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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23 10: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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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17 18: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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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17 10: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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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16 10: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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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13 15: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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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2017-10-11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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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특별한 동창회
- 견생 2막아주 특별한 동창회 인연은 매개를 필요로 한다. 형제는 부모를, 친구는 학교나 회사 같은 모임을 통해 맺어진다. 얼마 전 이태원 모처에 모인 사람들은 조금 독특한 인연으로 이어져 있다. 힌트는 그들이 데리고 온 강아지들이다. 이태원의 동물 보호 단체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유행사)은 2011년 8월 활동을 시작해 매주 토요일마다 한 주도 쉬지 않고 입양 행사를 열어 왔다. 법적 공고일이 지난 유기동물들을 구조, 치료, 보호한 후 입양 보내는 유행사는 순수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단체로 큰 후원 단체의 도움 없이 시민들과 온라인 후원금, 매달 개최되는 바자회 수익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게 6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유행사가 6주년을 기념하여 입양 간 강아지들과 입양자들을 한 자리에 초청해 작은 동창회를 열었다. 자체 쉼터가 없고 여러 위탁처를 통해 구조한 아이들을 보호하는 커뮤니티형 단체지만 뜻을 같이 하는 업체들과 봉사자, 후원자들이 힘을 더해왔다. 이번에도 행사 소식이 들리자 팔을 걷고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그동안 유행사를 거쳐 간 아이들은 그 수만큼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행복한 시간 속에 희미해졌지만, 강아지들 저마다 간직한 오랜 이야기들을 되짚어보는 건 동창회가 마침표가 아닌 쉼표이며, 동물 유기와 입양을 위한 노력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호더의 품에서 구조된 형제 용산구청에서 유행사에 구조 요청이 왔다. 구내 ‘애니멀 호더’(동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수집하는 행위에 가까운 사람들)가 있다는 제보. 정작 본인은 사랑으로 감싸는 거라 말하겠으나 적확한 관리가 불가능한 상태로 다수의 동물을 키우는 건 동물 선진국에선 철저히 금지하는 학대 행위다. 가시적인 폭력이 없고 동물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들이 받는 고통은 엄연하기 때문이다. 구청의 안내로 찾아간 곳은 수십 마리 강아지의 짖는 소리 등으로 여러 차례 민원이 제기된 곳이었다. 이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토리, 마리 형제가 구조됐다. 유행사로 건너온 토리와 마리 형제는 각자 다른 곳으로 입양가게 됐지만, 사랑 많은 반려인들의 배려 속에 모두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 이번 유행사의 동창회엔 토리와 마리가 반려인 가족과 함께 참석했다. 가족들은 서로는 물론 반려견의 형제도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 그 전까진 완연한 타인이었지만 이들은 명절 때 만난 친척처럼 즐거이 이야기꽃을 피웠고, 토리와 마리도 오랜만에 만난 서로의 냄새를 맡으며 각별한 정을 나눴다. 보호소 밖에서도 웃게 된 베니 주말이 되면 보호소 입구로 반가운 얼굴들이 들어선다. 외롭고 힘든 한 주간의 보호소 생활 끝에 만나는 봉사자들이다. 베니는 혀를 내밀고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흔들어대며 봉사자들 품에 안겼다. 