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STORY | 2018-02-05 14:14:32
-
[STORY]
STORY | 2018-01-29 10:04:35
-
[STORY]
STORY | 2018-01-23 15:16:37
-
[STORY]
STORY | 2018-01-23 10:48:28
-
[STORY]
STORY | 2018-01-22 12:50:02
-
[STORY]
STORY | 2018-01-22 12:31:42
-
[STORY]
STORY | 2018-01-16 10:18:26
-
- 짧은 다리가 닮았다
- MOSAIC BROTHERS짧은 다리가 닮았다 짧은 다리와 기구한 사연이 닮았다. 학대견 달봉이와 유기견 바치, 파양견 콩이 얘기다. 각각의 사연은 서글프지만 함께 모이자 영롱해진다. 모자이크 조각이 모여 반짝이는 타일을 이룬 것처럼. 16살 큰형부터 3살 막내까지, 모자이크 형제의 세 지붕 한 가족 이야기. 모자이크 하나, 87cm 끈에 묶여 14년을 산 달봉이 달봉이는 올해 16살 노견이다. 모자이크 삼형제 중 첫째인 이녀석은 14년 동안 고물상 뒷마당에 묶여만 살았다. 2년 전 사연을 알고 주인 허락 하에 일주일에 세 번씩이라도 바치와 함께 산책을 시켰다. 그러던 작년 여름, 고물상이 이사 가면서 달봉이를 버리고 갔다. 감사하게도, 주인 대신 물과 사료를 챙겨주며 달봉이를 보살피던 옆집 배터리 사장님이 새 주인이 되어 주셨다. 여름엔 뙤약볕, 겨울에는 비와 눈을 맨몸으로 맞던 달봉이. 이제는 난로와 에어컨 옆에서 사계절을 보낸다. 1일 2 산책은 기본이고, 콩과 바치와 함께 근교 여행도 종종 나가며 산다. 요즘엔 산책하면서 두 동생을 먼저 챙길 만큼 우애가 돈독해졌다. 모자이크 둘, 버려진 소파 아래 웅크리고 있던 바치 경북대학교 골목 버려진 소파 아래서 바치를 처음 만났다. 구정물 뚝뚝 흘리며 슬픈 눈을 하고 있던 녀석. 퀴퀴한 냄새와 꾀죄죄한 모습이 유기 생활을 꽤 오래 한 듯 보였다. 3개월을 사무실과 직원들 집을 오가며 지냈는데, 불안하고 힘들어 보였다. ‘도대체 얘가 무슨 죄가 있길래...’ 더는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집으로 데리고 왔다. 생애 처음 동물 가족이었다. 엄마는 딱 3일 반대하고, 아빠는 적극 찬성했다. 우리 집에도 아들 하나 생겼다고 엄청 좋아하셨다. 그날이 2014년 6월 1일. 진짜 식구가 된 날이다.바치 생일이기도 하다. 지금? 바치 없는 일상은 생각할 수도 없다. 없어선 안 될 존재다. 가족 서열 1위로 4년째 사랑받으며 살고 있다.? 모자이크 셋, 주인이 두 번 바뀌고 또 버려진 콩이 반려인 원화 씨가 콩이를 처음 만난 것은 2015년 11월 3일. 먼 친척 집 딸이 강아지를 ‘사달라고’ 엄청 졸랐단다. 막상 데려오니, 산책이다 배변훈련이다 감당이 안 되니까 일주일 만에 파양을 해버렸다. 그런 콩이를 이웃 주민이 입양했는데 그 집에서도 똑같은 이유로 버릴 예정이라는 거다. 우연히 미용실에서 그 이야기를 듣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원화 씨가 키우겠다고 나섰다. 콩이는 그 다음 날 봉고차에 혼자 실려 왔다. 처음에는 큰 차만 보면 기겁을 했다. 시간이 흐르며 다행히 상처도 조금씩 아무는지, 불안 증세가 많이 줄었다. 생후 두 달짜리 생명을 건네받았는데 손바닥만 하더라. 콩만큼 작다고 이름을 ‘콩’으로 지었다. 동물 가족은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다. 겪고 보니 자식 키우는 일이랑 똑같다. 기술과 노련함보다는 노력과 사랑이 중요하다는 사실. 이제 콩이는 이름이 민망할 만큼 훌쩍 커버려 올해로 벌써 3살이다.? 한데 모여 모자이크 브라더스? 365일 중 360일은 만나다 보니, 확실히 서로를 닮아간다. 1년 전까지는 달봉이를 샘내던 바치도 이제는 먼저 달려가 장난을 걸곤 한다. 2년 전만 해도 데면데면하던 콩과 바치는 이제 동네 견주들 사이에서 ‘콩바치’로 불리는 의형제가 되었다. 달봉이 삼촌과 바치의 반려인인 나는 안부를 물으며 연락할만큼 편해졌다. 콩이 이모와는 늦은 밤 술잔을 기울일 만큼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참, 동물은 소유가 아니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존재라는 가치도 배웠다. 그러다 보니 동물을 사고파는 행위가 얼마나 잔인하고 잘못된 문화인지 저절로 알게 되었다. 간디는 말했다. 그 나라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방법에서 알 수 있다고. 새해는 ‘나’부터 동물생명 인식을 바꾸고 우리나라 위대함을 높이는데 앞장서고 싶다. 페이지를 응시할 그대, #말은 바로 하자#분양 말고#입양 온라인 캠페인 동참을 기대한다.? CREDIT글 이미나 사진 이미란 에디터 이은혜??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2-05 14:14:32
-
- 힘내요 고양이
