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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21 14: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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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20 09: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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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19 10: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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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19 1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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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15 1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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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15 10: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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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14 14: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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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이 인연이 되어 기적을 만든다
- 견상궁 수발라이프 우연이 인연이 되어 기적을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 기적이야.” 어린 왕자 속 이야기처럼 서로에게 기적이 된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3마리와 견상궁의 깨발랄스토리. 우연으로 시작해서 벌써 3년째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무심한 듯 시크한 욕심쟁이 서열 1위 제이, 우아한 척 고상한 미모 담당 공주 레이, 들이대기 좋아하는 착하고 순한 겁 순이 써니까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사랑스러운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딸들이에요. 기적 같은 딸들과의 좌충우돌 수발라이프. 이제는 넓은 자연을 내 집 마당처럼 즐길 수 있는 제주에서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제이, 레이, 써니가 있어 용기를 내어 새 출발 하게 된 이곳에서 틈날 때마다 아이들과 곳곳을 누비며 견상궁의 수발은 쉴 새 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연과 인연사이어느 인터넷 기사에서 우연히 보았던 다리가 길쭉한 특이한 외모의 강아지. “어? 생각보다 너무 작은데?” 그저 신기하다 생각하며 스크롤을 내리던 중 견주와 강아지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는 큰 몸집에 흠칫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다리가 길어서인지 비교 대상 없이 강아지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 저와 같은 반응을 보일 거라는 사실이 이제는 이해가 돼요(웃음). 그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는 견종이 무엇인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어요. 그저 하루에 무심코 클릭하는 많은 기사 중 하나를 읽어보았다는 것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불쑥 강아지를 새 식구로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한참 전에 보았던 그 기사 속의 강아지가 떠올랐어요. 무슨 견종인지 제대로 기억이나 해둘 걸 아쉬운 마 음이 들었지만, 포기할 수 없다는 괜한 오기가 생겨 검색창에 온갖 검색어를 두드려가 며 찾기 시작했어요. 