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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6-19 13: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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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6-18 14: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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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6-18 12: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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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6-11 14: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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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8-06-11 14: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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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견과 유기견 그 사이
- 펫찌 X 네이버 포스트1반려견과유기견 그 사이 인연의 시작 “아이 이름은 뭐라고 적을까요?”세상 물정 하나도 몰라 보이는 한 녀석을 쳐다보면서 내뱉은 한 마디였다. 내가 그 녀석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녀석은 원하든 원치 않든 정말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과연 녀석은 순식간에 바뀌는 삶을 이해해주는 녀석일까. “스타워즈 요다 닮았으니까 ‘요다’라고 할게요.” 이게 유기견이었던 요다가 나를 만나 새로운 삶을 찾은 첫 스타트의 기억이었다. 나는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요다는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을까? 녀석은 원래 다른 이름이 있었는데 ‘요다’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을까? 유기견인 요다를 키우면서부터 나는 유기견 구조에 대해 관심이 더 생기기 시작했다. 버려질 이유가 하나도 없는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행복했으면 했지만, 막연히 홀로 유기견 친구들을 돕자니 정말 어마무시하게도 많은 친구들이 존재했고,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감이 안 왔다. 활동하던 커뮤니티에서 유기견 구조를 본격적으로 하기로 했고, 나는 그들의 활동을 응원하며, 소소하게 도와주었다. 그러자 어느 순간, 버려진 친구들은 철장을 나와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기 시작하였고, 어느 누군가에겐 정말 소중한 가족이 되어 있었다. 인연의 사이 어딘지도 모르는 공간에 있던 그 아이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분명 가족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혼자가 되어 당황스러워하는 그런 녀석들에게 우리는 새로운 만남을 이어주고 있다. 가끔은 너무 멀쩡하고 착한 녀석을 만난다.가끔은 못 움직일 정도로 아픈 녀석을 만난다.가끔은 먼저 하늘나라로 가버리는 녀석을 만난다. 녀석들이 구조되어 새로운 가족을 만나기 전 처음 머무는 곳은 연계병원이다. 그곳에서 녀석들은 충분한 치료를 받고, 임시보호처나 입양처로 이동된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연계병원은 밤요남매가 아기 때부터 다니는 병원이기도 하다. 원장 선생님께 구조 활동을 이야기하고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녀석들을 차별 없이 받아주고 치료해 주셨다. 한 생명의 행복을 찾는 일에 숨은 조력자들이 꽤나 많다. 보호소 공고 기간이 끝나면 보호소 보호 연장 기간 문의, 안락사 문의하는 분들. 이동을 해야 한다면 보호소에서 병원으로 또는 임보처로 이동해주시는 이동 봉사자 분들. 치료해주시는 연계병원 관계자 분들. 입양 가기 전 녀석들을 보호해주는 임보자 분들. 그리고 입양자와 녀석을 연결해주는 아이 담당자분들. 아이들의 치료를 위해 만든 모금함을 위해 단체를 알리는 기획자 분들까지. 모두 하나같이 모르는 아이들이지만 행복을 찾아주기 위해 무료 봉사로 노력해주신다. 