- THINK SO힘내요 고양이 | 삶이 힘들다고 즐거움까지 외면할 필요는 없습니다. | 오히려 삶이 고된 만큼 단 하나의 즐거움이라도 찾아 놓아야 합니다. | 그 즐거움조차 사치라 생각하여 멀리하게 되면 내 삶에는 괴로움만 남게 될 테니까요 | 당신의 지난 한 해가 어땠는지 나는 모릅니다. 하지만 올해는 그 삶이 즐거움으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 하다 못해 잠시라도 숨 돌릴 즐거움이 있길 바랍니다. 앞만 바라보며 달리는 한 해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 쥐돌이 하나에도 붕붕 날아다니는 고양이처럼, 올 한 해 행복하세요. | 지난 한 해 동안 사람들도 길고양이들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CREDIT사진 종이우산?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1-29 10:04:35
-
- 여전히 우리 집 밥그릇은 다섯 개
- 잠시만 안녕여전히 우리 집 밥그릇은 다섯 개2009년 5월 11일 널 만나던 날 순돌이를 만났다. 겁에 질려 구석에서 긴장하고 있던 성묘 순돌이를 보자마자 왜인지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은 나이에 상관없이 들어온 순서대로 첫째부터 막내까지 형제관계가 정해졌다. 오남매 중 셋째였던 순돌이는 첫째, 둘째의 텃세를 잘 이겨내고 뒤이어 들어온 동생들을 알뜰살뜰 보살피는 착한 아이였다. 순돌이와 살았던 8년 동안, 작은 사건들이 있었다. 열린 문틈으로 나가서 3일 만에 집에 찾아온 일,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길냥이들 때문에 첫째랑 싸운 일…… 하루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나를 전전긍긍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순돌이는 호기심이 많고, 사교적인 아이였다. 그 성격 덕분에 순돌이를 따르는 길고양이 동생들이 있었다. 가끔 집으로 동생들이 찾아오면 순돌이는 버선발로 달려 나가 한동안 담소를 나누었다. 그 광경이 웃겨서 몰래 그들을 엿보기도 했다. 내 착한 셋째야, 우리는 잠깐 떨어져 있는 거야 우리 집 첫째가 노령묘로 접어들 때 우연히 <펫로스>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늘 보는 아이들과 이별을 한다는 게 체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책을 읽고 이별에 대한 준비는 늘 하고 있는 게 좋을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오늘은 우리 애들과 마지막 하루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부정적이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고 언젠가 오남매와 헤어질 때 멋지게 인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이별의 첫 순서가 순돌이가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마음의 준비를 항상 해왔던 나였지만 막상 순돌이의 심각한 몸 상태를 알았을 때, 소리 내어 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울고 나서 나는 다른 아이들의 미용을 해줘야 했다. 그때 처음으로 반려동물 미용을 업으로 삼는 내 직업을 후회했다. 복수와 흉수가 차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순돌이는 잘 버텨주었다. 언젠가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는 중에 순돌이가 대변을 본 일이 있었다. 평소 깔끔하던 아이였던 터라 나보다 자기가 더 당황했을 것 같단 생각에 나는 조용히 순돌이를 토닥거려 주었다. 그때 옆에 있던 첫째는 평소와는 달리 얌전히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퇴근길에 병원에 들렀던 날이었다. 침대 위에 엎드려있던 순돌이는 동공이 풀려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나는“집에 가자, 내 새끼” 하면서 순돌이를 안았다. 버텨줘서 고맙다고 엉덩이를 토닥토닥했다. 아직도 그 모습이 생생하다. 버스에서 순돌이는 숨을 쉬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집을 떠나 있는 동안 가족들이 보고싶었는지 집에 오자마자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세상을 떠났다. 여전히 우리 집 밥그릇은 다섯 개 순돌이를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와 상자에 순돌이의 물품을 넣는데 또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첫째는 방 한 편에 있는 선반대에 앉아 그런 나를 지켜보았다.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는 줄 알았던 녀석이 야옹거리면서 살며시 내 품에 안겼다. 한동안 나와 첫째는 서로를 위로했다. 