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034건) [STORY] 가로등 아래서 주인 기다리던 로등이 입… STORY | 2018-01-08 14:54:41 [STORY] 7화 Shall We Kiss? STORY | 2018-01-08 14:28:50 [STORY] 고양이와 웨딩피치의 상관관계 STORY | 2018-01-03 16:38:29 [STORY] #LoveWins STORY | 2018-01-03 12:08:17 [STORY] 그대가 웃고 울고 사랑하는 사이 STORY | 2017-12-29 15:28:08 [STORY] 길고양이만 아는 새벽 식당 STORY | 2017-12-28 16:34:01 [STORY] 다시 만나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STORY | 2017-12-27 10:44:40 가로등 아래서 주인 기다리던 로등이 입… FOLLOW가로등 아래서 주인 기다리던 로등이입양 가던 날 부산의 한 원룸촌에는 특별한 고양이가 살았다. 밤이 되면 늘 가로등 불빛 아래 누군가를 기다려 ‘로등이’라는 별칭이 붙은 노랑둥이였다. 로등이가 그토록 기다리던 것은 자신을 버린 전 주인이었다. 그 로등이가 부산에서 인천을 거쳐 안성으로, 입양을 갔다. 네가 로등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로등이에는 이름이 많다. 많았었다. 로등이, 모찌, 지오... 근처를 오가는 마음씨 좋은 사람 친구들이 밥과 물을 챙겨주며 제각각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런데 이 노란 고양이는 유독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낮에는 늘어져 어슬렁거리다가도, 밤만 되면 꼭 가로등 아래 우두커니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발자국이 가까워지면 귀를 쫑긋 세우고, 행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곤 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을 반복했다. 질리지도 않고. 언제까지라도.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모두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아, 이 애는 전 주인을 기다리고 있구나’ 로등이는 캣맘이 어루만져주면 얼굴을 들이밀며 온몸으로 골골대면서도 절대 따라가지 않았다. 망부석처럼 앉아있다 취객의 발길질에 걷어차여도 잠시 피할 뿐,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갔다. 소설을 써보자. 아마도 주인은 환한 가로등 아래서 로등이를 버렸을 것이다. 이 유순한 고양이는 잠깐만 있으면 주인이 돌아오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을 것이다. 사람 좋아하는 노랑둥이를 봐주는 길엄마들이 생겼을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로등이를 보고 있노라면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알아차리게 되었을 것이다. 부산에서 인천, 다시 안성으로 길에서 산 시간과 치아 상태로 짐작했을 때 올해 5살. 인생의 대부분을 기다리며 살았다. 로등이는 야생성이 전혀 없었다. 오가는 사람들의 온정으로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다. 중성화 수술도 길엄마를 통해 받았다. 그런데 최근 로등이가 음식을 거부하고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구내염 증상이었다. 길엄마들은 고민 끝에 로등이를 구조했다. 먹지도 못하는 모습에 예감은 했지만 로등이는 이가 녹아있었다. 하품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고작 5살 나이에 전체 발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순하디 순한 녀석 아니랄까봐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수술 이후 로등이는 반 개도 못 먹던 츄르를 두 개나 먹어치웠다. 그 이후의 일은 10피스짜리 퍼즐을 맞추는 일처럼 진행됐다. 힘들이지 않고, 모두가 놀랄 정도로 순조로웠다. 로등이 이야기를 온라인에 올리자 바로 인천에서 연락이 왔다. 좋은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임시 보호를 하겠노라고. 