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C (531건) [STORY] Happy Together STORY | 2018-03-06 11:13:41 [STORY] 고양이와 캣맘 부정기 STORY | 2018-03-06 11:01:18 [STORY] 봄은 고양이처럼 온다 STORY | 2018-03-05 12:25:57 [STORY] #따뜻한 쉼표 STORY | 2018-03-05 12:08:23 [STORY] 힘내요 고양이 STORY | 2018-01-29 10:04:35 [STORY] 여전히 우리 집 밥그릇은 다섯 개 STORY | 2018-01-23 15:16:37 [STORY] 오늘보다 내일, 내일은 고양이 STORY | 2018-01-23 10:48:28 Happy Together 아빠는 육묘 중Happy Together 제인이와 해일이는 하루 종일 붙어있어도 끊임없이 새로운 놀잇감을 찾고 서로 놀아주기 때문에 심심할 틈이 전혀 없다. 그렇게 둘이 붙어 깔깔깔 웃고 있으면, 오냐가 궁금함을 못 참고 자기도 껴달라는 듯 둘 사이에 자리를 잡는다. ? | 발코니에 나란히 서서 출근하는 엄마에게 “엄마 회사 잘 가"하고 다 같이 인사한다 ? | 택배 보내려고 아빠가 만들어놓은 박스에 맨 먼저 오냐가, 그다음 제인, 해일이가 차례로 들어와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 ? | TV 만화영화도 함께 본다. ? |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오냐와 함께하고 싶어 눈 스케치북에 오냐를 그려 넣었다. ? | 잠도 셋이 꼭 붙어 잔다. 오냐에게 아이들이, 아이들에게 오냐가 늘 함께해서 오늘도 행복하다. CREDIT글·사진 우지욱 (instagram / janehayl)? 에디터 강한별?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8-03-06 11:13:41 고양이와 캣맘 부정기 고양이와 X고양이와 캣맘 부정기 보통의 일상에 고양이를 더해보자. 묘하게 감칠맛이 돈다. 고양이와 ‘그 무엇’에 대한 시시콜콜한 필담. ? 그저 가볍게 살고 싶은 욕망 누구나 취향을 지닌다. 내 경우 인생을 관통하는 취향은 ‘어중간함’이다. 음악은 미드템포가 좋고, 뜨거운 것은 입에도 못 대는 고양이 혀를 지녔다. 이 취향은 생활패턴을 통해서도 드러나는데, 무거운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실없는 소리를 하는가 하면 누군가 느닷없이 밀도 높은 고민을 상담하면 동공이 흔들린다. 그러니까 요는, 무난하고 적당히 가벼운 인생을 추구한다는 얘기다. 이 가볍게 살고 싶은 욕망은 두 마리의 고양이를 차례로 들이면서 자칫 흔들리는 듯 보였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밥을 주고 화장실을 치워야 했으며, 고양이에게 쓰기 위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하지만 10년의 시간을 집사로 살면서도 끝까지 외면하던 단어가 있었다. ‘캣맘’이라는 두 글자. 간혹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고양이를 위해 캔 하나 정도는 들고 다녔지만, 그뿐이었다. 내 호의는 늘 일회성이었다. 깃털 같은 인생을 위해서. 묵직한 이타적 삶을 거절하기 위해서. ?경계할거면 미행을 하지 말던가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피했다고 생각했건만, 위기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집에 귀가하던 중 어린이 턱시도 고양이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눈이 마주친 이상 조공을 피할 수는 없는 일. 얼른 파우치를 까서 대접하고 자리를 뜨기로 했다. 구석진 곳을 찾는데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어린이 고양이가 5m 거리를 두며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뭐지 저 경계심과 미행의 어울리지 않는 콜라보는? 심장을 폭행당한 채로 결국 집에 들어가 물과 밥을 챙겨 들고 나왔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구석자리를 찾았다. 처음에는 며칠에 한 번 사료를 챙겼다. 그러던 것이 이틀에 한 번 꼴이 되더니 종내는 하루에 한번이 되고 말았다. ? 철없던 사람아, 무정한 사람아고백하건대 나는 아이유가 리메이크했던 옛 노래 가사처럼 ‘무정한 사람’이고 싶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릇의 사료가 줄어들지 않는 당혹감을 겪고 싶지 않았고, 수줍은 길고양이의 눈인사도 피하고 싶었다. 하늘의 별이 된 녀석들을 헤아리며 청승 떨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밥은 주되 엮이지 말자, 웃기게도 그랬다. 밥 주다 몇 번 얼굴을 마주친 뒤로는 만나지 않을 방법을 구상했다. 밥 챙기는 시간을 들쭉날쭉하게 해보기로 했다. 어느 날은 아침에 나가보고, 또 다른 어느 날에는 늦은 밤에 나가는 식이었다. 