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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2-28 16: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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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2-21 12: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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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28 10: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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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27 11: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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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21 10: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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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1-20 10: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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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만 아는 새벽 식당
- GRAND MOTHER길고양이만 아는 새벽 식당 14년간 꾸준히 문을 연 새벽 식당이 있다. 주 메뉴는 경단밥이지만 계절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캔과 사료의 비율이 환상인 데다 사장님 손맛이 좋아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단, 네발 손님만 입장 가능하다. 가시는 걸음 걸음 피어나는 고양이 꽃 오랜 길 생활로 사람을 경계하는 법을 익힌 고양이들은 능란하게 모습을 감춘다. 길에서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고양이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날쌔게 도망치는 뒷모습이나 움츠린 등을 보는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그녀의 발소리만 들리면 은신하던 고양이들이 하나 둘 고개를 내민다. 가시는 걸음 걸음 고양이 꽃이 피어나는 형국이다. 이 놀라운 광경 뒤로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얼른 오세요. 갈길 멀어요.” 양손 가득 사료와 캔을 챙겨 식당 준비가 한창이다. 배가 고파 개점 전부터 고개를 내민 올블랙 손님 덕에 미애 씨 손이 바빠졌다. 차가운 공기 속에 캔 따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작게 냥냥 대며 채근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고개를 숙여 확인해보니 턱시도 고양이도 식빵을 굽고 있다. 벌써 여러 손님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역시 소문난 밥집은 웨이팅이 기본이다. 야무진 손놀림으로 사료에 캔을 얹어 비비면서도 차는 막히지 않았냐, 밥은 드시고 온 거냐 묻는 목소리가 낭랑하다. ‘과년한 처자가 뭘 하나?’ 하며 기웃대는 어르신에게도 낯빛 구기는 법 없이 싹싹하게 인사한다. ‘길 위의 생명을 챙기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냐고’ 반문하는 그녀만의 방법이다. 자유시간과 바꾼 백 개의 묘생 미애 씨는 길고양이에게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파워블로거다. 매일 7kg 사료를 동내는 ‘고양이 식당’을 운영하며 네발 손님들 사진과 이야기를 올리다 알려졌다. 유명해지고 싶어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하다 보니 자꾸 사람이 모여들었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경단밥에 대해 질문을 하고, 겨울에 밥 주는 방법을 물었다. 그녀는 길고양이를 챙기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싶다. 굶는 생명이 딱해 밥이나 주자고 팔을 걷었지만, 밥이 다가 아니었다. 아픈 녀석이 생기면 들쳐 업고 뛰어야 했고, 목에 방울까지 달고 버려진 녀석을 보며 망연자실하기도 했다. 그렇게 일 년, 이 년이 가고 지금까지 왔다.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강산이 변하고도 한 세월이다. 직장에서 커리어를 쌓고, 꼬맹이 조카가 자라 함께 술을 마실 수 있게 된 그 시간 내내 미애 씨는 길 위의 생명을 돌봤다. 혹한에도, 열이 펄펄 끓어도 식당 문을 닫지 않았다. 