한편 우리 집 막내는 순돌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이 컸는지 책장위에서 몇 시간째 소리 내어 울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다시는 애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순돌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한 달이 지났다. 나는 남은 네 아이들과 함께 마음을 추스르면서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한다. 화장한 순돌이는 메모리얼 스톤으로 보관 중이다. 스톤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살아생전 아이들을 끌어 모았던 순돌이를 생각나게 한다. 그래서 스톤을 보면 녹차를 마신 것처럼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여전히 우리 집은 밥그릇이 다섯 개다. 그리고 나는 다섯 그릇에 밥을 똑같이 나누어준다. 아직은 밥그릇 하나를 치울 수가 없다. 어디선가 슬금슬금 다섯 고양이가 다가온다. 우리 오남매가 다가온다. 정확히는 네 녀석과 하늘 위의 한 녀석이지만. 순돌아~ 우리 오남매! 또 엄마새끼 하자! 꼭 다시 만나자. 사랑해~ CREDIT 글 사진 이장미그림 이현진에디터 박고운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1-23 15:16:37
-
- 오늘보다 내일, 내일은 고양이
- SHELTER 오늘보다 내일, 내일은 고양이 강원도 인제, 인천, 서울이라는 세 개의 지역에서 4명의 사람이 한 장소에 모인다. 오로지 30마리의 고양이를 위해서.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쉼터, ‘내일은 고양이’의 이야기다. 내일도 기다릴 것임을 안다는 것 10년을 넘게 길 위의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수도자가 있다. 시작은 수녀원 안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던 한 고양이였다. 원래 동물을 좋아했던 사라 수녀는 지나치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먹을거리를 나눠주었다. 다음날, 같은 고양이가 같은 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 기다림은 다음날, 그 다음날로 이어졌다. 그저 스쳐가는 야생동물인 줄 알았던 길고양이가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가지 않아도 어제 본 그 고양이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가지 않으면 밥을 먹지 못할 것임을 안다는 건 어떤 기분이며 얼마만큼의 무게일까?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무섭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가슴 설레는 책임감”이라 표현했다. 그렇게 시작해 10년 가까이 인천의 동구와 중구 지역의 길고양이를 돌보았다. 지금은 4명의 캣맘이 나눠서 돌본다는 그 지역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고, TNR 역시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리 힘들지 않았다던 그녀에게도 풀지못했던 숙제가 하나 있었다. 아픈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치료는 어떻게든 해준다지만, 그 후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다. 병원 호텔링이나 탁묘로 잠시간 돌보았다 방사해도,얼마 후면 더 심각한 상태로 나타나곤 했다. 더 이상 길에서만 살 순 없으니 캣맘 생활이 길어지면, 결국 어딘가에 쉼터가 생긴다. 아는 사람끼리 힘을 모으든 자신의 공간에 야금야금 만들어가든, 어떻게든 쉼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알면 보이고, 보면 느끼게 된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이 고양이가 너무 많이 아프고, 이제 길 위에서 더는 살 수 없겠다는 것을. 오늘의 쉼터가 있게 했던 세 고양이 역시 그런 상태였다. 한여름에 부러진 다리를 덜렁거리고 나타났던 대장이가 그랬고, 몸을 숨길 풀 한 자락, 나무 한 그루, 건물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서 새끼 넷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던 일점이가 그랬으며, 폐렴과 천식으로 앉아서는 숨조차 쉴 수 없었던 보들이가 그랬다. 당시 돕고 있던 사람들과 사라 수녀 역시 치료와 방사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고 싶었다. 어려운 질문이었지만 답은 나와있었다. 2016년 6월 20일 인천의 한 상가에 10평 남짓 한작은 쉼터가 태어났다. 기다리기라도 한 듯 구조와 도움이 필요한 곳이 도처에서 나타났다. 아픈 고양이는 어쩌면 그리도 많고 끊이지도 않는지, 이 작은 쉼터와 손을 잡은 고양이만 해도 2016년에 42마리, 2017년에 38마리나 됐다. 