임시보호자는 이 녀석을 위해 이사까지 미뤘다. 로등이를 돕고 싶다며 전국 각지에서 십시일반 병원비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로등이를 태우고 안성에 간다. 임시 보호자가 로등이를 데리고 나왔다. 이 추운 날 자기 외투를 로등이 케이지에 덮었다. 뒷좌석에 케이지를 올리고 안성으로 출발. 로등이는 흥분과 두려움으로 분홍 코가 되어 케이지 속에서 눈을 굴리고 있다. 덜컹이는 차 안이 불안한지 다소 날카롭게 울기도 한다. 피곤함 반, 달랠 요량 반으로 케이지 위에 머리를 기댔다. 로등이는 울음을 멈추고 소형 엔진 같은 골골송을 들려준다. 케이지 위에 머리를 기대고 선잠에 빠졌다가, 새 가족에게 가고 있노라고 상황을 설명했다가, 이 고양이의 고단한 5년을 생각하다가 어느새 안성이다. 로등이도, 우리도 모두 긴장했다. 쭈니라는 몰티즈 강아지와 고양이 두 마리가 살고 있는 집. 이 아이가 불청객이 되지 않았으면. 먼발치서부터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뛰어오는 큰형 쭈니를 보자 맥이 탁 풀리며 웃음이 난다. 좋은 가족에게 왔다는 안도감이 몸을 감싼다. 버선발로 달려 나온 쭈니와 엄마. 그런데 덕근이와 써니 두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 놀란 마음에 침대 아래로 줄행랑친 녀석이 하나, 먼발치서 기웃대는 녀석이 하나. 그래. 고양이는 개가 아니었지. 성묘끼리의 합사는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로등이가 낯선 환경에 떨다 써니가 은신하던 침대 아래로 들어가게 된 것. 써니에게는 소심한 하악질을 두어 번 하더니 같은 침대 아래에 자리를 잡는다. 밝은 곳에서 보고 헤어지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에 눈을 맞추니 끔벅끔벅 눈인사를 해준다. 엄마는 로등이 이름을 ‘다이아몬드’로 짓기로 했다고 알려주었다. 이 아이와 평생 변치 않고 함께 할 것을 약속하며 지은 이름이다. 줄이면 ‘아몬드’가 된다. 남은 여생, 아몬드가 고소하고 든든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묘한 확신과 함께 집을 나선다. 사람이 매몰차게 내친 솜방망이를 다시 사람이 잡았다. 가로등이 다이아몬드가 되었다. 자정을 넘긴 시간, 모두가 기쁘다. CREDIT에디터 이은혜 사진 정미애,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1-08 14:54:41 7화 Shall We Kiss? 아빠는 육묘 중7화 Shall We Kiss? | 아이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면 오냐도 기지개를 쭉 펴고는 아이들 품으로 총총 달려간다. 늘 부대끼면서도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나 보다. 그리고 사랑을 확인하듯 서로 뽀뽀를 한다. | ?오냐가 뽀뽀를 자주 해주는 건 아니다. 아침 혹은 아이들이 집을 온종일 비우고 돌아왔을 때 반가움의 표현으로 입을 맞춘다. | ?그러나 뽀뽀하는 장면을 사진에 담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카메라를 언제나 들고 있지도 않거니와 자기가 내킬 때 기습적으로 딱 한 번만 뽀뽀를 하기 때문이다. | ?기습적으로, 살짝, 딱 한 번. 그래서 아이들을 더욱 감격시킨다. | ?Shall we kiss? 뽀뽀는 종을 초월하는 사랑의 표현이다. CREDIT글·사진 우지욱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1-08 14:28:50 고양이와 웨딩피치의 상관관계 고양이와 X고양이와 웨딩피치의상관관계 고양이는 그 무엇과 나란히 놓아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 생활에 고양이 하나를 더했을 뿐인데 감칠맛이 돈다. 고양이가 있는 일상에 대한 시시콜콜한 필담. 웨딩피치 언니의 명언 일찍이 웨딩피치 언니는 말했다. “사랑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요.” 이 대사는 당초 상대방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할 목적으로 널리 쓰였으나 이제는 일종의 고전짤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는 나비효과를 낳았다. 나는 이 말을 좀 달리 써보고싶다. 