하지만 친구에게 식사할 곳을 귀띔해준 모양인지 종종 턱시도 아닌 다른 녀석들을 마주쳤다. 처음으로 네가 보고 싶었다그렇게 캣맘도 아니고, 캣맘이 아닌 것도 아닌 상태에서 겨울이 왔다. 그리고 1월 중순, 올 겨울 가장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기온은 영하 10도를 훌쩍 넘겨 모두 날씨 이야기만 했다. 얼른 퇴근하고 싶었다. 눈밭 위에 찍힌 고양이 발자국이라도 보면 마음이 좀 평온해지려나. 물을 끓여 보온병에 담으면서, 사료를 챙기면서 처음으로 턱시도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저 무사한지 확인만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동안 매정하게 사료를 그릇에 담자마자 뒤돌아 갔지만, 열 발자국 걷고 나면 등 뒤에서 까드득 까드득 사료 씹는 소리가 나곤 했다. 부디 오늘도 그 소리를 들려주기를. ? 결국 끝난 캣맘 부정기목도리와 장갑까지 끼고 나서야 다시 집 밖에 나갈 용기가 생겼다. 일단 얼어버린 물을 치우고 김이 펄펄 나는 뜨거운 물을 부었다. 조금 거리가 있는 밥자리에 사료를 채우며 무심코 시선을 옮기니 그새 자란 턱시도가 모습을 보였다. 뜨거울 텐데 방금 부은 더운물을 할짝대고 있었다. 뜻 모를 눈물이 터졌다.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캣맘이다. 내 집이 없는, 공동주택에 사는 길 엄마다. 행여나 누군가 마주칠까 새가슴으로 떨곤 하는 길고양이들의 친구다. 편리함을 으뜸으로 쳐 아파트만 고집하던 나는 이제 주택에서의 삶을 꿈꾼다. 남들 눈치 보느라 자주 나올 수 없어 뜨거운 물을 주는 게 아니라, 적당한 온도의 물을 길 친구에게 대접하기 위해. 밤이나 새벽이 아닌 햇살 좋은 오후에 그들을 마주치고 싶어서. 고양이는 이렇게나 생산적이다. 더 나은 삶을 꿈꾸게 한다. 나의 캣맘 부정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CREDIT에디터 이은혜 그림 이현진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3-06 11:01:18 봄은 고양이처럼 온다 THINK SO봄은 고양이처럼 온다 ? | 지난겨울은 유난히 모질고도 힘들었습니다. 날마다 혹한이었고 모든 것이 얼어붙는 날들이었습니다. 길고양이들이 그런 날들을 어떻게 버텨 내었는지 그저 신기하고 대견할 뿐이었죠. ? | 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은 끝나가고 녹지 않을 것 같던 골목의 얼음들도 녹아갑니다. 아직 꽃샘추위는 남았지만 그래도 3월이라는 달력을 보면 어느새 봄은 성큼 다가서 있답니다. ? | 힘든 겨울을 버텨낸 고양이들은 마치 상이라도 받은 듯 찾아온 봄을 만끽하겠지요. ?| 무거운 겨울털을 벗어버리고 겨우내 웅크렸던 팔다리로 기지개를 켜며, 양지바른 지붕 위에서, 꽃 피는 풀숲 사이에서 고양이는 봄이 되어 갑니다. ? | 아직은 쌀쌀하지만 행복한 봄 고양이들의 모습을 그리며 오늘도 길에서 마주친 아이들에 ‘조금만 더 기운 내’ 라고 응원을 보냅니다.? CREDIT글·사진 종이우산 (rara1733.tistory.com)?에디터 강한별?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3-05 12:25:57 #따뜻한 쉼표 COVER STORY# 따뜻한 쉼표 차가운 손등 위로노란 햇빛이 앉는다. 녹지 않을 것 같던얼음이 녹아바닥을 적신다. 한 계절이 지나가고한 계절이 다가오는계절과 계절 사이의 틈 봄이다. CREDIT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8-03-05 12:08:23 힘내요 고양이 THINK SO힘내요 고양이 | 삶이 힘들다고 즐거움까지 외면할 필요는 없습니다. | 오히려 삶이 고된 만큼 단 하나의 즐거움이라도 찾아 놓아야 합니다. | 그 즐거움조차 사치라 생각하여 멀리하게 되면 내 삶에는 괴로움만 남게 될 테니까요 | 당신의 지난 한 해가 어땠는지 나는 모릅니다. 하지만 올해는 그 삶이 즐거움으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 하다 못해 잠시라도 숨 돌릴 즐거움이 있길 바랍니다. 앞만 바라보며 달리는 한 해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 쥐돌이 하나에도 붕붕 날아다니는 고양이처럼, 올 한 해 행복하세요. | 지난 한 해 동안 사람들도 길고양이들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CREDIT사진 종이우산?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8-01-29 10:04:35 여전히 우리 집 밥그릇은 다섯 개 잠시만 안녕여전히 우리 집 밥그릇은 다섯 개2009년 5월 11일 널 만나던 날 순돌이를 만났다. 겁에 질려 구석에서 긴장하고 있던 성묘 순돌이를 보자마자 왜인지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은 나이에 상관없이 들어온 순서대로 첫째부터 막내까지 형제관계가 정해졌다. 