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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04 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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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1-04 09: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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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30 09: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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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30 09: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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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28 10: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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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23 10: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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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9-10-22 17: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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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지 같은 녀석
- 같이의 가치먼지 같은 녀석반사되는 빛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메라 각도를 이리 틀고 저리 틀어봐도 도무지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모처럼 천사같이 잠든 녀석을 카메라에 담아보려 하다가 포기하고선 녀석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먼지 귀신의 등장 일본 애니메이션 ‘토토로’에 나오는 먼지 귀신을 닮은 이 녀석은 바로 우리 집 막둥이 6개월 호강이다. 4개월 전, 3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는 우리 집에 당차고 용감한 이 먼지 같은 녀석이 들어오면서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고양이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하면 안된다고들 하지만 호강이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녀석이다. 그 궁금증은 호강이를 데려온 첫날부터 시작됐다. 영역동물인 고양이의 합사 문제는 수많은 집사들의 고민일 것이다. 외부환경에 예민한 고양이의 특성상 낯선 환경에서는 숨어서 경계를 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호강이는 첫날 집에 오자마자 밥그릇으로 돌진해 배를 채우더니 엉아들이 좋아하는 캣닢가루를 입에 물고 뒹굴었다. 난 사실 그때 생각 했다. “나 잘한 거 맞지?” 호강이의 당당한 태도에 나와 3마리의 고양이 들은 마치 손님이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합사 기간 단 1분도 없이 자연스럽게 우린 가족이 되었고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는 자야할 시간 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행복한 미소와 호탕한 웃음으로 답했다.새로운 식구를 들인다는 것생명을 기른다는 건 정말로 신중해야 하는 일이다. 한 번에 쏟아 부었던 사랑을 여러 고양이에게 나눠주는 것에 대한 고민은 아마 풀어내지 못할 난제일 것이다. 3마리의 고양이들이 평소와는 다른 표정과 행동을 보일 때마다 혹시 호강이의 존재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신경 이 곤두서곤 했지만,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 이 아이들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사실 만큼 무겁고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싶었다. 아이들이 오 고 난 뒤 나는 매일같이 지나치던 길고양이의 존재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그냥 흘려보냈던 시간에 추억을 심기 시작했고 더 이상 행복을 정의하려 하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1+1+1+1=4나는 호강이를 데려올 때 나 자신에게 수없이 질문했었다. “내 욕심은 아니겠지?“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먼지 귀신 같은 작은 생명체로 인해 4마리의 고양이들이 서로를 핥아주며 챙겨주는 사 랑스러운 모습을 보았고, 아이들이 없었다면 몰랐을 ‘교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나는 현재 4마리의 고양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 사랑은 훗날 다시 아이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4마리의 고양이와 함께하는 나는 지금 그 누구보다도 풍족한 마음과 행복한 미소를 띠며 살아가는 중이다. 이처럼 작은 생명체가 가져온 행복은 나와 3마리 고양이들의 하루를 송두리째 바꿔놓았으며 다가올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CREDIT글·사진 조문주
- STORY | 2019-11-04 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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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들이의 첫 발정