언젠가는 우리의 역할이 없어져서 ‘아~ 할 일 없네!’라고 할 날이 오겠지? 이런 상상을 하며 가끔씩 웃곤 한다. 그런 희망을 갖고 오늘도 우리는 한 생명의 행복을 이어주는 일을 하고있다. 인연의 끝 언제였더라. 평소와 다름없이 휴대폰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한 게시물을 보고는 정말 펑펑 운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이 머릿속에 너무 강하게 박혀서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핑 돈다. ‘내 가족을 파양합니다.’ 파양을 하면서 가족이라는 단어를 쓰다니 이런 못된 사람을 봤나 하고 그 사연을 클릭했다. 장문의 그 글을 읽기 전까지 나는 ‘세상에 타당한 파양이 어디 있어?’라며 내 신념을 굳건히 믿었다. 정확한 제목과 문장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이렇다. 글을 쓴 견주님은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그 견주님 옆엔 반려견이 하나 있었다. 견주님은 반려견을 정말 사랑하고, 그 친구도 누구보다 견주님을 사랑하는 걸 믿었기에 자기 죽음을 보고 그 친구가 충격을 받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글이었다. 서로 얼마나 믿고 의지했을까. 마지막까지도 그 아이를 위하려는 마음이 너무나 절실하게 와 닿았고, 그래서 더욱 슬펐기에 글을 읽기 전 안 좋은 마음을 가졌던 나를 한참 꾸짖었던 기억이 난다. 세상엔 정말 많은 사건 사고가 있다. 그렇지만 한 생명체를 버리는 건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녀석들이 귀찮게 할 때도 많을 것이고, 꽤나 큰 사고를 칠 때도 있을 것이고, 경제적인 여건이 안 될 수도 있다. 녀석들 또한 당신을 귀찮아할 때도 있을 것이고, 당신의 행동에 힘들 때도 많을 것이지만 녀석들은 단 한 번도 당신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은 안 할 것이다. 누구보다 당신을 이해하려 하고, 믿어주는 착하고 소중한 생명을 쉽게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CREDIT글 사진 최소희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6-19 13: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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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하나뿐인 그들의 이야기
- B O O K S H O P세상 하나뿐인그들의 이야기 책방을 찾아오는 네 발 달린 손님 책방을 찾는 손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람이고, 두 번째는 밥 먹으러 오는 길고양이들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손님과 함께 오는 개다. 가끔 견주와 산책 중 리드줄을 멘 채로 혼자 책방 문을 넘어 들어오는 개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견주와 함께 책방을 찾아온다. 견주와 함께 찾아오는 개는, 내가 이름과 프로필을 기억해야 하는 중요한 손님이다. 얼마 전부터는 개들의 이름과 인상착의를 기억하여 따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중년의 부부와 함께 온 3살 된 갈색 푸들 ‘초코’, 산책 중에 손님 품에 쏙 안겨 들어온 두 살 반 포메라니안 ‘봄이’, 이름을 물어보진 않았지만 종견, 모견, 아들의 웰시코기 패밀리 등은 최근 책방을 방문한 개들이다. 개의 이름을 묻고, 나이를 묻고, 성격을 물으며 손님과 좀 더 가까워지며 대화를 통해서 얻는 정보들로 도서를 추천해드리곤 한다. 개는 인간에게 오래된 가축이자 인간에게 길들여지기 시작한 이후로는 가장 가까운 동물 친구이기도 하다. 사람과 특정 장소를 함께 동반할 수 있는 동물이기도 한데 가끔 고양이, 새 등을 이동장 안에 넣어 오는 경우도 있지만 제 발로 걸어오는 동물은 개가 유일하다. 개는 사람과 발을 맞춰 걸을 줄 알기 때문에 사람과 여러 곳을 다닐 수 있다. 산과 들을 다니며 흙을 밟기도 하고 강과 바다를 다니며 헤엄을 치기도 한다. 아직 대중화가 되진 않았지만 반려견의 입장을 허용하는 곳도 늘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림이나 작품 전시를 보며 휴식을 즐기는 문화생활도 함께 한다. 개들은 사람과 동고동락하며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도 되고 친구도 된다. 종을 초월한 개와 인간의 사랑에 대한 기록은 없으니 연인까지는 힘들지만 개엄마, 개아빠는 될 수 있는 걸 보면 우리에게 개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알 만하다. 