오히려 긴 시간 운영하며 식당이 잘돼도 너무 잘돼 1,2,3호점 줄줄이 확장됐다. 물론 사장도 그녀, 서빙도 그녀, 청소도 그녀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었더니 담백한 답이 돌아온다. “손님이 기다리니까요.” 미애 씨 곁에서는 굶주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친 고양이들은 그녀가 나오기 전부터 서성대며 식당 개점을 기다리곤 했다. 눈을 뜰 수 없는 굵은 장대비 속에서 오롯이 비를 맞으며 기다리던 고양이를 본 뒤로는 게으름을 피울 수 없게 됐다. 해외여행도, 장기출장도 먼 이야기가 된 것은 물론이다. 그 대신 그녀는 길고양이를 먹여 살렸다. 말 그대로 먹이고, 살렸다. 지금까지 구조해서 입양 보낸 고양이가 백 마리는 족히 될 것이다. 한 줌의 온기를 느끼려다 차에 깔리는 대신, 주인과 함께 뜨끈한 장판 위에서 뒹구는 묘생이 백 개는 더 늘었다는 얘기가 된다. 수명도 늘려드리는 맞춤형 길냥이 식당 정마식당 4호점에는 생후 3개월이나 됐을까 싶은 아기 손님이 마중 나왔다. 평소엔 경계심이 많아 잘 볼 수 없는 녀석이라고 했다. 녀석의 뒤쪽에는 무늬가 꼭 닮은 엄마 냥이 지키고 있다. 식당을 애용하는 길고양이들은 새끼를 서둘러 독립시키지 않는다. 먹거리가 풍족하니 영역 다툼도 줄어들어 한밤의 고양이 소리도 잦아들었다. 미애 씨도 불가피한 경우에는 TNR에 나섰다. 단, 양보다 질이다. 한 마리를 시켜도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시키고자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NR은 그녀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중성화 수술 이후 방사한 녀석들이 영역 다툼에 밀린 것인지 한 마리 빼고는 전부 자취를 감췄다. 생사도 모르니 억장이 무너진다. 그저 다른 영역에서 잘 살고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바삐 움직이던 미애 씨가 노란 꽃이 피어있는 화단 뒤에서 손짓한다. 정마식당 ‘별관’이다. 밥 냄새를 맡고 빼꼼 두 얼굴이 등장한다. 선글라스를 쓴 삼색 엄마 냥이와 고등어 태비다. 반가운 손님인지 사장님 얼굴에도 웃음이 번진다. 지점이 너무 많아 한 두 군데 줄여볼까 하다가도 이렇게들 버선발로 마중 나오니 줄일 수가 없다. 고양이 돌보다 연애할 짬도 안 나겠다고 농을 걸자 그녀는 “결혼하면 다 끝”이라고 받아친다. 그렇게 말하며 사람을 웃기더니, 식당 손님들 얼굴을 하나하나 체크한다. 허피스가 온 것은 아닌지, 싸우다 찢긴 곳은 없는지. 콧물을 달고 나타나는 손님에게는 늘 상비하는 가루약을 섞어 주방장 특식을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길고양이 평균 수명은 3년 남짓, 하지만 이 구역 고양이들은 섬세한 주방장 덕에 다들 5살은 가뿐하게 넘긴다. 밥자리를 다 돌고 나서야 그녀는 허리를 편다. 우리는 함께 밥을 먹기로 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니, 하며 서로 웃었다. 그것이 미애 씨가 하는 일이다. 길 위의 여린 생명들이 먹고살게 하는 일. 그녀는 말한다. 밥심이 있으면 겨울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봄이 올 거라고. 인간 친구들의 후원과 사장님의 뚝심, 몰려드는 네발 손님의 문전성시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새벽 식당은 오늘도 성업 중이다. 단, 위치도 영업시간도 비밀이다. 이미 고양이들은 알고 있지만. CREDIT에디터 이은혜사진 엄기태 ?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2-28 16: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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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마을 에노시마의 고양이들
- WONDERLAND바닷마을 에노시마의 고양이들 일본 도쿄 근교의 작은 섬 에노시마, 고도 60m, 둘레 4km의 작은 섬이지만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감상하고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만화 <슬램덩크> 등 여러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해 우리에게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 한 시간이면 다 둘러볼 작은 섬인 에노시마에도 많은 고양이들이 살고 있었다. | 에노시마에서 처음 발견한 고양이는 서로 다른 색의 부부 고양이. 어젯밤 다툼이 있었는지 서로 등을 돌리고 앉아 있다. | ?하지만 지나가는 관광객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인상을 펴고 방긋 웃어준다. 유명 관광지의 고양이들답게 직업 정신이 투철하다. | ?다음 발견한 고양이는 관광객 상대에 치쳤는지 눈이 조금 풀려 있다. 직장묘의 고뇌란... | ?하지만 고양이답게 그루밍을 시작한다. | ?마지막으로 만난 고양이는 주인이 있는 고양이인 듯 목걸이를 하고 있다. | ?주변에서 사람들이 지나가고 사진을 찍어도 한 곳만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 무얼 그리 뚫어지게 바라보는 걸까? |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에노시마의 멋진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CREDIT글 사진 박용준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2-21 12: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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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살 노령묘 별이의 별명
