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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4-18 12: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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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3-25 12: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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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3-25 12: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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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3-19 14: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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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3-11 14: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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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2-18 13: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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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02-11 12: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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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만남은 항상
- T H I N K S O첫 만남은 항상? 혹시라도 실패할까 봐 누군가에게 핀잔이라도 듣고 행여 우스꽝스러워 보일까봐달리기도 전에 넘어질까 봐 두려워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첫 만남이 새로운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그렇게 시작된 새로운 경험과 즐거운 일에 온몸을 던져 뛰어들게 되진 않을까 하며 잔뜩 기대하고 설레여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이 설레임보다 더 커서 망설여질 수도 있답니다.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누구에게나 처음은 두렵고 설레는 법이랍니다.? 누구나 두려운 처음을 지나 처음을 일상으로 만들어간답니다.부디 당신의 첫 만남이 무사히 일상이 되기를 그리고 그 일상이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CREDIT??글·사진 종이우산에디터 강문성
- STORY | 2019-04-18 12: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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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우리가 깊어지는 시간
- 내 고 양 이 는 1 0 살11월, 우리가 깊어지는 시간 하루하루가 아깝도록 좋은 계절이다.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시원한 가을날, 11년차 집고양이 희동이에게 허락된 나들이 공간은 미안하지만 베란다까지다. 작년 이맘때 희동이는 신부전 초기 진단을 받았다. 불안감에 밤낮없이 괴로워했던 걸 생각하면 별 탈 없이 흘러간 날들이 고맙기만 하다. 희동이만 괜찮으면 나는 괜찮아. 주문처럼 중얼거렸었는데 늘 그랬듯 이번에도 기특한 내 새끼가 걱정을 덜어 주었다. 해가 바뀌면 희동이와 함께 산 지 꽉 채운 10년이 된다. 세 번의 파양 끝에 갓 성묘가 되어 내게 왔던 희동이는 열한 살의 노묘가 되었다. 20대 대학생이었던 나는 곧 서른네 살이 된다. 이사를 좋아하는 나를 따라 안암동 옥탑방에서 천호동 주택, 원서동 한옥, 옥천동 스튜디오, 오금동 복층 집을 거쳐 지금의 후암동 언덕 집으로 이사를 오기까지 희동이의 생활도 많이 달라져 왔을 거다. 나에게 이사는 일상의 지루함을 떨치고 새로운 환경을 꾸리는 즐거움이었지만 자신만의 영역이 중요한 희동이에게는 어쩌면 스트레스였으리라. 그럼에도 희동 이가 더 나이 들기 전에 마당이 딸린 주택으로 이사를 가서 흙냄새를 맡게 해주고 싶다. 천천히, 하지만 빈틈없이 흐르는 노년의 시간을 조금 더 다사롭게 해 주고 싶달까. 해마다 연말이 되면 희동이의 나이를 헤아리며 이런저런 걱정에 휩싸이곤 했는데, 올해는 그런 유난도 없이 가을을 맞는다. 햇볕에 데워진 희동이의 뒤통수를 쓰다듬거나, 쓰다듬는 김에 귓바퀴에 묻어 있는 귀지를 닦아주거나 하면서 열 번째 가을을 보내고 있다. 희동이만 괜찮으면 나는 괜찮아, 읊조리는 대신 같이 있어 너무 좋다, 하면서, 우리의 시간이 깊어지는 것을 가능한 한 즐기려고 한다. 집안 구석구석 햇살을 졸졸 따라다니고, 창문을 열어달라 쫑알거리고, 침대에 누워 손으로 이불을 툭툭 치면 내 곁에 와함께 뒹구는, 희동이와의 한결같은 나날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인생의 축복이지 싶다. 어제는 자기 전에 잠깐 보일러를 튼다는 게 집안이 후끈 달아 오를 지경이 되어 새벽에 숨이 막혀 잠을 깼다. 그 와중에 거실 한가운데 누워 뒹굴며 행복해하는 희동이를 보고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아무래도 올해는 좀 일찍 보일러를 틀기 시작 해야겠다. 다가오는 겨울엔 베란다에서 같이 눈 구경도 하고, 여름 내내 열심히 키운 동백나무에서 예쁘게 꽃이 피는가 기다려 보자. 그리고 이 가을엔 ‘단이’도 가족을 찾을 수 있기를! 후암동의 가파른 계단 위에서 다 죽어가는 꼬물이를 구조해 치료하면서도 혹 예민한 희동이가 스트레스로 탈이 날까 싶어 서로 얼굴도 못 보게 했었다. 벌써 저만치 큰 걸 보면 아깽이의 시간은 희동이의 시간보다 빨리 흐르는 것 같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은 그 자체로 기쁨이니까, 함께 하는 시간의 깊이를 아니까, 누군가에게 귀한 선물을 한다는 마음으로 단이의 가족을 기다려 볼 참이다. 나의 희동이도, 동생의 하울이도, 우리 자매가 구조한 단이도, 후암동 길고양이들에게도 더없이 너그러운 가을이기를. CREDIT글 사진 박초롱 에디터 이승연?