다리가 긴 강아지, 날씬한 강아지, 경주견, 다리 가는 강아지, 달리 기 잘하는 개 등등 그렇게 며칠을 검색한 끝에 드디어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라는 견 종을 발견했을 때의 그 쾌감은 말로 표현이 안 돼요. 집 근처 가까운 곳에서 이탈리아 그레이하운드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저는 득달같이 달려나갔어 요. 그땐 모색에 따른 차이, 혈통 유무 등등 지금이라면 따지고 또 따졌을지도 모를 수 많은 조건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나에게 제일 먼저 와서 아는 척하는 녀석을 데려오 겠다 마음먹었답니다. 깡제이와 폴짝써니제이는 자유롭게 뛰노는 여러 아이 중에 유독 눈에 띄는 녀석이었어요. 덩치는 제일 작은데도 자기보다 큰 녀석들에게 절대 물러서지 않는 ‘깡’에 일단 눈길이 갔는데 그 녀석이 다가와서는 자연스레 저에게 안기는 거예요. 그래서 고민 없이 바로 제이를 우리 집 막내로 맞이했답니다. 2017년 광복절은 이탈리한 그레이하운드 견생 2개월 차 제이와 인연을 처음 맺은 날이에요. 배변 패드 위에 쉬야를 하면 신나게 물개 박수를 치며 간식으로 칭찬하기를 겨우 며칠 했을 뿐인데 게슴츠레, 잠도 덜 깬 눈으로 비틀거리면서 배변 패드로 걸어가는 작은 제이의 귀염 터지는 뒷모습과 새벽 2시만 되면 미친 듯 온 집을 우다다하는 통에 잠을 못 잤던 기억도 역시 생생하네요. 우연히 접한 기사 하나로 인연을 맺은 제이와의 만남이 너무나 도 행복했지만, ‘제이가 혼자 있을 때 외롭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다시 제이와 인연을 맺었던 켄넬에 방문을 했답니다. 새벽 두 시 우다다를 또다시 견뎌낼 용기가 없었던 저는 제이보다 개월 수가 많은 블루 모색의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였으면 좋겠다는 나름의 조건을 생각하며 켄넬에 도착했어요. 넓은 마당에 뛰노는 수십 마리의 아이 중에 유독 뒤통수가 눈에 띈 아이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켄넬에서 저에게 뒤통수가 눈에 띄었던 아이를 만나게 해 주시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게 이번에도 고민 없이 새로운 인연 둘째 레이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레이를 만났을 때 제일 뒤에서 폴짝거리며 쉬지 않고 점프 하던 녀석이 세 번째로 가족이 된 첫째 써니였다는 사실은 나중에 깨달은 비하인드 스토리. CREDIT 글 김윤정 사진 이성훈
- STORY | 2019-11-21 14: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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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요남매가 보내는 텔레파시
- 워 너 비 밤 요 남 매 밤요남매가 보내는 텔레파시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녀석들은 내 음성에 따라 밥을 먹고, 함께 산책하러 나가고, 함께 여행을 떠난다. 나는 녀석들과 함께라서 너무나 즐거운데, 과연 녀석들도 나와 함께하는 게 즐거울까. 이 녀석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득 우리 사이가 어떨지 궁금해졌다. 너네 어떤 생각을 하니? 밤바요다를 처음 키우기 시작할 때쯤, 녀석들에 대한 나의 공감 능력은 많이 부족했을 거라 생각한다. 당시의 나는 밤바요다에게 정말 필요한 식사와 산책에 대해 깊은 고민 없이 그저 보호자의 의무로서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편한 대로 녀석들을 귀여워하기만 바빴다. 그렇게 보호자로서 최소한의 역할만을 지킨 채 2년이 흐르고, 그제야 무심했던 내 눈에 녀석들의 표정과 행동이 들어오며 궁금증이 들었다. 녀석들을 위한 행동이 녀석들의 입장에선 전혀 반대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밤바와 요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밤바요다를 보며 소소한 몸짓부터 표정까지 관찰했다. 무엇을 할 때 꼬리를 흔들며 기뻐하는 거지? 무엇을 보았을 때 방방 뛰며 좋아하는 거지? 내가 무엇을 건네주었을 때 좋아하고 싫어하는 거지? 가끔은 녀석들이 사람처럼 말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엄마, 탕수육 말고 치킨이 더 맛있어요.”라던가. “장난감 공이 낡았으니 새로 나온 거로 하나 사줘요!”라던가. 오랜 세월과 시간 동안 밤바요다 입장에서 생각했다. 이런 인고의 노력 덕분인지 요즘엔 녀석들과 꽤 많이 통하는 것 같다. 밤바요다는 많은 친구보다는 몇몇 소수의 친한 친구 들 사이에 섞여 뛰어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생선 보단 칠면조를 더 좋아하고, 딱딱한 장난감보단 부드러운 장난감을 더 좋아한다. 