고양이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하다고. 피치 언니의 명대사를 인용하기 위해서는 내 과거부터 먼저 고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겠다. 나는 어릴 적 시골에서 수많은 개들과 뒹굴며 시간을 보내고 멋있는 블랙탄 진돗개를 키우던 ‘개과 사람’이었다. 대학에 진학하고도 한동안은 길고양이가 무서워 가까운 지름길을 두고 동네를 빙 둘러서 집에 간 전적도 있다. 그리고 현재, 지금 나는 고양이 두 마리의 집사로 아침이면 조신하게 나가 사료 값을 벌고 밤이면 집에 돌아와 그들이 생산한 똥 오줌을 치우고 간식을 바친다. 심지어 이 모든 행위를 기쁘게, 자의로 한다. 조심하시길. 이것이 바로 고양이를 홀대하던 사람의 최후다. 개와 고양이를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아직도 산책하는 강아지를 보면 호들갑스러운 내적 비명을 참고 초연하게 인사한다. 그저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면 이렇게 출구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매력은 뿜어대는 털만큼이나 방대하다. 생각해보면 과거의 나는 세간에 떠도는 풍문만 듣고 지레짐작으로 고양이를 무서워했다. 이를테면 ‘고양이는 자기를 힘들게 한 사람을 꼭 찾아가서 해코지한대’, ‘고양이는 귀신을본대’ 같은 것들. 카더라만 듣고 가짜 뉴스를 믿는 꼴이다. 무서운 그 고양이가 ‘가드’가 되기까지 고양이를 다르게 본 것은 아주 사소한 일 때문이었다. 이십 대 초반 내 자취방은 큰 대문을 지나 쪽문을 들어가는 구조였다. 방으로 들어가는 쪽문 앞에 고양이 한 마리가 가끔 의젓하게 앉아 있었는데, 나는 그 애가 정말 무서웠다. 하필 피할 수도 없게 문 정중앙 앞에 자리 잡고 있어 그 고양이가 몸을 비켜주지 않으면 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추위에 떨곤 했다. 고민하다 묘수가 떠올랐다. 편의점에서 캔을 사서 다섯 발자국 떨어진 곳에 두고 그애가 비켜주기를 기도했다. 고양이는 슬그머니 몸을 일으켜 캔을 먹기 위해 문 앞을 떠났다. 나는 그 틈에 잽싸게 집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방에 들어가기 위한 우스운 조공이 시작됐다. 일주일쯤 지나니 그 애가 무섭지 않았고, 삼주쯤 되니 노란 줄무늬가 제법 귀여워 보였다. ‘가드’라는 귀엽지 않은 닉네임도 붙였다. 술 마시고 집에 들어가는 날이면 고양이를 상대로 사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가드는 캔을 다 먹으면 자리를 뜨긴 했지만. 그 애는 뜨문뜨문 나타났지만 나는 고양이 캔 하나를 늘 가슴에 품고 다니기 시작했다. 심지어 캔 하나를 들고 다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서운해졌다. 십여 년 전 일인데, 쓰다 보니 방금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번뜩 정신이 든다. 그 통통하던 치즈태비 고양이가 날 길들였잖아...? 고양이의 멋짐을 알아버린 몸 한밤의 밀회는 오래가지 못했다. 반년쯤 꾸준히 찾아오던 가드가 영역다툼에 밀린 것인지 어느 날부터 영영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집에 가다가도 흰 바탕에 노란 무늬의 그 애가 보일까 유심히 길을 살폈지만 몇 년 뒤 이사를 할 때까지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그 대신 오가다 마주친 다른 고양이들과 눈인사를 하거나 캔을 따주곤 했다. 이제는 고양이가 무섭지 않았으니까. 간혹 운이 좋으면 캔을 먹는 고양이를 슬쩍슬쩍 쓰다듬기도 했다. 아쉬운 것은 정작 가드를 단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다는 것이다. 자취방 앞 고양이를 만나기 전과 후, 소소한 것들이 달라졌다. 여행을 가면 여행지의 고양이를 꼭 찍어오게 되었고, 고양이가 담긴 서적과 문구 앞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곤 했다. 그 소소한 것들이 쌓여 몇 년 뒤에는 고양이를 입양했다. 고양이를 모르던 시절, 여행을 더 자주 다녔고 통장 잔고는 오로지 나만을 위해 쓰였다. 그 시절이 그립냐고? 그럴 리가. 고양이의 멋짐을 알게 되어버린 몸은 되돌릴 수 없다. 남의 이야기일 것 같다면 오늘 밤 귀갓길 조심하시길. 