그들은 이곳에서 때로는 새 삶을 얻었지만, 가끔은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과 관심 속에서 하늘로 돌아가기도 했다. 고양이의 삶을 찾아주고 싶어서 2017년이 허리를 넘었을 때쯤, 쉼터는 정든 인천을 떠나 서울로 이사했다. 쉼터의 엄마였던 사라 수녀의 소임지가 강원도 인제로 이동된 탓도 있었고, 서울에 집을 빌려주겠다는 독지가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봉사자와 입양자를 찾기 위해서는 서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만큼 입양은 쉼터나 사라 수녀에게 중요한 숙제다. 수도자의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는 밤 10시가 되면 그녀는 쉼터의 엄마로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고양이들 상태와 치료 상황정리를 비롯한 여러 일을 처리한다. 그중에서 가장 신경 쓰는것은 구조 사연을 기록해 카페와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다. 사연을 보고 손을 내밀어줄 입양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라 수녀는 때때로 쉼터 고양이 입양은 두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덧붙인다. 입양 가는 고양이 하나와 이 친구가 감으로써 구조할 수 있게 될 새로운 고양이 하나의 생명이 바로 그것이다. 그럼에도 쉼터는 최근 추가 구조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현재 쉼터가, 아니 더 정확히는 쉼터에 머무는 고양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밀도가 한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쉼터에는 에이즈를 앓는 고양이, 구내염 고양이, 칼리시가 있는 고양이, 소심해서 다른 고양이와 어울리는 데 스트레스를 받는 고양이 등 섬세한 관리가 필요한 친구들이 많이 있다. 쉼터에서의 삶이 척박한 길 생활에서 벗어난 것 이상이기를 쉼터 사람들은 바란다. 문 여는 소리에 우르르 서울과 인천에서 오는 세 명의 봉사자 중 하나가 아침 10시 30분에 쉼터에 사람의 온기를 더하는 것으로 쉼터의 하루는 시작된다. 중간에 다른 봉사자가 교대를 해주지만, 일정은 조밀하고 빡빡하다. 약속했던 쉬는 날도 챙기지 못할 때가 많다. 상근자를 둘 여유가 없다 보니 아픈 고양이가 있을 때면 봉사자 중 하나가 아예 쉼터에서 잠을 자며 돌본다. 사라 수녀는 이제 보름에 한 번 정도 쉼터를 찾을 수 있다. 그것도 그 한 번 혹은 두 번을 위해 휴일을 전부 길에 쏟아야지만 가능하다.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오가는 시간이 더 들지만, 그래도 다른 생각이 들거나 힘들지는 않다고 했다. 그녀에게 주어진 개인 시간을 거의 전부 쉼터에 쏟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생명의 무게는 동일하고 귀천이 따로 있지 않으며 이 세상은 인간만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에게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신념이나, 수도복, 고양이를 향한 애틋한 사랑이 아니었다. 가장 가슴을 쳤던 것은 “고양이들의 내일이 오늘보다는 더 낫도록 하자”는 말과 자세였다. 기도나 바람이 아니라 행동을 함께 하자는 그 말에서 작은 체구와 인자한 표정 안의 단단한 결심과 강단을 보았다. 그 의지를 담은 것이 ‘내일은 고양이’라는 쉼터 이름이다. 쉼터 사람들이 모두의 각오와 다짐을 담아 지었다고 한다. 고양이의 내일을 위하여 현재 쉼터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입양이다. 아무리 건강하고 환경이 좋아도 30마리 중 하나로 지내는 것이 고양이들에게 힘들지 않을 리 없다. 사람이 오면 고양이들은 여기저기서 나와 무릎에 올라서고 다리와 발에 머리를 비빈다. 마치 “엄마예요?”하고 묻는 듯도 하고, “좋아해요. 좋아해요.”하고 끝없이 고백하는 듯도 하다. 쉼터가 노출되는 걸 무척 걱정하면서도 인터뷰에 응했던 것은 이들 때문이었다고 했다. 혹시라도 이 기사를 보고 누군가 손 내밀어주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기대 때문에 고민하다가 결정했다고 보통의 우리에게 구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섣부른 걱정과 불안이 우리의 발뒤꿈치를 잡곤 한다. 그렇게 큰 걸음을 뗄 수 없다면, 여기 따뜻한 집에서 건강한 몸으로 기다리고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보면 어떨까? 이들에게 집 한 편을 내어주고 잡은 손을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아끼는 이 생명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행동은 아닐까? 많은 쉼터에서 여전히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내일은 고양이 쉼터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내일은 고양이’의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다면http://cafe.naver.com/tomorrowcat CREDIT글 김바다 ?(작가)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1-23 10:48:28