사람에게 버려졌지만 사람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바보같은 아이들이 그득한 보호소에서도 베니는 가장 사람을 반기고 하루 종일 졸졸 쫓아다니는 순진한 강아지였다. 어쩌면 주인의 친구들이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문 앞에 베니를 두고, 주인은 기약 없는 외출을 떠났기 때문이다. 베니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수년을 버텼다. 나아가 외부인들을 마중 나가며 보호소 안내견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행사 측에서 베니를 구조해 입양을 적극 주선했고, 지금 베니는 모든 구성원이 베니만을 바라보는 가족의 품에 안겨 하루에 두 번씩 산책하며 풍요로운 시간을 누리고 있다. 베니의 가족은 그 전까지 한 번도 반려견을 키워본 적 없는 사람들이라고. 입양, 파양, 입양, 파양 찰스는 2014년 한국에 거주하는 어느 외국인의 반려견이 되었다. 외국인이니까 강아지를 더 친구처럼, 가족처럼 대해주리라 여겼다. 그러나 국적만 외국일 뿐 그 또한 한국 땅에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입장인 건 똑같았다. 찰스를 입양한 후 다른 회사로 이직한 반려인은 잦은 야근으로 정시 귀가가 연일 불가했고, 반려인이 없는 사이 외로움과 배고픔에 시달리던 찰스는 계속 짖어댔다. 인내심을 잃은 이웃들의 민원 세례는 대응하기 버거웠다. 그렇게 찰스는 입양 2년 만에 파양되어 입양 단체로 돌아왔다. 끝내 찰스의 손을 놓았지만 이 반려인에게 누가 쉽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찰스를 가심 깊이 사랑했던 반려인은 파양 4개월 후 다시 유행사를 찾았다. 대안을 마련해 찰스와 다시 함께 살 수 있다고 설득했다. 한 번 강아지를 파양한 반려인에게 다시 같은 아이를 입양 보내는 건 유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반려인은 절실했고, 찰스도 반려인을 그리워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결국 재입양이 이뤄졌다. 그리고 5개월 후 찰스는 또 돌아왔다. 갑작스런 피부 알레르기 때문이었다. 왜 그가 찰스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지 않고 입양 단체로 왔는지는 알 수 없다. 다행히 단체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찰스의 험난한 입양기를 봐오다 지금은 찰스의 영원한 반려인이 된 봉사자는 그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는다. 샐리의 눈에 기록된 것 주인이 누구냐 물었을 때 답을 못할 강아지들이 많다. 분명히 누군가가 밥을 주고 잠을 재우며 터전을 마련해 주고 있는데도 말이다. 관악산에서 구조된 샐리도 그럴 것이다. 샐리를 데리고 있던 이들은 인근 공사장 인부들이었다. 그들은 샐리와 엄마에게 최소한의 숙식을 제공했다. 대개 강아지들은 이 정도만 해줘도 쉽게 마음을 준다. 꼬리를 흔들며 따라다녔을 샐리와 엄마. 아무리 모진 자라 해도 가끔씩은 이들과 애정 어린 스킨십을 나누거나 가벼운 산책 정도는 나섰으리라. 그러나 한국의 어떤 사람들은 교감의 유무와는 별개로, 동물이 인간을 위해 기능해야 할 일이 흔들리지 않고 존재한다고 믿는다. 강아지들과 이따금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인부들은 샐리의 엄마를 나무에 목매달아 매질을 했다. 잡아먹기 위해서였다. 샐리는 이 모든 과정을 나무 아래서 지켜봤다. 주인처럼 따르던 사람들이 어미를 괴롭히다 끝내 입으로 집어넣는 순간들을. 샐리는 구조인들의 손을 강경히 거부했다. 사람의 그 손이 자행한 일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입양 전 2년 간 머물던 위탁 가정 내 반려인 한 분을 제외하곤 샐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 샐리의 모든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인 입양자가 나타났고, 지금 샐리는 반려인과 산책 여행을 다니며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CREDIT에디터 김기웅 사진 곽성경 자료협조 김민정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0-23 10: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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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나기지마 고양이들의 어떤 하루
- WONDERLAND사나기지마 고양이들의 어떤 하루 일본의 지중해라 불리는 세토우치내해(???海)의 작은 섬 사나기지마(佐柳島). 낚시와 일출, 일몰의 명소로 유명하며 고양이들도 많이 살고 있다. 주민들도 고양이를 좋아하여 스스로 고양이 섬이라 일컫는 곳이다. | 사나기지마는 가가와(香川)현의 다도츠(多度津)항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이 걸린다. | 섬에 도착하자 단순한 섬의 지도가 보이며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마중을 나온다. | 심심한데 잘 놀러 왔다고 야옹거리는 노란 고양이. | 항구의 한편에는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배의 부표가 데롱데롱 걸려있다. | 인기의 고양이 캐릭터들이 그려진 부표, 키티도 도라에몽도 알고 보면 고양이라는 사실. | 고양이 섬의 고양이답게 다들 여유롭다.