- STORY | 2019-03-25 12: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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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의 애교 풍년으로 세찬 바람을 막…
- E P I S O D E?고양이의 애교 풍년으로 세찬 바람을 막아보자? 포근한 이불 속 잠결에 고양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는 건 축복일지니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고 했던가.추석 명절 동안 또 한 번 부모님이 바라는 나와 현재의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씁쓸한 기분으로 서울에 왔다.고양이들은 내가 보고싶었는지 눈물을 보이며 치근치근 애교를 부렸다. 안아 보려 하자 ‘앵~’하며 꼬리를 세우고 저리로 간다.다시 ‘애 앵~’하고 다가와 온몸을 비비적거린다. 성취주의 사회에서도 고양이의 애교 풍년은 수확으로 인정되지 않는 듯하 지만 나는 오늘도 그들에게 위안 받는다.내 무릎과 옆자리를 차지하려 신경전을 벌이는 삼냥이를 보니 어느새 마 음에 온기가 돈다.곧 재개발되는 이 동네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이사하는 집이 늘고 있다.고양이 세 마리를 키울 수 있는 집을 수중의 돈 으로 구할 수 있을까. 쏟아져 나온 낡은 세간들 사이로 고 양이들을 마주쳤다.적막한 밤을 찢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으면 나도 나지만 그네들의 사정은 어떤지 걱정스럽다.이미 고양이의 수는 줄고 있다. 재작년 이맘때쯤 고양이가 세 마리로 늘었다.삼바와 왈츠를 만난 건 대학로 한복판에서였다.그들은 다른 형제자매 들과 함께 있었다. 창고 정리를 하는 할아버지가 내놓은 것 이었다.지나가는 사람들이 아기 고양이들을 구경하고 만 졌다. 한 마리씩 가지고 가서 키워요! 할아버지가 말했다.몹시 퉁명스러운 목소리였다.한참을 지켜보다 편의점에 가서 캔과 물을 사 왔다.고양이들은 며칠을 굶은 것처럼 눈물을 흘리며 열심히 먹어댔다.사람 손을 탄 데다 유동인구도 많아 어미 고양이를 찾기는 어려울 듯했다.나는 ‘임보’라는 오지랖으로 아이들을 구조해 데려왔다.가을 햇살 가득한 버스 안에서 아기 고양이들은 병아리처럼 삐약거리 다 잠이 들었다. 가까운 병원에 가서 기본 검사를 했다.범 백 검사까지는 하지 못했는데,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이런 식으로 함부로 구조에 나서면 안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하지만 나의 치기가 아니었다면 이 녀석들은 어떻게 됐을까.나는 방을 나눠 작은 모래화장실을 만들어주었다.사료를 불려서 주니 두 눈 가득 눈물을 머금으며 먹고 또 먹는다.정이 들까 봐 사진도 몇 장 안 찍고 너네는 곧 갈 거야, 내 애기들 아니야, 하며 차갑게 대했다.그때 데려온 네 마리 중 두 마리의 입양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왈츠를 입양하기로 한 사람이 문제를 일으켜 신고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이미 입양 간 녀석은 유난히 춥던 날 그만 죽었다고 한다.마음이 싸늘해졌다.작고 따뜻한 아기 고양이를 인계했었는데,돌아온 녀석의 몸은 너무 차갑다.형제와 떨어져 외로워서 죽은 건 아닐까.만약 왈츠를 예정대로 입양 보냈다 면 무슨 봉변을 당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남아있던 치즈와 삼바는 처음부터 내 마음을 녹였던 녀석들이다. 어깨에 올라와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어깨나 가슴께에서 잠 을 자던 아이들이라 보내고 싶지 않았다.터줏대감인 라라는 아기 고양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한 층 밝아졌다. 라라는 구조될 때부터 지나치게 마른 몸에 기 운이 없었다. 사회성도 없고, 밤에는 악몽을 꾸는 듯 낑낑 거려서 달래주곤 했었다. 