오남매 중 셋째였던 순돌이는 첫째, 둘째의 텃세를 잘 이겨내고 뒤이어 들어온 동생들을 알뜰살뜰 보살피는 착한 아이였다. 순돌이와 살았던 8년 동안, 작은 사건들이 있었다. 열린 문틈으로 나가서 3일 만에 집에 찾아온 일,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길냥이들 때문에 첫째랑 싸운 일…… 하루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나를 전전긍긍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순돌이는 호기심이 많고, 사교적인 아이였다. 그 성격 덕분에 순돌이를 따르는 길고양이 동생들이 있었다. 가끔 집으로 동생들이 찾아오면 순돌이는 버선발로 달려 나가 한동안 담소를 나누었다. 그 광경이 웃겨서 몰래 그들을 엿보기도 했다. 내 착한 셋째야, 우리는 잠깐 떨어져 있는 거야 우리 집 첫째가 노령묘로 접어들 때 우연히 <펫로스>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늘 보는 아이들과 이별을 한다는 게 체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책을 읽고 이별에 대한 준비는 늘 하고 있는 게 좋을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오늘은 우리 애들과 마지막 하루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부정적이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고 언젠가 오남매와 헤어질 때 멋지게 인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이별의 첫 순서가 순돌이가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마음의 준비를 항상 해왔던 나였지만 막상 순돌이의 심각한 몸 상태를 알았을 때, 소리 내어 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울고 나서 나는 다른 아이들의 미용을 해줘야 했다. 그때 처음으로 반려동물 미용을 업으로 삼는 내 직업을 후회했다. 복수와 흉수가 차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순돌이는 잘 버텨주었다. 언젠가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는 중에 순돌이가 대변을 본 일이 있었다. 평소 깔끔하던 아이였던 터라 나보다 자기가 더 당황했을 것 같단 생각에 나는 조용히 순돌이를 토닥거려 주었다. 그때 옆에 있던 첫째는 평소와는 달리 얌전히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퇴근길에 병원에 들렀던 날이었다. 침대 위에 엎드려있던 순돌이는 동공이 풀려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나는“집에 가자, 내 새끼” 하면서 순돌이를 안았다. 버텨줘서 고맙다고 엉덩이를 토닥토닥했다. 아직도 그 모습이 생생하다. 버스에서 순돌이는 숨을 쉬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집을 떠나 있는 동안 가족들이 보고싶었는지 집에 오자마자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세상을 떠났다. 여전히 우리 집 밥그릇은 다섯 개 순돌이를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와 상자에 순돌이의 물품을 넣는데 또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첫째는 방 한 편에 있는 선반대에 앉아 그런 나를 지켜보았다.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는 줄 알았던 녀석이 야옹거리면서 살며시 내 품에 안겼다. 한동안 나와 첫째는 서로를 위로했다. 한편 우리 집 막내는 순돌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이 컸는지 책장위에서 몇 시간째 소리 내어 울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다시는 애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순돌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한 달이 지났다. 나는 남은 네 아이들과 함께 마음을 추스르면서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한다. 화장한 순돌이는 메모리얼 스톤으로 보관 중이다. 스톤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살아생전 아이들을 끌어 모았던 순돌이를 생각나게 한다. 그래서 스톤을 보면 녹차를 마신 것처럼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여전히 우리 집은 밥그릇이 다섯 개다. 그리고 나는 다섯 그릇에 밥을 똑같이 나누어준다. 아직은 밥그릇 하나를 치울 수가 없다. 어디선가 슬금슬금 다섯 고양이가 다가온다. 우리 오남매가 다가온다. 정확히는 네 녀석과 하늘 위의 한 녀석이지만. 