- 들 들 자 매 와 숙 녀 네 집해들이의 첫 발정 ‘어라? 이 녀석, 이제 노래 부르네?’ 하고 해들이의 목덜미를 쓰다듬자 녀석이 발라당 드러누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생후 4개월밖에 되지 않은 해들이에게 발정이 왔을 거라곤 의심하지 않았다. 보통 암컷 고양이의 발정은 생후 6개월, 늦으면 8개월에 찾아오기 때문에 몇 달 후에야 중성화 수술을 알아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들이가 밤낮없이 울기 시작한 지 3일째가 되자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해들이의 첫 번째 수다강아지 숙녀 그리고 고양이 자매 해들이와 산들이가 가족이 된지도 어느덧 3개월 이 되어가고 있을 때였다. 산들이는 내게 다가와 슬그머니 안기는 조용한 아이였지만, 해들이는 툭하면 말대꾸하는 수다쟁이 고양이었다. 딱 그뿐이었으면 좋았으련만, 해들이의 수다는 점점 심해지더니 벽을 향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라? 이 녀석, 이제 노래 부르네?’ 하고 해들이의 목덜미를 쓰다듬자 녀석이 발라당 드러누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생후 4개월밖에 되지 않은 해들이에게 발정이 왔을 거라곤 의심하지 않았다. 보통 암컷 고양이의 발정은 생후 6개월, 늦으면 8개월에 찾아오기 때문에 몇 달 후에야 중성화 수술을 알아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들이가 밤낮없이 울기 시작한 지 3일째가 되자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암컷의 중성화 수술은 배를 열어야 해서 혹시 잘못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생후 4개월밖에 안된 아기 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한참 동안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마취와 수술을 이겨내려면 고양이의 몸무게가 최소 2kg은 넘어야 하지만, 더욱 안전을 기하기 위해 대개 2.5kg일 때 수술을 받는단다. 생후 4개월의 해들이의 무게는 2kg을 가까스로 넘기고 있었다. 과연 지금의 해들이가 무사히 견뎌낼 수 있을까? 해들이를 걱정하며 검색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 ‘발정 중엔 중성화 수술을 하면 안 된다’는 글을 발견했다. 그래. 지금은 발정 난 상태니까 이번만 참고 넘어가 보자. 녀석이 밤새 울어서 내가 잠이 들지 못하더라도 이번만 참아 보자. 그 다음에 생각해보자. 곧 내 마음 한켠이 시원해짐을 느꼈다. 해들이의 두 번째 수다 드디어 해들이의 첫 발정이 끝났다. 해들이의 첫 발정이 끝나면 다음 발정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뿔싸. 아직 목 요일인데 해들이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2주째 잠을 자지 못해 다크서클 이 턱밑까지 내려온 나는 초조해졌다. 결국, 난 과거 천호동에 살 적에 자주 방문했던 동물병원의 주치의 선생님께 전화해 사정을 설명드렸다. 선생님은 발정 중이어도 괜찮으니 해들이를 얼른 데리고 오라고 하셨고, 토요일 오전으로 예약을 잡았다. 수 원으로 이사 온 나는 해들이를 데리고 예전에 살던 천호동까지 다시 찾아갔다. 선생님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바로 검진에 들어갔다. 선생님 은 해들이의 외관을 천천히 관찰한 후 몸무게와 혈액 검사를 진행하고는 초조해 하는 내게 한 시간도 안 걸릴 테니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그런데 밖으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덜컥 겁부터 난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들이 보호자님. 지금 교통사고를 당한 고양이가 급하게 입원해서요. 해들이 중성화 수술을 오후로 미뤄도 될까요?” 나는 순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답했다. “아, 네. 일단 급한 생명부터 살려야죠. 천천히 기다릴 테니 해들이 수술만 잘 부 탁합니다.” 큰 산을 넘다 사실, 병원에는 해들이와 함께 산들이도 데려갔었다. 산들이는 발정 징후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해들이를 데려온 김에 같이 검진을 받은 것인데, 산들이도 발정 직전이었다고 한다. 오후에 시작된 해들이와 산들이의 수술은 20분이 채 안 걸렸으며 수술 절개 부위의 크기는 고작 0.5cm로, 수술 자리가 아니라 배꼽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작았다. 곧 마취에서 깨어난 산들이와 해들이는 가냘픈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며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해들이와 산들이의 씩씩한 울음소리를 들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해 두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자 마취 기운에 몸을 비틀거리긴 했지만, 물그릇 앞으로 똑바로 걸어가서 촵촵 물도 잘 먹고 쉬야도 시원하게 했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더니 뛰어다니며 장난치기 시작했다. 아이구 애들아 니들 안 아프니? 몇 시간 전 중성화 수술을 한 아이들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지경이다. 어쨌든 이렇게 큰 산을 넘었다. “해들아, 산들아. 조금 늦었지만 어른 된거 축하해. 앞으로 20년 넘게 즐겁게 아빠랑 같이 사는 거다.” 중성화 수술,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 수술 전에는 많은 생각을 했었다. ‘꼭 중성화를 시켜야 할까?’ ‘내가 이 아이들을 집에서 키운다고 몹쓸 짓을 하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산들이와 해들이는 길에서 태어나 어미를 잃은 아기 길고양이였다. 얼마 전에 읽은 책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의 제목처럼 해들이와 산들이가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하지만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녀석들과의 특별한 인연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중성화 수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녀석들은 나에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가족과 같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길고양이의 발정으로 인한 울음 소리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가진 경우가 많다. 내가 겪어보니 해들이를 가족이라 생각하는 나도 녀석의 울음소리를 한평생 견디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충분히 안다. 그래서 인간과 길고양이의 공존에 대한 한 방법으로 지자체에서 제시한 것이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이다. 이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예산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이다. 집 주변의 고양이 울음소리로 힘들다면, 거주 지역의 시청이나 구청에 전화해 고양이 TNR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된다. 고양이 중성화 수술은 우리와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다.글·사진 보들이아빠 에디터 이제원 글쓴이·보들이아빠 (instagram / @yebodle) 유튜브 ‘댕냥티비’ 채널에 생을 함께하는 강아지 숙녀와 고양이 보들, 산들, 해들 자매의 이야기를 나누며 살고 있다.