당시 송곳니 두 개가 부러져있었 고, 밥을 먹지도 못했다. 내가 움직이기만 하면 경기를 일 으키듯 숨어버렸다.아마 학대를 당했던 모양이다. 그랬던 라라가 아기 고양이들에게 축구도 배우고,자기 품에 파고 드는 녀석들과 한데 뭉쳐 잠이 들다니. 마음이 벅차올랐다.세상의 세찬 바람을 내가 다 막아줄 수 있을 것만 같다. 바람이 차가워졌지만 우리는 아주 따뜻했다.다리 밑에도 배 위에도 늘 고양이들이 있었고, 삼바와 왈츠는 골골송을 밤새 불렀다. 라라도 동생들과 함께 하는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불어난 식구들을 위해 일거리를 늘려야 했다.대학원 졸업 을 앞둔 시점이었지만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 과외를 하고 돈을 벌고, 악착같이 살기 시작했다.나는 가능한 한 좋은 집사가 되고 싶었다.일과가 끝나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오면 왈츠가 마중을 나와있었다.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듯 한 고양이들을 보면 불쑥불쑥 솟아나는 걱정들이 잠재워 졌다.고양이의 자는 얼굴은 의연하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결국 어떻게든 된다는 듯 무척 평안해 보인다.그런 그 들을 보노라면 뾰족뾰족 얼음 같던 내 마음에 포근한 이불 이 덮어졌다. 온기+온기=속닥속닥 그래도 세 마리는 너무 많다. 일을 늘렸지만 나는 여전히 쪼들리고 있었다.왈츠와 삼바는 형제여서인지 꼭 붙어서 서 로 부둥켜안고 잠을 잤다. 왈츠를 입양보내기로 마음먹은 순간,이 둘을 떼어놓아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결국 시간이 지나 입양을 보내기가 불가능해졌다.그 와중에 애 교 많은 삼바가 내 애정을 독차지하자 라라는 삼바를 미워 하게 됐다.내가 자리를 비우면 라라는 삼바를 경계했다.장 난기 많은 삼바가 종이백의 손잡이를 허리에 끼운 날,몸집 이 커진 삼바를 보고 라라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를 냈다. 서먹한 둘 사이를 중재한 건 왈츠였다. 하도 말이 많 아서 “너 입양 보내버린다, 다른 집에 보낼 거야.”하고 투 덜대면 귀신처럼 내 품에 파고들어 안기는 아이도 왈츠였?다 아무래도 왈츠는 나의 말을, 아니 마음을 다 꿰뚫고 있 었던 것 같다.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한 번만 봐 주라. 이불 속에서 곤히 잠든 털복숭이들은 이제 세 번째 겨울을 맞는다.어릴 때와 달리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각자 편한 자리 로 흩어져 잠을 잔다.하지만 너무 추운 날이면 다들 내 옆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애교를 부린다. 애정표현에 서툰 라 라도 그럴 땐 두 발을 내 배 위에 넌지시 올려놓는다.나는 라라의 엉덩이를 안아서 배에 척 올린다. 라라의 배가 뜨끈 뜨끈해서 찜질이 따로 없다.서로의 온기를 더하면 우리는 긴 겨울도, 긴 밤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추운 건 고통이 지만 한편 우리를 뭉치게 하는 계기이기도 하다.고마워. 언 제든 내 곁에 오렴. 속닥속닥. CREDIT글 사진 최유나에디터 이승연
- STORY | 2019-03-25 12: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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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집사가 된다