책방 밖에서 견주와 발을 맞추어 들어오는 개 손님들을 맞이할 때면 나의 반가움도 두 배가 되는데, 봄꽃이 만개하듯 얼굴에는 미소가 만개한다. 남의 개도 사랑스럽고 예쁜 걸 보면 난 천상 개바보의 운명을 타고 났다. 아이와 토토의 이야기 자신이 다니는 초등학교 도서실엔 동물 책이 너무 없다며 동물 책을 보러 오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하굣길에 들르고, 학원을 마치고 들르고, 운동가는 길에 들르고, 그냥도 들르는 책방의 최연소 고객이다. 너무 자주 찾아와 가끔은 귀찮을 때도 있지만 반려견 ‘토토’와 찾아올 때는 만사를 제쳐 놓고 둘을 반긴다. 6살 몰티즈 ‘토토’의 산책을 담당하고 있는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토토’와 동네를 산책한다. 아파트 주변을 한 바퀴 돌다 이내 책방으로 발을 돌린다. ‘토토’와의 산책을 책방 방문으로 대충 때우려는 속셈이 보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토토랑 와야 돼’라는 나의 당부를 지키러 온 거라 믿는다. 강아지 산책시키는 일이 너무 귀찮다며 투덜대기도 하고, 집에 가서 목욕도 시켜야 한다며 볼멘소리도 하는 아이. 그럴 때마다 나는 ‘누나와 산책하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토토 마음을 알아줘야 한다’며 달래본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온 사이. 지내온 시간보다 앞으로 함께 할 날이 더 많을 사이. 아이는 크겠지만 개는 늙어가는 사이. 10년 뒤 너희 둘이 여전히 누나와 동생으로 남아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면 그때도 난 밝은 미소로 둘을 맞아줘야지. 그때 되면 우리 모두 나이를 먹어 지금보다 더 진지한 대화를 하며 산책 후 오후의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거야. 세상에 하나뿐인 이야기 얼마 전 SNS 팔로워 분들에게서 받은 반려동물 사진들을 인화하여 사진전을 개최했다. 사진과 함께 보내온 사연을 읽으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가슴 저미는 슬픔을 느끼며 가족이 된 그들의 이야기에 코끝 시린 감동을 받았다. 사람과 개가 만나 인연을 맺고 가족이 되면 개는 개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살아온 각자의 이야기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포개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둘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이다. 열 살이 훌쩍 넘긴 개가 혹시나 책방을 낯설어할까 곁을 지켜주고, 책방을 돌아다니다 넘어지기라도 할까 안절부절 못하며 노견을 돌보는 손님은 늙은 개가 안정을 찾을 때쯤 책을 보기 시작한다. 한 살이 채 안 된 어린 개가 처음 본 고양이를 보고 짖거나 흥분하여 마킹을 하면 어쩔 줄 몰라 하며 연신 죄송하다고 말한다. 개와 고양이에게 시간을 조금 주고 기다려주면, 어느새 어린 개와 고양이는 조용해진다. 지금까지 자신을 거쳐 간 개, 고양이만 해도 족히 100마리는 되지만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개의 눈빛을 내칠 수가 없어 개를 또 입양한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하여 가족이 된 이야기, 아픈 아이를 입양 후 돌보고 있다는 이야기 등 우리 주위에서 자주 접하는 이야기일지라도 그들에게는 세상 하나뿐인 이야기다.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은 개와 사람이 만나 유대감을 쌓고 둘의 시간을 나누는 이야기다. 오늘도 다들 저마다의 이야기를 안고, 두 발 달린 손님과 네 발 달린 손님은 책방 문을 넘어온다. 그 순간 세상 하나뿐인 이야기가 책방 안에서 펼쳐지고, 나는 첫 번째 관객이 되어 그 모습을 지켜본다. CREDIT글 사진 심선화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6-18 14: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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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작은 강아지, 돌돌
