먹더니 현관 신발 벗는 곳으로 가 배를 깔고 엎드린다. 익숙한 포즈였다. 보통 가족 중 한 사람과 남게 되면 꽃개는 조용해진다.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하염없이 기다리다 지치면 잠든다. 나 역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이리 와서 아빠랑 같이 자자고 스킨십을 유도하지도 않는다. 녀석과 나는 간격을 유지한 채, 그 틈으로 시간을 흘려보낸다. 쌀을 씻어 압력밥솥에 넣고 취사 버튼을 누른다. IPTV 영화 목록에 가서 새로 업데이트 된 작품 중 볼만한 게 있는지 찾는다. 아들은 친구들과 같이 극장에 갈 정도로 컸다. 아내와 나는 더 이상 데이트를 목적으로 극장에 가지 않는다. 창밖으로 어둠이 스며든다. 증기가 배출됩니다. 안전에 주의하세 요. 취이익, 터져 나오는 소리도 꽃개를 건드리지 못한다. 어둠에 잠긴 현관 바닥에 아까 봤던 모습 그대로 누워있다. 냉장고에서 꺼낸 김치찌개를 뚝배기에 1인분만 퍼서 보글보글 끓인다. 혼밥, 고상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집중도는 높은 편이다.일체의 노이즈 없이 거울처럼 맑은 상태로 김치찌개와 흰쌀밥의 농밀한 조합을 즐긴다. 열기가 올라와 콧등에 땀이 맺힌다. 개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꽃개가 사료를 으드득 부수어 먹는 소리조차 우울하게 들린다.개는 하루의 단위가 7시간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평균 수명이 15년인 점을 감안하면 개의 시간이 인간의 시간보다 서너 배 빠르다고 보는 건 그렇게 이상한 시각이 아닐 것이다. 녀석의 관점에서는 가족과 떨어진 채로 하루를 넘긴 것이다. 오후 7시. 산책을 나간다. 12층에서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탄다. 엄마 품에 안겨 배웅을 나온 아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할머니 가지 말라고. 예전에 그런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 아누타, 접근성이 워낙 떨어져 원주민들이 공동체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곳이다. 촬영을 마친 제작진이 돌아가는 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울기 시작했다. 살짝 눈물을 비치는 정도가 아니라 가족을 잃은 것처럼 폭풍 오열해 제작진도 당황했다. 조그만 섬에서 평생을 살아 가는 저들 입장에서는 다시 볼 일 없는 사람이 죽은 사람과 다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와도 같은 배웅이다. 정적에 잠긴 아파트 주변을 돈다. 어둠 너머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뚫어지게 쳐다보는 녀석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나는 TV를 보고 녀석은 기다린다. 속절없이, 그리운 냄새가 다가올 기적의 순간을. 나는 녀석에게 틀렸다고, 그들이 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갈 거라고 말하지 못한다. CREDIT글 사진 BACON 에디터 윤태리
- STORY | 2019-03-26 11: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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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로, 또 같이