휴가는 갯벌보단 해수욕장을 선호한다. 그렇게 밤바요다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면서 녀석들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기 시작했다. 말이 통하지 않지만, 녀석들도 나도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그 효과가 조금씩 발휘하고 있다. 이제는 밤바와 요다가 짖는 소리와 행동만 봐도 단순한 투정인지, 혹은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는 행위인지를 쉽게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우리는 텔레파시가 통하니까 밤바요다를 데리고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간 날이었다. 요다는 물놀이 후에 피곤함이 몰려왔는지 캠핑 의자 위에 앉아 졸았다. 그러나 잠들지 않은 요다는 눈을 끔벅 끔뻑하고 나를 빤히 쳐다보며 졸린 와중에도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게 무얼까. 혹시 추운 걸까?’ 하는 생각에 담요로 돌돌 감싸주었더니 녀석은 눈을 감고 코를 골며 잠에 빠졌다. 한번은 밤바요다가 자는 걸 확인하고선 친구와 저녁 바비큐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준비하고 있는데, 요다가 눈을 뜨더니 나를 빤히 쳐다봤다. 또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번엔 무얼까. 쉬야가 마려운 걸까?’ 하고 녀석의 담요를 풀러 땅에 내려놓으니, 바로 소변을 보고는 다시 캠핑 의자로 올라갔다. 이 모습을 보고 눈이 동그래진 친구는 요다가 움직이지도 않았고 짖지도 않았는데 녀석이 무엇을 바랐는지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는 텔레파시가 통하니까” ‘텔레파시 농담’으로 웃어넘기긴 했지만, 실은 밤바요다의 행동패턴을 오랫동안 관찰한 끝에 습득한 나만의 소통법이다. 요다는 혼자 의자에서 뛰어내려 소변을 볼 줄 안다. 그렇지만 워낙 깔끔한 녀석이라 자신의 몸에 닿는 물건이 지저분해지는 걸 싫어하여, 담요가 바닥이나 소변에 닿아 지저분해지는 것을 꺼렸을 것이다. 나는 그저 요다를 관찰하고 요다가 원하는 것과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을 알아주는 것뿐이었다. 밤바요다의 생각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니,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마트를 다녀오건, 잠깐 친구를 만나고 오건, 어딘가 나갔다 다시 집에 들어오면 밤바요다는 자기들이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을 입에 물고선 힘차게 꼬리를 흔들며 내 앞에 나타난다. 환영한다고. 반갑다고. 사랑한다고. 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녀석들만의 몸짓 언어로 나에게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내가 밤바요다의 언어를 이제야 조금씩 눈여겨본 것처럼 여러분의 반려견도 보호자에게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을지 모른다. 매일매일. CREDIT글·사진 최소희
- STORY | 2019-11-20 09: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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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을 기억해
- 봉 구 의 추 억 지난 여름을 기억해 지난 여름을 기억해 봉구는 올해 두 살이 된 스피츠 남아입니다. 5월이 되며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는데, 스피츠인 봉구는 이중모를 가지고 있는 탓에 벌써부터 더위를 타고 있지요. 헥헥거리는 봉구를 보며 이번 여름도 작년만큼 덥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비록 2019년의 여름이 아직 오지는 않았지만, 봉구를 보며 지난 여름에 있었던 추억을 소개하며 다가올 여름을 준비해볼까 합니다. 작년 이맘때 즈음, 전 기차를 타고 시골에 내려갔습니다. 물론 봉구와 함께요. 제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봉구는 기차 창밖을 내다보며 얌전히 풍경을 구경했고, 주변의 승객들은 짖지 않고 조용히 앉아있는 봉구가 기특하다며 칭찬을 한 마디씩 건넸습니다. 봉구가 목이 마르진 않을까 직접 물을 가져다주는 승객도 참 인상 깊었습니다. 기차 안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생각한 저는 시골에 도착하자 마자 봉구를 넓은 들판으로 데려가 풀어주었습니다. 