치즈태비 고양이가 의뭉스러운 얼굴로 문 앞에 앉아있을지도 모르니까. CREDIT에디터 이은혜 그림 지오니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8-01-03 16:38:29 #LoveWins COVER STORY#LoveWins 고양이는 음습한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혐오에 내몰려 구석을 찾았을 뿐. 이제는 좀 함께 살자고한 뼘 정도의 곁은 주자고당신에게 손을 내밀어본다. 사랑은 혐오를 녹이니까.사랑은 언제나 이기니까. CREDIT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8-01-03 12:08:17 그대가 웃고 울고 사랑하는 사이 BEHIND MAGAZINE그대가 웃고 울고 사랑하는 사이 12월엔 약간 낯 간지러운 대화를 나눠도 좋다. 달뜬 연말 분위기 탓을 하며 넘어갈 수 있으니까. 2017년, 그대가 웃고 울고 사랑하는 사이 우리는 매거진을 만들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겸연쩍지만 진솔한 이야기다. 출근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 매거진을 만드는 사람들 모두, 현재 동물과 연이 있다. 고향 본가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그녀부터, 개와 고양이 도합 열 마리 이상을 키우는 그까지. 노란머리부터 백발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이 모인 이 곳에서 가장 크고 단단한 접점은 반려동물일 것이다. 누군가 개와 함께 출근하는 날이면 모두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런 곳이다. 매일 아침,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파리한 얼굴로 주섬주섬 모여든다. 출근 카드를 찍고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은 정수기도, 우편함도 아닌 동물이다. 작고 큰 인형들과 액자는 단순한 정물이 아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머금고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 집 막내를 닮은 미니인형도 몰래 구석에 끼워 놓아야겠다. 붕어빵 금단현상 매거진P의 12월 테마는 붕어빵.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은 한 달 동안 붕어빵이라는 단어를 구천번 정도 보고 삼백번 정도 썼다. 그렇지 않아도 붕어빵을 무척 좋아해 겨울이면 현금 삼천원쯤 가슴에 품고 다니던 한 에디터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붕어빵 타령을 해댔다. 하지만 운때가 맞지 않았던 것일까. 매거진 마감이 다가오도록 단 한 번도 문을 연 붕어빵 포장마차를 만날 수 없었다. 편집장에게 붕어빵이 보이면 바로 사다달라는 반 협박까지 일삼았는데... 그렇게 제철생선 금단현상에 시달릴 때 쯤, 취재를 마치고 귀가하던 에디터의 눈앞에 바로 그것이 포착되었다. 그녀는 천천히 빠르게 다가가 붕어빵을 요구했다. 그 순간 귓가에 들려온 한 마디. “마지막이야. 그냥 가져가” 에디터는 그렇게 올해 첫 붕어빵을 공짜로 얻었다. 고소한 단팥과 바삭한 테두리를 씹으며 그녀는 착하게 살기로 결심했다고. 선의가 또 다른 선의를 낳는지 지켜볼 일이다. 시금치 엽서 여느 때와 다름없던 하루였다. 그녀의 엽서가 오기 전 까지는. 바쁘게 일하던 편집국에 반송품이 도착했다. 풀어보니 매거진 정기구독자들에게 발송되는 사은품 노트였다. 반송되는 일은 드물기에 꼼꼼하게 살폈는데 툭, 하고 엽서가 떨어진다. 소포는 매거진 초창기부터 구독했다는 호정씨가 보내온 것이었다. 지난해 정기구독하며 받은 노트도 채 다 쓰지 못했기에, 혹시 사은품이 필요한 다른 분이 받을 수 있도록 돌려준다는 포근한 말이 쓰여 있었다. 고백하자면 호정씨는 이미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사은품을 받지 않겠노라고 글도 올린 상태였다. 붕어빵을 좋아하는 모 에디터의 불찰로 그만 사은품이 발송되고 만 것. 엽서에는 늘 좋은 잡지를 만들어주어 고맙다는 말이 꾹꾹 눌려 적혀있었다. 엽서는 싱싱한 시금치와도 같았다. 에디터들은 뽀빠이가 되었다. 그녀에게 감사를 전한다. 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은 우주에서 본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같다고 표현했다. 우주에서는 바닷가 모래알만큼 작은 것이 지구이기에. 