- MOSAIC BROTHERS 따로, 또 같이 아무것도 잊을 수가 없다.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오래도록 추억하고 싶다. 너희와 함께한 모든 시간을. 집을 짓고 있다. 지금 사는 곳과 조금 많이 떨어진 곳에 붉은 벽돌을 가진 마당 넓은 집을. 머릿속으로만 지어 올렸던 그 집에 드디어 살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큰 감사요 축복인데, 마음 한편이 축축이 젖은 수건처럼 자꾸만 무거워만 진다. 아마 달봉이와 콩이를 향한 그리움이 일찍부터 찾아와 그런가 보다. 파란만장한 삶, 달봉이 3년 전 그날을 선연히도 기억한다. 고물상 철창 안에 녹 슨 줄로 묶여있는 달봉이를 처음 목격한 날의 이야기다. “산책은 무슨, 맨날 저렇게 묶어나 놓지.” 무심하게도 내뱉던 고물상 주인의 대답까지도 선명하다. 그때부터였다. 종일 메어 물도 밥도 제때 먹지 못하는 달 봉이를 하염없이 걱정하기 시작하던 때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일주일에 겨우 두세 번 산책해주는 일뿐임을 가 슴 아파하던 때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SBS 동물농 장과 대구 모 동물복지단체에 연락해 무슨 방법이 없냐며 절절히 떼를 써보기도 했고, ‘주인이 있는 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돌아온 답변에 절망하여 여러 날 동안 눈물 콧 물 다 흘리며 기도만 붙잡고 있기도 했다. 기적이라고 해야 할까. 2017년 7월, 고물상은 이전했고 달봉이는 남겨졌다. 그간 주인 대신 밥을 챙기고 틈틈이 산책을 시켜주던 배터리 사장님이 진짜 주인이 되겠다며 달봉이를 입양했다. 그날은 정말이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반갑고 감사하고 뿌듯했다. 사장님은 그전보 다 곱절 더 큰 관심과 애정으로 달봉이를 보살펴주셨고, 그 덕에 달봉이는 자신감도 상당히 높아져 윤기 나는 털 빛과 늘 말려 올라간 꼬리로 사랑에 화답하고 있다. 지난 1월 심장사상충과 심장병 확진으로 콩이 이모와 우리 자매 눈물을 쏙 빼놓기도 했지만, 지금은 펑펑 울던 그 날 밤이 민망할 만큼 달봉이는 쌩쌩하다. 가끔은 병원 치 료나 약보다 주인의 극진한 사랑과 가족이란 믿음이 병을 이기기도 하나 보다. 이사를 가고 나면 지금처럼 쉽게 달봉이를 만나진 못하겠 지만, 명절이나 주말에는 달봉이를 만나 바치와 함께 산 책하려 한다. 달봉이가 우리를 잊지 않고 지금처럼 건강 하게 살아준다면 말이다. 이웃 그 이상, 콩이네하루는 서울에 있는 내게 언니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분홍 리본을 단 바치였다. ‘역시 우리 바치는 리본을 묶어 도 귀엽군’ 생각하던 찰나,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나야 이거 누구게? (바치아이가?) 놀래지 마래이, 오늘 만난 콩이라는 친구다.” 깜짝 놀랐다. 우리가 모르는 바치 형제가 있다면 이 친구 일까 싶을 정도로 어린 콩이는 바치와 똑같았다. 역시나 3년 전, 산책 중 우연히 만난 콩이네와 언니는 ‘생 애 첫 강아지 가족’이라는 공통점과 ‘미술’을 전공했다는 교집합으로 급속히 가까워졌다. 대구로 돌아온 나도 자연 스레 산책 동반자가 되면서 셋이 함께하는 날이 점점 풍 성해졌다. 프리랜서인 직업 덕에 우리와 이모는 일정을 곧잘 맞출 수 있어 산책은 늘 같이했다. 산책 후 커피 한 잔이나 늦은 밤 맥주 한 병 기울이는 시간은 빠지면 섭섭 한 습관이 되었을 정도다. 겨울이면 붕어빵 사 들고 볕 좋 은 공원을 거닐고, 봄가을이면 삼형제를 차에 태워 하중도로 칠곡보로 떠나던 날은 평범해서 더욱 특별하기도 했 다. 참, 콩이에게 감동한 그 날도 빠트리면 안 되지. 매일 보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일주일 만에 만난 날이었다. 멀 리서 나를 발견한 콩이는 한걸음에 달려와 풀쩍 뛰어올라 내 얼굴을 핥으며 반가움을 표해주었다. 가족 외 타인에 겐 무심한 콩이었기에, 1년이 넘도록 쓰다듬는 손길을 경 계하던 녀석이었기에, 내게 보여준 사랑이 몇 배는 더 크 게 다가왔다. 행복이란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친 구가 되는 데 나이는 걸림돌이 될 수 없음을, 콩이와 이모 를 만나면서 배웠다. 언제 어디서든 하하 호호 웃으며, 행 복한 여유를 한껏 들이마시던 계절을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다. 조금은 뜸해지겠지만 우리는 이제 거리와 장소를 핑계로 얕아질 사이는 아니니까! 정원에서 이모와 커피 향을 맡으며 마당에서 뛰어놀 바치와 콩이를 상상하니, 이사 가는 일이 그렇게 섭섭하지만은 않다. #말은_바로하자 #분양 말고 #입양 분양分讓: 큰 덩이를 갈라서 나누어줌. 땅이나 건물 따위를 나누어 팖. 입양入養: 양친과 양자가 법률적으로 친부모와 친자식의 관 계를 맺는 일. 