- 아파도 사랑해나의 작은 강아지,돌돌 죽음의 문턱에서 내게로 온 돌돌굉장히 외롭고 고달픈 시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이 녀석과 처음 만났다. 4개월 무렵 우리 집으로 오게 된 강아지에겐 선천적으로 병이 있었다. 집에 데리고 오니 벽을 따라 집 안을 뱅글뱅글 돌았다. 제대로 잠들지도 못하고 불편해 보였다. 일주일이 되던 날부터는 발작을 하기 시작했다. 좀비처럼 텅 빈 눈으로 발버둥을 쳤다. 병원에 데리고 가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1년 정도만 더 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인큐베이터처럼 생긴 입원실 안에서 나를 알아보고 힘없이 꼬리를 들어 살랑살랑 흔들던 녀석. 그 모습을 잊지 못한다.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간직한 밤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는 큰 수술이었고, 수술을 견디기에는 몸집이 작아서 더 클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나는 아직 작고 어린 이 강아지가 살고 싶어지길 바라며 야근으로 저녁 11시, 12시에 퇴근해서 돌아와도 새벽까지 산책을 시키곤 했다. 간절한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여러 밤길을 함께 걸었다. 밤길은 항상 인적이 드물고, 조용했다. 나와 나의 작은 강아지만이 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밤들이 많았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몸이 약해 이후로도 크고 작은 수술을 몇 차례나 했다. 언제나 녀석은 씩씩하게 생사의 고비를 오가는 느낌이었다. 아픈 몸과 달리 지랄 맞을 정도로 명랑한 성격과 눈빛, 생기발랄함을 지닌 녀석은 그 시기 나를 드리운 어둠까지 걷어 주었다. 나는 녀석의 병이 아니라, 뭔가 다른 것과 싸우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녀석은 죽음의 문턱에 섰다가도 여러 번 건강하게 내게 돌아왔고 그래서 내내 더 애틋했던 것 같다. 지금은 네 살이 된 나의 강아지 돌돌. 이 녀석을 키우는 동안 삶과 병에 대해서, 특히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이 많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의사 선생님은 퇴원하는 날 내게 녀석이 다른 강아지들만큼 수명이 길지는 않을 거라는 이야길 했다. 그래서 내내 나는 우리 사이의 유한한 시간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언젠가 끝난다는 것. 마치 연애처럼. 짧은 생이니 더 열심히봄에는 꽃이 핀 길을, 여름에는 더위 속을, 가을에는 낙엽길을, 겨울에는 눈길을 함께 걸었다. 최대한 자주, 많이, 같이 걸으려고 노력했다. 많은 풍경을 함께 보았다. 노력해도 늘 부족했고 짧았지만 그래야 이 녀석의 짧은 생이 의미 있는 시간으로, 조금이라도 행복으로 채워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그리고 거기서 나도 많은 것을 배웠다. 내 삶에 대해 내가 취해야 할 태도까지도. 얼마 전 돌돌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제 이 조바심 나던 작은 녀석의 세계가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다. 함께 많은 걸 봤고, 많은 걸 느꼈다. 나와 나만큼 사랑해 주는 다른 사람들을 만났고, 며칠을 붙어서 함께 놀 친한 친구도 생긴 나의 행복한 강아지.너에게 그런 것들이 생겼고, 이미 네 생이 충분히 의미 있다는 것. 그렇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CREDIT글 윤민혜사진 윤민혜, 조조네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6-18 12: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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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에서 만든 비밀스러운 사이
- MORI IN NEWYORK뉴욕에서 만든비밀스러운 사이?? 뉴욕의 흔한 거리 풍경 뉴욕의 거리를 걷다보면 수많은 개들과 마주치게 되는데, 그 모습들이 각양각색이다. 그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것이 그들의 행동인데 그중에서도 자주 눈에 띄는 행동을 세 가지로 추릴 수 있다. 첫째, 나무에 오줌 싸기. 둘째, 카페에 들어간 주인 기다리기. 셋째, 다른 반려동물과 인사 나누기. 이 세 가지 중에서도 유난히 자주 보이는 광경은 다름 아닌 ‘다른 반려동물과 인사 나누기’이다. 길에서 만난 두 개들이 서로 짖거나 냄새를 맡는 모습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장면이지만, 뉴욕은 아무래도 반려인이 많은 도시다보니 그 광경이 더욱 자주 눈에 띄는 것 같다. 뉴욕에 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삼삼오오 모여 있는 반려인들 서로가 모두 친구인 줄 알았다. 