- b o o k s h o p그렇게 집사가 된다 책방을 오픈한 지 1년이 지난 요즘, 사람보다 고양이를 더 많이 마주하고 있다. 친한 고양이가 갈수록 늘어 났다. 책방 오픈 후 줄곧 책방에서 지내는 ‘둥이’, 책방 주변을 맴도는 TNR된 수컷 3마리, 출근길에 오며 가며 만나는 길고양이들과 얼마 전부터 밥을 챙겨주기 시작한 아파트 화단 냥이들까지…. 8kg의 사료가 한달을 못 넘길 정도로 식솔들이 늘었다. 그래도 집에 고양이를 들인 적은 없었는데, 이조차도 결국 무너져 버렸다. 고양이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 내가 어떻게 집사가 되었나. 나의 첫 반려묘, 망고 지난 6월이었다. 남자중학생 네 명이 눈곱이 잔뜩 끼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책방에 왔다.이틀간 지켜봤는데 어미가 나타나지 않았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동물책방이라고 하니 이리로 온 것이다. 어미가 잠깐 밥을 먹으러 나간 사이 떨어진 건지 버림을 받은 건지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이미 사람 손을 탄 녀석을 다시 데려다 놓으라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고양이를 데려와준 학생들의 마음이 기특했다. 연약한 새끼 고양이가 혼자 세상에 나가면 어떤 일을 겪을지 짐작할 수 있었기에 모른 체할수 없었다. 잠시 임시보호를 맡겠다고 하고 고양이를 받았다. 며칠간 집에서 고양이를 돌보며 입양처를 알아보았지만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SNS에도 올려보고 동물보호단체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상황이 급한 고양이들이 많았다. 가족을 기다리는 고양이들은, 정말 많았다. 3차 접종을 하기까지 두어 달 동안 녀석은 제법 살이 붙고 덩치도 커졌다. 이제는 500g 남짓의 아기고양이가 아니었다. 어서 양부모를 구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체되자 나도 모르겠다 싶었다. 입양 문제로 마냥 시간을 보낼 수도 없고, 나와 우리 집에 익숙해진 고양이에게 정도 많이 들었다. 매일 밥을 챙겨 먹이고 함께 잠들면서 녀석을 책임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돈벌이도 예전만 못하고,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동물에 관심도 없었다. 홀로 동물을 돌보며 떠안아야 할 부담감을 알기에 반려동물과는 담을 쌓으려 했는데. 고민은 깊어갔 다. 세상에 갈 곳 없는 동물들은 너무 많고 갈 곳 없는 생명을 거두는 사람은 너무 적다. 결국 나를 찾아온 이 생명을 외면 하지 않기로 했다. 망고, 나의 첫 반려묘. 그렇게 나는 집사가 되었다. 고양이를 모르던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개를 좋아하세요,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누군가 물을 때마다 ‘개’라고 대답하던 여자가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 마음을 담은 책이 있다. 가쿠다 미쓰요의 ‘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책이다. 30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양이보다는 개와 더 가까웠던 나로 서도 공감되는 제목이다.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를 유독 좋아했던 것도 아닌데, 어쩌다보니 나는 고양이를 모르고 살았다. 고양이와 나는 그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인사하는 사이, 딱 그만큼이었다. 그런 내가 임보 중이던 새끼 고양이와 평생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보다 더 오랜 시간 책방에 머무는 고양이를 보살피려 부지런히 책방 문을 연다. 밥 먹으러 오는 고양이 들의 겨울나기를 걱정하고 어미에게서 독립한 새끼 고양이 들이 첫겨울을 잘 살아내길 바란다. 갈 곳 없는 고양이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배곯은 생명에게 먹을 것을 건네는 것. 새끼 고양이들이 매서운 바람과 혹한을 피할 잠자리를 살피는 것. 고양이를 알아버린 나는 그들을 이리저리 살피며 고양 이와 공존하고 있다. 이제 나는 조금만 눈을 돌려도 도움을 기다리는 작은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무심히 지나치는 길 위에도 심장이 뛰는 생명이 살고 있다. 