사전이 정의하는 분양과 입양의 뜻은 이러하다. 의식하고 노력해서라도 분양보다 입양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가끔은 부지중 내뱉는 언어가 생각을 움직이고 문화를 바꾸기도 하니까. 올바른 동물 복지 정착 을 위해 이곳저곳 여러 모양으로 섬기고 봉사하는 모든 반 려인을 앞으로도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더불어 2019년 에는 애완동물가게(펫숍)보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동물 가 족을 맞이하는 반려인이 더 늘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CREDIT글 이미나그림 이미란에디터 윤태리
- STORY | 2019-03-26 11: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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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우리가 깊어지는 시간
- 내 고 양 이 는 1 0 살11월, 우리가 깊어지는 시간 하루하루가 아깝도록 좋은 계절이다.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시원한 가을날, 11년차 집고양이 희동이에게 허락된 나들이 공간은 미안하지만 베란다까지다. 작년 이맘때 희동이는 신부전 초기 진단을 받았다. 불안감에 밤낮없이 괴로워했던 걸 생각하면 별 탈 없이 흘러간 날들이 고맙기만 하다. 희동이만 괜찮으면 나는 괜찮아. 주문처럼 중얼거렸었는데 늘 그랬듯 이번에도 기특한 내 새끼가 걱정을 덜어 주었다. 해가 바뀌면 희동이와 함께 산 지 꽉 채운 10년이 된다. 세 번의 파양 끝에 갓 성묘가 되어 내게 왔던 희동이는 열한 살의 노묘가 되었다. 20대 대학생이었던 나는 곧 서른네 살이 된다. 이사를 좋아하는 나를 따라 안암동 옥탑방에서 천호동 주택, 원서동 한옥, 옥천동 스튜디오, 오금동 복층 집을 거쳐 지금의 후암동 언덕 집으로 이사를 오기까지 희동이의 생활도 많이 달라져 왔을 거다. 나에게 이사는 일상의 지루함을 떨치고 새로운 환경을 꾸리는 즐거움이었지만 자신만의 영역이 중요한 희동이에게는 어쩌면 스트레스였으리라. 그럼에도 희동 이가 더 나이 들기 전에 마당이 딸린 주택으로 이사를 가서 흙냄새를 맡게 해주고 싶다. 천천히, 하지만 빈틈없이 흐르는 노년의 시간을 조금 더 다사롭게 해 주고 싶달까. 해마다 연말이 되면 희동이의 나이를 헤아리며 이런저런 걱정에 휩싸이곤 했는데, 올해는 그런 유난도 없이 가을을 맞는다. 햇볕에 데워진 희동이의 뒤통수를 쓰다듬거나, 쓰다듬는 김에 귓바퀴에 묻어 있는 귀지를 닦아주거나 하면서 열 번째 가을을 보내고 있다. 희동이만 괜찮으면 나는 괜찮아, 읊조리는 대신 같이 있어 너무 좋다, 하면서, 우리의 시간이 깊어지는 것을 가능한 한 즐기려고 한다. 집안 구석구석 햇살을 졸졸 따라다니고, 창문을 열어달라 쫑알거리고, 침대에 누워 손으로 이불을 툭툭 치면 내 곁에 와함께 뒹구는, 희동이와의 한결같은 나날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인생의 축복이지 싶다. 어제는 자기 전에 잠깐 보일러를 튼다는 게 집안이 후끈 달아 오를 지경이 되어 새벽에 숨이 막혀 잠을 깼다. 그 와중에 거실 한가운데 누워 뒹굴며 행복해하는 희동이를 보고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아무래도 올해는 좀 일찍 보일러를 틀기 시작 해야겠다. 다가오는 겨울엔 베란다에서 같이 눈 구경도 하고, 여름 내내 열심히 키운 동백나무에서 예쁘게 꽃이 피는가 기다려 보자. 그리고 이 가을엔 ‘단이’도 가족을 찾을 수 있기를! 후암동의 가파른 계단 위에서 다 죽어가는 꼬물이를 구조해 치료하면서도 혹 예민한 희동이가 스트레스로 탈이 날까 싶어 서로 얼굴도 못 보게 했었다. 벌써 저만치 큰 걸 보면 아깽이의 시간은 희동이의 시간보다 빨리 흐르는 것 같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은 그 자체로 기쁨이니까, 함께 하는 시간의 깊이를 아니까, 누군가에게 귀한 선물을 한다는 마음으로 단이의 가족을 기다려 볼 참이다. 나의 희동이도, 동생의 하울이도, 우리 자매가 구조한 단이도, 후암동 길고양이들에게도 더없이 너그러운 가을이기를. CREDIT글 사진 박초롱 에디터 이승연?