알고 보면 모두 초면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개들이 서로의 체취를 맡으며 인사를 나누는 동안, 견주들도 덩달아 안면을 트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혼자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본 사람과 통성명을 하며 금세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는 이곳의 문화를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오해한 것도 당연한 일일 수 있겠다. 그렇게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 속엔 여러 사이가 있다. 개와 개 사이, 반려동물이 이어준 사람과 사람 사이, 그리고 간간이 겹쳐지는 가볍지만 좋은 사이들. 이를테면 지나가던 행인과 반려동물의 사이인데, 행인들이 반려동물의 사진을 찍고 가거나 잠시 그 자리에 머물다 지나갈 때가 바로 그렇다. 이렇게 한두 명씩 여러 사이가 모이고 모이게 되면 어느새 그 자리엔 어떤 그룹이 하나 만들어지곤 한다. 아마 뉴욕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겐 꽤나 진기한 장면일 것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바라보고만 있어도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는 광경이다. 사람들이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개들도 서로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 사이에서 어떤 좋은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 같다. 흡사 어린 아이들의 생일파티에서 느낄 수 있는 밝고 즐거운 기운이랄까. CREDIT?글 사진 박모리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6-12 14: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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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의 이름으로
- BE COMPANIONS가족의 이름으로보스턴테리어 카이와 닥스훈트 라이에게는 가장 믿었던 사람일 것이다. 사람 말을 못 할 뿐이지 어쩌면 그를 ‘아빠’라고 불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가 가족들에게 손찌검을 하고, 자신들을 낯선 곳에 버리는 것을 반복하기 전까지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예기치 못한 생이별? A씨에게 연락이 온 건 지난 3월이었다. 그녀는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는 어린 두 자녀 그리고 반려견들이 함께 지낼 곳을 찾고 있었다. 새로운 주거지를 찾는 이유는 가정폭력이었다. 남편은 매일같이 술을 마시며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 그의 폭력은 어린 자녀들에게까지 그리고 개들에게까지 향했다. 남편은 개들을 위협하거나 우발적으로 유기하기도 했다. ? 그런 나날이 이어진 끝에, 그녀는 자녀들과 반려견들의 안전을 위해서 이 상황을 끝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남편을 경찰에 신고했고, 임시거처로 이동했다. 하지만 남편은 가족들을 바로 찾아내 행패를 부리며 위협했다. 더 안전한 곳이 절실한 순간들이 이어졌다. 그 순간 속에서 카이와 라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짖거나 낑낑거리는 것 밖에는....뉴스나 신문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기사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우리가 미처 몰랐을 뿐, 일가족을 모두 죽음으로까지 몰아가는 불행의 저 편에는 말 못하는 동물들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A씨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녀는 두 아이, 두 반려견과 함께 입소할 수 있는 쉼터를 찾고자 했다. 하지만 전국의 그 어떤 쉼터도 반려동물과의 동반 입소는 불가능했다. 쉼터의 수도 많지 않을뿐더러 아이를 데려가는 조건도 있는 등 쉼터 상황 자체가 열악하니 반려동물과의 동반 입소가 불가능한 것이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아니다.? ? 그렇다고 해서 반려견을 입양이 보장되지 않는 유기동물센터로 보내 안락사를 기다리게 하거나 길거리에 버릴 수는 없었다. 그녀는 최대한 지인들에게 반려견을 입양 보내고자 노력했고, 일부 반려견은 입양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카이와 라이에게는 소식이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연락을 해 본 것이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였다. 