- STORY | 2019-11-04 09: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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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면
- 내 가 너 희 들 을 기 억 하 는 방 법 봄이 오면 춥고 긴 겨울을 보내는 동안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이 겨울이 남긴 흔적들을 하나씩 지워가며 어느새 다가왔습니다. 봄이 오면 언제나 그랬듯 당신과 함께 할 줄 알았던 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있을 때 좀 더 잘해줄 걸이라는 뻔한 후회를 하며 이제는 없는 당신을 추억합니다.당신이 거쳐 간 이 자리에는 아직도 당신이 남긴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당신이 바라보던 꽃, 나무, 친구, 거리가 조금씩은 바뀌었지만, 당신의 따뜻한 온도는 아직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저는 뚜렷하지 않은 기억을 애써 잡으며 당신을 기억합니다.참 이상합니다. 당신이 남긴 흔적들은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당신은 어디로 간 걸까요? 아무런 예고 없이 사라진 당신이 원망스러웠지만 이제는 어디선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참 귀엽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이기에, 누구를 만나던 어디에 있던 사랑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요. 다만 걱정이 있다면 추운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진 않을지 혹여나 큰 사고를 당하지 않을지가 걱정입니다.어디에 있든 부디 여기보다 따뜻하고 좋은 친구와 좋은 사람들이 많은 꽃내음 가득한 곳이면 좋겠습니다. 짧은 시간 잠시라도 내 곁에 머물러줘서 감사합니다. 옐로와 옐로 아이들을 그리며, 봄 CREDIT글·사진 안진환
- STORY | 2019-10-30 09: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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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의 모습
- T H I N K S O 가족의 모습 5월이 되면 길고양이 가족들이 골목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이른 봄에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 한창 발발거리며 돌아다닐 계절이니까요. 어미 고양이는 그런 아기 고양이들이 마냥 불안해 눈을 떼지 못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지 자기들끼리 노느라 천방지축입니다. 버려진 비닐 속에서 숨바꼭질하던 아기 고양이들은 그새를 못 참고 뛰쳐나와 계단에서 레슬링을 합니다. 딱딱한 바닥이 무섭지도 않은 지 펄쩍펄쩍 뛰어다닙니다. 엄마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자리라도 비우면, 아기 고양이들은 본격적인 모험을 시작합니다. 엄마가 평소 가까이 가지 말라던 큰 길가에 다가가 낯선 사람을 구경하는 것이죠. 그렇게 막무가내로 신나게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놀이가 심드렁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엄마를 기다리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언제 오나 하염없이 길만 바라보고 앉아 있습니다. 엄마 고양이는 그런 아이들이 걱정되어 걸음을 재촉합니다. 낮 동안은 각자의 삶을 사느라 뿔뿔이 흩어졌다가도 저녁이 되면 한자리에 모이는 가족. 각자의 가정을 이루느라 헤어져 살다가도 무슨 일이 있으면 다시 한자리에 모이는 가족. 제가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은 그렇습니다. CREDIT글·사진 종이우산
- STORY | 2019-10-30 09: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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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눈에는 고양이만 보여요
- 나 의 작 은 고 양 이 m o n p e t i t c h a t내 눈에는 고양이만 보여요 산속의 고양이 마을, 허우통 당신이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여행 중 길에서 고양이를 만난다는 것은 나에게는 참 행복한 일이다. 나는 고양이를 잔뜩 만날 수 있다는 대만의 고양이 마을 허우통으로 찾아갔다. 대만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에 탑승한 후, 다시 전철로 갈아타는 긴 여정이 설레기만 했다. 고양이 마을 스탬프 투어허우통 마을에는 곳곳에 도장이 있어서 스탬프 투어를 할 수 있다. 역 안에는 다양한 도장이 준비되어 있는데, 까칠한 고양이 한 마리가 스탬프를 지키며 경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풀밭 위의 주인날아다니는 비닐을 낚아챈 까만 고양이가 풀밭 위를 뒹굴며 신나게 놀고 있다. 경비원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까불거리는 고양이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간다. 