- STORY | 2019-03-25 12: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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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의 애교 풍년으로 세찬 바람을 막…
- E P I S O D E?고양이의 애교 풍년으로 세찬 바람을 막아보자? 포근한 이불 속 잠결에 고양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는 건 축복일지니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 했던가.추석 명절 동안 또 한 번 부모님이 바라는 나와 현재의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씁쓸한 기분으로 서울에 왔다.고양이들은 내가 보고싶었는지 눈물을 보이며 치근치근 애교를 부렸다. 안아 보려 하자 ‘앵~’하며 꼬리를 세우고 저리로 간다.다시 ‘애 앵~’하고 다가와 온몸을 비비적거린다. 성취주의 사회에서도 고양이의 애교 풍년은 수확으로 인정되지 않는 듯하 지만 나는 오늘도 그들에게 위안 받는다.내 무릎과 옆자리를 차지하려 신경전을 벌이는 삼냥이를 보니 어느새 마 음에 온기가 돈다.곧 재개발되는 이 동네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이사하는 집이 늘고 있다.고양이 세 마리를 키울 수 있는 집을 수중의 돈 으로 구할 수 있을까. 쏟아져 나온 낡은 세간들 사이로 고 양이들을 마주쳤다.적막한 밤을 찢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으면 나도 나지만 그네들의 사정은 어떤지 걱정스럽다.이미 고양이의 수는 줄고 있다. 재작년 이맘때쯤 고양이가 세 마리로 늘었다.삼바와 왈츠를 만난 건 대학로 한복판에서였다.그들은 다른 형제자매 들과 함께 있었다. 창고 정리를 하는 할아버지가 내놓은 것 이었다.지나가는 사람들이 아기 고양이들을 구경하고 만 졌다. 한 마리씩 가지고 가서 키워요! 할아버지가 말했다.몹시 퉁명스러운 목소리였다.한참을 지켜보다 편의점에 가서 캔과 물을 사 왔다.고양이들은 며칠을 굶은 것처럼 눈물을 흘리며 열심히 먹어댔다.사람 손을 탄 데다 유동인구도 많아 어미 고양이를 찾기는 어려울 듯했다.나는 ‘임보’라는 오지랖으로 아이들을 구조해 데려왔다.가을 햇살 가득한 버스 안에서 아기 고양이들은 병아리처럼 삐약거리 다 잠이 들었다. 가까운 병원에 가서 기본 검사를 했다.범 백 검사까지는 하지 못했는데,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이런 식으로 함부로 구조에 나서면 안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하지만 나의 치기가 아니었다면 이 녀석들은 어떻게 됐을까.나는 방을 나눠 작은 모래화장실을 만들어주었다.사료를 불려서 주니 두 눈 가득 눈물을 머금으며 먹고 또 먹는다.정이 들까 봐 사진도 몇 장 안 찍고 너네는 곧 갈 거야, 내 애기들 아니야, 하며 차갑게 대했다.그때 데려온 네 마리 중 두 마리의 입양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왈츠를 입양하기로 한 사람이 문제를 일으켜 신고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이미 입양 간 녀석은 유난히 춥던 날 그만 죽었다고 한다.마음이 싸늘해졌다.작고 따뜻한 아기 고양이를 인계했었는데,돌아온 녀석의 몸은 너무 차갑다.형제와 떨어져 외로워서 죽은 건 아닐까.만약 왈츠를 예정대로 입양 보냈다 면 무슨 봉변을 당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남아있던 치즈와 삼바는 처음부터 내 마음을 녹였던 녀석들이다. 어깨에 올라와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어깨나 가슴께에서 잠 을 자던 아이들이라 보내고 싶지 않았다.터줏대감인 라라는 아기 고양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한 층 밝아졌다. 라라는 구조될 때부터 지나치게 마른 몸에 기 운이 없었다. 사회성도 없고, 밤에는 악몽을 꾸는 듯 낑낑 거려서 달래주곤 했었다. 당시 송곳니 두 개가 부러져있었 고, 밥을 먹지도 못했다. 