- FROM VET17살 노령묘 별이의 별명 우리 동물병원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 별이는 평소엔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지만, 병원 대기실에 보호자들이 앉아 있으면 도도하게 보호자 앞에 가서 돌아앉는다. 마치 “어서 날 궁딩팡팡 해주시죠?”라고 말하듯이. 별이를 처음 보는 보호자들은 다소 당황하지만, 오래 본 보호자들은 으레 별이의 궁둥이를 토닥토닥 두드려 준다. 그러다 그만두면 ‘냐~앙’ 소리와 함께 꼬리를 살랑거리며 보호자 무릎 위를 왔다가 갔다 하며 조금 더 해주길 요구한다. 그래도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팔의 통증을 감수하고 이내 다시 별이의 엉덩이를 두드려 준다. 별이는 ‘간호사 별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소싯적에 아픈 아이들에게 뭔가 얘기해주고 곁에서 간호해 주는 것처럼 입원장 곁을 맴돌며, 눈도 못 뜬 새끼고양이들이 병원에 오면 핥아 주고 품고 잤기 때문이다. 또 한동안은 ‘수의사 별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사라졌다 싶으면 진료실 원장 의자에 앉아 있거나, 진료를 할 때도 진료실 한 쪽에 앉아서 진료하는 과정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어떤 때는 데스크에서 손님을 맞이하거나 배웅하길 즐겨 ‘데스크 별이’로 통하기도 했다. 나이가 든 고양이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어렸을 때는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작은 움직임에 호기심을 보이던 고양이도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이나 장난감에 대한 반응이 줄어든다. 움직임은 줄고 자는 시간은 더 많아진다. 나이가 들며 질병에 걸리거나 인지 능력이 감소돼 사람의 치매와 같은 인지장애를 겪는 고양이들도 많다. 여러 가지 별명을 얻었던 별이도 이젠 나이가 많이 들었다. 용강동물병원에서 지낸 시간만 14년이고 구조됐을 때 3세령 정도로 추정했으니 지금은 17살 정도라고 생각된다. 예전처럼 입원실에 가서 입원한 아이들 곁을 지켜주지 않고, 예방 접종하러 온 아기 고양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다가오면 슬쩍 자리를 피해 병원 안쪽으로 들어간다. 진료할 때 진료실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좋아하던 깃털 장난감을 팔이 아프게 흔들어 대도 오히려 안쓰럽게 쳐다볼 뿐 시큰둥하다. 그래도 앞서 얘기한 것처럼 보호자가 대기실에 앉으면 슬쩍 가서 엉덩이를 내밀고, 같이 지내는 고양이 귀염이나 요나가 귀찮게 굴면 깔아뭉갠 후 목덜미를 물어 노익장(?)을 과시하곤 한다. 치아도 건강하고 식욕도 좋아 사료도 잘 먹고 캔도 잘 먹고 치아 간식도 잘 먹는다. 일 년에 두 번씩 꼬박꼬박 받는 건강검진에서도 다행히 아직 특별한 질병의 징후는 없다. 사람의 기대 수명이 늘어 100세 시대를 얘기하듯 고양이의 기대수명도 늘어 20세 시대를 얘기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통계가 없어 고령 고양이들의 비율이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고령으로 분류되는 15세 이상의 고양이들은 분명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앞서 얘기한것처럼 고령묘가 되면서 노화로 인한 신체 및 행동의 변화와 질병의 발병률이 증가하게 되는데, 어떻게 고령의 고양이를 관리하고 삶의 질을 유지시켜 줄 것인가가 앞으로 수의사와 보호자들의 중요한 고민이 될 것이다.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던 초보 수의사 시절에 만나 그 동안 수의사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 줬던 별이가 이제는 더 어려운 숙제를 던져줬다. 나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더 분발해야 할거야, 라고. 이제 보니 별이는 병원에서 함께한 시간 동안 내 곁을 지키며 더 좋은 수의사로 나아가길 당부하고 있었다. 여러 별명이 있었지만, 별이는 언제나 나의 ‘선생님 별이’였다. CREDIT글 용강동물병원 박원근 원장 그림 지오니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1-28 10: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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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고양이 사이를 잇다, 길냥손