개인의 힘과 능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가정폭력 뿐만 아니다. 독거노인이 노쇠하여 더 이상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을 때도 반려동물은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이 외에도 예기치 못하게 가족이 사라지는 상황은 많다. 그런데 이 거부할 수 없는 가족의 해체를 동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에게 의존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이제는 너를 보살필 수 없다고, 이제는 알아서 잘 살아야 하니 잘 해보라고 말할 수가 없는데.... 우리는 그녀가 겪은 일이 ‘가정폭력 피해가정 내 반려동물보호 장치’에 대한 제도적 한계와 이어지는 것이라 판단했다. 통계자료만 없다 뿐이지 가정폭력으로 참 많은 동물들이 생사를 알 길 없는 보호소로 들어가거나 버려졌을 것이고, 누군가 공론화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오갈 데 없는 동물들이 보호받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CREDIT글 사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김나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8-06-12 12: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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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새장 안에 갇혀있던 아이
- 견생 2막작은 새장 안에 갇혀있던 아이초코, 새장 밖으로 나오다?2013년 꽃샘추위가 서리던 어느 봄날, 대전의 한 애견거리를 30분 내내 왔다 갔다 했다. 그 자리를 지난주에도, 지지난 주에도 같은 모습으로 왔다 갔다 했다. 6년 동안의 타지 생활로 우울증이 다가올 무렵 강아지를 너무나 키우고 싶었다. 어렸을 때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있지만 너무나 짧은 기억이었고, 헤어지는 순간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에 선뜻 용기가 나질 않아 애견거리를 주말마다 맴돌았다. 쇼윈도에 꼬마 아이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생후 3개월이 안 된 강아지, 고양이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었지만 나는 그런 작고 귀여운 생명체를 가족으로 맞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아이들은 좋은 가정으로 갈 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원하는 강아지를 그 쇼윈도 안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 그렇게 맴돌고 맴돌다 우연히 한 가게 안 구석에 있는 분홍색 새장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 안이 어찌나 좁던지 제대로 눕지도, 앉아 있지도 못해 어정쩡한 자세의 강아지가 있었다. 가게 주인에게 사정을 물으니 두 번이나 파양되어 처치 곤란이라 하더라. 뽀얗고 귀여운 강아지들 사이에 혼자 새장에 갇혀 있던 강아지가 내 눈에는 어찌 그리 안쓰럽고 예뻐 보이던지. 그렇게 ‘초코’를 입양했다. 상자에 담긴 초코는 택시를 타고 오는 내내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아 괜찮은 줄 알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상자를 여는 순간, 낯설고 좋지 않은 냄새가 확 풍겼다. 배변과 구토로 상자와 초코의 몸이 얼룩져 있었다. 택시를 타고 오는 동안 소리라도 내면 응당 꺼내주고 쉬어갈 텐데, 묵묵히 몇 번의 구토와 배변을 하며 혼자 견디고 있던 것이다. 한창 예쁨 받을 나이에 여기저기 떠돌았던 우리 초코, 오늘부터 초코가 눈감을 때까지 나와 우리 가족이 함께할 것을 약속하는 밤이었다.? 초코야! 웃어봐! 우린 너의 가족이야! 초코와 함께한 지 두 달쯤 되었을 때였다. 초코는 그때까지도 잘 짖지도 않고 산책을 하면 다른 강아지처럼 폴짝폴짝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했다. 행여 내가 없어질까 내가 보이는 내 뒤쪽에서 졸졸졸 따라왔다.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 했던 초코는 내가 회사에서 돌아오면 한동안 낑낑 소리를 내며 돌아다녔다. 그런 초코를 처음으로 부모님 집으로 데리고 가기로 한 날, 수원으로 가는 KTX에서 케이지에 담긴 초코를 몇 번이나 바라보았다.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좋아하실지 싫어하실지. 