내가 움직이기만 하면 경기를 일 으키듯 숨어버렸다.아마 학대를 당했던 모양이다. 그랬던 라라가 아기 고양이들에게 축구도 배우고,자기 품에 파고 드는 녀석들과 한데 뭉쳐 잠이 들다니. 마음이 벅차올랐다.세상의 세찬 바람을 내가 다 막아줄 수 있을 것만 같다. 바람이 차가워졌지만 우리는 아주 따뜻했다.다리 밑에도 배 위에도 늘 고양이들이 있었고, 삼바와 왈츠는 골골송을 밤새 불렀다. 라라도 동생들과 함께 하는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불어난 식구들을 위해 일거리를 늘려야 했다.대학원 졸업 을 앞둔 시점이었지만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 과외를 하고 돈을 벌고, 악착같이 살기 시작했다.나는 가능한 한 좋은 집사가 되고 싶었다.일과가 끝나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오면 왈츠가 마중을 나와있었다.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듯 한 고양이들을 보면 불쑥불쑥 솟아나는 걱정들이 잠재워 졌다.고양이의 자는 얼굴은 의연하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결국 어떻게든 된다는 듯 무척 평안해 보인다.그런 그 들을 보노라면 뾰족뾰족 얼음 같던 내 마음에 포근한 이불 이 덮어졌다. 온기+온기=속닥속닥 그래도 세 마리는 너무 많다. 일을 늘렸지만 나는 여전히 쪼들리고 있었다.왈츠와 삼바는 형제여서인지 꼭 붙어서 서 로 부둥켜안고 잠을 잤다. 왈츠를 입양보내기로 마음먹은 순간,이 둘을 떼어놓아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결국 시간이 지나 입양을 보내기가 불가능해졌다.그 와중에 애 교 많은 삼바가 내 애정을 독차지하자 라라는 삼바를 미워 하게 됐다.내가 자리를 비우면 라라는 삼바를 경계했다.장 난기 많은 삼바가 종이백의 손잡이를 허리에 끼운 날,몸집 이 커진 삼바를 보고 라라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를 냈다. 서먹한 둘 사이를 중재한 건 왈츠였다. 하도 말이 많 아서 “너 입양 보내버린다, 다른 집에 보낼 거야.”하고 투 덜대면 귀신처럼 내 품에 파고들어 안기는 아이도 왈츠였?다 아무래도 왈츠는 나의 말을, 아니 마음을 다 꿰뚫고 있 었던 것 같다.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한 번만 봐 주라. 이불 속에서 곤히 잠든 털복숭이들은 이제 세 번째 겨울을 맞는다.어릴 때와 달리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각자 편한 자리 로 흩어져 잠을 잔다.하지만 너무 추운 날이면 다들 내 옆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애교를 부린다. 애정표현에 서툰 라 라도 그럴 땐 두 발을 내 배 위에 넌지시 올려놓는다.나는 라라의 엉덩이를 안아서 배에 척 올린다. 라라의 배가 뜨끈 뜨끈해서 찜질이 따로 없다.서로의 온기를 더하면 우리는 긴 겨울도, 긴 밤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추운 건 고통이 지만 한편 우리를 뭉치게 하는 계기이기도 하다.고마워. 언 제든 내 곁에 오렴. 속닥속닥. CREDIT글 사진 최유나에디터 이승연
- STORY | 2019-03-25 12: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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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집사가 된다