당신이 지금 바라보고 있는 이 매거진은 판교의 창백한 푸른 점에서 만들어진다. IT회사와 대기업 사이, 우리의 불빛은 모래알만큼 작다. 우리가 가진 공간은 하릴없다. 그래도, 2017년을 살아냈다. 그대가 반려동물과 울고 웃고 사랑하는 사이 부족하나마 종종거리며 만들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017년에 온점을 찍는다. CREDIT에디터 이은혜사진 레이나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 STORY | 2017-12-29 15:28:08 길고양이만 아는 새벽 식당 GRAND MOTHER길고양이만 아는 새벽 식당 14년간 꾸준히 문을 연 새벽 식당이 있다. 주 메뉴는 경단밥이지만 계절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캔과 사료의 비율이 환상인 데다 사장님 손맛이 좋아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단, 네발 손님만 입장 가능하다. 가시는 걸음 걸음 피어나는 고양이 꽃 오랜 길 생활로 사람을 경계하는 법을 익힌 고양이들은 능란하게 모습을 감춘다. 길에서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고양이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날쌔게 도망치는 뒷모습이나 움츠린 등을 보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그녀의 발소리만 들리면 은신하던 고양이들이 하나 둘 고개를 내민다. 가시는 걸음 걸음 고양이 꽃이 피어나는 형국이다. 이 놀라운 광경 뒤로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얼른 오세요. 갈길 멀어요.” 양손 가득 사료와 캔을 챙겨 식당 준비가 한창이다. 배가 고파 개점 전부터 고개를 내민 올블랙 손님 덕에 미애 씨 손이 바빠졌다. 차가운 공기 속에 캔 따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작게 냥냥 대며 채근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고개를 숙여 확인해보니 턱시도 고양이도 식빵을 굽고 있다. 벌써 여러 손님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역시 소문난 밥집은 웨이팅이 기본이다. 야무진 손놀림으로 사료에 캔을 얹어 비비면서도 차는 막히지 않았냐, 밥은 드시고 온 거냐 묻는 목소리가 낭랑하다. ‘과년한 처자가 뭘 하나?’ 하며 기웃대는 어르신에게도 낯빛 구기는 법 없이 싹싹하게 인사한다. ‘길 위의 생명을 챙기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냐고’ 반문하는 그녀만의 방법이다. 자유시간과 바꾼 백 개의 묘생 미애 씨는 길고양이에게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파워블로거다. 매일 7kg 사료를 동내는 ‘고양이 식당’을 운영하며 네발 손님들 사진과 이야기를 올리다 알려졌다. 유명해지고 싶어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하다 보니 자꾸 사람이 모여들었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경단밥에 대해 질문을 하고, 겨울에 밥 주는 방법을 물었다. 그녀는 길고양이를 챙기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싶다. 굶는 생명이 딱해 밥이나 주자고 팔을 걷었지만, 밥이 다가 아니었다. 아픈 녀석이 생기면 들쳐 업고 뛰어야 했고, 목에 방울까지 달고 버려진 녀석을 보며 망연자실하기도 했다. 그렇게 일 년, 이 년이 가고 지금까지 왔다.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강산이 변하고도 한 세월이다. 직장에서 커리어를 쌓고, 꼬맹이 조카가 자라 함께 술을 마실 수 있게 된 그 시간 내내 미애 씨는 길 위의 생명을 돌봤다. 혹한에도, 열이 펄펄 끓어도 식당 문을 닫지 않았다. 오히려 긴 시간 운영하며 식당이 잘돼도 너무 잘돼 1,2,3호점 줄줄이 확장됐다. 물론 사장도 그녀, 서빙도 그녀, 청소도 그녀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었더니 담백한 답이 돌아온다. “손님이 기다리니까요.” 미애 씨 곁에서는 굶주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친 고양이들은 그녀가 나오기 전부터 서성대며 식당 개점을 기다리곤 했다. 