많은 생각을 하며 데리고 갔다. 역시나 부모님은 당황하셨다. 부모님 집에 처음 온 초코는 무엇이 그렇게 낯설었는지 내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녔다. 하지만 아빠가 손짓을 하자, 초코는 아빠한테 한 걸음씩 조심조심 다가갔다. 부모님도 금방 마음의 문을 열고 초코를 맞이해주셨다. ? 7년이 지난 지금, 초코는 우리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그 사이 나는 초코와 함께 대전에서 올라와 수원 부모님 집으로 이사를 했다. 초코는 7년 새 많이 바뀌었다. 주말이면 먼저 산책 가자며 앞에서 멍멍 짖기도 하고, 산책을 하면 제일 먼저 뛰어나가기 바쁜 로켓 강아지가 되었다. 처음에는 다른 방에도 못 가고 내 주변에서만 얼어있던 초코가 이제는 화장실도 잘 찾아가서 배변도 가리고, 방 곳곳마다 자기가 쉴 공간을 만들어 쉼터 부자 강아지가 되었다. 처음 우리에게 왔던 초코는 마음의 상처로 위축되어 있었지만, 우리 가족은 기다렸다. 초코가 우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밝아지기를.... 지금은 고맙게도 먹을 것 좋아하고 산책도 좋아하는 밝고 예쁜 반려견이 되었다. 함께하는 여행은 힘든 여행? 초코가 우리 생활에 들어오면서 가족 SNS는 초코 사진이 대부분이 되었고, 마트를 가면 초코 간식부터 구경하게 되었다. TV에서 강아지가 나오면 채널 돌리는 것을 잠시 멈추고 강아지 내용이 끝날 때까지 시청한다. 그렇게 생활이 조금씩 달라질 때쯤, 여행도 마찬가지로 초코 때문에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함께 여행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초코가 우리 가족이 되면서 초코를 집에 혼자 두고는 단 하루도 외박을 하지 못했다. 고작 하루 혼자 둔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왠지 밥도 안 먹고 볼일도 안 보고 끙끙 댈 모습에 불안해서 못가는 것이다. 초코를 데리고 여행을 가면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여행의 묘미는 먹으러 가는 것인데) 밥 때가 되면 슬슬 마음이 복잡해진다. 밥을 먹으러 가려면 초코를 차 안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나가면 초코가 짖는 소리가 주차장을 가득 메운다. 그때부터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른다. 가족 중 누군가는 빨리 밥을 먹고 초코한테 가봐야 한다.강아지가 함께 숙박할 수 있는 숙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성수기일 경우는 아주 일찌감치 예약을 해야 한다. 만약 강아지와 함께 숙박할 수 있는 숙소를 찾았다 하더라도 강아지에 대한 추가 비용(강아지 숙박으로 인한 소독 청소 값 등)이 더 나간다. 다른 사람들은 ‘강아지는 하루 혼자 놔둬도 안 죽어’, ‘그냥 어디에다 맡겨’라고 쉽게 말을 하지만, 나는 초코와 좋은 것을 함께 누리고 싶고 좋은 곳에 가서 즐거운 추억도 만들고 싶다. 그래야 가족 아니겠는가? CREDIT글 사진 최은정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6-11 14: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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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 소풍 리그 개막
- 명랑 노견 생활기강아지 소풍 리그 개막 햇빛 샤워하러 가자벚꽃 시즌을 지나자마자 본격적으로 2018 강아지 소풍 리그가 개막되었다. 한 손엔 도시락, 다른 손으론 노견의 손을 잡고 초록 풀밭 위에 자리를 잡자. 6월의 햇살은 봄의 적당한 훈훈함과 여름의 강렬함 사이에 있다. 늙은 개의 피부에 햇빛 샤워가 충분하다 싶으면 선선한 바람이 부는 그늘로 찾아든다. 햇빛과 바람이 주는 어우러짐 속에 몸을 맡기고 멍하니 앉아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그런 계절이다. 건강한 젊은 개는 가만히 쉬어야 할 의무가 없기에 나를 뛰게 해달라 오두방정 야단일테지만 다행히도 나의 개는 늙었다. 느린 걸음으로 토끼풀밭 위를 몇 번 왕복하고 나면 금방 고단해진다. 함께 쉬자, 내 옆자리로 와. 나는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고 이뿌니는 차가운 물을 들이킨다. 조금 움직였다고 그새 당 떨어질라 고구마도 먹이고 배추도 와작와작 씹게 한다. 상호간에 합의가 된 이 정도의 활동량이면 우리 둘 다 집에 돌아가서 달콤한 잠에 빠질 수 있다. 너도 나도 다 편안한 둘만의 소풍이다.?우리들의 느린 산책이 좋다이뿌니가 체력이 좋았던 젊은 날에 나는 그다지 부지런하지 못했던 견주였다. 개는 어디 특별한 장소에 가서 일주일 치 한방에 몰아 신나게 뛰고 오는 것보다는 꾸준히 매일매일 성실한 외출을 필요로 했을지도 모르는데, 그걸 다 받아주지 못한 미안함이 남아있다. 