도시에 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자유를 선물하고 싶었어요. 차도, 사람도 없는 들판에서 봉구는 한없이 뛰어다니다 스치는 꽃 냄새에 발걸음을 멈추고 냄새를 맡고, 흙에 온몸을 뒹굴며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평소라면 금세 지저분해지는 녀석을 보며 핀잔을 했겠지만... 글쎄요. 원래는 녀석이 당연히 누려야 할 자유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었지요. 처음으로 흙을 밟던 날 봉구가 더 어릴 때의 추억을 떠올려볼까요. 지난 여름에는 흙 위를 마음껏 뛰놀던 봉구였지만, 녀석이 처음으로 흙을 밟는 날이라 그런지 겁에 질려 가만히 서 있기만 했습니다. 작고 귀여운 녀석이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기대하며 적응할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한 걸음, 두 걸음 떼기 시작한 봉구는 곧 물 만난 고기 처럼 빠른 속도로 여기저기를 헤집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빠른지 제가 봉구를 따라잡으려 해도 격차는 계속 벌어졌지요. 봉구를 큰 소리로 부르면, 봉구는 코에 풀잎과 흙을 잔뜩 묻히고는 해맑은 표정으로 뒤돌 아보았습니다. 저를 기다리는 줄 알았으나 응가를 하기 위해 멈춘 것이더군요. 볼일을 본 봉구는 다시 번개 같은 속도로 저와 멀어져갔습니다. 처음으로 흙을 밟은 그 날, 산책이 끝난 봉구는 피곤이 몰려왔는지 볕이 잘 드는 곳에 엎드려 졸았습니다. 피곤했을 봉구를 위해 해먹을 설치하여 위에 올려주었더 니, 봉구는 서서히 눈을 감고 코를 골기 시작했죠. 앞으로도 오늘처럼 봉구가 행복하길 바랐습니다. 올여름도 기대해 봉구 봉구가 매년 내려가는 시골집에서 키우는 개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봉구보다 1년 이나 늦게 태어났는데도 봉구보다 덩치도 크 고 목청도 큽니다. 그런데 봉구가 그래도 형이랍시고 덩치가 큰 개 앞에서 군기반장 노릇을 하더라고요. 웃프게도 커다란 동생은 자그마 한 봉구에게 관심도 없습니다. 자존심 상할 법하지만 그래도 봉구는 이 모든 게 즐겁나 봐요.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공기 좋고 드넓은 시골에 오니 모든 게 좋은 추억으로 남나 봅니다. 저 또한 봉구의 지난여름을 떠올리며, 봉구의 올해 여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여름이 봉구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었길 바라며 올해 여름도 또 다른 추억이 되기를. CREDIT글·사진 안효빈
- STORY | 2019-11-19 10: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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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LOW RAIN
- M O R I I N N E W Y O R K SLOW RAIN 느린 도시, 뉴욕 지난 며칠간 뉴욕에서는 마치 한국의 장마처럼 비 가 유난히도 자주 내렸다. 이제 곧 뉴욕을 떠나는 내게 비 때문에 촬영일수가 줄어드는 것만큼이나 애석한 일은 없다. 그래서 요즘은 카페를 가는 길에도, 조깅을 하는 중에도 항상 카메라를 손에 꼭 쥐고 다닌다. 이곳을 떠나면 더 이상은 볼 수 없는 반려동물들의 모습을 하나라도 더 담기 위한 마지 막 몸부림이랄까. 매거진P에 그간 기고해왔던 글과 사진들에는 뉴욕의 반려동물 문화와 함께 일 상적인 풍경들이 담겨있다. 이 글과 사진들을 한 데 모아 쭉 바라보고 있자면 문득 “뉴욕은 참 한결 같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1년에 한 번씩 한국을 갈 때면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어있어 매번 놀라곤 하는데, 뉴욕은 참 신기하게도 어제 찍은 사진 과 3년 전에 찍은 사진의 차이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뉴욕이 한국보다 안정적이고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일까. 이곳에서 사람들과 반려동물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자면, 지금 뉴욕의 모습이 1년, 2년 뒤에도 변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마 반려동물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수없이 오고 가는 사람들과 함께 그들의 반려동물 또한 이곳 뉴욕을 거닐다 언젠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채 어디론가 떠나갈 테니 말이다. 