아저씨가 주인 행세를 하는 까만 고양이를 쫓아내는 건 아닐까. 보는 내가 긴장하게 되는 순간, 고양이 앞에 발걸음을 멈춘 아저씨는 뒹구는 고양이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짓는다. 아! 여기는 고양이가 주인인 마을이라는 걸 깜박했다. 느릿느릿 산책하기고양이는 원래 조용하다. 고양이가 길가에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있으면 움직임이 거의 없어서, 고양이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조차도 녀석들의 존재를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나 또한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풀숲 아래 혼자 간식을 먹는 고양이를 놓칠 뻔하기도 했다. 그림 같이산으로 둘러싸인 허우통 마을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창 안쪽에서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다가 나를 보고는 냐앙~ 하고 운다. 창틀 안의 고양이도 액자 속의 그림같이 아름답다. 그 모습을 보던 내 마음도 같이 아름다워진다. CREDIT글·그림 에이치
- STORY | 2019-10-28 10: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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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밥그릇’을 가구로 승화시킨 독일의…
- I N T E R V I E W ‘개 밥그릇’을 가구로 승화시킨 독일의 디자이너 지리 카터 지리 카터(Jiri M.R. Katter)는 독일의 가구 디자이너로 그의 대표 상품인 ‘도그바(dogBar)’를 출시하면서 개 밥그릇을 가구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독일 보훔대학교의 초빙교수를 지냈고 ‘유럽문화의 수도루르2010’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에게 있어서 반려동물이란 무엇인지 그가 디자인하는 도그바의 미학을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다. Q 카터 선생님 반갑습니다. 최근 한국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독일은 어떤가요? A 독일에서는 사람들 대부분이 반려동물을 키웁니다. 통계에 의하면 독일 가구 65%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하는데, 제 주변만 보아도 개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을 찾기 힘들어요. 물론 둘 다 키우는 사람도 꽤 있지요. Q 한국의 경우, 반려견보다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가 많은데 독일은 어떤가요? A 독일도 반려묘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습니다. 아무래도 반려견보다는 반려묘를 키우는 게 더 수월하기 때문이겠지요. 독일에서는 반려묘를 자유롭게 키워서 많은 고양이가 집 밖에서 생활합니다. 제 이웃의 고양이는 가끔 집에도 안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웃음) Q 독일의 가구 디자이너라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용품을 디자인하시나요? A 개 밥그릇과 고양이 밥그릇을 디자인합니다. 최근에는 개 침대를 디자인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제가 디자인한 개와 고양이 밥그릇을 도그바(dogBar)와 캣바(catBar)라고 부릅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 외에 다른 동물들과 관련한 제품도 디자인하는 게 어떠냐고 농담처럼 묻기도 합니다. Q 한국에는 욕으로 ‘개 밥그릇만도 못하다’는 표현이 있습니다(웃음). 선생님에게 반려동물은 어떤 존재인가요? A 한국 욕에 나온 ‘개 밥그릇’이 제가 만든 ‘개 밥그릇’이라면, 그렇게 모욕적인 표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웃음) 이 세상의 모든 창조물은 행복해야 합니다. 개들의 경우는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주인이 원하기에 행 동하기도 하지요. 개들은 사람을 가족이라 생각하는 유일한 반려동물입니다. 독일어로 ‘개의 눈처럼 믿음직 한’이라는 표현이 있지요. 저에게 반려동물은 좋은 친구이자 가족입니다. Q 도그바를 디자인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A 한 건축가분이 제가 디자인한 가구들을 모델하우스에 사용하고 싶다고 해서 그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적이 있었지요. 그때 모델하우스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개 밥그릇을 보았습니다. 소파 옆에 놓여있던 개 밥그릇은 모던하고 깨끗한 톤의 모델하우스와 어울리지 않아 우스꽝스럽게 보였지요. 집으로 오는 길에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불쑥 떠올랐어요. 모던하고 고상하고 미학적인 개 밥그릇을 만들어보자! 가구와 어울리는 그런 개 밥그릇을! 임스 라운지 의자(임스 부부가 인체 공학 기반으로 디자인한 회전의자)와 같이 부드러운 곡선의 클래식한 개 밥그릇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지요. 