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욱 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사나기지마의 고양이들. | 섬의 언덕 위에선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작은 신사가 있다. | 언덕 위에서 바라본 섬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 부끄럼을 많이 타는 노란 고양이도 만날 수 있었다. | 섬에 하나밖에 없는 작은 상점은 고양이들이 모이는 아지트. | 상점 입구 주변에서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잠들었거나 졸고 있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 그저 바라만 볼 뿐 웬만해선 움직이지 않는 사나기 섬의 고양이들. 섬의 풍경과 같이 여유롭게, 주민들과 고양이들이 조용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CREDIT글·사진 박용준?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0-17 18: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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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캬키와 바다 | 5화 진짜 가족
- 캬키와 바다5화 진짜 가족 아침에 일어나면 날 보는 동그란 눈망울이 네 개. 캬키와 바다는 2년지기 단짝이 되었다. 유리병에 담아 봉해두고 싶을 만큼 보석 같은 하루하루. 우리는 매일 한 발자국씩 가까워져 ‘진짜 가족’이 되었다. 바다가 세상에 나온 지 2년 얼마 전, 바다의 두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캬키와 바다가 함께한 지 2년이 지났다. 아무 탈 없이 잘 지내온 캬키와 바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바다가 제법 말이 늘었고, 이제는 캬키와 상황극을 펼친다. 몇 달 전부터 잔디를 먹기 시작한 캬키에게 산책할 때마다 주의를 주고 있는데 나 대신에 "캬키 - 안대. 조띰해!" 라고 엄마 앵무새가 되어서 캬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리고 캬키 리드줄을 잡고 산책하는 것을 즐기는데 바다보다 앞장서는 캬키에게 "천천히!" 라고 주의를 준다. 바다는 소유욕도 커졌다. 캬키와 함께 걷다 보면 사람들이 캬키를 좋아해주고는 하는데 그럴 때면 "내 거야!" 소리치며 캬키 리드줄을 확 잡아 당긴다. 바다에게 캬키란 어떤 존재일까. 아직은 캬키에게 발로 꼼지락대면서 터치를 하거나 장난칠 때도 많지만, 길을 가다가도 갑자기 꼭 껴안아 준다거나 캬키가 없을 때면 애타게 찾는 모습을 보면 바다에게도 캬키가 진짜 가족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 캬키는 나와 바다의 버팀목 몇 주 전, 육아 서적 판매하는 분을 통해서 간단히 바다의 적성 검사를 받게 되었다. 나는 아직까지 바다에게 무언가를 인위적으로 교육시키지 않고 있다. 캬키와의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날을 보내면서 자연을 느끼고, 걷는 법을 익히고, 함께 발맞춰 가는 법을 배우면 그게 제일 좋은 환경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바다는 인지 능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자주 능력(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높은 편이라는 특이한 결과가 나왔다. 바다는 아직 어떤 도형인지 어떤 색상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하늘이 파랗고 잎이 푸르르고 꽃이 아름답고 물이 반짝거린다는 표현을 한다. 그 모습이 가슴 벅차오르도록 신비하고 아름다울 뿐. 육아도 처음이고, 반려견과 함께 하는 육아도 처음이다. 2년 동안 캬키와 바다와 함께 살아오면서 그들 사이에 아무 탈이 없었던 걸로 나는 만족한다. 반려견과 함께 육아를 한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 가족이 생겼다는 것. 그것이다. 2년이라는 시간을 캬키와 바다의 진짜 엄마로 살아냈고, 우리는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 가끔 캬키에게 말을 걸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의지가 되는 날이 있다. 엄마에게 혼이 나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 캬키를 끌어안고 있는 바다의 모습을 볼 때면, 바다도 그렇게 느끼고 있는 듯 하다. 우리는 그렇게 의지하고 사랑하고 있다. 캬키도 그렇게 생각할까? 바다가 태어나고 캬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많지만 나의 눈을 똑바로, 한참을 바라보는 캬키를 볼 때면 캬키도 우리처럼 진짜 가족이라고 - 그렇게 생각할 거라 믿는다. CREDIT글 사진 김현주 (@badakaki)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 STORY | 2017-10-17 10: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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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와 행복을 저울질하다, 노숙자의 반…