- b o o k s h o p그렇게 집사가 된다 책방을 오픈한 지 1년이 지난 요즘, 사람보다 고양이를 더 많이 마주하고 있다. 친한 고양이가 갈수록 늘어 났다. 책방 오픈 후 줄곧 책방에서 지내는 ‘둥이’, 책방 주변을 맴도는 TNR된 수컷 3마리, 출근길에 오며 가며 만나는 길고양이들과 얼마 전부터 밥을 챙겨주기 시작한 아파트 화단 냥이들까지…. 8kg의 사료가 한달을 못 넘길 정도로 식솔들이 늘었다. 그래도 집에 고양이를 들인 적은 없었는데, 이조차도 결국 무너져 버렸다. 고양이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 내가 어떻게 집사가 되었나. 나의 첫 반려묘, 망고 지난 6월이었다. 남자중학생 네 명이 눈곱이 잔뜩 끼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책방에 왔다.이틀간 지켜봤는데 어미가 나타나지 않았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동물책방이라고 하니 이리로 온 것이다. 어미가 잠깐 밥을 먹으러 나간 사이 떨어진 건지 버림을 받은 건지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이미 사람 손을 탄 녀석을 다시 데려다 놓으라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고양이를 데려와준 학생들의 마음이 기특했다. 연약한 새끼 고양이가 혼자 세상에 나가면 어떤 일을 겪을지 짐작할 수 있었기에 모른 체할수 없었다. 잠시 임시보호를 맡겠다고 하고 고양이를 받았다. 며칠간 집에서 고양이를 돌보며 입양처를 알아보았지만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SNS에도 올려보고 동물보호단체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상황이 급한 고양이들이 많았다. 가족을 기다리는 고양이들은, 정말 많았다. 3차 접종을 하기까지 두어 달 동안 녀석은 제법 살이 붙고 덩치도 커졌다. 이제는 500g 남짓의 아기고양이가 아니었다. 어서 양부모를 구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체되자 나도 모르겠다 싶었다. 입양 문제로 마냥 시간을 보낼 수도 없고, 나와 우리 집에 익숙해진 고양이에게 정도 많이 들었다. 매일 밥을 챙겨 먹이고 함께 잠들면서 녀석을 책임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돈벌이도 예전만 못하고,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동물에 관심도 없었다. 홀로 동물을 돌보며 떠안아야 할 부담감을 알기에 반려동물과는 담을 쌓으려 했는데. 고민은 깊어갔 다. 세상에 갈 곳 없는 동물들은 너무 많고 갈 곳 없는 생명을 거두는 사람은 너무 적다. 결국 나를 찾아온 이 생명을 외면 하지 않기로 했다. 망고, 나의 첫 반려묘. 그렇게 나는 집사가 되었다. 고양이를 모르던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개를 좋아하세요,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누군가 물을 때마다 ‘개’라고 대답하던 여자가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 마음을 담은 책이 있다. 가쿠다 미쓰요의 ‘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책이다. 30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양이보다는 개와 더 가까웠던 나로 서도 공감되는 제목이다.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를 유독 좋아했던 것도 아닌데, 어쩌다보니 나는 고양이를 모르고 살았다. 고양이와 나는 그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인사하는 사이, 딱 그만큼이었다. 그런 내가 임보 중이던 새끼 고양이와 평생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보다 더 오랜 시간 책방에 머무는 고양이를 보살피려 부지런히 책방 문을 연다. 밥 먹으러 오는 고양이 들의 겨울나기를 걱정하고 어미에게서 독립한 새끼 고양이 들이 첫겨울을 잘 살아내길 바란다. 갈 곳 없는 고양이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배곯은 생명에게 먹을 것을 건네는 것. 새끼 고양이들이 매서운 바람과 혹한을 피할 잠자리를 살피는 것. 고양이를 알아버린 나는 그들을 이리저리 살피며 고양 이와 공존하고 있다. 이제 나는 조금만 눈을 돌려도 도움을 기다리는 작은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무심히 지나치는 길 위에도 심장이 뛰는 생명이 살고 있다. 그 숨결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집사가 되었다. CREDIT글 사진 심선화에디터 이승연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9-03-19 14: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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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와 폼폼은 함께이기에 더욱 따뜻해요