그 숨결을 외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집사가 되었다. CREDIT글 사진 심선화에디터 이승연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9-03-19 14: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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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와 폼폼은 함께이기에 더욱 따뜻해요
- 스 위 스 에 사 는 고 양 이노아와 폼폼은 함께이기에 더욱 따뜻해요 냥냥펀치를 받아랏 스위스에서 태어난 남매 고양이 노아와 폼폼을 입양한 지두 달쯤 되었다. 그동안 나는 남매의 성격이 정반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폼폼은 낯가림이 심했었는데, 알고 보니 활달하고 호기심 많은 성격이다. 살짝 까칠한 면도 매력적이 다. 낯선 방문객이 다가오면 거침없이 냥냥펀치를 날리는 모습이 몹시 귀엽다. 노아는 순하다. 낯선 사람에게도 금세 경계를 풀고 쓰다듬어 달라며 바닥을 구르곤 한다. 가족에게만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애교를 피우는 줄 알았는데 누구에게나 골골거려 배신감이 들 정도다. 이렇듯 서로 다른 두 고양이를 키우는 건 즐거운 일이다. 5월, 따뜻한 봄날 태어난 두 녀석은 스위스에도 찾아온 이상고온현상을 잘 버텨냈다. 스위스는 여름에 건조하기 때문에 에어컨이 없어도 살 만한데, 올해는 에어컨이 간절할 정 도로 굉장히 더웠다. 노아와 폼폼은 더위를 견디기 위해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몸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더위가 가시고 선선해진다 싶더니 어느 날 창밖으로 내다본 산꼭대 기에 첫눈이 앉아 있었다. 노아와 폼폼이 묘생에서 처음 겪는 겨울의 추위가 슬슬 다가오고 있다. 대리석 바닥은 여름 더위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겨울에는 너무 차가워 사람도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 바닥을 따뜻하게 데우는 온돌 시스템은 스위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곳에서는 방마다 라디에이터를 설치해 찬 공기를 덥히는 식의 난방을 한다. 그러므로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곳은 라디에이터 곁이다. 스위스에 사는 고양이들은 겨울이면 라디에이터 곁을 떠나지 않는다. 바깥바람은 꽤 쌀쌀해졌 지만 아직 라디에이터를 틀 정도는 아니어서 노아와 폼폼을 위해 몇 가지 선물을 준비했다. 산타 엄마의 월동준비 먼저 빈백이다. 안에 푹신한 충전재가 들어있어 고양이가 올라가면 녀석의 자세에 맞게 스르르 변형이 된다. 빈백을 들인날 노아와 폼폼은 새로운 아이템에 흥분하며 냅다 뛰어올랐 고, 처음 느껴보는 빈백의 편안함에 취해 낮잠을 즐겼다. 실내 공기가 유독 차게 느껴질 때면 빈백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노아와 폼폼을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조그만 캣타워를 들인 것이 다. 우리 집 거실은 한쪽 면이 통창이어서 바깥 풍경을 내다 보는 맛이 있다. 창은 동향으로 나 있어서 오후까지 해가 든다. 이미 초대형 사이즈의 캣타워가 있지만 거실 구조상 창가에 두는 건 불가능해 결국 소형으로 하나 더 구입했다. 통창 앞에 캣타워를 설치하자 해가 잘 드는 시간에 녀석들이 선탠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볕이 잘 들지 않을 때도 바깥을 구경하는 용도로 쓸 수 있으니 여러모로 잘 산 것 같다. 세 번째는 담요다. 집안의 그늘진 곳을 걷다 보면 바닥이 서 늘하게 느껴질 것 같아 담요를 준비했다. 