-
- 해 뜰 날이 온단다, 아름품 터줏대감 …
- 묘생 2막해 뜰 날이 온단다아름품 터줏대감 구름이 구름이 드리우다 구름이가 카라의 아름품 보호소로 들어온 건 2015년 말이다. 카라가 치료를 지원하는 고양시의 ‘달봉이네 보호소’란 곳에서 건너왔다. 그곳은 원래 강아지 보호소인데 길고양이들이 눌러앉으며 고양이도 품기 시작했다. 구름이는 160마리의 강아지들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보호소란 이름은 붙었지만 어엿한 시설이라 하기에 너무 열악한 곳이었다. 동물들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옹기종이 붙어 더위와 추위를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질병이 생기면 더욱 쉽게 번졌다. 카라의 도움 없이는 동물들의 치료가 불가했다. 구름이도 고양이 간 접촉으로 옮는 허피스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려 있었다. 이 병은 상부 호흡기 질환으로 콧물과 재채기, 식욕 부진, 고열을 동반해 사람 질병 중 감기와 유사하게 보이나, 심각한 안구 질환까지 유발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결막염을 시작으로 각막염, 안구 건조증, 포도막염 등 광범위한 질병으로 이어지는데 이 병이 마수와 같은 건 나이 어린 고양이들에게 쉽게 도래하기 때문이다. 구름이는 허피스 증세가 심해 눈이 붙어버린 상태에서 카라의 손길을 만났다. 치료는 성공적이었으나 각막이 하얗게 올라오는 후유증이 남았다. 눈에 구름이 낀 것처럼. 별빛이 반짝이다 자, 이제 구름이를 만나보자. 방묘문을 열고 들어간 구름이의 방에는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이 더 있었다. 버선발로 뛰쳐나와 외부인에게 몸을 부비는 녀석들을 떼어내고 구름이를 찾았지만 바로 눈에 띄지 않았다. 몸을 낮춰 찾아보니 구석의 고양이 집 안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었다. 간혹 취재 중 사람을 극도로 피하는 고양이들을 만난다. 학대의 기억이 있거나 야생성이 남아있거나, 둘 중 하나다. 구름이도 그런 걸까? 딸랑딸랑, 활동가가 장난감을 흔들어 관심을 끌자 다행히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고개를 내밀어 준다. 고맙게도 구름이에게 인간을 향해 친 벽은 없었다. 다만 낯선 존재에겐 선을 하나 긋고 천천히 친해지길 바라는 성격일 뿐이다. 거리를 두고 구름이에게 눈인사를 건넸는데 이상한 게 보였다. 눈을 덮었던 뿌연 구름은 사라졌지만, 대신 반짝거리는 별빛이 들어 있었다. 그 빛은 1초에 두 번씩 깜빡, 깜빡거렸다. 구름이를 소개해 준 박아름 활동가에게 묻자 ‘안구진탕’이란 병명이 돌아왔다. 무의식적으로 눈이 리듬감 있게 진동하는 증상이다. 안구가 원하는 주시점을 찾지 못해 이를 회복하려 빠르게 동작하는 것인데 그럴 때마다 반사각이 변해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안구진탕은 꼭 병적인 문제를 동반하진 않는다. 활동가도 구름이가 겉보기만 특이할 뿐 정상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구름이의 입양을 희망했던 사람들에게 수없이 해준 말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구름이는 보호소에 남아 있다. 해야, 떠라 구름이가 아름품 보호소에 온 지 2년이 됐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 머물고 있는 고양이다. 그동안 많은 고양이들이 구름이의 룸메이트가 되었다가 따스한 가정의 품으로 떠났다. 구름이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임시 보호를 세 번 떠났지만, 다시 보호소로 돌아왔다. 그중 한 번은 박아름 활동가가 좁은 곳에 오래 남아 있는 게 안쓰러워 품었다. 활동가의 집에서 구름이는 다른 고양이라 생각될 만큼 활발했다고 한다. 장난감으로 논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밤새도록 장난감과 씨름하고, 골골 소리도 적극적으로 내며, 밤이면 몸에 기대 밀착해서 자는 애정 넘치는 아이였다. 활동가의 집에 있던 다른 고양이와도 시간이 조금 지나자 한 배에서 태어난 형제처럼 사이좋게 지냈다고. 그도 그럴 것이 고양이들의 유출입이 잦은 보호소에선 친구가 될 때쯤 모두 떠나가 버린다. 구름이가 예민하고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구름이와 보호소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명백한 오해다. 