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2건) [NEWS] '귀한냥반 이토리' 사악한 고양이의 만행을 고발합니다. NEWS | 2019-02-19 11:42:05 [STORY] 종이상자 속 행복한 고양이 STORY | 2019-02-18 13:57:59 [NEWS] 묘생역전 - 목에 줄이 묶인 채 개와 함께 지하 창고에서 살던 타냐 NEWS | 2019-02-18 11:19:32 [NEWS] 개농장에서 구조돼 사설보호소에 방치된 강아지 (1) NEWS | 2019-02-14 15:00:54 [NEWS] 백호가 멸종해야하는 이유 (1) NEWS | 2019-02-13 13:01:37 [NEWS] 입양후기 - 다리가 하나 없던 아기고양이 기적의 완성 NEWS | 2019-02-13 10:44:30 [STORY] 실비의 모험 그리고 귀환 STORY | 2019-02-11 12:21:42 '귀한냥반 이토리' 사악한 고양이의 만행을 고발합니다. 남다른 규모(?)의 숫고양이 '토리' 산책냥이로 살다 버려진 암고양이 '모리' 그리고 자신의 처지에 억울함을 느낀 만화가 집사 '마르스' 작업 의자, 식탁 의자, 침대 등등 자리라는 자리는 모조리 냥이들에게 빼앗기고 구석지고 비좁은 공간으로 내볼린 자신의 처지에 억울함을 느낀 마르스는 냥이들의 만행을 만천하에 알리고자 카툰을 그리게 되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어떻게 집사를 놀려먹을까?'로 고민하는 귀한냥반 이토리 부실한 집사가 성에 차지는 않지만 그나마 제일 만만하고 원하는 걸 바로 바로 해결해주는 편이라 아쉬운 대로 부려 먹고 있다. 집사가 그림 그리는 걸 어깨너머로 따라 그리다 지금은 집사보다 더 멋진 그림을 그리게 되어 예술가 병에 푹 빠진 상태이다. 작가는 고민 끝에 고양이 전문서점이자 1인 출판사인 파피루스를 통해 지난 8년간 벌어진 냥이들의 만행을 더 널리 널리 알리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고발서 '귀한냥반 이토리' 춘천 여행이 계획 중에 있다면, 작가 사인회를 통해서 직접 하소연을 들을 수 있다. CREDIT에디터 강이루사연 인스타그램 @marsroom NEWS | 2019-02-19 11:42:05 종이상자 속 행복한 고양이 리 리 네 집종이상자 속 행복한 고양이 리리는 박스를 좋아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일부러 종이상자에 물건들을 담아 왔다. 빈 상자를 거실에 놓았더니 리리가 박스 안으로 폴짝 뛰어 들어간다. 문득 <고양이 냄비>라는 책이 생각 났다. 별다른 내용 없이 고양이들이 냄비 안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집인데 좁은 냄비 안에 고양이 여럿이 구겨져 있거나 몸을 돌돌 말고 자는 사진이 대부분이 다. ‘왜 굳이 좁은 냄비 안에서 불편하게 잘까?’ 그 모습이 귀엽고 포근했다. 그 책을 보고 리리에게 냄비를 가져다주었더니 냄비 안에 들어가 ‘냥모나이트’ 자세를 했던 기억이 있다. 몸집이 크면서부터 냄비에 들어간 적은 없지만, 택배를 뜯고 있으면 어느새 상자 안으로 뛰어들어가고 서랍을 열면 서랍 안에 들어가서 한동안 나오지 않는다. 종이상자만큼 바스락 소리가 나는 비닐봉지도 무척 좋아한다. 리리도 고양 이답게 좁고 아늑한 공간이 좋은가 보다. 왜 이렇게 좋아하니 고양이는 왜 이렇게 상자를 좋아할까? 여러 가설이 있지만, 적으로부터 자기 몸을 안전하게 숨길 수 있는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가설이 가장 그럴듯하다.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건 사람이나 고양이나 마찬가지겠지. 사냥 놀이를 할때도 근처에 종이상자를 두면 좋다. 보통 고양이들은 장난감을 흔든다고 바로 덤벼 들지 않는다. 일단은 커튼 뒤나 구석진 곳에 몸을 숨겼다가 공격할 타이밍에 엉덩이를 흔들며 뛰어나온다. 근처에 종이상자가 있으면 대피소처럼 사용하니 안심하고더 재밌게 놀 수 있다. 소중한 상자, 행복한 리리 언젠가 시중에서 파는 종이집을 구매해서 조립해준 적이 있다. 리리도 마음에 들었 는지 늘 그 안에 들어가서 낮잠을 잤지만, 입구 주변을 물어뜯어 결국은 집이 무너 졌다. 입구를 넓히려는 의도였을까? 툭 건드리면 무너질 것 같은 종이집 안에서 낮잠을 자던 리리가 귀엽고 우스웠다. 