눈을 뜰 수 없는 굵은 장대비 속에서 오롯이 비를 맞으며 기다리던 고양이를 본 뒤로는 게으름을 피울 수 없게 됐다. 해외여행도, 장기출장도 먼 이야기가 된 것은 물론이다. 그 대신 그녀는 길고양이를 먹여 살렸다. 말 그대로 먹이고, 살렸다. 지금까지 구조해서 입양 보낸 고양이가 백 마리는 족히 될 것이다. 한 줌의 온기를 느끼려다 차에 깔리는 대신, 주인과 함께 뜨끈한 장판 위에서 뒹구는 묘생이 백 개는 더 늘었다는 얘기가 된다. 수명도 늘려드리는 맞춤형 길냥이 식당 정마식당 4호점에는 생후 3개월이나 됐을까 싶은 아기 손님이 마중 나왔다. 평소엔 경계심이 많아 잘 볼 수 없는 녀석이라고 했다. 녀석의 뒤쪽에는 무늬가 꼭 닮은 엄마 냥이 지키고 있다. 식당을 애용하는 길고양이들은 새끼를 서둘러 독립시키지 않는다. 먹거리가 풍족하니 영역 다툼도 줄어들어 한밤의 고양이 소리도 잦아들었다. 미애 씨도 불가피한 경우에는 TNR에 나섰다. 단, 양보다 질이다. 한 마리를 시켜도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시키고자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NR은 그녀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중성화 수술 이후 방사한 녀석들이 영역 다툼에 밀린 것인지 한 마리 빼고는 전부 자취를 감췄다. 생사도 모르니 억장이 무너진다. 그저 다른 영역에서 잘 살고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바삐 움직이던 미애 씨가 노란 꽃이 피어있는 화단 뒤에서 손짓한다. 정마식당 ‘별관’이다. 밥 냄새를 맡고 빼꼼 두 얼굴이 등장한다. 선글라스를 쓴 삼색 엄마 냥이와 고등어 태비다. 반가운 손님인지 사장님 얼굴에도 웃음이 번진다. 지점이 너무 많아 한 두 군데 줄여볼까 하다가도 이렇게들 버선발로 마중 나오니 줄일 수가 없다. 고양이 돌보다 연애할 짬도 안 나겠다고 농을 걸자 그녀는 “결혼하면 다 끝”이라고 받아친다. 그렇게 말하며 사람을 웃기더니, 식당 손님들 얼굴을 하나하나 체크한다. 허피스가 온 것은 아닌지, 싸우다 찢긴 곳은 없는지. 콧물을 달고 나타나는 손님에게는 늘 상비하는 가루약을 섞어 주방장 특식을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길고양이 평균 수명은 3년 남짓, 하지만 이 구역 고양이들은 섬세한 주방장 덕에 다들 5살은 가뿐하게 넘긴다. 밥자리를 다 돌고 나서야 그녀는 허리를 편다. 우리는 함께 밥을 먹기로 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니, 하며 서로 웃었다. 그것이 미애 씨가 하는 일이다. 길 위의 여린 생명들이 먹고살게 하는 일. 그녀는 말한다. 밥심이 있으면 겨울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봄이 올 거라고. 인간 친구들의 후원과 사장님의 뚝심, 몰려드는 네발 손님의 문전성시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새벽 식당은 오늘도 성업 중이다. 단, 위치도 영업시간도 비밀이다. 이미 고양이들은 알고 있지만. CREDIT에디터 이은혜사진 엄기태 ?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7-12-28 16:34:01 다시 만나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AFTER MAGAZINE다시 만나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취재 중 만난 이야기들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래서 모든 이야기 끝에 완전한 의미의 마침표는 찍을 수 없었다. 반향이 컸던 사연들의 다음 챕터가 궁금해 연락을 취했고, 돌아오는 대답이 있었다. 가족이 되었어요, 실험견 비글 셜록이 여름 호에 잡지에 소개된 셜록이 아빠 이준혁입니다. 잡지 취재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고 해 전해 드립니다. 기대하지 않았으나 변한 것이 있고, 간절히 바랐지만 아직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셜록이는 이제 우리들이 자기 가족이라는 걸 인지합니다. 낯선 사람이 오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아들, 그러니까 셜록이의 큰 형과 작은 형은 각각 중학생, 초등학생인데요. 어쩔 수 없이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오기 어렵게 됐습니다. 