생후 5개월, 한창 뛰어놀 나이인 녀석들은 신나게 뛰다가도 담요를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 두 아기 고양이가 담요 위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노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 그지없다. 네 번째는 거실 테이블의 의자를 계절에 맞게 교체한 것이다. 겨울용 의자는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푹신한 털 재질로 골랐 다. 가끔 어디에서 낮잠을 자는지 안 보여서 찾다 보면 테이블 아래 새 의자 위에 녀석들이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다. 웅크린 채 잠을 청했다가 긴장이 풀려 몸을 축 늘어뜨린 모습도 무척 귀엽다. 나름 여러 가지 선물을 준비했지만, 노아와 폼폼이 몸을 붙이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함께라는 게 가장 따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노아를 입양하지 않으려 하던 때가 있었다. 노아와 폼폼이 헤어질 뻔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역시 함께 데려오길 잘한 것 같다. 스위스의 겨울은 어딘가 우울하지만, 노아와 폼폼은 함께이기에 생애첫 겨울을 다사롭게 보낼 것이다. CREDIT글 사진 이지혜에디터 이승연
- STORY | 2019-03-11 14: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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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상자 속 행복한 고양이
- 리 리 네 집종이상자 속 행복한 고양이 리리는 박스를 좋아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일부러 종이상자에 물건들을 담아 왔다. 빈 상자를 거실에 놓았더니 리리가 박스 안으로 폴짝 뛰어 들어간다. 문득 <고양이 냄비>라는 책이 생각 났다. 별다른 내용 없이 고양이들이 냄비 안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집인데 좁은 냄비 안에 고양이 여럿이 구겨져 있거나 몸을 돌돌 말고 자는 사진이 대부분이 다. ‘왜 굳이 좁은 냄비 안에서 불편하게 잘까?’ 그 모습이 귀엽고 포근했다. 그 책을 보고 리리에게 냄비를 가져다주었더니 냄비 안에 들어가 ‘냥모나이트’ 자세를 했던 기억이 있다. 몸집이 크면서부터 냄비에 들어간 적은 없지만, 택배를 뜯고 있으면 어느새 상자 안으로 뛰어들어가고 서랍을 열면 서랍 안에 들어가서 한동안 나오지 않는다. 종이상자만큼 바스락 소리가 나는 비닐봉지도 무척 좋아한다. 리리도 고양 이답게 좁고 아늑한 공간이 좋은가 보다. 왜 이렇게 좋아하니 고양이는 왜 이렇게 상자를 좋아할까? 여러 가설이 있지만, 적으로부터 자기 몸을 안전하게 숨길 수 있는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가설이 가장 그럴듯하다.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건 사람이나 고양이나 마찬가지겠지. 사냥 놀이를 할때도 근처에 종이상자를 두면 좋다. 보통 고양이들은 장난감을 흔든다고 바로 덤벼 들지 않는다. 일단은 커튼 뒤나 구석진 곳에 몸을 숨겼다가 공격할 타이밍에 엉덩이를 흔들며 뛰어나온다. 근처에 종이상자가 있으면 대피소처럼 사용하니 안심하고더 재밌게 놀 수 있다. 소중한 상자, 행복한 리리 언젠가 시중에서 파는 종이집을 구매해서 조립해준 적이 있다. 리리도 마음에 들었 는지 늘 그 안에 들어가서 낮잠을 잤지만, 입구 주변을 물어뜯어 결국은 집이 무너 졌다. 입구를 넓히려는 의도였을까? 툭 건드리면 무너질 것 같은 종이집 안에서 낮잠을 자던 리리가 귀엽고 우스웠다. 그 이후로는 종이집을 사지 않고 깨끗한 종이 상자를 구해서 캣폴 아래에 두곤 한다. 리리는 늘 그랬듯 상자 안에 숨기도 하고 물어뜯기도 하면서 신나게 이용해준다. 상자 집에 질린 것 같으면 다른 입구를 뚫거나 다른 상자와 연결해 미로를 만들어주는 등 조금씩 모양을 변형해준다. 작은 변화에도 다시금 흥미를 보이니 종이상자만큼 좋은 장난감도 없다. 인간이 보기엔 별거 아닌 종이상자 하나에도 고양이는 행복하다. CREDIT글 사진 박지은에디터 이제원?