순돌아~ 우리 오남매! 또 엄마새끼 하자! 꼭 다시 만나자. 사랑해~ CREDIT 글 사진 이장미그림 이현진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8-01-23 15:16:37 오늘보다 내일, 내일은 고양이 SHELTER 오늘보다 내일, 내일은 고양이 강원도 인제, 인천, 서울이라는 세 개의 지역에서 4명의 사람이 한 장소에 모인다. 오로지 30마리의 고양이를 위해서.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쉼터, ‘내일은 고양이’의 이야기다. 내일도 기다릴 것임을 안다는 것 10년을 넘게 길 위의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수도자가 있다. 시작은 수녀원 안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한 고양이였다. 원래 동물을 좋아했던 사라 수녀는 지나치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먹을거리를 나눠주었다. 다음날, 같은 고양이가 같은 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 기다림은 다음날, 그 다음날로 이어졌다. 그저 스쳐가는 야생동물인 줄 알았던 길고양이가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가지 않아도 어제 본 그 고양이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가지 않으면 밥을 먹지 못할 것임을 안다는 건 어떤 기분이며 얼마만큼의 무게일까?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무섭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가슴 설레는 책임감”이라 표현했다. 그렇게 시작해 10년 가까이 인천의 동구와 중구 지역의 길고양이를 돌보았다. 지금은 4명의 캣맘이 나눠서 돌본다는 그 지역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고, TNR 역시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리 힘들지 않았다던 그녀에게도 풀지못했던 숙제가 하나 있었다. 아픈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치료는 어떻게든 해준다지만, 그 후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다. 병원 호텔링이나 탁묘로 잠시간 돌보았다 방사해도,얼마 후면 더 심각한 상태로 나타나곤 했다. 더 이상 길에서만 살 순 없으니 캣맘 생활이 길어지면, 결국 어딘가에 쉼터가 생긴다. 아는 사람끼리 힘을 모으든 자신의 공간에 야금야금 만들어가든, 어떻게든 쉼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알면 보이고, 보면 느끼게 된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이 고양이가 너무 많이 아프고, 이제 길 위에서 더는 살 수 없겠다는 것을. 오늘의 쉼터가 있게 했던 세 고양이 역시 그런 상태였다. 한여름에 부러진 다리를 덜렁거리고 나타났던 대장이가 그랬고, 몸을 숨길 풀 한 자락, 나무 한 그루, 건물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서 새끼 넷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던 일점이가 그랬으며, 폐렴과 천식으로 앉아서는 숨조차 쉴 수 없었던 보들이가 그랬다. 당시 돕고 있던 사람들과 사라 수녀 역시 치료와 방사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고 싶었다. 어려운 질문이었지만 답은 나와있었다. 2016년 6월 20일 인천의 한 상가에 10평 남짓 한작은 쉼터가 태어났다. 기다리기라도 한 듯 구조와 도움이 필요한 곳이 도처에서 나타났다. 아픈 고양이는 어쩌면 그리도 많고 끊이지도 않는지, 이 작은 쉼터와 손을 잡은 고양이만 해도 2016년에 42마리, 2017년에 38마리나 됐다. 그들은 이곳에서 때로는 새 삶을 얻었지만, 가끔은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과 관심 속에서 하늘로 돌아가기도 했다. 고양이의 삶을 찾아주고 싶어서 2017년이 허리를 넘었을 때쯤, 쉼터는 정든 인천을 떠나 서울로 이사했다. 쉼터의 엄마였던 사라 수녀의 소임지가 강원도 인제로 이동된 탓도 있었고, 서울에 집을 빌려주겠다는 독지가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봉사자와 입양자를 찾기 위해서는 서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만큼 입양은 쉼터나 사라 수녀에게 중요한 숙제다. 수도자의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는 밤 10시가 되면 그녀는 쉼터의 엄마로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고양이들 상태와 치료 상황정리를 비롯한 여러 일을 처리한다. 