- MORI IN NEWYORK자유와 행복을 저울질하다노숙자의 반려견 복잡한 뉴욕 길거리를 걸어 다니다 보면 수많은 노숙자들을 마주치게 된다. 그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열 명 중 한 명꼴은 되는 듯하다. 처음 한두 번 그들을 마주쳤을 땐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곤 하였지만,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며 여러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저들은 왜 동물을 키우는 걸까? 스스로 먹고 살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동물을 키우는 건 사치가 아닐까? 밥은 제때 챙겨주고 있는 걸까? 의문의 구름들이 뭉게뭉게 피어났지만 어느 것 하나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내 반려동물 사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스테이시 교수님께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다. “스테이시, 뉴욕에서는 노숙자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반감이 없나요? 아니, 합법적으로 노숙자가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게 되어있는 거예요?” “물론이지.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그들의 자유야.” “그들을 걱정하거나 이런 현상을 우려하는 사람이 없는 건가요?” “글쎄, 종종 구걸을 할 때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나쁜 사람들이 있기는 해. 그들과 함께 있으면 사람들은 더 동정을 느끼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노숙자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자체를 막을 이유는 없다고 봐.” 순간 말문이 조금 막혔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다. 내가 이 문제를 굉장히 한국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구나. 이곳 뉴욕 사람들은 노숙자를 돈 버는 능력은 없으나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에 대해 자유롭게 결정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자활 능력이 없다고 한들 그것이 본인의 자유를 앗아갈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동물을 키우는 것도 그들이 원한다면 손가락질할 일이 아니다. 나는 다시금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문제를 바라보았을 땐, 조금 더 노숙자와 반려견의 관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아무리 노숙자라고 해도 반려동물을 못 키우게 하는 건 비인간적인 일일 수 있지. 하지만 의문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돈이 없는데, 밥은 제때 먹일 수 있는 걸까? 여름 내 짧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지 하루 만에, 나는 우연치 않은 기회로 이 궁금증을 풀게 되었다. 장을 본 후 복잡한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숙소로 돌아가는데, 한 여성이 노숙자에게 무언가를 건네주는 자세로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 아래엔 노숙자가 키우는 커다란 퍼그 한 마리가 벌러덩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돈을 주려는 건가, 생각하며 그들을 향해 걸어가는 중 여성이 건네는 것이 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여성은 노숙자의 퍼그를 위한 사료를 던져주고 있었다. 그 순간 머릿속이 뭔가에 맞은 듯 멍해져 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급히 카메라를 꺼내 들어 그들을 찍는데 사료를 주려던 여성이 카메라를 의식하고 뒤로 조금 물러났다. 나는 몰래 사료만 주고 싶었을 뿐이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숙자를 도운 게 아니에요, 라고 말하는 듯했다. 괜스레 미안해졌다. 이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뉴욕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만난 일명 ‘버드맨’이라 불리는 노숙자 분을 떠올렸다. 새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그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구걸하고 있던 그와, 그를 돕던 아리따운 여성 한 분은 지금 내 앞의 퍼그의 주인과 그를 돕는 여성과 참 닮아 보였다. 길에서 노숙자와 행인이 반려동물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고, 심지어 그들의 반려동물에게 먹일 음식을 나눠주는 일. 