제 반려견에게도 큰 선물이 된 셈입니다.Q 독일 사람들은 선생님의 도그바/캣바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A 제가 도그바/캣바를 디자인할 즈음에 이 제품은 반려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새로운 솔루션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개와 고양이 밥그릇은 키치(Kitsch)한 디자인들만 있었거든요. 유럽에서는 제가 만든 이 도그바는 ‘베스트 개 밥그릇’으로 여러 번 선정되기도 했어요. Q 한국에서는 반려견 자동급식기가 잘 팔린다고 하는데 선생님의 생각은 어떤지요? A 독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듭니다. 반려견에게 밥을 주는 건 인간과 반려견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행위입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지요. 반려인 스스로 그런 기쁜 순간을 포기한다니 저로선 상상하기 힘드네요.Q 디자이너로서 그동안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A 보통 제품 디자인이 끝나면 상품화를 위한 제작 과정에 돌입합니다. 도그바/캣바는 국제산림관리협회(FSC)가 인증한 원목을 사용하고,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생산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공정이 까다롭습니다. 거기다 섬세한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이라 선뜻 상용화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을 끝내고 나서도 상용화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하지만 정작 제품이 만들어지고 나니까 짝퉁이 많이 나오게 되었지요. 세계 곳곳 여러 업체에 서 제가 만든 도그바/캣바를 많이 베꼈습니다. 그래서 소송도 많이 했습니다. (웃음)Q 한국에는 개별상품을 디자인하는 분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독일 디자이너의 경우는 어떤가요? A 저의 경우는 초창기에 연방 경제부와 노르트라인 베르트팔렌 주로부터 박람회 참가비용을 두 번 지원 받은 적이 있었지요. 독일에는 젊은 디자이너들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지원제도가 있습니다. Q 그 외 다른 디자인도 하시나요? A 네. 저는 책꽂이, 사이드보드(서랍이 달린 응접용 테이블), 노트북 테이블, 스툴(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같은 가구 그리고 안경 걸이나 열쇠 걸이 같은 소품도 디자인합니다. 친구들은 저더러 만물박사라고 하기도 합니다. 제 첫 디자인 작품인 DJ 테이블 ‘셋 베이스(setBase)’가 엄청난 관심을 받았어요. 운이 좋게도 그 뒤로 곧바로 제가 디자인한 도그바가 크게 성공했지요. * 도그바는 에이전트 화이네 다메(Feine Dame)에서 만든 도그바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되고 있습니다. CREDIT글 사진 이영남
- STORY | 2019-10-23 10: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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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 형 의 강 아 지, 예 삐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예삐는 쓰러지지 않는다예삐는 강인한 강아지였다. 유기견이었던 녀석은 서울에서 형을 만나 머나먼 경상남도까지 내려가 낯선 장소로 오게 되었지만, 씩씩하게 잘 적응하였다. 어느 날 갑자기 디스크가 찾아와 두 번 다시 걷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지만, 녀석은 포기하지 않고 치료 끝에 다시 네 발로 일어섰다. 천방지축으로 마당을 뛰어다니며 재롱부리는 예삐의 모습은 시골 본가에서 항상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었다.차라리 디스크가 낫지 않았더라면유기와 디스크. 예삐의 견생에 찾아온 위기는 그것 두 개로 끝나길 바랐다. 하지만 나의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녀석에게 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진짜냐 되물었다.마당 문이 살짝 열려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똑똑한 녀석이기에 집으로 돌아가라고 손짓하면 알아서 잘 귀가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날 만큼은 고집스럽게 말을 듣지 않고, 갯벌로 향하던 형과 어머니를 따라왔던 것이다. 「생전 들어보지 못한, 강아지의 엄청난 비명소리」 형은 그렇게 표현했다. 조개를 캐고 있을 때 선명히 들렸던 그 비명소리는 이웃집 차에 앞발이 뭉개진 예삐의 것이었다. 어머니는 울면서 주저앉았고 형은 자신의 옷을 벗어 예삐의 몸을 감싸 안았다. 형은 다소 격앙된 상태로 114에 전화했다고 하는데, 통영에서 치료를 가장 잘하는 동물병원을 알려달라고 소리쳤다고 한다.