그 이후로는 종이집을 사지 않고 깨끗한 종이 상자를 구해서 캣폴 아래에 두곤 한다. 리리는 늘 그랬듯 상자 안에 숨기도 하고 물어뜯기도 하면서 신나게 이용해준다. 상자 집에 질린 것 같으면 다른 입구를 뚫거나 다른 상자와 연결해 미로를 만들어주는 등 조금씩 모양을 변형해준다. 작은 변화에도 다시금 흥미를 보이니 종이상자만큼 좋은 장난감도 없다. 인간이 보기엔 별거 아닌 종이상자 하나에도 고양이는 행복하다. CREDIT글 사진 박지은에디터 이제원? STORY | 2019-02-18 13:57:59 묘생역전 - 목에 줄이 묶인 채 개와 함께 지하 창고에서 살던 타냐 마포의 어느 지하 창고. 빛조차 들지 않는 이곳에는 컹컹거리는 개 짖는 소리 틈에 연약한 아기 울음소리가 섞여 있었습니다. 개 4마리와 아기고양이 한 마리가 노끈에 묶인 채 한 곳에 같이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 사료를 먹이면 똥냄새가 심하다며 개들 틈에서 남겨진 개사료에 코를 박고 먹으면서 그렇게 살아 남아준 아기 고양이입니다. 묶인 줄로 인해 이 아기고양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지하실 반경 1m가 이 아이가 누릴 수 있는 세상 전부였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구조자가 서둘러 구조합니다. 제대로 먹지 못했던 이 아기 고양이는 임시로 근처 까페에서 보살핌을 받는데 식탐이 엄청나게 무시무시했다고 합니다. 태어나 처음 먹어보는 고양이 사료이겠지요. 이 예쁜 아기 고양이에게는 타냐라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이 소식을 접해 들은 미남이 해솔이 솔솔이 형제를 임시보호하며 입양 보낸 미카엘라님이 임시보호를 자처하셨습니다. 사람이 얼마나 다정한 존재인지... 개사료가 아닌 고양이 사료가 얼마나 맛있는지...태어나 처음 먹어보는 삶은 닭가슴살이 얼마나 맛있는지... 사랑으로 품는 사람의 품이 얼마나 따뜻한지... 불과 며칠 만에 타냐는 세상에서 사람을 가장 좋아하는 밝은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구조에서 임시보호로... 다시 사연은 SNS을 통해서 퍼져나가고...그렇게 사람들을 통해 타냐의 평생 엄마가 나타났습니다. 너무 건강하고 상냥한 타냐는 고양이를 이미 한 마리 반려하고 있는 집에 둘째로 들어갔습니다. 미카엘라님은 워낙 친화력 최강의 타냐라서 걱정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두를 구조할 수는 없습니다.모두를 살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작은 관심과 도움이 모여 1미터의 세상밖에는 가질 수 없었던 이 상냥한 생명에게 세상 전부를 주신 감사하고 고마운 모든 분들. 사연을 전해준 한분 한분 모두가 이 기적의 계단을 같이 만들어 주셨습니다. 구조 상황부터 깨 발랄 해진 타냐의 모습을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CREDIT에디터 강이루사연 인스타그램 @eunj0206? NEWS | 2019-02-18 11:19:32 개농장에서 구조돼 사설보호소에 방치된 강아지 (1) 2018년 여름... 각종 매체에서 떠들썩하게 기사화되었던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가 있습니다. 워낙 많은 아이들이 구조되어야 하는 상황이라 모임에서 상의 끝에 두 아이를 구조하기로 했습니다. 강아지 두 마리 중에 한 마리는 치료를 진행하던 중에 너무 늦어버렸는지 안타깝게 별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다른 한 마리는 치료를 마치고 좋은 곳으로 입양 가서 행복하게 살고 있답니다. 그러던 중에 치료만 도와주면 다른 한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연락을 받아서 회원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서 흰둥이를 추가로 구조와 치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진드기로 심각한 상태였던 흰둥이는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건강하게 퇴원을 했습니다. 