한국에선 낯선 일들이 이곳에서는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반려동물이 이 관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그 주인만이 알고 있겠지만 어쨌든 이들의 삶이 길거리에 버려져 굶주린 채 쓰레기를 먹으며 사는 한국의 유기동물보단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길바닥 반려동물 문화’와 비교하자니 조금 서글퍼지기는 하지만, 지금껏 뉴욕에서 떠돌이 개를 단 한 번도 보지 못 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은 어떤 삶이 반려동물에게 더 나은 것이라 생각하는가? 자유가 있지만 종일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는 삶과 자유는 적지만 길거리에서나마 주인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사는 삶. 정답이 있을 수는 없겠으나 우리는 두 가지 삶을 사는 동물들에게 공히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거리의 동물에겐 언제나 타인의 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CREDIT글 사진 박모리 에디터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0-17 10: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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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허파, 센트럴파크의 반려인들
- 여행하며 만나다도시의 허파센트럴 파크의 반려인들 시차 적응 실패로 뉴욕에 머무는 내내 아침 7시면 센트럴 파크로 향했다. 여의도보다 큰 이 공원은 도시의 폐이자 사람들의 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팍팍하고 바쁜 뉴요커들은 아침, 저녁으로 푸른 숲을 걸으며 삶의 균형을 맞춘다. 그들의 옆에는 어김없이 반려견이 함께다. 상쾌한 공기와 따듯한 교감의 콜라보레이션, 호랑이 기운 충전 완료다. |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후속편을 찍고 있는 두 멍멍이. 하긴 이런 푸르름 속에서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것이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 ?| ?아침 7시, 센트럴 파크는 멍트럴 파크로 변한다. 출근 전 반려견을 산책시키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이 시간만큼은 목줄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노는 개들을 만날 수 있다. ?| ??한국과 다르게 대형견의 인기가 대단하다. 개가 예쁘다고 하자 얼마나 착한지 모른다며 쓰담쓰담을 권한다. 독특한 패션 감각 역시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 뉴욕의 볼거리이다. ?| ?우리 중에 스파이가 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가족 식사에 참석한 비숑이. 노 키즈(No kids)존, 애견 금지, 중딩 금지 등 불편한 것은 우선 배재부터 하는 한국의 요즘을 곱씹어 보게 만든다. ?| ?센 언니의 순둥순둥한 개 취향. 몰래 사진을 찍다 딱 걸렸다. 덜컹한 심장을 부여잡고 강아지 칭찬을 건네자 이내 미소로 답했다. 살짝 쫄았던 건 안 비밀. ?| ?덩치에 어울리지 않은 분홍리본을 맨 개를 발견. 사진을 찍자 자기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하는 아저씨. ‘최고의 개 아범’ 티셔츠를 입고 있다. CREDIT글 사진 박애진 (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0-16 10: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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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웠던 묘연이 열어준 세상
- WITH MY CAT두려웠던 묘연이 열어준 세상 나에게 고양이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동물이었다. 멀리서 보는 건 좋았지만 막상 고양이가 따라오면 나도 모르게 도망치기 일쑤였다. 집 계단에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살아도 멀리서 지켜만 보고 간간이 간식 몇 개를 주는 걸로 그쳤다. 귀엽긴 하지만 막상 키우기는 싫은 그런 동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주 고양이를 사랑하고, 또 실제로 키우는 집사가 되었다. 가장 외로울 때 찾아온 아이2014년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해였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힘들고 서로 지쳤으며 마음이 공허한 상태였다. 그때 동생이 고양이를 키우자고 제안했는데 선뜻 키우기에는 덜컥 겁이 났다. 그 후에도 동생이 고양이를 데려오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나는 극구 반대했다. 한 달 후, 동생이 문자로 사진 하나를 보내왔다. 