이렇게 반려동물이 살기 좋은 도시인 뉴욕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그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한국에 있는 우리 집 개들만 해도 뉴욕은 고사하고 집 근처 일본조차 가본 적이 없다. “너넨 참 좋은 곳에서 태어나 복 받았다.”라는 생각을 뉴욕에 사는 반려동물을 볼 때마다 하게 되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뉴욕의 반려동물 문화 몇 주 전 오래 기르던 강아지가 긴 여행을 떠났다. 멀리 뉴욕에 와있는 바람에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함만 잔뜩 들었다. “몽아, 다음 생엔 꼭 뉴욕에서 마음껏 센트럴 파크도 거닐고, 도그 워커랑 매일 산책도 하며 살아.”라며 생각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게 뭐 어때서?’ 라고 말할 것이다. 한국이 문제라는 건 절대 아니 다. 단지 반려동물 문화가 잘 자리 잡은 뉴욕이 더 좋다는 것이다. 언제나 더 좋은 옵션은 존재하니까. ‘그럼 뉴욕보다 더 좋은 옵션은?’ 하고 묻는다면, 글쎄. 아직은 모르겠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해 본 여러 도시 중 뉴욕만큼 반려동물 문화가 잘 자리 잡은 곳은 아직 보지 못했다. 뉴욕은 한없이 한결같아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바뀌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뉴욕에서 바뀌지 않는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반려동물들을 위한 법과 문화가 아닐까. 앞으로도 매거진P 연재를 통해 독자분들께 전달하고 싶은 뉴욕의 반려동물 문화들이 많기에 떠나기 전 미리 기고할 글과 사진들을 준비해야겠지만, 언제 그 이야기가 끝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언젠가 폴더 속의 수많은 뉴욕 반려동물 사진들이 사라지고 더 이상 손이 키보드 위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을 때, 그때가 매거진P를 통해 전달하는 나의 마지막 뉴욕이야기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이 곳에서 언제든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상황이니 나는 매일 열심히 뉴욕이야기를 위한 시간을 쓸 것이다. 이 이야기의 끝이 뉴욕이 아닌 한국일지. 혹은 또 다른 어딘가가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뉴욕의 이야기는 조만간 계속될 예정. CREDIT글·사진 박모리
- STORY | 2019-11-19 1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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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 짜장 이야기
- 만 족 하 며 사 는 방 법 마린 짜장 이야기 마린이는 함께 산 지 8년 차 된 나의 강아지.그리고 짜장이는 함께 산 지 4개월 된 나의 강아지다.나는 오늘도 이 둘과 산책을 다녀오며 큰 행복을 느낀다. 행복을 알리는 존재 잘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다음을 위해 달리는 나에게 이 둘은 만족하며 사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내가 주는 간식 하나, 손짓 하나에 행복해하는 마린이와 짜장이의 모습을 보면 가끔 혼자 알록달록 어울리지 않는 과한 옷을 입고 군중 속에 있는 부끄러운 느낌을 받는다. 삶을 복잡하게 사는 내게 늘 간결하고 정직한 행복의 의미를 알려주는 이들은 매일매일 새로운 위안이 된다. 우리는 어느덧 아주 잘 어울리는 한 팀의 가족이 되었지만, 여전히 마린이와 짜장이 둘은 아주 다르다. 마린이는 나의 과거, 그리고 짜장이는 나의 현재를 보여준다. 혼란스럽고 두려운 게 많았던 20대의 날들을 함께한 마린이는 그때 나의 정서를 받아들인 탓인지 늘 조심스럽고 겁이 많으며 예민하다. 여기서 마린이의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우린 옛날에 아주 작은 원룸 자취방에서부터 함께 했다. 풍족하지 못한 생활이었지만 함께 버텨냈다. 내가 힘들어할 때면 지금의 신랑이자 그때의 남자친구였던 남편이 나를 도와줬는데, 마린이와 남편 그리고 나까지 셋의 합동 플레이는 힘들었던 그 시기를 아주 성공적으로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개는 여유가 있을 때 키우는 게 맞다. 난 과거의 부족함에 대해 생각할 때면 마린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니까. 