- 스 위 스 에 사 는 고 양 이노아와 폼폼은 함께이기에 더욱 따뜻해요 냥냥펀치를 받아랏 스위스에서 태어난 남매 고양이 노아와 폼폼을 입양한 지두 달쯤 되었다. 그동안 나는 남매의 성격이 정반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폼폼은 낯가림이 심했었는데, 알고 보니 활달하고 호기심 많은 성격이다. 살짝 까칠한 면도 매력적이 다. 낯선 방문객이 다가오면 거침없이 냥냥펀치를 날리는 모습이 몹시 귀엽다. 노아는 순하다. 낯선 사람에게도 금세 경계를 풀고 쓰다듬어 달라며 바닥을 구르곤 한다. 가족에게만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애교를 피우는 줄 알았는데 누구에게나 골골거려 배신감이 들 정도다. 이렇듯 서로 다른 두 고양이를 키우는 건 즐거운 일이다. 5월, 따뜻한 봄날 태어난 두 녀석은 스위스에도 찾아온 이상고온현상을 잘 버텨냈다. 스위스는 여름에 건조하기 때문에 에어컨이 없어도 살 만한데, 올해는 에어컨이 간절할 정 도로 굉장히 더웠다. 노아와 폼폼은 더위를 견디기 위해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몸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더위가 가시고 선선해진다 싶더니 어느 날 창밖으로 내다본 산꼭대 기에 첫눈이 앉아 있었다. 노아와 폼폼이 묘생에서 처음 겪는 겨울의 추위가 슬슬 다가오고 있다. 대리석 바닥은 여름 더위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겨울에는 너무 차가워 사람도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 바닥을 따뜻하게 데우는 온돌 시스템은 스위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곳에서는 방마다 라디에이터를 설치해 찬 공기를 덥히는 식의 난방을 한다. 그러므로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곳은 라디에이터 곁이다. 스위스에 사는 고양이들은 겨울이면 라디에이터 곁을 떠나지 않는다. 바깥바람은 꽤 쌀쌀해졌 지만 아직 라디에이터를 틀 정도는 아니어서 노아와 폼폼을 위해 몇 가지 선물을 준비했다. 산타 엄마의 월동준비 먼저 빈백이다. 안에 푹신한 충전재가 들어있어 고양이가 올라가면 녀석의 자세에 맞게 스르르 변형이 된다. 빈백을 들인날 노아와 폼폼은 새로운 아이템에 흥분하며 냅다 뛰어올랐 고, 처음 느껴보는 빈백의 편안함에 취해 낮잠을 즐겼다. 실내 공기가 유독 차게 느껴질 때면 빈백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노아와 폼폼을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조그만 캣타워를 들인 것이 다. 우리 집 거실은 한쪽 면이 통창이어서 바깥 풍경을 내다 보는 맛이 있다. 창은 동향으로 나 있어서 오후까지 해가 든다. 이미 초대형 사이즈의 캣타워가 있지만 거실 구조상 창가에 두는 건 불가능해 결국 소형으로 하나 더 구입했다. 통창 앞에 캣타워를 설치하자 해가 잘 드는 시간에 녀석들이 선탠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볕이 잘 들지 않을 때도 바깥을 구경하는 용도로 쓸 수 있으니 여러모로 잘 산 것 같다. 세 번째는 담요다. 집안의 그늘진 곳을 걷다 보면 바닥이 서 늘하게 느껴질 것 같아 담요를 준비했다. 생후 5개월, 한창 뛰어놀 나이인 녀석들은 신나게 뛰다가도 담요를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 두 아기 고양이가 담요 위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노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 그지없다. 