- SHELTER사람과 고양이 사이를 잇다길냥손? 학원과 회사가 같은 건물에 있고, 바로 위에 건물주가 사는 그곳에 70여 마리의 나이든 고양이들이 몇몇 사람에 기대어 남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0년을 맞은 ‘길냥이에게 손을 내밀다’가 바로 그곳이다. 지옥에 거미줄을 내리다 2007년, 혜란 씨는 유기견을 구조해 나올 생각으로 부산의 시 동물보호소를 찾았다. 그리고 그 누구라도 외면할 수 없었을 장면을 보게 되었다. 어깨를 서로 딱 붙인 채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있는 고양이들이 가득한 철장이었다. 너무 꽉 차서 몸을 돌릴 수도, 그루밍을 할 수도 없었다. 밥도 물도 없었다. 그 안에서 그 자세로 배설을 하고 울부짖다 죽어가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다 죽으면 죽은 만큼 그 철장에 다시 고양이가 채워졌다.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었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돌아보지 않으면 그대로 죽어나갈 판이었다. ‘개는 구조하는 사람이 많으니, 고양이는 내가 하자’는 생각이 다였다. 후에 유한이와 락스라고 이름 붙인 고양이 둘을 시작으로, 혜란 씨는 시보호소에서 고양이를 구조하기 시작했다. 10년 전만 해도, 고양이 구조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관련 정보나 단체, 고양이 전문 병원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었다. ‘누리맘’으로 더 잘 알려진 혜란 씨가 해온 일들은 부산 지역에서는 대부분 ‘처음’으로 일어나는 일에 가까웠다. 자연히 혜란 씨가 걸어온 길은 지독한 험로였다. 혜란 씨도 병원의 수의사도 공부를 해가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치료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구조해온 아이들 중 50퍼센트 정도 살린 것 같다던 혜란 씨는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다면 다 살렸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보호소의 유기묘를 구조하는 일, 난치병을 끈질기게 치료하는 일, 쉼터를 만드는 일, 동물권 캠페인을 여는 일, 그녀와 길냥손이 해왔던 일은 대부분 ‘처음’의 역사였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선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눈 길 위의 첫 발자국 관심이 생겨야지만 비로소 경험하게 되는 일들이 있다. 동물 유기나 학대 사건 역시 그런 것이다.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지만, 누군가는 그 존재를 알고 대다수는 그 존재조차 모른다. 그리고 설혹 그 사건을 알게 된다 해도, 분노하고 슬퍼하고 개탄하다 허무한 기도나 바람만 가지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처벌되길 바라지만, 아직 한국의 제도와 공권력은 거기까지 와 있지 않음에 분해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길냥손과 혜란 씨는 달랐다. 그녀는 쉼터 앞에 고양이 두 마리를 유기한 남자가 동물보호법 8조 4항 “소유자 등은 동물을 유기하여서는 아니 된다.”를 위반하였으므로, 같은 법 47조 1항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에 근거하여 과태료 30만 원이라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꼬박 3개월을 매달린 끝에 이뤄낸 결과였다. 2017년에도 지속적으로 고양이를 학대한 두 명을 고발하여 벌금 200만 원의 처벌을 받도록 했다. 가해자 처벌은 결국 귀찮음과의 싸움이다. 증거는 부족하고, 공공기관은 더디고 수동적이다. 동물을 위해 움직여주는 공권력 같은 것은 없다. 혜란 씨는 공공기관이 신경 쓰는 ‘사람’의 관점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하려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쌍하고 안타까운 생명”이라는 공감대는 동물 애호가들 사이에서나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길냥손’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인터넷 속 ‘누리맘’은 다소 날이 서고 강한 어조를 쓰는 인물이었지만, 실제 만난 혜란 씨는 차분하면서 단단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일까, 조금은 지친 것도 같아 보였던 그녀는 담담하게 길냥손의 마지막을 이야기했다. “입양 보낸 아이가 모두 세상을 떠나는 날이 길냥손의 마지막이겠죠.” 구조한 고양이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는 것, 그것이 길냥손과 혜란 씨가 말하는 책임이었다. 우리는 많은 구조 사례를 본다. 하지만 그 후를 따라가는 일은 쉽지 않다. 새로운 유기와 학대는 계속 일어나고, 구조 역시 뒤따른다. 이미 구조된 아이까지 챙기자면 시간도 마음도 좀처럼 남아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구조자들이 챙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람의 사정 때문이다. 