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로 자동차 시트가 붉게 물들었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차를 몰았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예삐는 고통에 신음했는데 녀석을 끌어안았던 형은 피의 끈적함과 뜨거움 그리고 불안함과 공포의 서늘함을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통영에서 가장 잘하는 동물병원선생님은 형에게 당황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먼저, 이 상처는 우리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는 병원 설비가 큰 상처를 치료하기 에는 적합하지 않아서였다. 선생님은 예삐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일반적으로 어떤 병원이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그 말을 끊고 형은 소리를 질렀다. 다른 병원 갈 테니까 응급처치라도 빨리해달라고. 선생님은 순간 움찔하더니 알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진료실 에 들어가기 직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경상대 동물병원이 설비도 좋고 잘하니 그곳에 전화해보라고 소개해주었다.진료실 안에서 흘러나오는 예삐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형은 급하게 경상대 병원에 전화했다. 전화기에서 친절한 응대 목소리가 들려왔고, 형은 자신의 강아지 앞발이 으스러졌는데 혹시 치료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들려온 대답은 이랬다.“네? 저희는 동물을 치료하지 않는데요?”정신이 없었던 형은, 경상대 동물병원이 아닌 경상대 병원에 전화했던 것이다. 예상 밖의 대답에 당황한 형은 대꾸했다.“그럼 우리 강아지는 어쩌라는겁니까!?”어머니는 서둘러 형의 전화기를 뺏고선 죄송하다고 두 번 말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사실 이 구역 화타는 접니다.좋은 설비를 갖춘 큰 동물병원을 찾고 있던 중, 응급처치를 마친 선생님이 진료실을 나왔다. 그의 표정은 처음에 비해 크게 반전되어 있었는데, 당황한 기색은 온 데 간 데 사라졌고 얼굴에서 묘한 자신감마저 느껴졌다고 한다. 응급치료가 다 끝났다는 얘기를 들은 형은 큰 동물 병원을 찾아가기 위해 나갈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그런 형에게 선생님은 나지막하게 커밍아웃했다.「사실... 제가 다 치료할 수 있습니다.」예삐 견생에 두 번째 신의를 만나는 순간이었다.도대체 진료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돌아온 선생님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본인이 온전히 치료할 수 있으니 자기 병원에 맡기라고 말했고, 어머니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알 수 없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예삐는 다시 네 발로 뛰어 다닐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형은 자신이 114에 했던 말을 돌이켜 떠올렸다.통영에서 치료를 제일 잘하는 동물병원.죽을 뻔해서 살았다예삐의 치료는 순조로웠다. 녀석이 회복되던 동안 형은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예삐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어느 날 선생님에게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예삐의 교통사고 치료 과정에서 심장사상충을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심장사상충의 진행 상태가 딱 치료 불가 단계 직전이라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사고가 나지 않아서 병원에 오지 않았다면, 아마 심장사상충으로 큰일이 났을 거라고 말이다. 역설적이지만, 사고가 났기에 예삐는 살았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날 형은 치료실에 누워있는 예삐를 보며 온갖 생각을 다 했다고 한다. 미안하고 고맙고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말로 설명하기 적합하지 않은 뭉클한 감정을 말이다. 그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삐는 유리 너머의 형을 발견하고선 속없이 꼬리를 흔들었다.예삐는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예삐에게는 자신보다 7살 어린 골든 리트리버 동생이 있다. 덩치가 송아지만 한 녀석은 항상 예삐의 엉덩이에 주둥이를 들이밀고선 놀자고 떼를 쓰는데 예삐는 쉽사리 어울려주지 않는다. 마당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 녀석들이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도도한 예삐도 가끔은 덩치 큰 동생과 힘겨루기를 하며 놀아줄 때가 있다. 질긴 천의 양쪽을 물고 당기는 두 마리의 강아지. 그중 하나가 예삐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온다. 그 모진 풍파를 다 겪어 놓고선 저렇게 건강하다니 말이다. 사고의 흔적은 예삐의 양쪽 앞발에 고스란히 남았지만, 그것이 예삐를 주저앉히지는 못했다. 주인을 잃은 상실감도 청천벽력 같았던 디스크도 거짓말 같았던 교통사고도 그리고 심장사상충까지도 말이다. 작은 체구를 가진 노견이지만 누구보다 강인한 예삐. 녀석은 오늘도 마당에 나와 방방 거리며 형의 간식을 기다리고 있다. CREDIT글 사진 동팔로
- STORY | 2019-10-22 17: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