네 번째는 거실 테이블의 의자를 계절에 맞게 교체한 것이다. 겨울용 의자는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푹신한 털 재질로 골랐 다. 가끔 어디에서 낮잠을 자는지 안 보여서 찾다 보면 테이블 아래 새 의자 위에 녀석들이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다. 웅크린 채 잠을 청했다가 긴장이 풀려 몸을 축 늘어뜨린 모습도 무척 귀엽다. 나름 여러 가지 선물을 준비했지만, 노아와 폼폼이 몸을 붙이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함께라는 게 가장 따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노아를 입양하지 않으려 하던 때가 있었다. 노아와 폼폼이 헤어질 뻔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역시 함께 데려오길 잘한 것 같다. 스위스의 겨울은 어딘가 우울하지만, 노아와 폼폼은 함께이기에 생애첫 겨울을 다사롭게 보낼 것이다. CREDIT글 사진 이지혜에디터 이승연
- STORY | 2019-03-11 14: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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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상자 속 행복한 고양이
- 리 리 네 집종이상자 속 행복한 고양이 리리는 박스를 좋아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일부러 종이상자에 물건들을 담아 왔다. 빈 상자를 거실에 놓았더니 리리가 박스 안으로 폴짝 뛰어 들어간다. 문득 <고양이 냄비>라는 책이 생각 났다. 별다른 내용 없이 고양이들이 냄비 안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집인데 좁은 냄비 안에 고양이 여럿이 구겨져 있거나 몸을 돌돌 말고 자는 사진이 대부분이 다. ‘왜 굳이 좁은 냄비 안에서 불편하게 잘까?’ 그 모습이 귀엽고 포근했다. 그 책을 보고 리리에게 냄비를 가져다주었더니 냄비 안에 들어가 ‘냥모나이트’ 자세를 했던 기억이 있다. 몸집이 크면서부터 냄비에 들어간 적은 없지만, 택배를 뜯고 있으면 어느새 상자 안으로 뛰어들어가고 서랍을 열면 서랍 안에 들어가서 한동안 나오지 않는다. 종이상자만큼 바스락 소리가 나는 비닐봉지도 무척 좋아한다. 리리도 고양 이답게 좁고 아늑한 공간이 좋은가 보다. 왜 이렇게 좋아하니 고양이는 왜 이렇게 상자를 좋아할까? 여러 가설이 있지만, 적으로부터 자기 몸을 안전하게 숨길 수 있는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가설이 가장 그럴듯하다.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건 사람이나 고양이나 마찬가지겠지. 사냥 놀이를 할때도 근처에 종이상자를 두면 좋다. 보통 고양이들은 장난감을 흔든다고 바로 덤벼 들지 않는다. 일단은 커튼 뒤나 구석진 곳에 몸을 숨겼다가 공격할 타이밍에 엉덩이를 흔들며 뛰어나온다. 근처에 종이상자가 있으면 대피소처럼 사용하니 안심하고더 재밌게 놀 수 있다. 소중한 상자, 행복한 리리 언젠가 시중에서 파는 종이집을 구매해서 조립해준 적이 있다. 리리도 마음에 들었 는지 늘 그 안에 들어가서 낮잠을 잤지만, 입구 주변을 물어뜯어 결국은 집이 무너 졌다. 입구를 넓히려는 의도였을까? 툭 건드리면 무너질 것 같은 종이집 안에서 낮잠을 자던 리리가 귀엽고 우스웠다. 그 이후로는 종이집을 사지 않고 깨끗한 종이 상자를 구해서 캣폴 아래에 두곤 한다. 리리는 늘 그랬듯 상자 안에 숨기도 하고 물어뜯기도 하면서 신나게 이용해준다. 상자 집에 질린 것 같으면 다른 입구를 뚫거나 다른 상자와 연결해 미로를 만들어주는 등 조금씩 모양을 변형해준다. 작은 변화에도 다시금 흥미를 보이니 종이상자만큼 좋은 장난감도 없다. 인간이 보기엔 별거 아닌 종이상자 하나에도 고양이는 행복하다. CREDIT글 사진 박지은에디터 이제원?
- STORY | 2019-02-18 13:5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