마린이와 함께한 지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내가 혼자 방에 앉아 울고 있었는데, 마린이가 나에게 다가와 얼굴에 흐르는 눈물 냄새를 맡고, 무릎 위에 올라와 온기를 나누어 주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냥 함께 숨 쉬고 있는 누군가의 위로를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날이었다. 그 날은 나에게 ‘우리가 이렇게 함께 살고 있는 거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느꼈던 특별한 날로 기억된다. 다른 두 마리라서반면 짜장이는, 30대에 들어서 알게 된 나의 강한 자존감과 안정감을 받아들인 탓인지, 장난감을 모두 갈아서 먹어 버릴 듯 시끄럽게 놀다가도 이내 코를 골며 늘어지게 잠들어버리는데, 그런 짜장이의 하루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빵 터진다. 이렇게 너무 다른 두 마리라서, 이 둘을 향한 나의 마음도 조금씩 다르다. 나의 과거인 마린이를 볼 때는 마음이 저릿하면서 찡한 무언가가 차오르고, 나의 현재인 짜장이를 볼 때면 간지러운 달콤함이 차오른다. 느낌은 다르지만 둘 다 분명한 사랑이다. 내가 ‘집 밖의 삶’을 좀 더 멋지게 살아보고자 나를 잊어버릴 만큼 고군분투할 때면 마린이와 짜장이는 ‘집 안에서’ 나를 진정 시키고, 멋지게 사는 것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일깨워 줄 것이다. 그 행복 끝에 멋이 있다는 것도 말이다. 내가 이들을 보호하고 키워내는 처지긴 하지만, 동시에 이들이 나에게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좋은 기준이 되어 준다 는 믿음도 존재한다. 이 믿음은, 그리고 이 사실은 우리를 아주 견고하게 만들고 더욱더 사랑하게 한다. 마린이는 우 유 맛 껌, 짜장이는 황태포를 좋아하는데 간식을 하나씩 주고 아이들이 또 달라는 눈빛을 보낼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보면, 일분일초의 시간이 참 밀도 있다는 것을 느낀다. 불필요한 고민을 하면서 보내버리는 시간보다 훨씬 진하고, 사는 것답게 사는 느낌이 드는 시간들이다. 모든 반려견과 함께 사는 분들이 공감하는 부분이겠지만. 우리 가족이 앞으로도 이렇게 밀도 있는 시간들로 가득 채워 살아가길 나는 깊게 바란다. 마린아 짜장아 사랑해! CREDIT글·사진 마리
- STORY | 2019-11-15 1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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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있어야 할 곳
- 명 랑 노 견 생 활 기 내가 있어야 할 곳 나이가 들면 어때서 개도 나이가 들면 사람처럼 등이 굽는 걸까. 사람의 등은 굽는 것이고 개의 등은 솟는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려나. 이뿌니의 반듯했던 등이 낙타의 등처럼 볼록 솟아오르고 있다. 이제 튀어나온 등뼈가 만져지고 갈비뼈 라인도 슬쩍 드러나는 것 같다. 잘 먹이고는 있지만, 살이 자꾸 빠지고 특히 근육량이 줄어 뒷다리가 부쩍 더 가느다래졌다. 그렇다 보니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처럼 이리 흔들 저리 흔들, 뒷다리가 앞다리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넘어진다. 살이 빠져 쿠션감이 없으니 넘어질 때 뼈가 다칠까 염려된다. 이뿌니는 보행이 불안정할 때 내 팔이 나 다리에 엉거주춤 엉덩이만 살짝 걸쳐 앉아 쉬었다 가곤 한다. 이제는 엉덩이를 이용해 몸을 기대는 게 편해진 모양이다. 살은 이뿌니가 아니라 내가 빼야 되는데. 남아도는 내 살을 떼어다 말라가는 이뿌니의 몸에 붙여주고 싶다. 이뿌니의 마른 몸과 위태로운 걸음걸이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너는 오늘도 조금씩 늙고 있구나. 개모차를 구입하다 뒷다리 힘이 약해지니 이뿌니의 움직임도 조금 우스꽝스러워졌다. 앞발은 달리고 있는데 뒷발은 끌려가고 있는가 하면 로봇처럼 어색하게 걷기도 한다. 갈수록 서툴고 느려진 산책길에 도움이 될까 싶어 강아지 유모차인 개모차를 구입했다. 이 개모차라는 것이 반려견 천만 시대인 우리나라에서도 아직은 낯선 아이템임은 확실하다. 잘못 걷 는 노견을 개모차에 태우고 동네 순회를 하다 보면 쳐다보고 놀라는 사람들, 킥킥대며 웃는 사람들, 뭐라고 한마디 씩 참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유모차에 의지하며 천천히 걸어 다니시는 동네 할머니 옆을 지나칠 때면 괜스레 뒤통수가 따가운 건 기분 탓인가. 개를 유난스럽게 키우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는 않지만 어쩌겠나. 노견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할 것들이 더러 있는 것을. 이뿌니가 개모차를 처음 타던 날 남편조차 창피하다고 뒤에서 떨어져 걸었으니 말 다한거다. 