카라의 많은 이들이 구름이의 입양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 이유를 묻자 “보호소에서 입양 서열에 밀려 삶을 다하는 고양이의 대표이기 때문”이란다. 구름이는 입양의 아주 작은 악조건들이 겹쳤다. 일단 눈이 이상하다. 정상적으로 기능하지만 겉보기엔 그렇다. 그리고 선호도가 낮은 카오스 고양이다. 흔히 말하는 개냥이, 무릎냥이도 아니다. 끝으로 나이를 좀 먹었다. 이제 겨우 두 살이지만 수요가 많은 아기 고양이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입소 수속을 밟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입양의 ‘황금 조건’에서 비껴 간 구름이들이 부지기수다. 지금이 밤이라면 하늘을 한 번 보자. 분명 달에 시선이 갈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하늘의 대부분을 채우는 건 잘 보이지 않는 구름들이다. 지극히 평범한 보호소 고양이 구름이, 그리고 수많은 구름이들에게 해 뜰 날을 고대하며 입양 공고를 띄운다. * 구름이의 입양에 관심이 있다면 www.ekara.org/parttake/adopt CREDIT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1-22 12:50:02
-
- 알아두면 쓸데 있는 고양이 털공 만들기…
- CATFORMATION알아두면 쓸데 있는고양이 털공 만들기 고양이들은 강아지만큼 공을 가지고 놀기를 즐긴다. 시중엔 양모로 만든 고양이 장난감 공을 많이 파는데, 어림잡아 개당 2천 원 꼴로, 저렴한 편은 아니다. 슬프지만 현재 최저시급으로 고작 3개를 살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은 집에서 손쉽게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털공을 무료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01 준비물: 고양이, 빗, 집중력 02 먼저 이 정도 털이 빠지는데 아직도 몸에 붙어있는 털이 남아있는 게 신기한 고양이를 준비하고, 녀석이 비교적 거부감이 없는 빗으로 스윽 스윽 빗어준다. 03 얼마나 빗냐고? 이만큼이 모일 때까지. 04 그리고 또 빗는다. 얼만큼? 아까 그만큼. 05 그렇게 나는 총 다섯 번을 빗어줬다. 어처구니없게도 다섯 번을 빗었는데 동일한 양의 털이 계속 나온다. 06 아무튼 이제 뭉쳐야 하는데, 눈사람을 만들 때처럼 씨앗을 만들고 살을 붙여간다고 생각하면 쉽다. 작은 뭉치를 떼어내고 여기에 캣닢을 조금 섞자. 07 이를 힘을 줘서 비빈다. 계속 비빈다. 08 그럼 이렇게 작은 털공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처음과 똑같이 털을 조금씩 뭉치며 럭비공처럼 한쪽으로 길게 쏠리지 않게 신경 써서 비벼주자. 09 아까 마리로부터 얻은 5개의 털 뭉치 중 두 개를 합치자 이 정도 크기의 털공이 생겼다. 무념무상으로 만들다 보면 조금 성기게 뭉쳐졌거나 잘못 비볐을 경우 이렇게 썩은 포도 껍질처럼 겉면이 흐물거리고 기존 공과 잘 합쳐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10 그럴 땐 물을 아주 살짝만 묻히면 해결된다. 실제로 펠트 공예에도 사용되는 방식으로, 물 펠트라고도 불린다. 다만 우리 건 양모가 아니라 고양이 털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11 네 덩이를 합치자 이 정도 크기가 됐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꽤 큰 털공이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으므로 조금 더 거대하고 아름답게 만들어보자. 12 마리님이 기다리시므로 서둘러서 나머지를 뭉쳐보겠다. 13 다 뭉쳤을 때의 모습이다. 적당히 크고, 단단하고, 탄성도 있다. 이제 이걸 마리에게 상납하여 노력의 결실을 검증할 때다. 14 다행히 마리 님께서 마음에 들어하셨다. 마리의 경우 사온 공보다 이렇게 만든 털공을 더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냄새가 친숙하기 때문인 것 같다. 15 당연한 말이지만 단묘보다는 장묘가 더 만들기 쉽고, 직모보다 조금 곱슬인 고양이들의 털이 좋다. 16 만약 당신이 키우는 고양이가 단묘라면... 화이팅! CREDIT글 사진 김태헌 ?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1-22 12:31:42
-
- 바야흐로 털갈이의 계절 클리닝 마스터를…