결혼·유학·출산·육아·합가·가족 반대 등,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그런 이유들. 그래도 돌아갈 쉼터가 있어 다행이라며 입양자는 고양이와 구조자 뒤로 대문을 닫고 마음을 놓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다시 한 번 버려진’ 고양이를 맞는 것은 70여 마리의 ‘버려진’ 고양이들이다. 그들은 구내염이나 허피스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청소를 하고 격리를 해도 허피스 같은 병은 쉽게 새 손님에게 옮겨간다. 병이 끈질겨서일까, 아니면 버려졌다는 아픔으로 면역력이 바닥까지 떨어져서일까? 이 질문의 답을 아마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길냥손 쉼터에 있는 70여 마리의 고양이 중 절반이 이렇게 파양되어 온 아이들이다. 대개 예닐곱 살은 먹은 이들에게 다시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들은 70여 마리 중 하나로 구내염과 허피스가 떨어졌다 다시 붙어가며 그렇게 늙어갈 것이다. 길냥손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더 이상 동물을 구조하지 않는다. 입양가지 못했거나 다시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이 노령묘들의 병원비라도 벌어보고자 락스룸과 이마켓이라는 수익사업도 시작했다. 고객 반응이 어떠냐는 질문에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죠. 하지 않으면 제로니까요.”라는 대답에서 혜란 씨가 무모하게 보호소에서 고양이 구조를 시작하고 10년 동안 이끌어올 수 있었던 저력을 보았다. 길냥손 쉼터의 벽에는 먼저 떠난 친구들이 유골함 속에 잠들어 있다. 많은 고양이가 거쳐간 길냥손의 낡은 캣타워를 보며, 더 이상 아무도 파양되거나 구조되지 않고 쉼터가 텅텅 빈 미래의 어느 날, 먼저 떠난 이들의 영혼만이 그 위에서 반짝이며 뛰노는 장면이 떠올랐다. 아무도 버려지지 않고, 오직 추억과 햇살만이 이 쉼터에 가득한 날들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그때까지 조금은 힘들겠지만 부디 그곳에서 고양이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기를, 그런 이기적인 바람을 가져본다. * 더 가까이 만나는 길냥손의 이야기 (cafe.naver.com/ran1228) CREDIT글 사진 김바다 (작가)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1-27 11: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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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 정답은 없어요 이 나무고양이처럼…
- 아틀리에의 고양이 인생에 정답은 없어요 이 나무고양이처럼목조각가 윤소라? 최근 몇 년간 애묘문화가 확산되면서 고양이 화가나 고양이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이는 부쩍 늘었다. 하지만 고양이 목조각을 하는 이는 왠지 만나기 어렵다. 날카로운 칼을 다루는 작업의 난이도도 있겠고, 한번 잘못 깎으면 돌이키기 힘든 재료의 특성 탓도 있을 것이다. 목조각가 윤소라의 나무고양이 작품이 반가운 것도 그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스튜디오앤캣은 목조각가 윤소라의 작업실이자 체험공방이다. 처음엔 빨강머리 앤(anne)처럼 여자 이름과 고양이를 결합한 명칭인가 했더니 ‘앤드(and)’의 앤이란다. 평소 목각뿐 아니라 가죽공예와 도예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그런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할 때면 늘 고양이 형상이 빠지지 않아 작업실 이름도 ‘앤캣’으로 정했다. 집에서 감자와 참치, 두 마리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양이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공방은 원래 치킨집이 있었던 곳이라 길고양이 손님이 많이 찾아온다. 마음 편히 숨어서 밥 먹으라고 자투리 나무로 급식소도 만들어줬다. “원래는 건축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워낙 야근이 많은 직업이라 결혼 후에 그만두고 디자인 일을 하기도 하고, 파트타임 일도 했어요. 그러면서 집에서 취미로 목가구도 만들고 재봉틀로 소품도 만들었는데, 고양이를 키우게 되니까 나무로도 고양이를 만들어보고 싶은 거예요. 집 근처에 황룡산이 있어서 버려진 나뭇가지를 주워 와서 무작정 깎기 시작했죠.” 버려진 나무로 고양이 조각을 만드는 일에는 목가구를 만들 때와는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목가구를 만들 때는 재료를 서로 맞물릴 때 1mm의 오차도 없어야 했다. 비뚤어지거나 틈새가 생기면 하자 있는 물건이 되고 말았다. 조금도 틀리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창조의 즐거움을 빼앗아갔다. 그건 마치 답이 정해진 인생을 사는 것처럼 갑갑했다. 