- STORY | 2019-02-18 13: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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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비의 모험 그리고 귀환
- T W O , C a t s & D o g실비의 모험그리고 귀환 아끼던 물감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아끼던 마음에 고이 모셔둔 물감이 굳어버렸던 것이다. 이런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카레에 넣으려고 아껴둔 야채칸의 아스파라거스를 버린 적도 있었고, 아껴 입으려던 옷은 유행이 훌쩍 지나버렸다. 아끼는 것들은 그러하다. 소중해서 더 미안해지는 순간이 있다. 나의 모든 이별을 함께 했던 실비를 아꼈다. 그렇게 실비는 집에서 청춘을 보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실비가 ‘모험’을 떠났다. 심야 라디오의 원고를 맡고 있다. 프로그램은 밤 10시부터 12시 까지 제주도 안에서 송출되는데, 그야말로 섬 속의 라디오다. 어김없이 스튜디오에 있던 그 날 밤, 문자가 왔다. 우리 동네로 한달살이를 온 아이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동네 이장님이 보내신 문자였는데, 초등학생 6학년의 아이가 우리 집 근처에서의 차밭에서 반팔을 입고 저녁 6시 해가 지기 직전에 사라졌다고 했다. 도시에서 살 때는 동네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해도 거리감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조그마한 시골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웃 일에 빼꼼 고개를 내다보는 일이 많아졌다. 보통 저녁 8~9 시면 시골 동네의 불은 꺼진다. 그런데 새벽 다섯 시가 넘도록 불을 번쩍이며 소방관이 드나들었고, 마을 주민들은 사라진 아이를 찾으려 숲을 헤맸다. 마음들이 애를 태우며 작은 불빛을 밝히고 있었다. 작년 겨울, 눈이 많이 온 어느 날 실비는 집을 나갔다. 소심한 해적이가 현관문 앞에서 냥냥 대며 짖는 소리에 나가보니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함께 밥을 먹으러 온 친구가 들어오면서 문이 살짝 열려버렸고, 그 문틈 사이로 실비가 집을 나간 것이었다. 언젠가 실비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어떻게 장례를 치러주어야 할지 생각을 하다 조금 울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나는 차분하게 등산화를 갖춰 신고, 무릎까지 온 눈에 젖지 않을 긴 패딩을 입었다. 실비가 좋아하던 간식, 통통 두드리며 실비를 유혹할 캔, 실비가 평소에 쓰던 모래를 챙겨 담담하게 동네와 집 근처를 돌며 실비의 이름을 불렀다. 동네 분들이 실비가 누군지 물었다. 까만 턱시도 고양이라고 말을 하니 알겠다며 보이면 말을 해주겠다고 하셨다. 평소 읽어둔 고양이 탐정의 글이 생각났다. 보통 집고양이들이 집을 나가면, 집 근처에 머문다고 한다. 주인이 부르는 소리, 익숙한 냄새가 나도 낯선 환경에 겁이 난 고양이는 한 발짝 나서기를 두려워한다고 했다. 제아무리 용감하다지만 내내 집에서 살아온 실비는 어디 데크 밑이나 대나무 숲에 숨어있을 것 같았다. 집주변으로 꼬릿한 모래를 뿌리고, 창문을 열어두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밤이 되자 나보다 더 먼저 동네 친구들이 플래시를 들고 나섰다.간밤의 폭설로 걷기 힘든 밤, 쟁여둔 눈썰매를 타고 친구들은 실비를 부르며 숲을 돌아다녔다. 실비는 자기의 이름을 안다. 2층에 있다가도, ‘실비~’하고 부르면 늘 강아지처럼 내려왔다. 그런 실비의 모습을 아는 친구들이 내내 ‘실비~’를 불러주었다. 실비를 찾는 친구들의 모습에, 차분하게 먹으려던 마음은 흔들리고, 코끝이 찡해졌다. 친구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간 늦은 밤, 종적을 감춘 실비를 생각 하며 창문을 열고 혼잣말로 실비를 불렀다. ‘실비~’ 그런데, ‘냥’ 대답이 돌아왔다. 열어둔 창문으로 실비가 ‘냥’ 대답을 했다. 창문 밖을 보니 흰 눈을 밟고 까만 실비가 있었다. 살그 머니 문을 열고 실비가 있던 뒤뜰로 갔다. 조급한 마음을 감추고 실비를 불렀다. ‘실비~’ 목소리에 귀가 두어 차례 쫑긋하더니, 실비가 나를 보았다. 그리곤 그대로 실비는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사라졌다. 밤새 실비가 돌아오지 않는다. 실비는 나를 보고도, 돌아섰다. 집에 두는 게 실비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을 한 걸까? 누군가의 말처럼 고양이는 밖에서 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건가? 실비는 밤새 자신을 찾던 나에게 화답만 해주고 홀연히 숲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치, 사춘기 시절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나의 뒷모습처럼 실비는 사라졌다. 실비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실비는 길을 잃은 게 아니라, 모험을 떠난 걸까?