- CATSCO바야흐로 털갈이의 계절클리닝 마스터를 만나다Ⅱ? 여름철 적이 모기라면 겨울의 적은 고양이 털이다. 창문 열기 두려운 혹한의 계절엔 무한대로 뿜어져 나오는 고양이털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지난 호에 이어 CATSCO 클리닝 마스터와 함께 털 완전 박멸에의 꿈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 보자. # 지난 이야기 3줄 요약1. 세탁 시엔 발상을 전환해라.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기 전 10분 정도 건조기에 넣고 돌리면 박혔던 털이 알아서 빠져나온다. 2. 롤 클리너 하나로는 옷에 붙는 털 떼를 제압할 수 없다. 롤 클리너, 고무장갑, 퍼좁의 삼각편대라면 든든할 것이다. 3. 훈풍이 뿜어져 나오는 진공청소기는 바닥의 털을 부양하게 해 청소가 잘 됐다는 착시를 일으키며, 걸레질은 털을 바닥에 부착시켜 아예 제거 불능으로 만든다. 정전기 부직포로 털을 크게 훔친 후, 청소기와 물걸레로 마무리하자.? 인터미션 : 오, 나의 사랑스러운 사치품클리닝 마스터는 청소의 기본기를 열성적으로 강연한 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기력이 쇠한 모양이다. 조금 전에 퍼좁을 실어 가져다준 로봇 청소기가 마스터의 주변을 빙빙 돌았다. 지능이 상당한, 굳이 말하자면 반려 로봇으로 보였다. 로봇은 스트레스가 차오른 주인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은 것 같았다. 갑자기 ‘강력’ 표시등에 불이 들어오더니 굉음을 내며 사무실을 재빠르게 돌아다녔다. 먼지가 내려앉는 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마스터가 나를 응대하는 사이 차차 쌓였던, 눈으론 보이지 않던 먼지 층이 로봇 청소기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최대치의 흡입력을 가동한 로봇은 사무실의 구석구석을 누비다 곧 문 앞에서 전원이 꺼졌다. 하얗게 타버린 것이다. 사무실이 쾌적해지자 마스터는 놀랍게도 정신을 찾았다. 얼굴은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해사했다. 마스터는 문 앞에 로봇을 들어 충전기를 물려줬다. “기특하죠? 웬만한 사람보다 나아요.” 그러더니 꼬옥 껴안는다. 대체 둘은 무슨 관계인가. “미안하지만 당신같은 사람은 로보를 들일 자격이 없어요. 충성스럽지만 연약한 우리 로보는 아주 미세한 먼지만을 처리할 수 있거든요. 털 뭉치가 굴러다니는 당신 집에서 혹사당할 로보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울컥하는군요.” 난 그런 징그러운 로봇엔 관심 없다고. 여유가 된다면 로봇 청소기를 구매하되 청소를 일임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이해해야겠다. 이후 마스터와 대화를 이어갔지만 나는 그의 화만 더 돋울 뿐이었다. 마스터는 한숨과 탄식, 분노와 절규를 이어가다 고개를 크게 가로젓더니 외투를 입었다. “자, 집으로 안내하세요.” 그의 등엔 허름한 배낭 하나가 메어 있었다.? # 필살기 : 청소의 어나더 레벨로 떠나 보자좁은 자취방의 문을 열자 모모가 반갑게 달려 나왔다. 방묘문에 매달려 야옹, 야옹거리는 모모를 떼어 내고 마스터를 방 안으로 들였다. 어느새 마스터는 화재 현장에 돌입한 소방관처럼 대형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몸은 방사능 피폭도 막아낼 듯한 작업복으로 무장했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마스터는 집안을 천천히 둘러보더니 슬며시 배낭의 지퍼를 열었다. 거기엔 생소한 청소 도구가 가득했다. 그가 먼저 꺼내 든 건 묵직한 포대였다. 포장을 뜯더니 가루를 설설 뿌려댔다. 한 줌, 두 줌, 천천히 마루와 러그와 카펫 위로 가루를 살포하던 마스터는 점점 흥분하며 양손을 포대에 넣어 가루 폭탄을 사방에 투하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악귀를 때려잡는 퇴마사의 박력이었다. 마스터는 흰 자가 뒤집힌 채 불결함을 향한 끝모를 증오를 발산했고, 집은 삽시간에 최루탄이 터진 데모 현장처럼 자욱해졌다. 모모는 신이 났는지 눈밭을 뒹구는 시골 개 같이 가루 사이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포대가 거덜 나고 시간이 좀 흐르자 공기를 떠돌던 분노 어린 가루들은 바닥에 내려앉았다. 마스터는 배낭 안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알 수 없는, 거대한 무선 청소기를 꺼내 들었다. 산소마스크 속으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잇츠 파티 타임. 엄청난 파워의 청소기가 굉음을 내며 바닥에 붙은 가루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로보가 그냥 커피라면 이 청소기는 TOP였다. 본체와 연결된 호스가 갈증난 코끼리의 코처럼 꿀렁거리며 가루를 마셔댔고, 가루는 놀랍게도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던 털들을 끄집어내 청소기의 코 속으로 돌진했다. 뭉게뭉게 가루 연기 사이로 포대에 적힌 글씨가 보였다. 가루의 정체는 베이킹 소다였다.? 잠시 후 모든 가루가 사라지자 공기가 휴양림에 온 것처럼 상쾌해졌고 정신이 찬물로 세수를 한 듯 개운해졌으며 믿거나 말거나 지병인 비염이 해결됐다. 청결은 하사불성 만사형통.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가 아닌 일상에 은밀히 침투한 불결이구나. 