흰둥이 구조를 요청한 사람이 입양을 보낸다며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흰둥이의 소식을 알아보니 입양된 것이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보호소에 입소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입양 진행도 못하고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보이는 많은 강아지들 틈에 있는 흰둥이를 다시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건강하게 치료를 마치고 입양을 보낸 지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아픈 모습으로 흰둥이를 다시 만났습니다. 치료는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너무 예쁘고 건강한 모습의 흰둥이 잘 짖지도 않고 배변 잘 가리고, 애교 만땅에 공격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너무 예쁜 아가입니다. 몸은 귀여운 웰시코기를 닮았는데 얼굴은 늠름한 진돗개의 장점을 하나로 가진 개랍니다. 2~3살로 추정됩니다. 상냥하지만 남아랍니다. 이제 진짜 사랑을 줄 수 있는 부모님을 찾고 있습니다. 고작 2살이 넘은 동안 얼마나 많은 시련과 고통 속에서 이리저리 버려지다 이제야 웃는 얼굴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멋지고 귀여운 성격의 흰둥이에게 마지막 기적을 만들어주세요. 입양문의 카카오톡 mwdw666카카오톡플러스친구 > 강동냥이행복조합이메일 jebo.petzzi@gmail.com #사지말고_입양하세요#개농장_지구상에서_없어져야한다#제발_버리지마세요 CREDIT에디터 강이루사연 강동냥이행복조합 NEWS | 2019-02-14 15:00:54 백호가 멸종해야하는 이유 (1) 판타지에 나오는 환상의 동물처럼 신비로운 호랑이. 백호 동물원은 이 멋진 백호가 탄생하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합니다. 관광객들이 백호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백호는 사실 이렇게 생겼습니다. 동물원에서 저렇게 생긴 백호가 태어날 확률은 무려 96.6%입니다. 그러니 백호는 원래 이렇게 생겼다고 말해도 되겠지요? 여러분이 동물원에서 보는 이 '기적적으로 멀쩡한 백호'는 고작 3.3%의 확률로 태어납니다. 그럼 96%의 확률도 태어나는 '진짜 백호'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도살됩니다. 어떤 관광객이 이런 백호를 좋아하겠어요. 살려두면 유지비용만 너무 많이 들어가거든요. 털이 덜 하얗습니다. 실패작이네요. 도살처분입니다. 부정교합으로 태어났네요. 우리가 생각하던 멋있는 백호가 아닙니다. 녀석도 도살처분입니다. 그 외에도 면역결핍, 척추측만, 구개파열, 정신장애 등 수많은 선천적 유전적 질병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전부 관광객이 보이지 않는 곳에 평생 갇혀 지내거나, 도살 행입니다. '기적적으로 멀쩡한 백호'를 얻기 위해 동물원은 꾸준히 근친교배를 시도합니다. 성공하면 관광객이 몰리기 때문입니다. 돈이 됩니다. 백호는 보존해야 하는 '종'이 아닙니다. 그저 유전적 질병을 잔뜩 안고 태어난 안타까운 돌연변이입니다. 보존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백호의 탄생 자체를 막아야하죠. 하지만 여러분이 백호를 볼 때마다 환호하고 예뻐할 수록 이러한 잔혹한 학대는 절대 멈추지 않습니다. 일부 동물원은 여러분을 위해 끊임없이 호랑이의 근친교배를 시도할 것이고 여전히 96%의 '진짜 백호들'은 도살장으로 향할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TV나 동물원에서 백호를 본다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야하는 이유입니다. 