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야간자율학습을 하다가 문득 가방을 챙겨 집을 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고속버스를 타고 무작정 ‘부천’으로 달려갔는데, 정작 부천 터미널에 도착해서는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자정도 넘어 버스도 끊긴 시간,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나는 울면서 엄마에게 전화했고, 그날 밤 아빠는 밤새 고속도 로를 달려 나를 데리러 오셨다. 나는 돌아간다는 것에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당연히 혼나겠지 마음을 다잡았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아빠는 나에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화도 내지 않으셨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부모님은 혼낼 정신도 없으셨던 것 같다. 돌아온 내가 너무 다행이다 싶어서, 그게 그냥 고마워서 혼낼 마음 조차 들지 않으셨던 건 아닐까. 실비가 돌아온다면, 나 역시 그럴것 같았다. 그날 밤, 선흘에는 다시금 한차례의 눈이 내렸고, 하얀 눈에 아침은 평소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쌓인 눈을 치우러 집 밖으로 나왔을 때, 나는 오랜만에 웃음을 지었다. 실비가 사라지고 처음 웃었던 것 같다. 쌓인 눈 위로는 실비의 발자국이 찍혀있었는데, 실비의 발자국은 마당을 지나 집옆에 빼곡한 대나무 숲 안까지 이어져있었다. 실내생활로 몸이 불어서 그랬는지 발자국은 푹푹 들어가 있었 고, 눈에서 뒹군 듯한 널찍한 자국도 발견할 수 있었다. 실비의 발자국을 따라서 집 옆의 빼곡한 대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처음 으로 들어가 본 집 옆의 대나무 숲은 의외로 안락했고, 바람도 잘들어오지 않았다. 무겁게 쌓인 눈에 한쪽의 대나무들은 무너지 듯이 누워있었는데, 그 사이로, 실비의 뚠뚠한 몸이 누웠을 법한 푹신한 둥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실비의 흔적을 바라보며 생각했다.실비는 열린 문틈 사이로 모험을 떠났다.그리고 그 모험을 당차게 마주하고 있었다. 이 짧은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결국, 실비는 집으로 돌아왔고, 나는 그런 실비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통조림 두 캔을 따주었다. 바깥이 자기 취향에 맞을지는 몰라도, 입맛은 여전히 보수적이었던 실비는 그날 밤, 현관문 앞에 놓여진 템테이션을 먹다가 나와 딱 마주쳤 다. 멈칫, 어색한 기류가 흐르던 그때, 해적이가 실비를 원망하듯 냥냥 거렸고, 그 소리를 들은 실비는 여느 딸과 엄마들이 그러하듯 군소리 없이 집으로 들어섰다. 해적이의 울음소리가 정확히 무슨 말인지 는 나는 알 수 없었지만, 철없는 엄마를 타박하는 딸의 짜증스러운 푸념 같았다. 돌아온 실비는 통조림 두 캔을 비우고, 난롯가에서 몸을 데우다 종일 잠이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바깥의 생활에 고단한 것 같았다. 하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실비는 두려움보다는 약간의 뿌듯함을 안고 있었다. 이건 마치 모험을 끝내고 돌아온 듯한, 마치 모르도르의 화산 속에 반지를 던진 ‘프로도’의 뿌듯함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실비의 귀환 후, 나는 하네스와 이름표를 주문했다. 몸에 뭘 걸었다 하면 자지러지는 탓에, 또 집안에만 살았던 아이들이기에, 이름표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편안한 파이핑 끈에 가벼운 재질의 이름표를 달고 뒷면에는 전화번호를 앞면에는 큼지막하게 ‘실비’라는 이름을 새겼다. 그리고 이름 밑에는 작게 ‘산책 중입니다’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건 실비를 향한 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어쩌면 서울 살던 6년 동안, 창문 밖은 허공이었을 그 3층에서 실비는 표현하지 못하는 박탈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제주로 이사를 올 때 다짐한 한가지가 있다면 유기묘였던 실비에게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짧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어렸 다면 7살, 많은 나이였다면 10살 남짓이 지금 실비의 나이일 것이다. 하네스를 메고 집 밖을 나서면 아직은 걷기보다는 누워서 뒹구는 시간이 더 많지만, 앞으로 얼만큼의 변화가 우리를 찾아올지 알 수 없겠 지만, 실비가 좀 더 행복할 수 있다면 변화쯤이야 무슨 문제가 될까. 방충망 없이, 차가운 유리 없이 오늘 밤 꿈속에서 실비가 초록 숲 속을 걷길 바라며... 실비의 묘생 2막, 제주에서 펼쳐보세! CREDIT글 사진 김지은에디터 이제원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9-02-11 12: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