하지만 고양이 목조각은 달랐다. 쓸모없이 굴러다니던 나무토막을 원하는 형태로 깎아 생명을 불어넣을 때의 마음도 뿌듯했고 ‘내가 깎는 만큼, 거기까지가 답이다’라는 유연한 생각도 좋았다. “나무로 스푼을 만들 때도, 고양이 조각을 할 때도 정해진 답이 없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처음엔 공방까지 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나무 깎는 먼지가 많이 나고 고양이가 발에 상처를 입기도 해서 공방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2017년 3월경부터 본격적으로 공방을 시작했고, 요즘은 일주일에 이틀씩 일반인 대상 강좌를 연다. 수강생들이 나무를 깎아 소품을 만드는 동안 그는 자투리 나무를 집어 들고 슬렁슬렁 깎기 시작한다. 수업 전에는 대략 스케치만 해놓고 수업 중에 틈틈이 깎다 보면 서너 시간 뒤에 손바닥만 한 작은 고양이 조각이 완성된다. 그렇게 공방에 조그마한 고양이 형상의 작품들이 늘어갔다. 나무의 따뜻한 색감과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고양이의 특징을 그대로 담은 생활소품은 꾸준히 사랑받는 스튜디오앤캣의 대표 작품이다. 식빵 굽는 고양이가 손잡이에 의뭉스럽게 앉아 있는 볶음주걱, 고양이 발 모양의 냥발 집게, 뚱뚱보 냥이처럼 불룩한 배를 지닌 접시까지 나무로 만든 소품들은 하나쯤 집 안에 두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실용적인 주방도구를 만들 때도 고양이가 주는 느낌을 생각하며 만들어요. 냥발 집게가 그런 경우인데요. 고양이는 공손한 면이 없잖아요, 도도하고…. 그런 고양이가 공손하게 앞발을 모아 과자를 집어주는 모습을 생각하는 거죠. 밥주걱도 ‘고양이가 앞발로 떠주는 밥은 느낌이 어떨까?’ 하고 상상하면서 깎은 거예요. 주방도구를 무심코 걸어두었을 때도 고양이가 내게 오는 것처럼 보이게, 그냥 놔둬도 전시 같은 느낌이 드는 형태로 만들었죠.” 어떤 물건을 볼 때 동그란 눈이 두 개 있는 듯한 모습으로 보일 때면, 자기도 모르게 ‘저 모양을 고양이랑 결합해서 만들면 좋겠다’ 하고 생각한다. 고양이 모양을 한 무전력 우드스피커도 그렇게 탄생했다. 공방에는 칼이나 톱 같은 위험한 도구들이 많고, 나무를 자르고 깎을 때 나는 먼지도 많아 집에 있는 고양이를 데려오진 못한다. 대신 두 마리 고양이를 꼭 닮은 조각을 만들어 작업실에 뒀다. 터줏대감처럼 듬직하게 앉아 책 읽는 흰 고양이가 첫째 감자다. 남편이 감 씨여서 ‘감 씨네 집 아들’이란 뜻으로 이름을 지어줬단다. 물론 둘째 참치를 꼭 닮은 조각도 있다. 고등어 무늬를 한 참치는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너무 작고 어려서 멸치 같았다. 그래서 나중에 참치만큼 커다래지라고 큰아이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현재 감자는 세 살, 참치는 두 살. 한 살 어린 동생인데도 싸우면 참치가 이기고 감자가 진다. 역시 이름값을 하는 모양이다. “처음에 둘을 합사할 때 참치는 아무렇지 않게 제 집처럼 돌아다녔는데 감자가 오히려 참치를 경계하더라고요. 털을 바짝 세워 으릉거리고 일주일을 하악거렸어요. 지금도 서로 좋아하진 않아요. 가끔 우다다나 같이 하는 정도죠.” 둘 중에 누가 작품에 더 많은 영감을 주는지 물었더니 감자란다. “아무래도 첫 고양이이기도 하고요. 자는 모습이나 앉아 있는 모습, 나를 쳐다보는 눈빛 등에 사랑스러운 포인트가 있어요. 제가 앉기만 하면 옆에 붙어 누워요. 제 책이나 지갑을 베고 자기도 하고요.”윤소라는 요즘 고양이가 책을 베고 있는 일명 ‘책고양이’를 즐겨 만든다. 고양이를 보면 치유되는 듯한 기분인데, 책을 볼 때도 그런 느낌이 들기 때문이란다. 작가는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유유자적하는 고양이들처럼 한 박자 쉬어가길 권한다. 작가 자신이 버려진 나무로 고양이를 만들며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진리를 깨달았듯, 공방을 찾은 사람들도 나무고양이가 선물한 평안을 얻길 바라면서. 윤소라씨와 반려묘 감자(위) 참치(아래) CREDIT글 사진 고경원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1-27 10: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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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도 햇살과 놀 수 있도록, 고양이…
- LIVING WITH CATS겨울에도 햇살과 놀 수 있도록고양이 맞춤형 하우스 원룸에서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며 많이 미안했다는 송희 씨. 그녀는 신혼집을 꾸리면서 가장 먼저 고양이를 떠올렸다. 넓은 집에서 신나게 뛰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어쩔 수 없는 고양이 엄마의 마음이었다. 이상향에 가까운 집을 꾸리면서 고양이도 한 마리 늘어 금동이, 꼬동이, 흰동이, 깜동이 도합 넷이 됐다. 이 집에서 고양이들이 가지 못하는 곳은 없다. 펫도어부터 베란다까지, 냥이들을 위한 마음이 묻어나는 고양이 맞춤형 하우스. 어쩌다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었더라 송희 씨의 집은 겨울에도 해사함이 머무는 곳,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송희 씨 부부와 네 마리 고양이가 살고 있는 집을 음료로 비유하자면 마시멜로우를 띄운 진한 핫 초콜릿일 것이다. 