지금이라도 평범한 보통날의 산책을 함께 하고 싶건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뿌니의 체력이 어제보다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나와 이뿌니는 매일 마음을 단단하게 하려 한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야 내 스타일로 소풍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아니냐며 눈물을 떨치고 일어나 나는 이뿌니가 좋아하는 도시락을 챙긴다. 하도 뛰어다녀 흔들린 사진이 절반이던 때보다 오히려 사진은 지금 더 잘 찍을 수도 있고, 뭐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나 싶다. 디스크와 관절염이 늙은 개를 자꾸 멈춰 서 있게 하지만 이때다 찰칵! 사진 잘 찍어보라고 정지해주는 것 맞지? 꿈보다 해몽. 사진 찍는 나를 위해 속도를 맞춰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이뿌니는 견주를 위할 줄도 아는 참으로 갸륵한 개가 되는 것이다. 마음만 바꿔먹으면 정신없는 뜀박질보다는 돗자리 위에서 잠시 멈춘 우리들의 느린 산책에 나는 전보다 더 만족할 수 있다. 수영 천재 이뿌니다른 개들의 화려한 개인기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기가 죽는다. 이뿌니는 할 줄 아는 게 몇 개 없다. 먹다 남은 치킨을 앞에 두고 시험 삼아 해본 몇 가지 훈련을 17년째 우려 먹고 있다. ‘앉아, 기다려, 먹어’가 끝. 그나마도 귀가 안 들리게 되면서 세 가지뿐인 나의 지령을 구분 못하는 불상사가 생겨버렸다. 이로써 ‘앉아’와 ‘기다려’를 안 해도 공짜로 입속에 간식을 넣어주니, 이뿌니 제 딴에는 잘됐다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에겐 비장의 무기가 하나 남아있다. 이 시기에만 한정적으로 뽐낼 수 있는 이뿌니의 특급 개인기는 바로 수영이다. 여름이 시작된 후엔 어디든 붐비는 것을 아는 터라 우리는 누구보다 이르게 물놀이를 빨리 즐기려 한다. 할 줄 아는 게 많지 않은 이 개는 물속에서만큼은 뛰어난 우등생이다. 선천적으로 물놀이 기능이 장착 되었는지 어린 시절부터 이뿌니가 수영에 특화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우연히 계곡에 몸이 들어갔고 재빨리 네 발이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 신기한 몸놀림을 처음 발견했던 두어 살 쯤의 이뿌니를 지금도 기억한다. 우리 개는 수영 천재였어! 해마다 여름이 오기도 전부터 이뿌니와 물에서 놀았다. 6월은 수영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어디든 빠뜨리면 즉각 반응하는 이뿌니만의 멋진 수영 포즈를 많은 견주들이 봐주길 바랐다. ‘저 개가 우리 개예요.’ 좌회전 우회전 유턴까지도 부드럽게 진행된다. 물살을 가르고 유유히 전진하는 늘씬한 몸의 이뿌니. 기립박수라도 치고 싶은 수영 실력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녹슬지 않았다. 그렇지만 체력은 확실히 작년 다르고 올해 또 다르다. 한 바퀴만 돌면 바로 물에서 건져내야 할 판인데 그런 늙은 오빠 옆에 매달려 무임승차하는 늙은 여동생아, 양심이 있니 없니. 여동생이래 봤자 같이 늙어가는 처지(15세)니 눈감아줘야겠지. 수영을 처음 시작했던 두어 살 쯤의 이뿌니와 이때껏 함께 해오던 여동생이라 감개무량하다. 개들이야 별 생각 있겠냐만 지켜보는 우리로서는 십여 년을 나란히 헤엄쳐주는 둘의 모습만 봐도 가슴이 벅찬다. 노견이여, 으라차차 기운을 내라! 색색깔 꽃들이 지고 난 자리에 연두색 잎들이 채워졌다. 점점 짙어가는 초록의 계절, 곧 고통스러울 만큼 뜨거운 여름이 오겠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적당해서 참 좋다. 좋아하는 개들과 함께 하기에 더할 나위없는 봄과 여름 사이 소중한 시간이다. 하루 걸러 하루 초록잎이 얼마나 싱그러워지는지 함께 산책 나가 관찰하고 싶은데 요 근래 이뿌니의 기력이 쇠해졌다. 이뿌니와 나, 계절의 삼박자가 합을 맞추던 호시절이 눈 앞에 스쳐간다. 또다시 그러한 활력의 날들은 오지 않을 것만 같아 한동안 마음을 졸였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불끈불끈 힘솟아 일어나는 노견의 저력 또한 알고 있다. 많은 날 그러했던 것처럼 다시금 이뿌니는 간식의 향기로움에 취해 킁킁 코를 놀리며 발랄하게 살아 움직인다. 시금치를 먹은 뽀빠이처럼 간식 앞에 이뿌니는 으라차차 기운을 낸다. 조금만 더 에너지를 충전시키고 함께 수영장 가야지! 물에 젖은 구릿빛 피부, 곱슬머리 오빠를 기대하시라. 뭇 암캐들의 마음을 홀릴 준비가 되었다. ? CREDIT글 사진 한진에디터 김지연?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6-11 14: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