오게 되면 셜록이는 안전문이 설치된 방에 잠시 격리됩니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산책 시에 만나는 사람들이나 강아지에게는 온순합니다. 이제 셜록이에게 지켜야 할 가족이나 자기 영역이 확실히 생긴 모양입니다. 지난 추석에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 부모님 댁에 가 친척들에게 인사도 드렸습니다. 사촌 동생한테 안겨서 간식도 받아먹으며 잘 놀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공원 산책을 했는데 산책하다 단체 사진을 남겼습니다. 다시 보니 이제 셜록이가 어엿한 우리 가족이 된 것 같아 뭉클합니다. 실험용 비글이 태어나서 실험에 투입되기 전까지 받는 교육은 단순합니다. 일체의 사회화 교육을 무시하고 연구자들의 연구에 방해되지 않게 하려고 짖지 않는 교육과 물지 않는 교육만 받습니다. 셜록이가 저희 집에 온 지 이제 8개월쯤 되었지만 셜록이가 짖는 목소리를 들은 건 두 번이 고작입니다. 둘 다 처음 보는 수리 기사에게 짖었던 거고요. 다른 반려 가정은 강아지들이 짖는 게 고민이라는데, 저희는 너무 안 짖어서 문제랍니다. 짖지 않는 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언젠간 우렁찬 비글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겠지요? 지난 9월 셜록이를 데리고 셜록이를 구조한 비글구조네트워크 쉼터를 방문했는데요. 아직 쉼터에는 작년 구조된 소원이와 사랑이, 그리고 금년 구조된 휴고, 링고, 폴라, 붕붕이가 남아 있었어요. 특히 소원이와 사랑이는 두 번째 겨울을 쉼터에서 맞이하게 되는데요. 모쪼록 이 아이들이 추운 겨울 따뜻한 가정에서 지낼 수 있도록 관심 부탁드립니다. ?함께 일하며 사는 문화 공간, 로컬스티치의 2호점 로컬스티치는 1호점과 가까운 곳에 2호점을 열었습니다. 지난 인터뷰에서도 말씀드렸듯 2호점 또한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해 문화 향유와 업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스티치는 1, 2호점을 오가며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로컬스티치는 반려견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현재 시바견 보리가 영상디자이너 강애진 씨와 매일 출퇴근하고 있고요, 문화콘텐츠 마케팅팀 ‘아담스페이스’의 대표님의 반려견 아담도 가끔 놀러옵니다. 스티치와 강아지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로컬스티치 전체를 활보합니다. 강아지 친구들을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만나다보니, 아이들의 사회화 훈련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디 워커스데이'는 한 달에 한 번,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와 아티스트들이 한 공간에 모여 함께 일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인데요. 이번에 저희 공간에서 반려견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시간을 공유하며 진행되었습니다. 반려견 키우는 프리랜서 분들이 항상 강아지를 집에 두고 나와서 일했는데, 이번 기회에 집에 키우는 반려견을 데리고 나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본 것입니다. 행사엔 네 마리의 강아지들이 왔어요. 옥상정원에서 강아지들이 뛰놀고 프리랜서 분들은 각자 자유롭게 흩어져서 일을 했습니다. 다들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서 좋은데…… 일이 잘 안 돼"라는 웃픈(?)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CREDIT에디터 김기웅 사진 엄기태, 이준혁, 로컬스티치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2-27 10:44:40 가로등 아래서 주인 기다리던 로등이 입… 7화 Shall We Kiss? 고양이와 웨딩피치의 상관관계 #LoveWins 그대가 웃고 울고 사랑하는 사이 길고양이만 아는 새벽 식당 다시 만나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