새끼고양이 네 마리가 꼬물꼬물 붙어 있는 사진이었다. 시장 상인 분이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키울 사람이 없으니 데려가라고 하셨다고 한다. 작고 어린 생명을 보니 문득 마음이 너무 아팠다. 결국 고양이를 키우기로 결심했고, 네 마리 중 카메라를 마주보던 치즈색의 고양이가 지금의 모모가 되었다. 모모가 집에 도착했을 때, 그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디가, 왜 아픈 거니?처음 집에 왔을 때 모모는 태어난 지 고작 한 달째였고, 어미 젖 대신에 박스 안에 흩뿌려져 있던 식빵 부스러기를 먹고 지낸 모양이었다. 제대로 못 먹어 500g이 채 안 나갔고 병원에서는 체중 미달이라고 했다. 귀에는 진드기에, 두 눈은 부어 있고 배가 빵빵해 기생충 검사도 했다. 다행히 나와 동생의 보살핌으로 모모는 점점 건강해져갔다. 하지만 초보 집사인 나는 아직 실수투성이였고, 뭐가 잘못됐는지 한 달 반 동안 모모의 설사가 그치지 않았다. 이유를 몰라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신장에 이상한 게 보인다고 했다. 정밀검사를 해봐야 하지만 전염성 복막염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었다. 검색해봤더니 치사율이 100%인 아주 무서운 병이었다. 집에 가는 길에 착잡한 심정으로 모모를 꼭 끌어안았다. 온갖 생각이 다 났다. 무서웠고 눈물도 났다. 내가 잘 돌봐주지 못해서 그런 건가…? 하지만 정말 다행히, 피 검사를 했더니 전염성 복막염의 가능성은 안 보인다고 했다. 안심했지만 모모는 또 약을 먹는 중이다. 중성화 수술 이후 물을 잘 안 먹어서 방광염이 생긴 탓에 열심히 보조제를 먹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모를 잘 돌보는 것밖에 없겠지. 부족한 집사 만나서 고생이 많은 것 같다. 새로운 세상에 입문하다모모와 같이 지내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책임감을 많이 배웠다. 또 집에 들어갈 때도 누군가 날 반겨준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지고 외로움이 사라졌다. 자기 전에 모모를 만지면 그르렁대는 소리를 들으며, 허전하고 힘들었던 모든 마음이 채워지고 힐링 되는 듯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다. 하지만 때로 집에 혼자 있을 모모를 생각하면, 이 모든 고마움이 오히려 이기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로울 것 같은 모모에게 평소 더욱 관심을 가지기 위해 모모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을 SNS에 올려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다 보니 점점 고양이에 대한 관심의 폭도 증가했다. 길고양이들도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캣맘까지는 아니지만 TNR에도 관심을 가지고 적은 금액이지만 기부를 하기도 했다. 감정이 더 풍부해졌는지 동물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보면 절로 눈물이 나온다. 말 못하는 동물뿐 아니라 약자들의 존재 자체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이 작은 고양이 한 마리로 집안사람들의 감정과 생각까지 변한다는 게 참 신기하다. 동물을 키운다는 건 단순한 케어가 아니라 새로운 나를 만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우리가족 모두를 변하게 해준 모모를 앞으로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나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모모의 시간에 맞춰서 사랑해줄 것이다. 우리 가족이 된 고양이 박모모! 행복하자 우리 아프지 말고- CREDIT글 사진 박은영 (모모 반려인)
- STORY | 2017-10-13 15: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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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아늑한 마지막 쉼터, 펫포레스트
- INDUSTRY가장 아늑한 마지막 쉼터펫포레스트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의 건축 및 기획을 맡은 21그램 권신구 대표에게 동물 장례의 이모저모를 물었다. 인터뷰 권신구 | 21그램 대표, 펫포레스트 기획 아직 한국에서 동물 장례 문화가 확실히 자리매김하지 않았습니다. 펫포레스트는 어떤 비전을 갖고 설립됐는지 알고 싶습니다. 2017년 현재 반려동물 산업 규모가 약 3조원, 반려동물 가족은 약 천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사료, 의료, 패션, 미용 등 동물 산업의 발전은 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은 존재로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흐름에 비해 장례서비스는 인식도 부족하고 퀄리티가 낮은 것이 현실입니다. 여전히 무허가 반려동물 장례식장과 대행업체가 많고, 장례 중엔 사람이 겪는 슬픈 감정만 부각되고 있지요. 어린 아이들은 동물이 죽음으로써 생애 첫 죽음을 경험하게 되는데 낙후된 장례시설에서 죽음이 두렵고 어둡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도 문제라고 봤습니다. 