추운 겨울 몸을 녹이기 위해 필요한 것. 달콤한 것. 고양이와 함께하면 더욱 좋은 것. 파스텔과 밝은 원목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곳에서 네 마리의 고양이는 언제나처럼 안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집을 고를 때 본인보다 고양이의 취향을 먼저 존중한 송희 씨. 어쩌다 집사가 되었냐고 물었다. 어릴 적부터 늘 고양이와 살아왔을 것 같았는데 깜짝 놀랄 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송희 씨는 어른이 되도록 동물을 키울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 아버지가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대디로 살고 계시지만, 동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지만 그 뿐이었다. 그런데 4년 전, 아버지가 길에서 주워온 캣초딩 금동이를 보고 송희 씨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작고 초라한 이 고양이를 내가 데려가야겠다, 하는 모성본능이 눈을 뜬 것이다. 그렇게 첫째 금동이를 입양하고 그 후로 매년 유기묘가 한 마리씩 굴러들어와 도합 네 마리가 되었다. 묘연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셋째를 입양할 때까지는 원룸 오피스텔에서 생활했다. 3년 넘게 좁은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송희 씨는 수없이 마음속으로 약속했다. ‘꼭 넓은 집에서 신나게 뛰어놀게 해줄게. 조금만 기다려줘.’ 서울에서의 10년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대구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가장 기뻤던 일은 고양이들을 더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고양이 관점으로 집 꾸미기 신축아파트보다 아이들이 원 없이 뛰어 놀 공간이 필요했다. 넉넉한 평수로, 지은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아파트를 골랐다. 대신 집의 거의 모든 곳을 리모델링해야 했다. 평생 살 생각을 하고 이곳저곳 시간과 품을 들여 고쳐나갔다. 송희 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햇빛과 우다다. 고양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였다. 따뜻한 햇살이 하루 종일 들어오는 남향집은 고양이들의 골골송을 이끌어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남은 것은 우다다를 할 수 있는 공간 활용이었다. 우연의 일치로 네 마리 모두 남자 아이들에, 다묘가정이다 보니 우다다와 레슬링이 끊이지 않는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내달리는 고양이들을 위해서 최대한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어야 했다. 실과 비닐도 어느 틈에 주워 먹고 전선도 씹어놓는 사고뭉치 녀석들이다. 송희 씨는 꼭 필요한 가구와 소품을 제외하고는 잡다한 물건을 모두 수납한다. 전선줄 역시 보이지 않게 숨겨두었다. 대신 고양이들을 위한 스크래쳐는 곳곳에 배치해두었다. 깔끔함을 사랑하는 송희 씨지만 스크래쳐는 예외다. 스크래쳐를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는 없으니까. 사소해 보이지만 애정 없이는 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하얗고 노랗고 까만, 내 고양이들을 위해서 네 마리의 고양이는 털 색도, 무늬도 제각각이다. 올망졸망 모여 있을 땐 색색의 모자이크를 떠올리게 한다. 가족이 된 사연도 모자이크 같았다. 금동이가 하루의 절반을 혼자 지내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송희 씨는 둘째 꼬동이를 입양하게 된다. 아기 꼬동이는 울고불고 송희 씨를 피폐하게 만들었지만, 예상 외로 첫째는 유순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죽고 못 사는 형제가 되면서 집안에 흐르는 웃음도 두 배가 되었다. 알콩 달콩 두 녀석과 1년 이상을 살았고, 다시 유기묘 흰동이를 만났다. 고양이는 고양이를 부른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셋째는 3주쯤 걸렸다. 그리고 넷째는, 아직도 가족이 되는 과정에 있다. 성묘가 되고 난 이후 데려와서일까. 넓은 집을 활주하며 싸우는 꼬동이와 깜동이를 보면 심란하다. 그렇다고 보호소에서 안락사 대상이던 깜동이를 모른 척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것이다. 송희 씨는 오늘도 생각한다. 셋이 아니라 넷이라서 다행이라고. 겨울이 오면 길고양이, 유기묘 출신의 네 고양이들은 유달리 온기를 좋아한다. 한여름에도 베란다의 햇살을 만끽하며 일광욕을 하고 에어컨을 반기지 않던 녀석들이었다. 바깥 겨울의 혹독함을 알고 있어서일까. 송희 씨는 겨울이 오면 빙그레 미소 짓는 일이 잦다. 