득도에 이르며 감격에 빠진 나의 뒷목을 후려친 건 마스터의 먼지떨이(회초리 대용, 1편 참고)였다. 다시 산소마스크 사이로 발음이 불명확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란다. 마스터는 배낭을 뒤지더니 양 손에 검을 든 무사로 변했다. 하나는 유리창을 청소하는 대형 와이퍼였다. 저걸 스퀴지라고 하던가. 그리고 다른 한쪽은, 칫솔이다. 스퀴지는 다시 카펫과 러그,그리고 침대의 이불을 향했다. 유리창의 물기를 제거하듯 스퀴지를 꾹 눌러 당기니 더 깊숙하게 박힌 바이러스 같은 털들이 자취를 드러냈다. 채 복귀하지 못한 베이킹 소다마저 단번에 정리됐다. 칫솔은 물티슈를 말아 청소기와 스퀴지가 놓친 사각지대를 공략했다. 정말이지 고양이의 털은 민들레 풀씨처럼 공기가 통하는 모든 곳에 자리했다. 칫솔은 키보드 사이, 창문틀, 경칩, 옷소매를 훔치며 암행하던 털을 말살했고, 비로소 아득해 보였던 털완전 박멸에의 꿈이 잠시나마 실현될 수 있었다. 누가 그랬던가, 모든 승부는 디테일에서 갈린다고.? # 예방 : 뿌리를 강력하게그제야 마스터는 작업복을 벗고 산소마스크를 뗐다. 그의 시선은 이제 모모를 향했다. 이 모든 난장의 원흉이자 지금 이 순간도 책임지지 못한 털을 양산하며 인류 세계에 흘리고 있는 무법자. 마스터는 모모의 가슴팍을 잡고 살포시 들어 창문으로 가져갔다. 방충망만을 남겨두고 삼중창이 활짝 열렸다. 한기가 엄습했지만 동시에 따뜻한 오후의 햇볕도 내리쬈다. 마스터는 모모를 창문턱에 앉히고 가장 안쪽 문을 닫았다. 어리둥절한 모모의 실루엣이 보였다. 모모는 유리창을 긁어대며 당황해 하다 햇살의 아늑함을 느꼈는지 다리를 몸 안에 집어넣고 식빵 자세를 취했다. 남의 고양이에게 웬 학대냐고 따지기도 전에, 그의 의중이 읽혔다. 모모에겐 바깥 공기와 일광욕이 필요했다. 답답한 마음에 실내에서 날뛰다가 잘 박혀 있던 털마저 빠져나가 버리고, 건조한 실내 환경이 털을 푸석푸석하게 만들어 계절성 탈모를 유발한 것이다. 모모가 바깥바람을 쐬고 있는 동안 마스터는 배낭을 정리했다. 괴팍하고 거칠었던 출장 청소가 거의 끝난 모양이다. 그의 어깨너머로 질문이 들려왔다. “인간이 가장 많이 빗질해 주는 동물,무언 줄 아십니까?” 답이 고양이라면 너무 빤한데. 강아지일까? “말입니다. 말의 피부는 예민하며 그 털은 수려하기에 말 빗질엔 정교하고 세심한 기술이 도입됩니다.” 이 자는 도무지 대답할 틈을 주지 않는다. “당신이 올 해 CATSCO의 첫 번… 아니 백 번째손님이기 때문에, 특별히 드리고 가겠습니다.” 마스터는 말을 미용하는 특제 브러시를 바닥에 내려놨다. 말의 촘촘하고 부드러운 털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품질 좋은 브러시 하나면 고양이 몸에 박혀 있던 죽은 털, 상한 털, 빠지다 만 털이 일거에 해결된단다. 처음 보는 브러시를 이리저리 살피다 현관을 문득 보니, 마스터는 사라져 있었다. # 에필로그마스터가 떠나고 몇 주가 흘렀다. 그의 유난스런 결벽증과 전장을 방불케 한 청소는 아주 오래 전 꿈처럼 희미해졌다. 그가 분노하며 박멸하고 간 털과 먼지도 어느덧 다시 켜켜이 쌓이기 시작했다. 마스터는 그날 이후로 만날 수 없었지만, 그의 가르침은 영존한다. 나는 인내하며 크고 작고 굵고 얇은 털들을 지혜로이 제거하고 있다. 그리고 털을 뿜는 무법자를 돌보는 일을 무엇보다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 일단 모모에겐 전용 침대가 생겼다. 침대를 좋아하게 만드는 데 애를 좀 먹었지만 이제 모모는 틈날 때마다 내 침대로 올라오지 않는다. 인간이 그렇든 고양이도 바닥보다 고도가 높고 푹신한 장소에서 취침하길 선호한다. 이제 잠자리만큼은 쾌적함이 보장되고 있다. 아울러 오메가3, 코코넛 오일, 올리브 오일 등 모발과 피부 건강을 돕는 영양제도 종종 급여하는 중이다. 털이 빠지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놓는 일이 제일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좋은 잠자리와 영양분으로 좀 더 건강해진 모모는 이젠 털을 좀 더 꽉 잡아둔다. 변화는 더 있다. 패브릭 소파를 과감히 팔고 가죽 소파로 교체했다. 가죽엔 털이 박힐 일도 없거니와 소파 위에 천을 하나 깔고 생활하면 틈새에 들어갈 일도 없고 청소도 용이하다. 겨울옷도 정전기가 덜 나고 털이 엉겨 붙지 않는 패딩 위주로 장만했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털 때문에 그렇게까지 해야겠냐고. 그러나 미세 먼지와 황사를 걱정하면서 더 큰 입자의 털을 저항 없이 마시는 건 건강에 대한 모욕이다. 그리고 털로 인한 알레르기와 비염의 고통은 환자가 아니라면 짐작할 수 없는 스트레스다. 이제 유난 떠는 집사들에게 털 날림쯤은 사랑으로 극복하라 말하기 전에 퍼좁이나 돌돌이 하나씩 선물해 주자. 말끝마다 코를 마시며 괴로워하는 친구를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CATSCO를 소개해 주고 싶다고? 그건 추천하지 않는다.? CREDIT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8-01-16 10: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