위 내용을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아래를 확인하세요. CREDIT에디터 이제원사연 THE DODO? NEWS | 2019-02-13 13:01:37 입양후기 - 다리가 하나 없던 아기고양이 기적의 완성 국내 구조와 관련된 기사로는 에디터로는 처음 글을 썼던 대추 이야기에 관한 후속기사입니다. (다리가 세개뿐인 아기고양이에게 일어난 기적<-이전기사 보기) 어떻게 뭉개졌는지 모르는 대추의 다리는 결국 절단할 수밖에 없었고 수술을 이겨내 줄지에 대해 모두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문제는 치료를 받기 전까지 열악한 환경을 거치면서 범백이라는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에까지 걸렸었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이 아기 고양이의 살려는 의지와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로 이겨내었습니다. 많은 도움의 손길로 작은 후원이 모이고 모여 성공적으로 수술까지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3개월이 흐른 지금. 이제 대추는 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평생 엄마 품에 안겨서 비록 다리가 하나 없는 장애가 아닌 다름을 가지고 살지만, 너무나도 예쁘게 잘 자라고 있답니다. 구조의 손길, 치료, 후원, 수술, 임시보호 모두 순간 순간이 기적이었습니다.하지만 결국 이 기적의 마지막 단추는 입양이었습니다. 쭈이의 멋진 모습을 계속 보고 싶으시다면 쭈이의 인스타그램을 한번 방문해 보세요.https://www.instagram.com/dongju3821 아직도 많은 기적의 마지막 단추를 채워줄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사지말고_입양하세요 CREDIT에디터 강이루사연 인스타그램 @dongju3821 NEWS | 2019-02-13 10:44:30 실비의 모험 그리고 귀환 T W O , C a t s & D o g실비의 모험그리고 귀환 아끼던 물감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아끼던 마음에 고이 모셔둔 물감이 굳어버렸던 것이다. 이런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카레에 넣으려고 아껴둔 야채칸의 아스파라거스를 버린 적도 있었고, 아껴 입으려던 옷은 유행이 훌쩍 지나버렸다. 아끼는 것들은 그러하다. 소중해서 더 미안해지는 순간이 있다. 나의 모든 이별을 함께 했던 실비를 아꼈다. 그렇게 실비는 집에서 청춘을 보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실비가 ‘모험’을 떠났다. 심야 라디오의 원고를 맡고 있다. 프로그램은 밤 10시부터 12시 까지 제주도 안에서 송출되는데, 그야말로 섬 속의 라디오다. 어김없이 스튜디오에 있던 그 날 밤, 문자가 왔다. 우리 동네로 한달살이를 온 아이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동네 이장님이 보내신 문자였는데, 초등학생 6학년의 아이가 우리 집 근처에서의 차밭에서 반팔을 입고 저녁 6시 해가 지기 직전에 사라졌다고 했다. 도시에서 살 때는 동네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해도 거리감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조그마한 시골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웃 일에 빼꼼 고개를 내다보는 일이 많아졌다. 보통 저녁 8~9 시면 시골 동네의 불은 꺼진다. 그런데 새벽 다섯 시가 넘도록 불을 번쩍이며 소방관이 드나들었고, 마을 주민들은 사라진 아이를 찾으려 숲을 헤맸다. 마음들이 애를 태우며 작은 불빛을 밝히고 있었다. 작년 겨울, 눈이 많이 온 어느 날 실비는 집을 나갔다. 소심한 해적이가 현관문 앞에서 냥냥 대며 짖는 소리에 나가보니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함께 밥을 먹으러 온 친구가 들어오면서 문이 살짝 열려버렸고, 그 문틈 사이로 실비가 집을 나간 것이었다. 언젠가 실비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어떻게 장례를 치러주어야 할지 생각을 하다 조금 울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나는 차분하게 등산화를 갖춰 신고, 무릎까지 온 눈에 젖지 않을 긴 패딩을 입었다. 