이에 건축을 전공했던 21그램은 건축적 디자인의 아이디어를 통해 반려동물의 죽음이 따뜻하고 밝은 공간에서 기념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펫포레스트’는 미술관이란 콘셉트로 연습실, 화장실, 추모실, 납골당 등 모든 장례절차를 한 곳에서 투명하게 진행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독창적인 디자인 감성이 담긴 유골함으로, 납골은 물론 집안에서도 충분히 추모할 수 있고 슬픔을 이겨내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반려인의 정서적 스트레스, 펫로스 증후군 등은 장례업체를 찾는 분들 중 대다수가 겪는 문제라 생각됩니다. 이에 대해 펫포레스트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기존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화장을 하고 유골분을 담아주는 정도의 서비스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반려인들이 슬픔을 표현하거나 나눌 시간과 공간이 없었죠. 저희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소중한 반려동물과의 작별에 대한 슬픔을 마음껏 표현하고 서로 편하게 위로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락한 공간에서 반려동물의 죽음을 인정하고 남은 가족들이 서로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면 펫로스 증후군의 치유는 시작될 수 있습니다. 펫포레스트의 여러 공간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장례절차에 따라 어디서든 앉아 슬픔을 표현하고, 보고 싶은 때면 언제든 와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향후 펫포레스트를 이용하신 분들과 서로 교류하며 치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펫로스 증후군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팁을 알려주신다면. 우선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공포를 인정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의 수명은 사람보다 짧기 때문에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작별의 순간에 당황하지 않고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정보가 필요합니다. 함께하는 동안 다양한 추억을 남겨 작별 후 일상 속에서 추모 용품을 통해 기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미 비슷한 반려동물과의 작별경험을 하신 분의 커뮤니티를 참여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이를 통해 감정의 변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펫포레스트를 찾은 분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을 소개해주세요. 올해 초 펫포레스트 납골당에서 만난 코코와 코코 견주님이 생각이 나요. 저희 장례식장에서 직접 장례를 하진 않으셨지만 검색을 통해 펫포레스트를 알게 되셨고 이함(유골함을 옮기는 것)을 하셨어요. 이후 한 달여 동안 매일 방문하셔서 코코에게 인사하러 오시더라고요. 코코를 향해 글고 적고 음악도 들으면서 슬픔과 그리움을 달래는 모습을 보고 반려인들이 편하게 여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동물 장례 문화를 저해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펫포레스트는 그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아시다시피 많은 사람들이 장례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즉 누구나 죽음이라는 순간은 오고 이와 관련된 공간이나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아직은 알고 싶지 않아하는 부정의 감정이 있다는 것이죠. 반려동물의 장묘업인 경우에는 비반려인과의 인식의 차이가 더 큰 편입니다. 또한 법규상으로 문제는 없지만 장례시설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고 주변에 두지 않으려는 님비현상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과 따뜻하고 밝은 장례문화를 동시에 성장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1그램은 펫포레스트와 같이 모두가 존중받는 장례공간을 확대시켜 나가고 장례서비스 외에도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에 고민하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INFO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Tel. 031-761-5171 CREDIT?에디터 김기웅 사진 21그램? 본 기사는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STORY | 2017-10-11 14:05:00