침대로, 쿠션으로 모여들어서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자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매일 보게 되기 때문이다. 집사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다. 입동 준비는 어느 정도 끝났다. 더운 계절에 넣어두었던 고양이들을 위한 쿠션과 러그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러그를 깔아두면 청소나 빨래에 더욱 신경 써야 하지만 괜찮다. 겨울의 고양이들은 러그 위에서 한참을 뒹굴며 헤어 나오지 못한다. 얼마 전에는 캣그라스도 심어두었다. 겨울이 되면 활동량이 둔해지는 아이들의 소화를 위해서다. 송희 씨가 일주일 동안 정성들여 키운 캣그라스를 내왔다. 흰동이부터 차례로 맛을 보더니 고양이들은 5분도 안되어 쑥대밭을 만들고 유유히 떠났다. 고양이에 집을 맞춘 것도 모자라서 지금 송희 씨는 고양이 옷을 만들고 있다. 취미로 접한 일이 업이 되었다. 고양이는 그녀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꿨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바꾸는 것은 얼마나 상냥한 일인지. 진한 핫 초콜릿을 한 모금 넘길 때처럼, 기분 좋은 만족감이 목을 간질였다. ? CREDIT?에디터 이은혜 사진 김송희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1-21 10: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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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보다 둘이 좋은 이유
- 묘령화 가족하나보다 둘이 좋은 이유 남편과 굴러들어온 둘째 고양이 순돌이와 가족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본격 고양이 위주의 SNS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팔불출 집사임에도 사진 속 남의 집 고양이들이 하나 같이 사랑스럽고 예뻐 보였다.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순돌이가 외로울지 모른다는 것을 핑계 삼아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반대와 나의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큰 걸림돌이었고, 무엇보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기에 섣불리 결정할 수도 없었다. 결국 남의 집 고양이들 사진을 보는 것으로 위안 삼으며 둘째에 대한 미련은 접어야 했다. 이후 몇 년의 시간이 지나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면서, 그의 고양이 꽃비도 가족이 되었다. 주말부부로 지내야 하는 상황 때문에 꽃비는 부모님과 순돌이가 있는 본가에서 지내기로 했다. 결혼과 함께 자연스럽게 그토록 바라던 둘째, 순돌이의 동생이 생긴 것이다. 에너지 넘치는 꽃비와 동생이 생겨 신이 난 순돌이는 새벽이면 우다다 신공을 펼쳤고, 한동안 사람 가족은 잠을 설쳐야 했다. 순돌이와 다르게 꽃비는 집안 가구를 긁기도 하고 말썽이 많았다. 그리고 사료 챙기기, 화장실 청소, 빗질이나 동물병원 데려가기 등 집사 업무도 두 배가 되었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나보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부모님이 힘드실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 무심한 듯 다정하게 얼마 전 주말 이틀 동안 엄마가 신혼집이 있는 우포에 다녀가셨다. 일요일 오후 돌아왔을 때, 문을 열기도 전에 꽃비가 쏜살같이 달려 나와 반겨주었다. 순돌이는 한참을 데면데면 굴다가 그날 밤 뒤늦게 엄마 얼굴에 제 얼굴을 비비고 꼬리를 떨며 온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했다. 이걸로 모자랐는지 순돌이는 다음날에도 엄마 곁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한참을 꾹꾹이를 했다. 전에 없던 순돌이의 애교에는 반가움과 안도의 마음이 담겼으리라. 그렇게 시차를 두고 성격 다른 두 녀석의 애교가 이어졌고, 덕분에 엄마는 긴 시간 행복해하셨다. 꽃비가 오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두 녀석의 우다다도 잠잠해졌고, 처음과 달리 서로에게 무관심하게 지내는 듯 보였다. 그런데 며칠 전 구내염이 재발해 병원에 다녀온 꽃비를 이동장에서 꺼내자, 순돌이가 다가와 꽃비 머리를 다정하게 핥아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날 밤 순돌이는 좋아하는 박스에 꽃비가 먼저 들어가는 것도 허락해 주었다. 집사의 눈에는 순돌이가 동생 꽃비에게 양보해준 것처럼 보였다. 무심한듯 지내지만 녀석들도 서로에게 의지했던 것이다. 꽃비가 오고 둘이 되어 분명 힘든 점이 있지만 부모님과 나, 그리고 첫째 고양이 순돌이 모두 받는 기쁨 역시 더 커졌음이 분명하다. CREDIT글 사진 정서윤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1-20 10:4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