실비가 좋아하던 간식, 통통 두드리며 실비를 유혹할 캔, 실비가 평소에 쓰던 모래를 챙겨 담담하게 동네와 집 근처를 돌며 실비의 이름을 불렀다. 동네 분들이 실비가 누군지 물었다. 까만 턱시도 고양이라고 말을 하니 알겠다며 보이면 말을 해주겠다고 하셨다. 평소 읽어둔 고양이 탐정의 글이 생각났다. 보통 집고양이들이 집을 나가면, 집 근처에 머문다고 한다. 주인이 부르는 소리, 익숙한 냄새가 나도 낯선 환경에 겁이 난 고양이는 한 발짝 나서기를 두려워한다고 했다. 제아무리 용감하다지만 내내 집에서 살아온 실비는 어디 데크 밑이나 대나무 숲에 숨어있을 것 같았다. 집주변으로 꼬릿한 모래를 뿌리고, 창문을 열어두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밤이 되자 나보다 더 먼저 동네 친구들이 플래시를 들고 나섰다.간밤의 폭설로 걷기 힘든 밤, 쟁여둔 눈썰매를 타고 친구들은 실비를 부르며 숲을 돌아다녔다. 실비는 자기의 이름을 안다. 2층에 있다가도, ‘실비~’하고 부르면 늘 강아지처럼 내려왔다. 그런 실비의 모습을 아는 친구들이 내내 ‘실비~’를 불러주었다. 실비를 찾는 친구들의 모습에, 차분하게 먹으려던 마음은 흔들리고, 코끝이 찡해졌다. 친구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간 늦은 밤, 종적을 감춘 실비를 생각 하며 창문을 열고 혼잣말로 실비를 불렀다. ‘실비~’ 그런데, ‘냥’ 대답이 돌아왔다. 열어둔 창문으로 실비가 ‘냥’ 대답을 했다. 창문 밖을 보니 흰 눈을 밟고 까만 실비가 있었다. 살그 머니 문을 열고 실비가 있던 뒤뜰로 갔다. 조급한 마음을 감추고 실비를 불렀다. ‘실비~’ 목소리에 귀가 두어 차례 쫑긋하더니, 실비가 나를 보았다. 그리곤 그대로 실비는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사라졌다. 밤새 실비가 돌아오지 않는다. 실비는 나를 보고도, 돌아섰다. 집에 두는 게 실비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을 한 걸까? 누군가의 말처럼 고양이는 밖에서 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건가? 실비는 밤새 자신을 찾던 나에게 화답만 해주고 홀연히 숲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치, 사춘기 시절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나의 뒷모습처럼 실비는 사라졌다. 실비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실비는 길을 잃은 게 아니라, 모험을 떠난 걸까?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야간자율학습을 하다가 문득 가방을 챙겨 집을 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고속버스를 타고 무작정 ‘부천’으로 달려갔는데, 정작 부천 터미널에 도착해서는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자정도 넘어 버스도 끊긴 시간,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나는 울면서 엄마에게 전화했고, 그날 밤 아빠는 밤새 고속도 로를 달려 나를 데리러 오셨다. 나는 돌아간다는 것에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당연히 혼나겠지 마음을 다잡았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아빠는 나에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화도 내지 않으셨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부모님은 혼낼 정신도 없으셨던 것 같다. 돌아온 내가 너무 다행이다 싶어서, 그게 그냥 고마워서 혼낼 마음 조차 들지 않으셨던 건 아닐까. 실비가 돌아온다면, 나 역시 그럴것 같았다. 그날 밤, 선흘에는 다시금 한차례의 눈이 내렸고, 하얀 눈에 아침은 평소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쌓인 눈을 치우러 집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오랜만에 웃음을 지었다. 