사냥개 출신 커다란 누렁이를 개모차에 실어 나르는 이상한 아줌마로 보였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사실은 이 개가 노견이라 관절도 아프고 디스크도 있어서 잘 걷지 못한다고 항변이라도 하고 싶다. 안아주는 것조차 싫어하던 천하의 이뿌니가 얌전히 개모차에 탑승할 날이 올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 지 못했다. 이뿌니가 늙은 뒤로는 모든 게 노견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하루가 돌아가고 있다. 노견의 심화 과정 강아지의 노화에도 단계가 있다. 지금 이뿌니는 한층 더 깊은 노화의 단계에 있는 것 같다. 이쁘니의 노화를 처음으로 인지하게 된 건 바로 청력의 변화였다. 그때만 해도 이뿌니의 움직임은 활발했다. 나는 이뿌니가 더 이상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사실에 많은 눈물을 흘렸었다. 삶의 질과 생명에는 청력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왜 그리 야단이었을까 싶다. 그때의 이뿌니는 밤부터 아침까지 편하게 잠도 자고 네 발로 씩씩하게 걸을 수 있었는데 귀 좀 안 들리면 어때서. 현재 18세의 이뿌니는 16세의 이뿌니를 부러워한다. “그때가 좋았지”라고 말이다. 최근엔 먹고 자고 싸는 기본적인 기능조차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청력의 변화가 노견의 입문 단계라면 지금은 노견 심화 과정쯤 되는 것 같다. 이뿌니가 아침까지 통잠을 푹 자본 게 언젠지 모르겠다. 한밤중에 홀로 일어나 집안을 방황하는 이뿌니 때문에 나 역시 날마다 피곤에 절어 있다. 설상가상으로 밤에 똥칠까지 해놓는 날이면 으아, 날로 더 흥미진진해지는 노견 생활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상황을 여러 번 겪 다 보니 나는 어느새 위기대처의 신이 되었다. 남편도 나도 이제는 곤히 자는 와중에 벌떡 일어나 기계적으로 사태를 수습한다. 늙고 더 늙으면 진짜로 벽에 똥칠하는 날이 오는 것이다. 이뿌니는 작년에 지독한 피부병을 앓았다. 다행히 지금은 보송보송한 새털이 올라와 예쁜 미모를 되찾았다. 그 후로 이뿌니에게 피부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얼마 전 마지막 미용을 한 뒤로부터 등에 털이 나지 않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피부병 문제가 아닌 노화로 인해 자극이 말초신경까지 고루고루 전달되지 않아 얼굴과 가슴, 배와 같은 장기를 덮고 있는 부분 위주로만 털이 나는 거라고 했다. 이뿌니에게 털이 없다는 게 특별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가뜩이나 말라가는 몸에 털까지 없으니 괜히 더 아파 보여 속이 상한다. 털이 없으니 검버섯이 도드라지고 튀어나온 등뼈로 자꾸만 시선이 간다. 전신에 털이 다 없을 때는 몰랐는데 등에만 털이 없으니 모양이 기괴하다. 우리의 자랑이던 이뿌니가 노화로 몸이 약해지는 것도 서러운데 털까지 없다니. 시간이 지나면 결국 털이 자란다고는 하지만 같은 경험을 한 강아지는 원상태로 돌아가는 데 8개월이나 걸렸다고 한다. 8개월 뒤에 이뿌니가 살아 있기나 할까. 이뿌니가 계속 옆에 있어 주길 간절히 바라고는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도 한두 달 뒤의 미래를 자신하진 못하겠다. 이뿌니가 귀여운 털북숭이가 되려면 8개월이 걸릴 테니 우리 이뿌니, 그때까지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털아 어서 자라나렴. 야한 생각 많이 하고 쑴풍쑴풍 털 좀 어서 길러봐. 나에게 어울리는 자리 이뿌니는 여전히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아슬아슬한 뒷다리로 걷고 있지만, 다행히 심각한 병세는 없다.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맛있는 반찬 좀 달라고 투정하는 듯 1년째 먹고 있는 처방식을 거부하는 날도 가끔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그것조차 잘 먹는 편이다. 자기 의지로 조절되지 않는 똥 칠쯤이야 이력이 붙었으니 우리가 치우면 그만. 이뿌니가 낮잠 자는 시간에 맞춰 나도 자유시간을 가진다. 얼마 전에는 이뿌니를 떼어놓고 모처럼 여행을 다녀 왔다. 호텔에서 며칠간 잠을 자며 깨달았다. 방해하는 개가 없으니 이렇게 숙면할 수 있구나! 꿀 수면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다시 개 수발을 드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조금 피곤해도 여기가 내 자리가 맞는 것 같다. 손 많이 가는 노견 아가의 곁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다. 몸은 피로해도 눈으로 이뿌니를 늘 지켜볼 수 있는 곳, 마음이 편안한 이 곳이 아직은 나에게 어울리는 자리인 듯싶다. 힘 냅시다. 노견과 노견을 보살피는 견주님들 모두, 잠 못 자고 고단해도 우리 곁에는 아직 따뜻한 숨을 내쉬는 명랑 노견들이 있으니까요. CREDIT글·사진 한진