그중에서 가장 신경 쓰는것은 구조 사연을 기록해 카페와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다. 사연을 보고 손을 내밀어줄 입양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라 수녀는 때때로 쉼터 고양이 입양은 두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덧붙인다. 입양 가는 고양이 하나와 이 친구가 감으로써 구조할 수 있게 될 새로운 고양이 하나의 생명이 바로 그것이다. 그럼에도 쉼터는 최근 추가 구조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현재 쉼터가, 아니 더 정확히는 쉼터에 머무는 고양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밀도가 한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쉼터에는 에이즈를 앓는 고양이, 구내염 고양이, 칼리시가 있는 고양이, 소심해서 다른 고양이와 어울리는 데 스트레스를 받는 고양이 등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친구들이 많이 있다. 쉼터에서의 삶이 척박한 길 생활에서 벗어난 것 이상이기를 쉼터 사람들은 바란다. 문 여는 소리에 우르르 서울과 인천에서 오는 세 명의 봉사자 중 하나가 아침 10시 30분에 쉼터에 사람의 온기를 더하는 것으로 쉼터의 하루는 시작된다. 중간에 다른 봉사자가 교대를 해주지만, 일정은 조밀하고 빡빡하다. 약속했던 쉬는 날도 챙기지 못할 때가 많다. 상근자를 둘 여유가 없다 보니 아픈 고양이가 있을 때면 봉사자 중 하나가 아예 쉼터에서 잠을 자며 돌본다. 사라 수녀는 이제 보름에 한 번 정도 쉼터를 찾을 수 있다. 그것도 그 한 번 혹은 두 번을 위해 휴일을 전부 길에 쏟아야지만 가능하다.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오가는 시간이 더 들지만, 그래도 다른 생각이 들거나 힘들지는 않다고 했다. 그녀에게 주어진 개인 시간을 거의 전부 쉼터에 쏟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생명의 무게는 동일하고 귀천이 따로 있지 않으며 이 세상은 인간만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에게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신념이나, 수도복, 고양이를 향한 애틋한 사랑이 아니었다. 가장 가슴을 쳤던 것은 “고양이들의 내일이 오늘보다는 더 낫도록 하자”는 말과 자세였다. 기도나 바람이 아니라 행동을 함께 하자는 그 말에서 작은 체구와 인자한 표정 안의 단단한 결심과 강단을 보았다. 그 의지를 담은 것이 ‘내일은 고양이’라는 쉼터 이름이다. 쉼터 사람들이 모두의 각오와 다짐을 담아 지었다고 한다. 고양이의 내일을 위하여 현재 쉼터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입양이다. 아무리 건강하고 환경이 좋아도 30마리 중 하나로 지내는 것이 고양이들에게 힘들지 않을 리 없다. 사람이 오면 고양이들은 여기저기서 나와 무릎에 올라서고 다리와 발에 머리를 비빈다. 마치 “엄마예요?”하고 묻는 듯도 하고, “좋아해요. 좋아해요.”하고 끝없이 고백하는 듯도 하다. 쉼터가 노출되는 걸 무척 걱정하면서도 인터뷰에 응했던 것은 이들 때문이었다고 했다. 혹시라도 이 기사를 보고 누군가 손 내밀어주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기대 때문에 고민하다가 결정했다고 보통의 우리에게 구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섣부른 걱정과 불안이 우리의 발뒤꿈치를 잡곤 한다. 그렇게 큰 걸음을 뗄 수 없다면, 여기 따뜻한 집에서 건강한 몸으로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보면 어떨까? 이들에게 집 한 편을 내어주고 잡은 손을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아끼는 이 생명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행동은 아닐까? 많은 쉼터에서 여전히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내일은 고양이 쉼터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내일은 고양이’의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다면http://cafe.naver.com/tomorrowcat CREDIT글 김바다 ?(작가)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STORY | 2018-01-23 10:48:28 Happy Together 고양이와 캣맘 부정기 봄은 고양이처럼 온다 #따뜻한 쉼표 힘내요 고양이 여전히 우리 집 밥그릇은 다섯 개 오늘보다 내일, 내일은 고양이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