실비가 사라지고 처음 웃었던 것 같다. 쌓인 눈 위로는 실비의 발자국이 찍혀있었는데, 실비의 발자국은 마당을 지나 집옆에 빼곡한 대나무 숲 안까지 이어져있었다. 실내생활로 몸이 불어서 그랬는지 발자국은 푹푹 들어가 있었 고, 눈에서 뒹군 듯한 널찍한 자국도 발견할 수 있었다. 실비의 발자국을 따라서 집 옆의 빼곡한 대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처음 으로 들어가 본 집 옆의 대나무 숲은 의외로 안락했고, 바람도 잘들어오지 않았다. 무겁게 쌓인 눈에 한쪽의 대나무들은 무너지 듯이 누워있었는데, 그 사이로, 실비의 뚠뚠한 몸이 누웠을 법한 푹신한 둥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실비의 흔적을 바라보며 생각했다.실비는 열린 문틈 사이로 모험을 떠났다.그리고 그 모험을 당차게 마주하고 있었다. 이 짧은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결국, 실비는 집으로 돌아왔고, 나는 그런 실비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통조림 두 캔을 따주었다. 바깥이 자기 취향에 맞을지는 몰라도, 입맛은 여전히 보수적이었던 실비는 그날 밤, 현관문 앞에 놓여진 템테이션을 먹다가 나와 딱 마주쳤 다. 멈칫, 어색한 기류가 흐르던 그때, 해적이가 실비를 원망하듯 냥냥 거렸고, 그 소리를 들은 실비는 여느 딸과 엄마들이 그러하듯 군소리 없이 집으로 들어섰다. 해적이의 울음소리가 정확히 무슨 말인지 는 나는 알 수 없었지만, 철없는 엄마를 타박하는 딸의 짜증스러운 푸념 같았다. 돌아온 실비는 통조림 두 캔을 비우고, 난롯가에서 몸을 데우다 종일 잠이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바깥의 생활에 고단한 것 같았다. 하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실비는 두려움보다는 약간의 뿌듯함을 안고 있었다. 이건 마치 모험을 끝내고 돌아온 듯한, 마치 모르도르의 화산 속에 반지를 던진 ‘프로도’의 뿌듯함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실비의 귀환 후, 나는 하네스와 이름표를 주문했다. 몸에 뭘 걸었다 하면 자지러지는 탓에, 또 집안에만 살았던 아이들이기에, 이름표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편안한 파이핑 끈에 가벼운 재질의 이름표를 달고 뒷면에는 전화번호를 앞면에는 큼지막하게 ‘실비’라는 이름을 새겼다. 그리고 이름 밑에는 작게 ‘산책 중입니다’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건 실비를 향한 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어쩌면 서울 살던 6년 동안, 창문 밖은 허공이었을 그 3층에서 실비는 표현하지 못하는 박탈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제주로 이사를 올 때 다짐한 한가지가 있다면 유기묘였던 실비에게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짧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어렸 다면 7살, 많은 나이였다면 10살 남짓이 지금 실비의 나이일 것이다. 하네스를 메고 집 밖을 나서면 아직은 걷기보다는 누워서 뒹구는 시간이 더 많지만, 앞으로 얼만큼의 변화가 우리를 찾아올지 알 수 없겠 지만, 실비가 좀 더 행복할 수 있다면 변화쯤이야 무슨 문제가 될까. 방충망 없이, 차가운 유리 없이 오늘 밤 꿈속에서 실비가 초록 숲 속을 걷길 바라며... 실비의 묘생 2막, 제주에서 펼쳐보세! CREDIT글 사진 김지은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9-02-11 12:21:42 '귀한냥반 이토리' 사악한 고양이의 만행을 고발합니다. 종이상자 속 행복한 고양이 묘생역전 - 목에 줄이 묶인 채 개와 함께 지하 창고에서 살던 타냐 개농장에서 구조돼 사설보호소에 방치된 강아지 (1) 백호가 멸종해야하는 이유 (1) 입양후기 - 다리가 하나 없던 아기고양이 기적의 완성 실비의 모험 그리고 귀환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