- STORY | 2019-11-15 10: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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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대는 내 편
- 나 대 의 세 상 나대는 내 편 나대는 기가 센 강아지다. 한번 꽂힌 건 반드시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녀석이기 때문에 가족들은 녀석이 만약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큰일을 해냈을 거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나대는 좋게 말하면 장군감이고 나쁘게 말하면 무대뽀다. 깡패견들과의 싸움동네 강아지 놀이터에 자주 찾아오는 포메 두 마리가 있다. 겉보기 엔 민들레 홀씨같이 작고 보송보송한 아이들인데 정말 못됐다. 둘 은 꼭 붙어 다니면서 가장 만만해 보이는 강아지 한 마리를 타깃으 로 잡은 다음 그 강아지가 지칠 때까지 쫓아다니며 짖어댄다. 한 마 리도 아니고 두 마리가 한 번에 덤벼드는지라 웬만한 강아지들은 그 두 깡패들만 나타나면 슬금슬금 피한다. 겉보기엔 순둥순둥한 나대 도 그들의 타깃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나대는 오만 발광을 다 떨긴 해도 먼저 누굴 공격하거나 화를 내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런 나대를 만만히 본 두 포메 깡패들이 나대를 타깃으로 잡았다. 처음엔 살살 신경을 긁던 그들은 나중에는 나대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대놓고 짖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만만히 당할 나대가 아니었다. 나대의 용감한 반격에 2:1로 싸움이 시작됐고, 나는 싸움을 말리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때 사건이 터졌다. 분을 참지 못한 포메 한 마리가 내 다리를 덥석 문 것이다. 사실 결론만 놓고 말하자면 별다른 타격은 없었다. 워낙 작은 포메 이기도 했고, 당시 나는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기에 별로 아프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나대에게는 아니었나 보다. 나대는 그 포메들이 내 목을 물어뜯기라도 한 것처럼 대노하여 달려들었다. 이대로라면 정말 큰 일이 날 것 같아서 나는 나대를 거꾸로 들어 (정신이 없어서 거꾸로 든 줄도 몰랐다) 포메들에게서 떼어놨고, 포메 주인들은 두 깡패들을 놀이터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다행히 세 마리 모두 다치 지는 않았었다. 결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아니 개싸움에 다리 물린 내가 가 장 큰 피해자가 된 싸움이었는데 자꾸 웃음이 나왔다. 이놈이 자기 주장이 강해서 그렇지 그래도 나를 생각하긴 하구나. 충성심이란 요만큼도 없는 줄 알았는데유튜브에서 ‘강아지 앞에서 죽은 척하기’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나는 나대도 내가 쓰러 진 척을 하면 옆에 와서 걱정하는 척을 해줄 줄 알았다. 그래도 먹여주고 재워주고 씻겨주 고 놀아준 정이 있으니까. 그래서 시험 삼아 ‘으아아악 나대야 나 죽는다!’는 외침과 함께 여우주연상 뺨칠 연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걱정은 개뿔, 나대는 쓰러진 나를 외면한 채 내 손에 있던 과자만 냉큼 먹어버렸다. 나는 나대가 박애주의견이라고 생각했다. 사 람은 좋아하지만,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은 없 고, 사람이든 개든 고양이든 공평하게 사랑 을 쏟아주는 녀석이라고. 나만을 향한 유별난 사랑을 받지 못하는 건 좀 아쉬웠지만 나대의 그런 박애주의적인 태도가 나대를 더욱 행복 하게 만든다면 그걸로도 괜찮았었다. 그러나 깡패 포메 사건 이래로 나대도 내심 나를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 다. 나대가 무척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뭐, 어쩌면 나를 제 주인이 아니라 제게 밥 주는 하인 정도로 여겼던 거일 수도 있다. ‘감히 내 하인을 공격하다니, 이건 나에 대한 모욕이 다!’ 이런 것 말이다. 뭐 근데 어느 쪽이든 나 대가 나를 같은 편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던 하루였다. CREDIT글·사진 무명
- STORY | 2019-11-14 14:4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